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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om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9.17 23:25
최근연재일 :
2021.06.17 12: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3,412
추천수 :
341
글자수 :
354,049

작성
20.12.21 10:00
조회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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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폭력의 서막 2

DUMMY

“코너에 몰리면 헛소리야. 죽는 거 무서우면서 사는 인생인 줄 아냐.”


“왜 남의 집을 참견이야. 했냐? 잤냐?”

“병신아. 칼 들고 하라니까. 못 들었어? 또 말해줘?”

“씨발...”


“말로만 하지 말고 이 새끼야. 형이란 사람 와이프를 넘본 새끼가 어디서.”


“그래서. 바람나서 와이프 버리고 새살림 차린 너는 잘했고?”


“너?”

“그래. 너다. 왜.”

“............ 위에 애 잔다고 했지.”


“니가 바람나면서 다 이 꼴 난 거 아냐.”

“넌 이혼하길 기다렸잖아.”

“뭐라고?”

“찔리냐?”

“사람 알로 봐?”


“응. 알로 봐. 너 너 하면 호형호제 끝난 거지.”

“형이라고 존대해줬더니 하는 거 봐. 이거.”


“뭔 존대는 존대야 이 개새끼야. 니가 인사를 하냐 존댓말을 하냐. 먼저 대답해봐! 내가 문제가 생기기 전에 너 어디까지 갔어! 대답할 수 있어? 본 사람이 있고 들은 사람이 있어 이 새끼야.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소리 하는 줄 알아?”


“니 마음이 떠났는데 추라이 좀 하면 어때서.”

“그 전을 얘기하는 거야 이 인간아.”

“언제.”

“신혼 초부터 별에 별 헛소리를 다 하고. 정상이냐?”

“뭐가.”


“지금처럼 췌서 찾아오고 손잡고, 남의 집에서 퍼져 자고. 내가 출근할 때 자는 척하고. 나 없을 때 낮에 집에 찾아오고. 니 눈에는 안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 니가 이렇게 나오니까 나도 말하는 거야. 별의별.”


“나 분명히 말하는데 이혼하기 전에 손 안 댔어.”

“야 좆밥아. 니가 데리고 사는 여자가 이미 다 불었어.”

“분명해. 농담 아냐.”

“형수가 다 말했다고.”


“무슨 형수야. 이 씨발 정말. 내 거라고. 내 와이프라고!”

“그 지랄을 해놓고 가족이라고 하냐?”

“또 상관하네. 이 인간이 정말.”


“니가 먼저 건드린 거지 자식아.”

“너는 뭘 잘했는데. 대학 좀 그럴듯하게 나왔다고. 평생을 무시하고.”

“뭔 평생이야. 우리 나이가 몇인데.”

“무시한 거 아냐 맞아?”

“지금 그 얘기하고 있었냐?”

“말해보라고. 넌 이도령이고 난 방자냐?”


“내가 뭘 어쨌다고. 니가 모르는 게 많으니까. 뭐 물어보면 대답하고 설명해준 거지. 내가 언제 이것도 모르냐 야단친 적 있어? 내가 너 무시했어?”


“그러는 사람은 모르는 거지. 듣는 사람 입장을 모르는 거지.”

“개새끼. 갈구는 애들 막아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래.”

“약속해!”


“집어치우고 자식아. 괜히 말꼬리 잡고 화제를 돌리네.”

“그래서 너는 다른 사람도 아닌, 집에 드나들던 여자와 바람이 났냐?”


“내가 말했지. 현재 애기만 하자고. 넌 분명히 먼저, 여자를 버리고 도망친 놈처럼 말했잖아. 그러니까 나도 옛날 얘기하는 거 아냐. 니가 먼저 꺼냈잖아. 조금 전도 기억이 안 나?”


“항상 이런 식이야. 잘못은 지가 해놓고 꼭 내 잘못으로 몰아.”

