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2 12:00
연재수 :
364 회
조회수 :
217,720
추천수 :
6,773
글자수 :
1,993,819

작성
23.01.02 06:00
조회
322
추천
14
글자
11쪽

오이디푸스의 회상 1

DUMMY

오이디푸스의 회상



오이디푸스 : 부은 발. 그리스 테베의 왕



뜸북 뜸북 뜸북새 숲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들에서 울 때,

우리 오마니 말 타고 서울 다기면

아다라스 운동화 사가지고 오신대요...


애국심, 그런 단어를 떠올리며 조준간을 보지 않는다.


나는 그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 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두 지정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쏘려고 마음을 먹으면, 그건 이미 정해진 거다.


난 내 인생을 그렇게 받아들인다. 어쩌면 난, 니 인생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 그렇게 일부러 생각하는지도 몰라.


하지만 뭐가 어때. 우린 그 이유를 모르고 죽을 확률이 훨씬 높은걸.


힘들어?

그런 나처럼 해봐.

이 모든 고통은 정해진 거다.

그렇게 믿어! 진심으로 믿어.


그러므로 내가 어떠한 로또와 같은 환상적인 상상을 하며 즐거움을 만끽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게 안 이뤄질 거니, 그 상상에 존나게 집중해서 상상에서 쾌락을 얻어! 그러나 저러나 돈 드나? 하하.


미안. 웃을 일은 아니야. 그 상상처럼 우리 인생이 확 바뀌는 일은 없어. 그런 행운을 바라도 진심으로 믿었다면, 인간들이 그렇게 모질게 살아가겠냐? 좀 착해도 약간 더 착하겠지. 인도로 가. 강도에세 살해 당하거나 상상 쾌락의 극치로 인도해줄 거니까. 할 게 아무~~~것도 없어, 거기. 얼마나 좋아.


상상이 없었더라면, 이거 안 되지. 가뜩이나 자살률 높은 나라에서.


남쪽에 있을 때 어느 탈북자 얘기를 텔레비전에서 봤다. 먹고살기 힘들어 중년의 딸은 강을 건너 탈북했고, 그로 인해 국경 밀무역으로 가족을 벌어먹이던 수입이 끊겨, 탈북한 그녀의 1남 2녀 자식과 어머니는 오늘 오나 내일 오나 기다리는 마음.


반대로 남에 도착한 딸은 내 자식과 어머니는 뭘 먹고 사나. 굶어죽진 않나, 자신이 탈북한 것이 밝혀져 핍박을 받지는 않나. 모든 것을 떠나, 남쪽의 딸이자 어머니는 밥술을 뜨면서 오늘 저녁 자식들과 엄마는 무엇을 먹나... 밥이 목구멍이 조여 온다. 나도 별다를 것 없는 인간이고, 그 장면을 보고 슬펐고, 그렇게 만든 자들에 적개심이 불타올랐다.


뜸북새 소리는 못 들었지만 나도 기다렸다. 내가 내 발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다. 누나는 공부가 길어져 귀가가 늦고, 철없는 나는 차려 먹지 못하고 배고파 기다렸다. 누나가 와서 밥을 해주고 어머니는 늦게 오신다.


원망했다. 남의 집은 하교할 때 엄마들이 기다렸다가 밥을 주는데 난 왜 그런가. 집에 도착할 때 밥상 차려져 있던 집이 부러웠다. 날 귀여워했다고는 하나, 너무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지 않으니 생각에 어떤 조건이 되지 않는다. 그냥 비어 있다.


집은 좁았고 친구는 적고, 난 할 것이 없다. 하지만 해가 지고야 돌아오는 모친은 그 탈북한 엄마이자 딸과 같은 마음이었겠지. 두 자식새끼 때문에 졸지에 밖으로 내몰린 6남매의 막내였던 모친.


텔레비전에서 본 것 때문에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왜 저런 나라를 만들었나. 나라라는 개 같은 것이 왜 사람들은 방치하나. 나도 내가 자란 사회에 분노가 있지만, 벌어다줄 아버지가 없어서 가난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날 따 시켰던 좆밥들은 이제 사회적으로 따를 받으니 손에서 버렸다. 왜? 공부하는 놈이 하나도 없었거든.


골통에 총알을 박아! 충분하지. 이유가 행동하기에 모자라지 않지. 차고 넘치지 나에게는. 이 나라는 깔아 엎고 새롭게 지어져야 해. 그래서 난 적성군복을 쏴야 한다. 하나라도 더 쓰러트리면 뭐라도 나아지겠지. 효과를 어찌 아나. 내가 참모총장이냐. 대신, 끝을 기다린다. 여기서 살아남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 나도 검은색 스페이드 에이스를 던졌다. 서양에서 스페이드 에이스는 죽음의 카드, 묘지를 파는 삽을 의미한다지. 스토리는 그럴싸하단 말이야. 나도 양식으로 얘기해보자.


