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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4.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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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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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2

DUMMY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많은 병력이 북적북적 대는 것. 80명에 가까웠다. 넘어와서 이렇게 많이 만나는 게 놀랍기는 하나, 이것이 현재까지 모인 우리 여단 침투 병력의 절반, 2개 대대 전부다. 말이 많아진다. 대대가 달라도 한두 다리 건너면 다 연결된다. 특부후 동기 선후배로, 장교들은 임관으로...


더 놀라운 건 무리에 섞여 있던 타 여단 2명. 많은 질문을 받았다. 신기했다. 우린 둘이 신기하고 둘은 우리가 신기하다. 북적 북적 자기들과 비슷하게 이 지랄을 하고 있단 말이지.


안타까운 건, 이 타 여단 두 명에 해당되는 동기가 우리 중에, 한 명도 없었다.


죽거나 실종되었거나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많은 수가 북한군복을 입었다. 뭉쳐 뛰던 무리 중에 디지털 픽셀이 없는 북한군복들은 접선에 공포를 느꼈다. 바로 당길까봐 겁도 날 만도 하다. 당기는 건 반사적이다. 다행히 우리들만의 공통된 징표가 있었다. 더럽다. 장발에 수염이다. 면도기까지 챙겨 온 놈은 없다. 머리가 불편하면 대검으로 잘랐다.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갈라졌던 지역대나 팀, 임관하고 처음 북한 땅에서 만난 동기. 확률은 매우 희소했다. 그들이 조우해 운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서로 아는 동기들의 죽음을 알렸기 때문이다.


산중의 무리 최선임인 5대대장은 아주 짧게 설명하고 이동을 준비시켰다.


“자랑스런 우리 여단 동지들! 군말할 시간 없다. 오늘밤 바로 출발해야 한다. 목표는 여기서 30km. 딱 한 마디면 이해할 거다. 북조선의 가장 큰 병기를 치러 간다. 이 말은 도착할 때까지 잊어라. 오늘 우리가 받은 이 명령은 국가의 존폐와 우리 국토의 엄청난 파괴와 참상을 막기 위한 작전이다. 도착할 때까지 정찰조가 이틀 이상 관측하고 침투로를 닦고 있을 것이다. 최대한 북한군복으로 갈아입어라! 북한모라도 써라.”


전에 모를 엄청난 기운을 느꼈다. 지역대 이상 상당한 병력이 거의 다 북한군복 입고 가진 모든 탄약과 식량을 들고 이동했다. 높은 고산준령 타고 빠르게 GO! 5대대장은 도달할 때까지 절대 교전 불가를 명했다. 바로 옆에서 총을 쏘더라도 빠르게 통과해 목표로 간다고 했고, 이 대규모 이동에서 후미경계조는 흔적제거를 무척 신경 썼다. 능선 타다가 계곡으로 내려갔다 올라오기를 반복했지만 30km는 금방 돌파했다. 플래시백도 아니고 이거 어디서 본 장면인데... 아! 그거였다. 울진 삼척 무장공비 사건. 태백산 타고 내려와 해방지구를 만들겠다는 꿈을 꾼 124군부대.



숨 가쁜 산악행군 속에 결국 도착했다. 평안남도와 북도의 접경. 토끼의 모가지 평안북도 영변군. 토끼 목 따기. 일대는 이미 여러 차례 폭격이 있었던 것 같다. 부서진 것은 놔두는 경제적인 열악함. 결과적으로 이 폭격의 효과는 ‘그만해도 우린 복구 못해!’ 미 공군에 사정이라도 하듯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목표 1km 거리에서 멈췄고, 거기서 무전기로 정찰조와 접선했다. 정찰조는 이틀 주야로 관측하고 침투로를 답사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 목표는 산이 아니라 산속 터널 안에 있었다. 정찰조 설명은 상당했다. 북한군 현역부대와 예비군부대가 합해서 3개 대대급이었고 도로를 따라서 곳곳에 청년근위대나 지역 민간인들까지 나와서 지키고 있었다.


목표의 주 통로는 터널의 입구이며, 시설 중심점에서 폭 1km 원형으로 산악에 철조망이 쳐 있고, 내부에 2선처럼 또 다시 경계선이 있었다. 은밀히 1차 철조망을 돌파해도 그 다음은 2선 돌파인데, 이때가 가장 중요했다. 그 2선 경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원사들이었다.


