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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2 12:00
연재수 :
3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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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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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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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K-7 Deuce 1

DUMMY

K-7 Deuce







손바닥으로 벽을 치는 소리


탁! 탁!


정도?


어떤 사람은 가래침 뱉는 소리라고 하지.


하지만 8면이 막혀 있다 보니 타럭! 소리 다음에 작은 소리로 ‘틱. 틱’ 반향이 따라간다. 그러니 실내에서 쏠 때 타락! 틱. 틱. 티... 정도로 끝난다. 아주 빨라서 타라딕! 정도로 들린다. 그래도 이 요란한 소리는 음향이 밖으로 크게 안 퍼진다는 증거. 밖의 비와 천둥소리와 합하면 난 그림자다. 언제 왔는지 모르는 그림자. 그림자 전사라고 붙이고 싶지만, 모든 전사(warrior)는 전사(dead)한 사람들에게 적당하다. 난 아니다.


어쨌거나 귀가 아프다.

실내 소리가 생각보다 크다.


“쓸만한데?”


처음에는 여기다 왜 건 라이트를 부착했는지 몰랐다. 떼고 싶진 않았다. 원래 주인이 붙여놓은 거니까. 문득 켜보니 수도 파이프만 한 이 건 라이트에 적색 필터가 있다. 그것 또한 아리송했다. 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건 라이트는 산에서 못 쓴다. 밤에 담뱃불도 극히 조심하는데 이런 강한 라이트를 어떻게 쓰나. 아무리 길이 안 보여도 못 쓴다. 결국, 이건 작전용이었다. 무 패널 공중 재보급이라면 모를까.


방에 들어가기 전에 스위치를 켰고, 난 오른쪽 가슴에 이 레드 라이트 빔을 위치했다. 두 번. 게임 하는 기분이 든다.


이제 반동도 못 느낀다. 공포탄 쏘는 기분이다. 역시, 권총탄은 권총에 넣어서 쏠 때의 통제력이 형편없는 것. 한 손이기에 반동이 심하다 생각하는 것. 같은 탄을 기관단총으로 만들어 사용하면 아무리 단발로 계속 긁어도 총구가 거의 그 자리. 이 총에 적응했다.


둘 다 오른쪽 가슴에 대고 줬다.


쏘고 나서 움직임을 봤고, 움직임이 없자 레드 라이트를 들어 얼굴을 비춘다. 징후가 나타나면 면상에 쏘려 했지만, 하나는 눈을 감았고 하나는 수정체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죽은 척? 총 앞에서 이렇게 빠르게 연기력에 성공하는 놈은 없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는데 내가 왜 복면을?


CQB할 때 안면 버프를 쓰면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지. 방독면 착용 뜀걸음 하는 것 같은. 그냥 내 얼굴을 보여주기 싫었나. 하여간 내가 하는 모든 건 옳아. 내가 군복 천으로 복면을 안 했다면 저 눈의 수정체에 마지막으로 촬영된 건 나 아냐. 그거 3일 동안인가 잔상으로 남아 있다가 사라진다는데, 누구 맘대로.


‘끝. 2번 방 확인.’


잔인한가?

아니지, 한 방으로 보내주는 건 군인으로서 예의지. 범절.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그랬지. 인간처럼 사냥하는 동물은 없다고. 어떤 동물이 인간처럼 완전한 무장으로 오랫동안 사냥을 했냐고. 앞으로도 인간의 끝없는 사냥을 막을 것은 그 무엇도 없다고.


다 좋은데 그 인간, 약간 남성 권위주의에다 좀 과격하지. 하지만 자살한 건 마음에 들어. 사냥총 총구를 입에 물고 태평양전쟁 일본군처럼 자총 했거든. 키가 커서 다행이야. 태평양전쟁 일본군들은 키가 작아서 소총의 총구를 입에 물고, 그 상태로 손이 방아쇠에 못 닿기도 했어. 발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겨 자살한 놈들도 꽤 있었거든.


헤밍웨이 독특해. 그러면서 마초가 어떤 건지 보여줘. 너무 심한 마초는 어쩌면, 자신에 대한 불안도 너무 큰 거야. 어떤 사람은 근육 키우고 눈빛이 강렬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복종시키는 재주가 있거든. 마초는 그게 없으니 강제로 복종하라는 불안감 같아. 복종하지 않으면 나 미쳐버릴 것 같아요. 하하. 그딴 마초 전장에서 쓸모도 없지. 병신은 아무리 몸이 좋고 폼이 나도 병신이거든. 말년의 헤밍웨이는 알코올 중독에 과대망상에 무척 불안했어. 갱년기 때문에 자살했나? 아니, 양심이 있어서지. 나쁜 짓 많이 했거든. 작가들이란 양심이 있어서 탈이야.


