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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물고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greater
작품등록일 :
2022.06.12 00:01
최근연재일 :
2022.06.18 23:17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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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6
추천수 :
80
글자수 :
131,130

작성
22.06.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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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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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9화 장례식장

판타지 작품으로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동행하는 즐거운 시간여행이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DUMMY

출렁이는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고 있을 무렵이었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입구 쪽에서 요란한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들려오더니 회색 헬멧을 쓴 젊은이가 나타났다. 그는 비서실장 앞에 오토바이를 멈췄다. 그러곤 검은 색 가방 하나를 비서실장에게 불쑥 건네주었다. 그 젊은이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급작스럽게 핸들을 돌리더니,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오토바이에서 생성되는 시끄러운 소음이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까지, 그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비서실장은 까마득한 점으로 사라져가는 오토바이를 주시하고 있다가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담아냈다.

"이제 다 끝 난 건가? 아니지 딱 3년만 외국생활을 하다가 회사로 돌아와야지. 상임이사가 나를 무시할 수는 없을 거야. 계열사 하나는 받아내야지."

그가 히죽거리면서 혼잣말을 했다.

무거운 가방을 힘겹게 들곤 그는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 쪽으로 갔다. 하지만 그가 잠시 주춤하더니 뭔가를 호주머니 안에서 꺼내어 모래밭 속에 깊이 찔러 넣고는 그 위에 다시 모래를 덮고 한 차례 힘 있게 발로 밟아주었다. 아무도 모르게 뭔가를 모래밭 속에 숨겨둔 모양이었다. 그리곤 그는 그 승용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편안하게 뒷좌석에 앉아 ‘음-’ 하고 탄성을 흘리곤 행복한 웃음을 입가에 지어내며 잠시 긴장된 마음을 풀어냈다. ‘5억이라, 해외로 나가면 몇 년은 버틸 수 있겠는데, 돈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상임이사에게 다시 손을 벌릴 수밖에 없지. 신 회장의 목숨 값이 겨우 5억이라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싼 데.’ 하고 그는 피식 웃으며 그 가방의 비밀번호를 하나씩 눌렀다.

그가 흥분한 마음으로 검은색 가방을 여는 순간이었다. 삑삑거리는 전자음이 들리더니 고막이 찢어질 만큼 엄청난 폭발음이 사방을 진동했다. 그 가방 안에 장착되었던 강력한 시한폭탄이 터졌던 것이다.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난 그의 시신은 삽시간에 붉은 화염에 뒤덮였다. 불이 붙은 승용차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이내 땅에 떨어진 거대한 폭탄처럼, 또 한 번 ‘펑-’ 하는 소리를 내면서 터졌다. 휘발유가 든 연료탱크가 터진 모양이었다. 그 승용차는 쇳조각 파편들을 하늘로 튕겨내면서 시커먼 연기를 뿜어냈다. 그 주변은 온통 태양이 작열하는 모래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후끈거리는 뜨거운 열기가 회오리바람처럼 맴돌았다.

상임이사는 멀리 떨어진 언덕 위에서 불에 타고 있는 그 승용차의 파편들을 소형 망원경으로 말없이 살펴보고 있었다. 모든 일들이 자신의 계획대로 잘 처리되었다는 듯,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가에 잔주름을 길게 그려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의 오른팔과 같은 존재가 비서실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너무 많은 비밀들을 알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상임이사는 그를 살려둘 수가 없었다.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가방으로 위장한 시한폭탄을 무기밀수업자들로부터 사들였던 것이다. 그는 비서실장을 완벽하게 제거하게 된 것을 통쾌하게 여겼다. 그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해변을 망원경으로 주시하면서 실실 웃음을 터뜨렸다. ‘나의 앞길에 장해물이 되는 놈들은 누구든지 숨이 끊어지게 될 것이다. 하이에나를 닮은 너처럼 말이야. 네놈이 살아있으면 평생 내가 발을 뻗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거든. 흐흐흐! 어리석기 짝이 없는 놈! 어리석게도 나를 믿다니!’

죽은 비서실장에 의해서 이미 신 회장이 살해되었으니, 이제는 아무도 자신의 비리나 과거의 죄를 아는 자는 없을 거라고 하면서, 어금니를 굳게 다물었다. 만에 하나 그 동안 감춰져있던 모든 사건들이 밝혀진다고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신 회장이 지시를 내리고 비서실장이 일을 처리한 것으로 완벽하게 조작을 한다면, 자신은 안전할 거라고 여겼다. 그야말로 모든 것들이 소각되어 잿더미가 된 거나 다름이 없으니, 전혀 증거를 찾을 수 없는 완전범죄가 이루어진 셈이었다. 상임이사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징그러운 웃음소리를 토해냈다.


19.


신회장의 장례식 장에 나타난 상임이사는 조심스럽게 신혁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했다니...... 고인께서도 원통하여 어찌 먼 저승길을 떠날 수 있겠는가? 속히, 범인을 잡아 고인의 원한을 풀어드리게. 나도 그걸 원하니까.”

상임이사가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조소하듯 말했다.

“그날 병원에서 돌아와 숲속을 뒤졌는데, 바위 밑 근처에서 탄피를 발견했죠, 그걸 비닐봉투에 잘 넣어서 국과수로 넘겼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엔 범인의 지문이 밝혀지겠죠.”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앞서게 되자 상임이사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

신혁은 창밖을 내다보다가 여유 있게 걸어가고 있는 상임이사의 뒷모습을 지켜보곤 두 눈을 부릅뜨면서 주먹으로 벽을 쳤다. 주먹에서 뼈가 쪼개지는 통증이 느껴졌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탄피를 조사해보면 분명 비서실장이나 상임이사의 지문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하여 신 회장을 암살한 인물은 상임이사가 틀림없을 거라고 그는 연거푸 속으로 중얼거렸다. 탄피를 찾아냈다는 말을 했을 때, 상임이사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얼굴색이 어둡게 변했었다. 그것을 보곤 신혁은 더욱더 자신의 추측이 맞을 거라는 예감을 가슴 속에 새겨두었다.

