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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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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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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urtain Call 7

DUMMY

그러나 그들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들도 우리에게 잡히면 죽인다고 생각하는 거야...’


여러 명이 투항 요구를 고함으로 질렀지만 반응 없었고, 도주가 시작되자 여기저기 고함이 들린다.


“잡아~~~!! 능선으로 간다! 놔두지 마!”


“싫으면 뒈지든지, 새끼들아!!!”


대원들이 빠르게 뛰어가면서 연속적으로 사격을 퍼붓는다.


“항복하면 살려준다고~~!”


굳이 대답할 필요 없다는 말투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이 니미 개 같은 새끼들아 꼽냐?



예상 도주로는 금방 차단되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총성은 멈추고, 플래시들이 쓰러진 자들을 확인한다. 좀 수상하면 “수류탄!” 고함치고 투척한다. 이중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내려간다.


대원들은 병기와 탄 노획하고 적 부상자들 상태를 살폈다. 중령은 아군 전사 부상이 없는지 물었다. 경상 몇 외에 없다.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적외선 포함 조준경까지 있으니 결과 뻔하다. 부대원들에게 누가 상대하기 무섭냐고 물으면 대답은 간단하다.


미군. 주한미군. 장비 빨이 사람 죽인다. 특히 부러워하는 건 주야간용 열상장비. 우리 관급보다 작고 성능도 좋다. 독수리훈련에서 주한미군 기지 떨어지면 한숨부터 나온다. 장비의 세상이다. 가늠쇠 가늠자 영점 잡고 갈구고 PRI로 굴리는 시절은 지나갔다. 돈을 때려 박아야 한다. 그래놓고 훈련 하라고 해야 맞다.


“대대장님. 이 사람 내려가도 못 삽니다. 정리해줄까요?”


이중령은 어떻게 대답을 해 줄 수가 없다.


“글쎄. 내비둬라. 누가 들고 내려갈 수도 없고. 담배나 하나 물려줘.”


“놈들도 우리 시체 방치하고 내려가 버렸죠.”


“뭘 방치해! 정보 캘 상태 좋은 부상자 아니면 죽이고 내려갔지.”


“내가 봤어. 대가리에 권총 쏘고 가는 거...”


대대장은 빨리 상황을 마무리했다.


“여기 북한군 시신 위치 숫자 연락장교에게 통보해줘.”



하사가 죽어가는 자에게 담배를 물려준다. 상대는 물고 빤다.


“너무 기분 나쁠 필요 없어이? 남조선 항공륙전이다.”


총알은 부위를 가리지 않는다. 조준경은 왼쪽 심장을 조준하지 않는다. 어디건 걸리면 총알은 간다. 살이건 내장이건 걸리면 뚫고 들어간다. 총알은 총열이 밀어준 대로 아무데나 들어간다.


엎어지고 널브러진 북한병사들. 아직 명이 끊기지 않아 떨리는 몸. 표현할 수 없는 곧 망자가 될 사람들의 눈. 피. 살점. 두상을 때려 가장 흉한 조각이 난 망자. 케네디 탄착군?... 양쪽 눈이 각각 다른 곳을 보고 죽은 자도 있다.


그들 손에서 떨어진 낡디 낡은 AK. 깡통모. 얼마 전 남조선 게릴라들과 비슷해진 북한군의 더러운 얼굴과 수염. 영양분 분쇄 생명 연장에 필요했던 튼튼한 이빨. 이중령은 처음 본다. 밤에 기습하고 튀는 것이 일상이었으니까. 다른 대원들도 아마 비슷하리라.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물어 뭐해? 그냥 그런 것이지. 이겼다고 환호하지 않는다. 이겼다고 상대를 비난 모욕하지 않는다. 몸은 똑같다. 서로 총을 들었다. 머리를 써 기다렸을 뿐, 빨랐을 뿐이다.


‘본질에는 특성이 없다. 인간도 텅텅 비어 있는 존재다. 타자(他者)들이 들어와 놀아야 할 축제의 장이라고도 말한다. 자기가 채워졌다고 생각하면 자기만 정정당당했다는 아집으로 살다 남에게 피해나 주고 죽는다. 자기를 규정하는 성장과정과 기억을 제거하고 나면 사실 아무 것도 없다. 원래 없었다. 덩그러니 몸과 실존만 남는다.'


'그 진실을 아는 자는 풍요롭게 어우러져 살 것이며, 죽으면서 깨닫는 자가 (혹시나) 종교가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 고통스럽게 살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자는 그 종교 신에게 엄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각자 꼴리는 대로 사는 거다. 추상은 높고 현실은 달콤비정하다.’