크랙(Crack)! : 총알이 내 옆을 때리는 소리

썸(Thump)! : 크랙 뒤에 울리는 저 멀리 발포음

계산 : 크랙과 동시에 구령한 초, 저쪽 발포자와 나와의 거리


따닥!


‘하나... 둘...’


저 멀리 펑!!


‘1초에 약 300m.’


따닥 하고 하나 반.


‘OK, 너희들과 나의 거리 550m.’


초등학교 이전부터, 자는데 누가 내 발을 만진다. 도둑이 들어와 내 발을 만질 리는 없을 테고, 또한 그 손이 무의식적으로 편한, 나에게 편한 사람이란 걸 알기에 그러려니 했다. 커가면서 장딴지를 만지기도 했는데, 점차 내가 거부감을 느끼자 날 만지는 행동은 못 하게 됐다.


난 아이로서 모든 대접을 받았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잤다. 그녀는 작고 마른 체형에 많이 먹지도 않는다. 작은 체구가 구부정해 더욱 작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내가 잘 먹는 걸 어렸을 때부터 무척 좋아했다. 날 먹이는데 진심으로 거침이 없어, 이웃사촌들은 내가 고도비만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성장해서 과체중은 없었다.


내 발이 어루만져지던 시절, 저녁도 아까 먹었는데 이부자리를 펴면서 내가 배고프다 하면, 곧바로 밥을 지어 김치와 김을 놓고 뜨거운 공기밥에 고추참치 깡통을 까서 비벼준다. 약간 허기진 나에게 얼마나 꿀맛이었겠는가. 자다 일어나 그렇게 말해도 군말 없이 밥을 지어주셨다.


발. 발들이 보인다. 나란히 누워있는 발들.


승리는 어느 쪽에도 없었다. 동족이라고 봐줘? 서로를 아는 자들의 야만적 공동 자멸. 아직도 터널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고, 어제와 비교하면 주변 공기가 팽팽하다. ‘공장’은 파괴되었고 전쟁 끝날 때까지 가동되지 못한다. 평시라 해도 이 정도로 박살 난 여길 쉽게 복구할 여력은 없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없어요. 분홍빛 고운 꿈나라. 어두운 넓은 세상, 반짝이는 저 불빛. 이 밤을 지키는 우리, 힘겨운 공장의 밤.]


그 노래와 여기 참 어울린다. 가난한 자들이 탈탈 털어 만든 기술 노동력 집중화.


당신들 노동의 지옥은 파괴되었다. 이런 걸 해방이라고 하지. 공중에 탄두를 띄우기 위해 남한 화폐 1~2조를 들였다. 우리 경제력으로 치면 한 50조를 쓴 거지. 미국과 쇼당을 치기 위해 돈을 쏟았다. 그동안 구식 전쟁 기계들은 녹슬고 구리스가 딱딱해졌어. 이런 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돈이나 쌀이나 제대로 받았을까. 실험장 주변 위험한 작업은 정치범관리소 수용자들 시켰지. 방사능 폭풍흡입.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 그래, 우리가 지옥을 철거시켜 주었어.


도트를 이동시켜 훑어보자...


발, 누운 사람들. 군화는 왜 벗겨. 이가 갈리네 이 새끼들, 아무리 죽었다 해도 군인의 군화를 벗기는 건 치욕 모욕이야. 무슨 쇼야 이게. 생각 좀 하고 살아라.


흔들리는 가슴. 입에 침이 마르고 눈이 가느다랗게 분노라는 렌즈로 본다. 턱과 발만 보이니 식별이 안 된다. 사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지. 5대대장님이 저 안에 있나? 들어갔던 사람 2/3는 저기 누워 있다. 개중 반은 인민군복까지 입고 있으니 지들도 헛갈리겠구나. 모자를 벗기면 확인되지. 너희는 빡빡 우리는 장발. 공비. 많은 외형적 체 게바라들이 누워있다. 상사 원사들은 수염이 짙고 도드라진다. 지역대 작전 중에는 어떻게서든 잘랐는데, 이곳을 낙점받자 사람들이 더 이상 수염을 대검으로 밀지 않았지.


‘이 그림... 이 기분... 더럽네. 전시회를 중단시켜야겠어.’


그래. 욕은 참자. 다수의 목격자들이 그랬지, 니 아버지는 욕 한마디 못 봤다고. 그래서 욕이 나오면 이빨을 물었지. 참 니미 공수부대, 다른 부대도 이렇게 욕을 하나? 언어의 반이 욕이고, 장교들도 욕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영상은 사회에 안 나가지. 밖에선 젠틀한 줄 알아. ‘아니 내가 이걸 왜 해야 돼?’ ‘이 텐트 지주핀은 공장에서 졸다가 합금을 요만큼 넣었나 왜 부러지고 난리야.’