휴전선 남쪽과 북쪽을 은밀히 돌파하는 화선침투훈련 경험이 있었다. 2선 적 초소는 30미터 간격이었는데, 적의 주된 병력은 터널 입구와 접근로에 집중되어 있었다. 입구 정면돌파는 불가능해보였다. 정찰조가 경험한 이틀 동안 2선 북한군은 30미터 간격 초소들을 전부 투입하지 않고 야간경계 들어가는 초소들이 부정기적으로 이동하는 듯했다.


침투 최종 3단계는 그 터널 안쪽 공장으로 내려가는 수직 갱도형 환기구 중 하나였다. 정찰조는 야간에 그 환기구까지 접근해 확인했고, 위쪽 용접된 뚜껑을 떼어내고 로프를 이용해 내려가는 방법을 결정했다. 이틀 동안 그걸 계속 조금씩 잘라냈다고 했다. 터널 안은 공장이다.


미군 위성이 볼 수 없는 곳. 하지만 뭘 만드는지는 잘 알고 있었고 들어가면 끝이라는 것...... 우린 웃고 말았다. 저기 들어가서 목적을 획득하고 나온다? 입구에 3개 대대나 있는데? 하지만 우린 받아들였다. 그냥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5대대장은 병력을 2km 뒤로 물리고 다음 날 해가 질 때 시작해 동 트기 전에 침투에 성공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루가 필요한 이유는 장비 때문이었다. 로프가 없다. 그래서 15명 팀을 하산시켜 10km 남쪽 북한군 부대를 습격하기로 했다. 거기서 어떻게든 로프를 구해야 했고, 무게만 버티면 마닐라삼이든 나이롱이든 상관없었다.


그날 밤 노획공격조가 하산한 뒤부터, 우린 DMZ 수색대로 근무했던 장교들과 원사들로부터 좁은 경계가 있는 곳을 통과하는 단거리 은밀 침투를 간략히 교육받았다. 2선 경계를 뚫는 게 목적이었고, 아무리 우리가 여기서 경험이 많았지만 이건 전혀 달랐다. 주간에는 관측당할 수 있어 몸에 풀까지 꼽고 최대한 자연지형에 위장해 붙어 대기했다.


소리 나는 금속 플라스틱을 모두 떼고, 특전조끼도 벗거나 강하게 조이고 결속했으며 가진 끈으로 팔뚝과 군복 손목을 묶어 민감하게 만들었다. 2선 안에 지뢰나 부비트랩 확률이 있었고, 선두 첨병조는 지뢰탐지를 연습했다.


거기 들어가지 않는 인원이 있었다.


총 4명.


그들은 정말로 우리에게 미안해했다. 4명은 저격총과 실탄이 남아 있었고, 그들이 받은 임무도 간략했다. 안에서 총성과 폭음이 들리기 전까지 기다리다가, 전투소음이 터널 안에서 들리기 시작하면 터널 외부의 적, 거기서 하전사는 사이트에 들어와도 건드리지 말고... 군관만 저격하라. 딱 그 임무 하나였다.


파괴 외에 확실한 임무를 받은 건 공격 1조였다. 1조는 침투에 성공하면 터널 입구로 진출해 밖에서 들어오는 적을 막는 게 최초 임무였고, 그래서 공격 1조가 20명 넘게 가장 많이 편성되었는데, 1조를 5대대 병력에 5대대장이 자진해서 맡았다.


다만, 이 모든 게 공격 1조라도 안전하게 다 들어간다는 가정이 현실로 이뤄져야 한다. 적어도 1조가 전멸하기 전에 나머지가 내부를 파괴해야 한다. 외부에는 북한군 현역 적어도 1.5개 대대와 준군사 2개 대대. 입구는 병력이 너무나 많고 화력도 막강하다. 터널로 향하는 계곡에는 고사포들이 있었고, 터널 앞에 토치카 형태 기관총좌는 10개도 넘었다. 만약 터널 돌파를 시도하다 고사포가 직사로 갈기면 방법이 없다.



해가 지고, 지시에 의해 내일 먹을 걸 빼고 모두 먹어 없앴다. ‘남는 것’이라고? 무엇을 말하나. 특전식량 같은 건 씨가 말랐다. 재보급 없었고, 모두 민가나 도로에서 노획한 것을 산에 그렇게 많이 지고 올 수도 없었다. 우리 팀원들은 전날 반합으로 만든 차가운 주먹밥과 소금을 먹었다. 생쌀과 생 강냉이를 씹는 팀도 있었다. 북한군 즉석쌀밥을 먹는 팀은 호화로워보였다. 서로서로 나누어 먹었다.