호흡이 사라진 몸, 시체. 구멍이 뚫린 인민군복. 여기도 저기도. 타자의 장들이 마감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맹신하였단 말인가. 우리도 맹신, 너희도 맹신. 수령이란 신은 없다. 그건 인간이다. 자, 텅 빈 곳에서 왔으니 통 빈 곳으로 돌아가라. 수고했다 염병에 걸려 땀을 내다 죽을...


1980년대 독일이 통일될 때, 당시 동독은 세계 군사력 4위까지 언급될 정도로 미그기 탱크 야포 병력 엄청났었다. 하지만 통일이 되어 자금을 쥔 서독 주도로 군이 통폐합될 때 서독군은 놀랐다. 그 괴물 같던 동독군 장비는 정비불량에 쓸 만한 것이 없었고, 장교 병사 공히 훈련불량에 부패는 만연하고 타락했다. 결국 통합된 ‘독일군’에는 동독군 출신이 거의 다 방출되거나 나가버렸다. 서독 입장에서 그런 허상이 없었다. 동독의 군사력까지 합치면 통일 독일의 군사력이 너무 강력해진다는 우려까지 있었다.


그렇다고 북한군을 방심할 수는 없다. 세계 모든 표본을 북한군에 적용하기 힘들고, 진짜 아니라 해도 100에 몇 진짜 군인이나 광신도는 존재한다. 허점은 남조선 군대에도 있다. 그나마 나았던 건 돈이 있어 꾸준히 훈련을 했던 것. 훈련. 훈련. 그게 중요했다.


이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포위되자 투항한 대원도 있고, 쉬쉬하지만 불신 항명 등 근본적인 병폐도 있었다. 중요한 건 과반수가 그래도 제대로 가고 있는가, 그것. 대원들은 알았다. ‘훈련 더 했어야 돼. 택도 없어.’ 대원들이 북에서 경험한 훈련된 북한군의 특징은 마른 체구의 행군속도였다. 상대했던 경보는 특히나 굉장히 빨랐다.


숙청이 2차한국전쟁의 숨은 공로자임은 인정할 만하다. 계속해서 장군들을 숙청할 때 우린 응원의 박수를 쳐야 했다. 파벌 줄타기와 진급에 목을 맨 군대는 상대 입장에서 고맙다. 북한은 강제제대도 아니고 사형이나 수용소로 추방되어 완전히 숙청된다. 숙청의 내추럴 본 스탈린은 땅이라도 넓었다.


숙청은 예전에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일어난 심화조 사건으로, 호위사령부+보위부의 비밀경찰 심화조(深化組) 6천 명을 통해 모든 정치조직과 군부대를 검열해 (온갖 이유를 갖다 대서) 대대적인 숙청이 있었다.


이른바 사상 검증 대학살. 96-97년 고난의 행군 동안 350만 명이 아사한 직후로, 김정일은 껄그러웠던 아버지 시대 장성과 간부들을 숙청했다. 최종적으로 숙청된 인원은 약 2만 5천, 1만 명은 피살,


1만 5천은 수용소 수감.


30년 넘게 고정간첩 하다 월북한 이선실도 이때 고문받다 죽었다. 이 심화조를 이끈 대표적 인물이 장성택이다. 엄밀히 말해 심화조 사건은 최상위층 두 파벌의 권력싸움이었다.


새로 등극한 수령이 한편을 들어주면서 까다로운 구세대도 숙청시키고, 무고한 사람도 죽고 수감되었다. 심화조 직전에 탈출한 황장엽 씨는 혹시 알았을까 모두가 궁금해했다. 더욱이, 심화조 주도 숙청 당시 장성택은 김정일도 못 건드릴 월권을 행사해 차후 불씨가 되었다. 장성택은 김정일 쪽 사람까지 쳐버렸다. 그 이후 일은 모든 이의 상상으로...


찬바람 불고 낙엽 떨어지고 시간과 계절은 흘러... 그렇게 흐른 마지막 3일. 부상자는 있었지만 전사자는 없었다. 대원들은 이제 정을 떼려 한다. 추억이라고 하기엔 고통스럽고 그러면서 정도 들어버린 이 곳의 산. 하도 돌아다녀서 낯선 곳이 없어진 곳.


아군은 저 위로 올라갔고, 중국만 참전하지 않으면 승부는 결정지어졌다. 중요한 것은 전쟁 자체가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미국 중국 러시아와의 교섭. 통일된 한국이 어떤 정책을 취하는가가 그들 초미의 관심사였고, 이 땅에서 사람이 얼마나 죽었는가는 관심거리 아니다.