‘그려, 언놈이 남은 한 발의 주인공이 될 거여. 개, 호로, 상 노무... 군화가 느그들 것이냐? 군사칭호 높은 놈이 나와 봐. 나려바게 한발 줄란게. 반~갑~습니다. 동포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


그래. 너, 뒷짐 지고 지시하는 배까지 나온 너. 뭐 하는 보직이야?


호흡은 부드럽게 중단되어 가슴에 머물러. 흘러간다. 동영상이 멈추니 바람과 온도가 오네?... 참아. 방아쇠를 잊어. 기다려, 알아서 흘러갈 거야.


청승맞게 불 꺼놓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놓고

베개 위에 얼굴 엎어 놓고

샤워해. 샤워. 눈물샤워...


덜커덕...


지진이 일어난 텔레비전처럼 사이트 정경은 흔들리고,


통 1자로 넘어가는 너. 계급을 못 봤네. 아디오스.


‘생선 좌판이냐, 군화 벗긴 발을 나열하게.’


이렇게 만나니~ 어찌 반갑지 아니한가.


핑~ 딱. 따닥. 우웅~~~~~.


응사? 날 정확히는 못 본다. 맨 총 가늠자로 날 잡겠니?


가야지. 총 거둬. 더 이상 못해. 남기는 남았는데 말야... 날 위해 남겨둔 상의 포켓의 한 발. 이 총알을 꼭 남기고 가야 하나?


총이 말한다. 총이 말한다. 난 무생물이 아니라고.


‘본 피조물은 너의 것이 아니다. 거쳐 가는 관리자일 뿐. 넌 가질 수 없다. 넌 나의 존재를 모르고 쓰면서 오르가슴을 느끼지. 넌 내가 아냐. 우리가 하나가 될 때는 쏠 때 뿐야.


넌 지금 아니면 마지막 발을 쏘지 못해. 너 항상 떠버렸지. 커스텀 대결을 원한다고. 빈말이야? 미래를 기약하지 마. 너희들이 계획하는 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아. 인간 따위가 은혜도 모르고 ’계획‘을 해?


도표를 그리고 날짜를 잡아봐. 성취도 하고 자위도 할 거야. 그러나 너희 인간 중에서 우주를 가지겠단 계획 가진 놈은 없어. 위대한 놈은 가오리처럼 페니스가 두 개냐? 150년 살아? 머스킷 총도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우주를 가지려면 목숨 따위에 연연하지 마. 우주도 영원히 가질 수 없어. 주인이 없어. 시간, 시간, 거쳐 갈 뿐. 넌 뭐야. 인생 가족 불행 우울증 해묵은 자위행위야 어디서. 존나 딸치냐? 잠시 후 너의 뇌는 손톱만큼 오그라들 거야. 감정으로 발버둥 치며 영면을 재촉해! 난 너의 수호신이자 악마야. 도피탈출? 뭔 개소리야!’


너희들은 맞다 쓰러지지. 너희는 쉽게 포기하지. 나처럼 맞았다면 니들은 다 쓰러져. 너희는 나에게 주먹을 날리고 돌아서 사랑 대학 낭만적인 가요나 부르고 자빠졌어. 안 웃겨? 고차원적인 놈이 날 때리면 이해가 되려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함경도의 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구독자분 필독 21.04.26 1,889 0 -
364 For Anarchy in DPRK 1 24.04.22 71 4 11쪽
363 피양의 숙취 4 24.04.15 112 5 12쪽
362 피양의 숙취 3 24.04.08 117 7 11쪽
361 피양의 숙취 2 24.04.01 147 8 11쪽
360 피양의 숙취 1 +1 24.03.25 149 8 12쪽
359 K-7 Deuce 5 24.03.18 142 8 15쪽
358 K-7 Deuce 4 24.03.11 140 3 12쪽
357 K-7 Deuce 3 24.03.04 168 6 12쪽
356 K-7 Deuce 2 24.02.26 276 4 14쪽
355 K-7 Deuce 1 24.02.19 204 6 12쪽
354 고양이는 숨어서 죽는다 2 +2 24.02.05 230 6 15쪽
353 고양이는 숨어서 죽는다 1 24.01.29 189 6 16쪽
352 Curtain Call 9 24.01.22 201 9 16쪽
351 Curtain Call 8 24.01.15 200 4 13쪽
350 Curtain Call 7 +2 24.01.08 206 8 12쪽
349 Curtain Call 6 23.12.18 332 7 12쪽
348 Curtain Call 5 23.12.11 231 10 12쪽
347 Curtain Call 4 23.12.04 249 9 11쪽
346 Curtain Call 3 23.11.27 254 1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