“말은 먼저 꺼냈어 안 꺼냈어. 취했다고 봐주니까.”


“서로 똑같은 거지. 뭐가 말이 틀려? 시작은 형이 한 거야. 내가 추라이를 했지만 형수는 넘어가지 않았어. 형이 떠나고 나서야 형수도 나한테 넘어온 거라고. 결국 우린 사건을 아직 안 일으킨 거야. 그때 형이 눈이 맞아서 떠난 거라고. 시작은 형이야. 당신이 먼저 시발한 거라고.”


“그래. 니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믿어.”

“그만 안 하면 어쩔 건데.”

“너 또 사람 때리면 너 감수할 수 있어?”

“뭘 감수해. 니 거야?”

“또 때리면 내가 쳐들어간다.”

“지금 쳐. 칠라면 지금 쳐! 치라고!”

“병신이 처자에게 행패나 부리고 패고.”


“법적으로 부부고 법적으로 내 자식이야! 어디 함부로 자기 것처럼 떠들어!”


“술 처먹고, 일도 심심하면 쉬고, 밤이면 하우스에 그리러 가고. 술 먹고. 형수. 그래, 니 와이프라고 치자.”


“이제 형수가 아니라고!”


“와이프 일한 돈까지 가져가고. 니가 가장이냐. 법적으로는 그렇다 쳐. 니가 가장이야? 남자야? 가부장이야? 있으나 없으나 똑같잖아. 몰라? 집구석을 무슨 교도소처럼 만들어놓고 뭘 잘했다 그래.”


“또 빵 갔다 온 거 들먹이는 거야?”

“사는 게 사는 거냐?”

“왜 또 참견이야. 남의 집에 왜 또 참견이야.”

“세상 누구를 잡고 물어봐라. 니가 정상인지.”


“연락하지 마.”

“천 번을 말하냐? 연락 안 했다고.”

“연락받지 마.”

“때리지 마. 술 먹지 말고. 니가 똑바루 해야 연락을 안 하지.”

“한번만 더 건드려봐. 니 새 마누라 나도 올라탄다.”


“나와. 나와. 이거 말 봐라!”

“왜. 나는 안 되냐?”

“너 이 새끼 안 맞으니까 인생 우울하지?”

“할람 여기서 해.”

“일어서봐.”

“왜. 내가 왜.”

“밟는다.”

“신고할 거야.”


“나와.”

“부엌에 칼 있잖아!”

“나와.”

“웃기네.”

“끌려나가고 싶냐?”


누구는, 세월은 흘러 흘러 세상 모든 게 아름다워질 거라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름다워지지 않고 쓰라림만 반복되는 인생은 ? 우린 이런 이야기를 우연히 술집에서도 들을 수 있다. 특이하다고? 특별하다? 모두가 자기 인생은 특이하다. 술 반병이 남았을 때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어쩌면 우린 살아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죽은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니까. 혹시. 산 것이 살짝 더

아름다울지도 모르지. 그건 죽어봐야 아니까 패스.


나는 랩을 좋아한다. 모든 걸 아름답게 표현하는 가요보다는 자극적이고 거칠어서 좋아. 하지만 할 엄두는 안 난다. 자질도 없고 따라해봤자 허접이다. 라임을 쓸 문학성도 문장력도 없다. 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으로는 랩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저기... 들어가고 있다.

하나가 아니다.

양쪽에 두 개가 들어간다.


각자의 번호가 있다. 순서를 기다려야 들어간다. 그 들어가는 순간에 참았던 오열이 옆에서 종종 터진다. 우리는 밀폐된 1m 곱하기 1m 사각형 창문으로 들어가는 걸 본다. 직원이 나와 영정을 들고 차분히 인사를 하고, 사람 허리 높이 작은 문이 열리면서, 기다란 직사각형 나무틀은 천천히 그 안으로 들어간다. 마치 전진하는 느낌까지 든다.