하늘이 더욱 캄캄해지더니 후드득거리며 빗방울들이 떨어졌다.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더니 번갯불이 번쩍 거리며 하늘을 갈랐다. 검은 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달리던 상임이사는 천둥번개가 치자 몸을 움츠리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손가락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그의 얼굴빛이 심하게 어두워졌다. 잠시 그가 타고 있는 승용차가 중심을 잃고 도로 위에서 휘청거렸다. 불안감이 증폭되자 그의 얼굴이 서서히 어두운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자신의 미래가 더 이상 탄탄대로가 될 수 없다는 걸 확실히 인식한 탓이었다. 자기 앞으로 성큼 다가선 파멸과 죽음의 그림자를 언뜻 보았던 것이다. ‘이대로 내 꿈과 야망이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가 검은 하늘을 갈라내고 있는 번갯불을 바라보면서 목이 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장례식을 마치고 신혁과 시연은 마음의 상복을 벗었다. 그 사이에 상임이사는 살인 및 살인교사 혐의로 검찰에 의해 입건되었다. 시한폭탄이 터져 비서실장의 몸이 산산조각이 난 자리에서 그의 지문이 묻어있는 총알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신혁이 검찰에 넘긴 탄피와 일치했던 것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그 총알 표면에는 상임이사의 이름이 유성사인펜으로 적혀있었다. 만에 하나 비서실장이 그 자리에서 죽게 된다면, 배반자 상임이사까지 파멸시키려고 그 총알 하나를 모래밭 속에 슬쩍 묻어두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비서실장은 가볍게 볼 수 없는 치밀하고도 무서운 그야말로 괴물 같은 인간이었다. 그로 인해 결국 상임이사는 즉각 체포가 되어 검찰에 넘겨지고 말았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신혁의 귀까지 들려왔다. 그렇게도 돈과 권력을 움켜쥐려고 아등바등 발버둥을 치면서 온갖 살인과 악행을 저지르더니, 한 줌 흙먼지로 돌아가게 된 상임이사를 떠올리면서 신혁은 먼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집안의 어딘가에 숨어있던 징그러운 독사 한 마리를 잡아내어 불에 태워버린 듯,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고 고요한 평안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신혁은 부친의 유해를 용인에 있는 납골당에 두고 나오면서, 가슴 한편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함을 느꼈다. 그의 부친은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불현듯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을 마음 아프게 여겼다.

그들은 황홀한 주황색을 머금은 저녁노을을 말없이 한 참 바라보곤 길게 미소를 지어냈다. 그리곤 그는 결혼을 하게 되면 프랑스 파리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그녀와 약속을 했다. 가슴을 어루만지는 아름다운 샹송을 들으며 와인도 마시고, 호텔의 룸 안에서 조금 멀리 보이는 에펠탑의 야경을 감상하다가 그녀에게 진심이 담긴 따뜻한 사랑을 고백하고 싶어서였다.

“아! 이만개의 전등이 환하게 켜진 파리의 에펠탑이 보고 싶다.”

그가 말했다.

“나도!”

그녀가 애교가 넘치는 얼굴로 그를 보고 웃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복도 많이 받으세요. 끝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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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30화 수첩 +2 22.06.18 67 3 11쪽
29 제29화 괴물 22.06.18 47 2 9쪽
28 제28화 대결 22.06.18 46 2 9쪽
27 제27화 오줌싸개 +2 22.06.18 53 2 9쪽
26 제26화 깊은 잠속으로 +2 22.06.17 50 1 9쪽
25 제25화 심장까지 닿아있는 줄 22.06.17 47 1 9쪽
24 제24화 푸른 물고기의 비밀 +2 22.06.17 52 1 9쪽
23 제23화 복수 +2 22.06.17 50 2 9쪽
22 제22화 북경으로 가다 22.06.17 46 1 9쪽
21 제21화 시간 이동 22.06.16 48 1 9쪽
20 제20화 파리의 에펠탑 22.06.16 45 1 9쪽
» 제19화 장례식장 22.06.16 48 1 9쪽
18 제18화 검은색 가방 22.06.15 50 2 10쪽
17 제17화 이화원의 공주 22.06.15 47 1 10쪽
16 제16화 하이에나 22.06.15 47 1 10쪽
15 제15화 음모 +2 22.06.15 57 2 10쪽
14 제14화 맛있는 아침 식사 22.06.15 53 1 10쪽
13 제13화 북경의 만두가게 22.06.14 68 1 10쪽
12 제12화 물물교환 22.06.14 76 1 10쪽
11 제11화 루마니아의 성 같은 건물 22.06.14 86 2 10쪽
10 제10화 욕실 22.06.14 94 1 10쪽
9 제9화 중국 사채업자들 22.06.14 87 1 10쪽
8 제8화 그녀의 친구들 +1 22.06.13 90 1 11쪽
7 제7화 나비 문신 22.06.13 101 1 10쪽
6 제6화 위기 22.06.12 103 1 10쪽
5 제5화 바이킹 +2 22.06.12 110 2 11쪽
4 제4화 그녀의 이름은 22.06.12 111 5 10쪽
3 제3화 편의점 +2 22.06.12 116 7 10쪽
2 제2화 지하실 +6 22.06.12 137 15 11쪽
1 제1화 푸른 눈동자 +4 22.06.12 195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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