천둥이 친다.

이런 날, 산 손님이 내려오는 거 모르나.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산사람.


그러나 산사람도 사람이다. 이 어느 기간 동안, 그 기간이 끝으로 흐른다는 생각이 들 때 자꾸 떠올리는 게 있다. 묻은 곳, 우리 여타 장비와 군복을 묻은 곳, 우리가 넘어올 때 입었던 디지털 픽셀 군복, 그 묻은 곳에는 딱히 꺼내서 쓸 것이 없다. 대원들은 산야를 누비고 또 숫자가 줄어들지만 산 자는 자꾸 떠올린다. 우리 막내가 수상했었다. 뭔가 수상했었다. 마지막으로 묻을 때 하의 건빵주머니가 빵빵했다. 내 짐작컨대 그 자식 분명 베레모 가져왔다. 노란 모표. 검은 베레모. 난 1초 망설임도 없이 짐에 쑤셔 박고 부대를 떠났다. 생각하니 그렇다. 그 베레모는 내 거다. 남의 베레모 쓰는 놈 없다.


‘아군을 만날 때 거기 가서 파야 한다.’


적군 군복으로 북상하는 아군 앞에 서고 싶지 않다. 우린 우리 군복을 입고 만나고 싶다. 적으로 오인사격을 받을까 봐서가 아니다. 마지막까지 디지털 픽셀을 고집한 대원도 있으나, 대체로 많이 갈아입었다. 일단 공화국 인민군복이 안전하다. 가까이서 보면 ‘넌 산사람’ 바로 사격을 받겠지만, 조금만 거리가 멀어지면 잠시, 내가 먼저 조준하고 미간에 한 방 날릴 몇 초를 준다.


누가 와서 먼저 팠기를 고대한다.

아군을 만날 때 쪽팔리고 싶지 않다.


면도하리라.

이 파 뿌리 머리를 대검으로라도 자르리라.


자꾸 군복 파는 상상을 한다. 군복이 썩진 않았겠지? 흙 물이 들어서 색깔이 이상해졌나? 잠깐, 그게 거기 맞나? 그 산, 8부 언저리, 바위가 많아지는 공지선 바로 아래, 거기 나무가 있다. 나무의 가장 긴 가지가 지시하는 방향에 묻었다. 다섯이 같이 묻었다. 거기 아직도 군복이 다섯 개 있겠지만, 남는다. 군복이 남는다.


어쩌면 거기 못 돌아갈 수도 있다.


지우고 싶지만 자꾸 거기서 군복을 갈아입고, 그 축축한 물기에 피부가 질척하고, 태양이 뜨고 군복이 마르고, 아군 보병 기갑 앞에 당당히 서는 걸 하고 싶다. 가족에게 빨리 소식을 전하고 싶다. 나 살아있다고. 아들 살아 있고 니 남자친구 아직 건재하다고. 아직 다른 dick 안 빨아도 된다고. 날 봐라. 내가 원래 성격 물러터졌다고 허나, 난 여기서 에이스다. 아직도 에이스다. 나 살아 있다. 군복을 파내서 입으리라. 시간이 주어진다면 햇볕에 말려서 입고 싶다.


하지만 꿈이지. 꿈일지도 모르지.

오늘 우리는 나는 복수하러 왔다.


오늘 우리는 나는 도망치기 더러워서 여기 왔다.

사정 이러하다고 우리가 끝낼 거 같냐?


새끼들, 곤조가 있지...

이런 천둥 치는 날에 산 사람 처음이냐?

잠이, 오냐? ㅋㅋㅋㅋㅋ.....


“3번 방 확인.”


그런 놈들이 OVERKILL을 하지. 과도한 살해행위. 공포. 상대가 나에게 더는 저항하지 못하도록 너무 심하게 가해하는 행위. 다시 살아서 대들까봐 겁이 나서. 어떤 영화에서 ‘사람이 사람 죽이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 폼 나는 말을 하고. 그런 말을 하는 놈은 바로 걸레로 만들고 똑같은 말을 해주는 거야. 그래서 그놈이, 어머나? 말처럼 자기가 죽는데 무슨 이유가 있냐, 죽음을 받아들여! 그럼 인정하지. 넌 병신 아니로구나.


과연 그래? 죽음을 앞에 두면 다 찌질해.


그렇지 않은 인간이 있지. 그런 인간들이 있지.

군인.

그래. 군인이야.

죽을 시간도 없어. 무슨 감상적인.

죽기도 바쁘다니까. 쏘다가 어느 순간 죽어.