중국은 강력한 미군의 진지가 대통일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랐고, 러시아는 한국이 중간에서 강력한 차단물이 되어 중국의 확장을 막길 바랐고, 미국은 전통적인 우호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라며 돈을 투자했다. 다시 한동안 그걸 굴욕적으로 갚으며 눈치 봐야 한다. 중국 러시아가 참전을 하지 않은 건 미국을 위시한 서양사회의 압력 때문이지, 전쟁이 두렵거나 그런 건 아니다.


일본이야 한국이 강해져서 자기들을 침략할까 불안해하면서 딱히 수저를 얹을 데가 없었다. 육상군을 한국에 파견하는 건 내정간섭이며 북한군을 상대한다는 건 불안했다. 일본이 미국의 하수인이며 역사청산을 안 한 더러운 놈들이라는 해방 직후 역사적인 앙심을 여전히 가진 곳이 북한이다. 육상자위대도 현해탄을 건너가느니 그냥 병영에서 자위나 하길 바랐다. 전쟁의 마무리는 정치적이었다.


엄격한 불빛 관리 속에 대기... 동이 텄고, 대원들은 간밤의 매복 결과물을 확실히 본다. 죽은 자들은 대원들에게 정서적 동요를 일으키지 못했다. 시신 처리는 북한 민간인들을 시켜 수습하기로 결정했고 대원들은 병기만 노획해 챙겼다. 상부는 모든 총기를 방치하지 말라고 했다. 만약 중국이 참전할 경우 북한군 출신도 수용해 전쟁을 치른다는 생각으로 북한군 병기는 꼼꼼히 보관하기 시작했다.


피로했으나 그리 심각하지 않다. 근 일주일 수집소에서 꿈에도 그리던 짬밥을 먹으며 잠도 편하게 잤고, 작전 후에도 내려가 먹고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작전하면 1년은 하겠다고 생각했다. 허기와 고독은 사라졌고, 사단에 약속한 마지막 날이 밝아 이제 끝이 왔다. 남으로 간다. 그리던 리남으로.


“병력 철수!”


중령이 하산을 지시했다. 다른 지역으로 나간 매복 병력도 비슷하게 복귀할 것이다. 병력을 다른 곳으로 떼어 보낸 것은, 원래 그 대대 섹터에서 적 출현 보고가 있었고, 이중령은 그 쪽 지역대장에게 일임했다. 잠시 가면을 취했다 일어난 이중령은 수집소에 도착할 때까지 방심하지 않고 인솔한다는 생각으로 아침을 맞는다.


새벽... 하산한다. 이제 남으로 간다. 언제 다시 총을 쏠지 모른다. 하지만 군대에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때가 위험하다. 조심해야 한다. 조심은 떨어지는 낙엽도 피할 정도로...


'이제 여기도 평화가 찾아오는가?...'


1열로 내려가는 대원들. 도로가 보일 무렵,


탕! 타타타타!!!


익숙한 총성이 울렸다. 7.62mm! 소란해지면서 선두가 뛰기 시작했다. 총소리 판단 6-700미터? 총소리를 듣건대 잔당으로 추정되는 적이 도로에서 뭔가 쏜 거 같았다.


질주하는 선두는 저 멀리 정지한 아군 트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예상 그대로였다. 좀 더 빨리 뛰기 시작했을 때, 선두는 역으로 올라오던 깡통모자 분대 병력과 마주했다.


항상 순간이었지만, 그들은 등산 도주하고 있었고 이중령 병력은 하산 철수하고 있었다. 이중령은 총소리를 듣는 순간 자동적으로 권총을 뽑았다. 빨리 내려간 선두 첨병조는 거의 동수의 적과 올라가고 내려가다 직면했다. 그리고 탕! 탕! 탕! 다다다다 발포가 시작된다. 구경이 다른 총소리가 섞였다. 다리가 불편한 이중령은 지팡이를 던지고 아래를 향해 거의 외발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감이 좋지 않다. 부하들의 순간 대처는 의심하지 않았다.


거의 도달했을 무렵, 항상 그렇듯 총소리는 멎어 있었다.


또... 쓰러진 자들.


한 대원이 깡통모자 하나를 들어 머리에 맞춰보고 있었다. 이상했다. 이중령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보통 무표정하게 담배나 피우던 모습이 아니다. 몇 명이 무릎을 가슴에 대고 인상을 찡그린 채 쪼그려 앉아 있었다. 눈빛들이 맹렬히 타오른다. 이중령은 본능적으로 소리친다.


“누구야~~~!!”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누구냐고!...... 말해!”


작가의말

다음넷 잇빨중사홈피 카페에 

영도유격대 소설 천국의 공룡과

월남전 소설 미트볼 스파게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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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고양이는 숨어서 죽는다 1 24.01.29 190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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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Curtain Call 8 24.01.15 20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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