아디로 전진이냐? 사각형 입구에는 벨트 크기로 잘린 고무판이 내려와, 이미 들어간 부분은 사라진다. 번호가 옆에 붙어 있더라도, 먼저 온 순서에 따라 시간차를 두고 들어가야 정상이다. 우연히도 양쪽의 타이밍이 맞았다. 원래 타이밍이 맞을 수가 없는데, 두 개가 거의 동시에 들어간다. 어린 가시나는 내 품에 안겨 운다. Half blood 유딩이 그래도 뭘 안다고. 저 오른쪽 멀리 한 놈도 두 개를 넣고 있지.


컨베이어벨트는 돌아간다. 크라잉넛의 게릴라성 집중호우란 노래에 그런 후렴구가 있지. ‘또 다른 한 사람, 밑으로 밑으로 떨어지네. 또 다른 두 사람, 밑으로 밑으로 떨어지네...’


그 가사처럼 나는 랩을 하고 싶었다.


나는 랩을 못 쓴다. 라임을 채우려다 밤 샌다. 난 저 들어가는 관짝을 보며 속으로 랩을 시도한다. 내가 하고픈 말로 나의 랩을 채우고 싶어. 나는 저기 들어가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도 아니오, 싫어하던 사람이 저기로 들어간다고 기뻐하거나 행복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질질 짜는 것보다는 래퍼처럼 승화? 좋은 단어로 치면 승화시키거나 극복하고 싶었다. 그 방식으로 작별하고 싶었다. 슬픔이 너무 쪽팔리잖아. 왼쪽은 내가 좋아했던 여성. 오른쪽은 끔찍했던 자식.


나는 김진표의 ‘350초 미친년 추격전’ 같은 노래를 좋아한다. 원래 블랙 코미디가 더 감성적이지 않을까? 나는 슬픔을 슬픔으로 표현하는 것에 국제적으로 반대한다.

기다란 나무 관은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Half sister 유딩은 품에서 울고, 난 속으로 아주 어설픈 랩을 하고 있었다.


‘Cfeck it up! Hey dirty boys & girls & welcome every bullshit mother fuckers co co co come on. Life's going on & Life's are double bastards misery shit something. Listen up & sing a glory Death & cheaper drunken Dance! See what! Must that the show goes on, co co co come on. Put your hands up! Thanks Jesus. Another one bites dust, Rucy in the sky with the knife, Too Drunk To Fuck, I am an anti-Christ, Is this the IRA? God save the Queen & king & street hookers & judas &...’


컴 온. 깨끗이 태워줘. 토치의 가스를 최대로 올려서 뿜어. 무덤에서 녹아 자양분으로 삼투하는 방법은 너무 지루해서 해골이 고개를 저어. 말끔하게, 뼈 조각이 남아서 상심하지 않도록 화염을 쏴. 화끈하게...


보라. 우린 진짜 가루가 된다. 저기 봐. 싸이프러스 힐과 에미넴이 운을 띠운다. 주둥아리 거품 방울을 대기에 날리며 인생을 노래해. 인생이란 단어는 인간이 살아서 밖에 의미가 없음을 반증해봐.


모든 종교의 천국을 믿고 싶으면 믿어. 파스칼의 내기처럼, 있으면 다행이라 보상을 받을 것이고, 없어봤자 약간의 시간 낭비 외에 믿음에 대한 피해도 별로 없다. 걸걸한 목소리 노인의 좆만 빨지 않으면 재산도 안 빼앗긴다. 봐라. 여기가 천국 아닌가. 인간이 이토록 개지랄할 수 있는 지구가 흔하겠는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나라가 만들어지기 전에 다 뒈지니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천국에도 없다.

회교도와 힌두교도가 테러를 저질러서 폐지되었다.