이제 위장도 포기했는지 꼬르륵 소리 들은 지 오래됐다. 몸이 그나마 에너지를 보전하려고칼로리를 약간이라도 소모하는 행위까지 줄인다. 그래도 단점은 장점을 보정하는 법... 몸이 가볍다. 어지간히 오르막을 속보하고 뛰어도 거친 숨이 안 터진다. 마라토너 체형이 된 것 같다. 평지를 걷는 건 숨이 누워 있는 수준이다. 몸이 그러해서인가, 예전에 저 아래서라면 놀랄 것이 그냥 그렇다. 현실이 아니라 그림 보는 것 같다. 현실은 오직 내가 죽을 때뿐...


꼬르륵 소리는 없다. 종종 칼로 찔리는 것처럼 속이 쓰리다. 한번 오면 5분은 몸서리칠 정도로 속이 아리고 쓰리고 고통스럽다. 원 더러워서...


어, 여기 하나 있네.

아까 복도에 나왔다가 맞은 놈인가?

맞긴 맞았는데,


이 녀석 숨이 붙었네?

시험 삼아 해볼까?


“너는 살 이유가 있냐?”


반응이 없네. 눈에는 생명이 있는데,


“다시 말하지. 너는 죽을 이유가 있냐?”


터럭!


응답시간 초과.

2층으로 올라가 볼까.


항상 궁금하다. 사람이 사람 죽이는데 이유가 없다고? 그건 범죄지. 범죄자가 할 말이지. 전장에서 할 말이 아니지. 사람이 죽는 이유?


적이기 때문이다. 적은 죽어야 한다.


아군을 죽일 놈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사라져 줘야 한다. 내가 군인으로서 빨리 많이 죽여야 전쟁이 빨리 끝난다. 그게 더 인도적이며 남는 장사다. 뭣도 모르는 것들이 까불다가 대량학살을 맞이해. 전쟁은 다 돈 때문에 일어나는 거야. 우리 과 전임교수님이 말씀하셨지. 돈이 더러운데 전쟁이 깨끗할 리 있어?


그럼 묻자. 나는 왜 살았는가. 나는 왜 아직 살아있는가. 난 아직도 왜 이유 없이 죽지 못했는가. 내가 어떻게 알아. 생존자 편향의 오류 법칙 : 생존자만을 토해서 취합한 정보는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다. 예를 들어, 펀드의 수익률에서 망한 회사 것은 입력되지 않는다. 공중전은 살아 돌아온 전투기 조종사만을 조사한다. 신문과 뉴스는 병신 짓을 하지. 증언할 사람이 살인범밖에 없는데, 그 말을 다 믿어?


나도 모르는 거야. 그게 당연한 거야.

여기서 뭘 하고 있는 나만 믿으면 돼.

내가 하는 건 모두 옳아.


모포는 짧고 겨울밤은 길다.


아. 이거 복잡하네. 여기 들어왔던 방이잖아.


“짜증 나게.”


CQB용 캐미컬 라이트가 필요해. 지(gee)라이트. 그걸 꺾어서 던져놓으면 제압된 방이란 뜻. 다른 대원이 봐도 Clear room이란 걸 식별하니까. 소방관들도 비슷한 걸 하더라고. 화재가 진압되어도 방들에 유독가스로 인한 기절이나 질식자가 있는지 확인하고는 문에 뭘 붙이더라고. 다른 소방관이 또 수색하지 않게.


소방서는 또 다른 군대 생활. 군대 버금가게 기수 따지는 데다 짬밥 졸라 높고, 거기에 플러스로 우리 선배들 너무 많아. 졸병 생활 5년은 약과.


정찰대에서 배운 거 여기 써먹네.


수류탄과 스턴탄은 둘을 세고 던져라. 스턴탄은 던지고 나서 터질 때까지 묻을 닫아라. 시력만이 아니라 고막이 나가야 제압이 빠르다. GIGN이 스턴탄 불발이 나서 진입 1번 2번이 총에 맞았었어. 측면사격 – 엎드린 상태에서 총을 90도 돌려서 쏜다.

테러범은 보통 서서 걸어오는 상대를 기다린다. 사격은 완전제압 모잠비크 드릴. 쓰러진 적이라도 총은 몸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는다. 발로 밀어서 이격시켜라. 방을 나갈 때는 조심하라. 나가는 순간 동료가 즉각반응으로 총을 쏠 수가 있다. 고로 나는 말해야 한다.


“박! 박!” (나야!)


나다.

그럼 너는


‘김! 김!’ (알았어!)


나는 불상자가 아니라 알려야 한다.

어디 갔나. 물 마시러 갔나.


아 또 착각이 왔어. 없다. 나 혼자야.


방이 너무 좁으면 권총을 뽑아라. 테러범이 옆에 숨어 있을 수 있고, 소총을 못 돌리거나 상대 손에 잡힐 수 있으니까. 좁은 방에 권총을 들고 들어갈 때는 손목을 꺾어서 좌나 우로 쏠 대비도 하라.


‘마지막 방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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