70명이 넘는 이 대규모의 4개 조는 내부작전이 아니라 침투에 성공하기 위한 편성이었다. 만약 초반에 발각될 경우는 구멍 앞에 10명만 남고 전 대원이 터널 입구를 향해 돌격하기로 되어 있었고, 퇴각은 없었다. 알게 모르게 대원들은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많은 인원이 그 좁은 환기구를 통해서 다 들어갈 수 있나? 안 들키고 전 인원이 다 들어간다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야밤, 수기신호로 우리 조가 모였다.


5대대장이 전체를 모을 수 없기에 각 조 별로 지역대장이나 중대장들이 전달을 받아 우리를 모이게 했다. 내가 속한 조는 4개 중 맨 마지막 조로 후미경계/흔적제거, 우리 지역대장이 조장이었다.


우리 16명은 커다란 바위 밑에 스크럼을 짜듯이 밀착해 모였다. 더러운 냄새가 났지만 - 입에서 악취들이 났지만 - 중요하지 않았다. 몸에 붙은 전우의 몸과 체온, 숨소리, 긴장한 근육들,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인 사람, 어떤 하나의 감정으로 통일될 수 없는 무리의 살기와 자포자기의 뒤섞임. 우리도 인간이고 죽음을 앞두자 자꾸 생각이 남으로 간다.


지역대장은 목이 막혀 곧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그 스크럼 중간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지역대장 앞뒤 옆에 몸을 붙이고 말을 기다렸다. 지역대장은 첫 마디부터 절대로 사기가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첫 말이 바로 그랬다.


“5대대장님이 선두 첨병조와 같이 들어간다.”


더 이상 설명이 있을 수 없었다. 그 말을 듣고, 스크럼을 짠 우리는 찡그린 표정으로 소리 없이 웃었다. 옆사람 앞사람 몸이 그 웃음으로 떨린다. 대대장이 왜 그러나... 그런 것도 아니고, 대장이 앞장을 서는 게 웃긴 것도 아니었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웃었냐고 묻는다면 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애써 설명하자면 공수부대 대대장 답다?... 하여간 그 말은 우리 사기에 분명히 힘을 주었다. 적 순찰조가 나올 수 있기에 소음을 줄여 최대한 줄여 짠 스크럼 집합, 그렇게 뭉쳐 있자, 마치 살아 있는 유기적인 생명체 한 놈처럼 반응한다.


“앞선 조가 내려가고 전투가 벌어져 총소리가 나면, 내가 판단해서 계속 들어갈 것인지 터널 입구로 돌격할 건지 결정한다. 내부 침투에 성공해 파괴작전이 시작되면 그때는 두 가지다. 큰 것과 고가로 보이는 건 무조건 다 작살낸다. 좀 이상하다 싶으면 다 빠사~라. 그냥 다 아작 낸다.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되면, 그때, 우리 지역대는 뭉친다. 일단 뭉쳐서 결정한다. 우리 지역대는 함께 싸운다.”


지역대원들이 서로의 몸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모두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해상훈련장, 물에서 한 시간 만에 퇴수하는 듯하다.


하루의 마지막 위로휴가



동이 트고 남쪽 북한군부대를 습격하러 갔던 팀이 돌아왔다. 난 판초로 몸을 감싸 한숨 자고 일어나서 얘기를 들었다. 로프를 구해왔다고. 그리고 두 명이 못 돌아왔다고... 그럴 줄 알았다. 쉬운 게 어딨나.


습격팀은 로프 외에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 대인지뢰를 열 개 들고 왔다. 촉발식으로 폭약처럼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가끔 그런 생각 했었다. 삼발이 촉이 달린 대인지뢰를 안전핀 모두 제거하고 던지면 어떻게 되나.


아군 깡통 대인지뢰도 터지면 어마어마하다. 폭약은 한 2파운드 정도로 보였지만, 둔감한 일반 군용폭약보다 강한 고형화 고밀도 폭약을 넣지 거기 C4~5 같은 둔한 걸 넣겠는가. 안전핀 빼고 투척하면 투척자도 중상을 당하거나 목숨 장담 못한다. 하지만 그걸 두꺼운 콘크리트 구획 방안에 던지면?...


내부 전멸한다. 우린 이런 거 생각하며 논다. 어렸을 때 백호부대 유명한 동영상을 보는데 군대 빡시게 갔다 온 삼촌이 그랬다. 저 부대는 무슨 간첩부대 같다고. 일과가 끝나고도 어떻게 해야 총이 잘 맞을까 고민하고 연습하는 게 간첩훈련 같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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