인생은 하나! 적을 없애라. 눈을 0.5초만 나에게 치켜떠도 골로 보내라. 그리하여 평화를 얻을 지어니, 근간은 선빵이니라. 등 뒤에서 공격하는 걸 주저마라. 봐주지 마라. 너의 적은 부드러운 미소로 사과하고 음흉한 얼굴로 등을 칠 것이니. 입에서 공기 반 소리 반 너무 빠지는 놈도 경계하라. 형님 사랑합니다, 하는 놈을 조심하라. 이미 마음이 변한 놈이다. 끝은 이것저것 그냥 끝이다. 끝이 시작이란 개소리 하는 새끼가 죽을 때 정말로 기뻐하는지 비디오로 찍어라.


차라리 미워하라.

혹시나 그러다 사랑할 수도 있으니.

굿바이 킬링필드.

아이오스 Man & Woman.


뭐 하나라도 미쳐봐. 그래야 세상을 살아. 어차피 우린 가루야.


Oh, happy day. What a wonderful world. 어느 목사님이 그러셨지. 사람이 죽는 게 왜 슬프냐고. 천국으로 갈 것이니 기뻐하라고. 너 이 새끼. 니가 죽을 때 니 영혼을 밧줄로 묶어 놓고 웃어줄게. 깔깔깔깔. 저 새끼 웃긴 새끼였다고. 상집을 나이트클럽으로 만들어 너의 유지를 맞춰주지. 존나 흔들어주지.


Oh, happy day. What a wonderful world. 오, 아름다운 세상. 무식해야 편한 세상. 무식해야 정당한 세상. 더러운 행실 없이 욕망을 채우기 힘든 세상.


오, 고인은 갔습니다. 축 사망. 안녕히 꺼져. 다시 살아나면 죽어버리겠어. 그동안 흘린 눈물 때문에 재활용은 무리야. 너무 더럽다고 티베트에서 환생이 거부되었어. 영혼까지 싸그리 가지고 없어져 버려. 새날이 밝았다. 이제 다시 국과 밥을 수저로 포도청에 우겨넣어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어도 개를 위한 나라는 있다. 나도 개가 되리라. 벌지 않고 사료를 먹는 개는 얼마나 행복하냐. 중상화 수술 때문에 성적 감수성이 둔해져서 그렇지만. 개의 나라에선 개가 왕이다. 개가 개를 죽이는데 신이 거기까지 신경을 쓰셔야겠냐?


나는 돈다. 울지도 웃지도 않지만 난 완전히 돈다. 돌아. 내 평온한 얼굴 속에 볼 것은 없겠지만, 내가 보는 방향에서는 심한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그림이 굴절된다. 정상적인 세상이 뭉크의 눈으로 뵌다. 내 손에 유딩이 안겨 있기에 가만히 있고 싶다. 난 너희들에게 딱 한 마디, 하고 싶다. 내가 못해서 가만히 있는 줄 아냐? 기다려. 누가 말했지. 내가 본 건 죽은 거라고.


Goodby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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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산에 살리라 1 21.04.08 213 6 11쪽
64 28사 병장 2 21.03.25 218 5 12쪽
63 28사 병장 1 21.03.18 234 2 12쪽
62 글록 파이터 2 21.03.11 158 2 11쪽
61 글록 파이터 1 21.03.04 155 3 12쪽
60 심심한 날의 분노 21.02.25 157 2 12쪽
59 섬진강 3 21.02.18 147 1 12쪽
58 섬진강 2 21.02.09 169 3 11쪽
57 섬진강 1 21.02.04 194 5 11쪽
56 이성적 배신자 3 21.01.25 127 2 12쪽
55 이성적 배신자 2 21.01.18 134 4 12쪽
54 이성적 배신자 21.01.11 155 4 11쪽
53 믿습니까!!! 2 21.01.04 122 3 12쪽
52 믿습니까!!! 1 20.12.28 138 4 12쪽
» 폭력의 서막 2 20.12.21 120 3 13쪽
50 폭력의 서막 1 20.12.16 1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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