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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색 물고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greater
작품등록일 :
2022.06.12 00:01
최근연재일 :
2022.06.18 23:17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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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0
추천수 :
80
글자수 :
131,130

작성
22.06.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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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제12화 물물교환

판타지 작품으로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동행하는 즐거운 시간여행이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DUMMY

하지만 그 서랍은 열쇠로 잠겨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그 서랍은 열리질 않았다. 그는 책상 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탁상용 액자 밑을 살펴보았다. 혹시나 했는데,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곳에 작은 황금빛 열쇠 하나가 덩그마니 놓여있었다. 그는 그 작은 열쇠로 서랍을 열었다. 몇 가지 서류 봉투가 눈에 띄었는데, 그 안쪽으로 수첩이 보였다. 그는 긴장한 얼굴로 그 수첩을 꺼내어 차분하게 뒤져보았다. 먼저 적어놓은 비밀번호 밑에 붉은 볼펜으로 ‘520907400’이라고 적혀 있는 숫자가 보였다. 앞으로부터 여섯 자리는 부친의 생년월일이었다. 그리고 뒤에 붙어있는 숫자 ‘400'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잽싸게 모든 것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고 지하실 비밀 금고가 있는 곳을 향해 까치발을 하고,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달려갔다.

그가 새로운 비밀번호를 입력시키자 비밀금고는 작은 전자음을 내면서 가볍게 열렸다.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황홀함이 그의 시야를 사로잡았다. 번쩍이는 금궤들과 직사각형 모양으로 쌓여있는 빠닥빠닥한 오만 원짜리 지폐 다발이 동산처럼 쌓여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어림잡아 수백억이 넘는 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노란빛을 발하는 지폐 뭉치들을 가방 안에 쓸어 담았다. 정확히 62개였다. 그녀에게 선물로 주기 위하여 네 개를 더 담았다. 양심에 찔리긴 했지만, 어차피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라고 여긴 탓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돈은 사회에 환원하여 가난하고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려는 계획은 그때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가방을 들고나오면서 그것이 상상했던 것보다 제법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성공을 했다는 성취감이 그의 마음을 뿌듯하게 채워주었다.

모친은 거실 한 가운데에 우뚝 선 채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나오는 걸 보곤 안심이 되는지 엷은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네 아버지는 아직도 샤워 중이니까, 들키기 전에 얼른 가거라. 나중에 내가 연락을 하마.”

그의 모친이 다소 충혈되고 슬픈 기운이 맴도는 눈빛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알았습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럼, 갈게요!”

“그래! 신혁아! 늘 몸조심하고!”

“예!”

그는 꾸벅 인사를 하곤 현금이 든 가방을 들고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졸고 있던 늑대개 한 마리가 눈을 번쩍 뜨더니 큰 소리로 짖어대며 그에게 달려왔다. 부친이 집에서 키우는 찰리였다. 그는 얼른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챨리! 나야!’ 하고 반갑게 그 늑대개를 맞았다. 그 늑대개는 으르렁거리다가 주인을 알아보곤 꼬리를 치면서 킁킁거리다가 그의 손등을 긴 혀로 쓱쓱 핥아주었다. ‘찰리야! 내가 없어서 그동안 심심했지?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하고 그가 그 늑대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그 늑대개는 긴 혀를 널름거리면서 꼬리를 흔들어 댔다.

그의 모친은 불안한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현관 앞까지 나와, 어서 가라고 그에게 무언의 손짓을 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가방을 들고 열린 대문 밖으로 신속히 나갔다. 그는 타고 온 승용차 안에 가방을 싣고 운전석에 앉아 가만히 시동을 걸었다.

드라큘라 백작이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는 루마니아의 성처럼, 음산하고 어두운 기운이 서린 신 회장의 저택이 한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무덤처럼 느껴지는 어두컴컴한 건물이 왠지 낯설고 어름처럼 차갑게만 느껴졌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음미되는 고독하고 슬픈 감정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그 저택을 잠시 감상하다가 눈가에 맑은 눈물이 고였다. 어쩐지 결말이 안 좋은 비극을 향하여 한없이 질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오래 그곳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어서 승용차를 몰고 시내 쪽으로 달려갔다.

이제 한 가지 그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난제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녀를 구출하는 일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돈을 준비했으니, 큰 어려움 없이 일도 잘 풀릴 거라고 예상했다. 그들도 돈만 받으면 목적을 달성한 거나 다름이 없으니, 속히 그녀를 내어주고 서로 마찰 없이 문제가 원만하게 잘 해결될 거라고 여겼다.


12.


그는 한적한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중국 사채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울리자마자 중국인 사내가 전화를 받았다.

“나 누군지 기억나시죠? 시연이 때문에 전화를 했습니다.”

“아! 신혁 씨! 어쩐 일입니까? 아직 사흘이 안 되었는데요.”

“당신들이 원하는 시연이 몸값을 오늘 전해드리겠습니다.”

“예에? 오늘요?”

“그렇습니다. 삼억 일천만 원 현찰로 준비했습니다. 그러니까 시연이를 본래 자리로 돌려보내 주세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시연이를 찾는 일은 없도록 해주십시오.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땐 나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무...... 물론입니다. 우리야 원금과 이자만 받으면 됩니다. 본래 계산 하나는 똑 부러지게 깨끗합니다. 그게 우리 사채업자의 기본 철칙이자 상도이죠.”

“시연이 먼저 돌려 보내주십시오. 그럼, 바로 현찰이 든 가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건 좀 곤란합니다. 지금 호텔에 있는 시연 양 사진을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잘 보십시오. 도망갈 것을 우려해서 발목을 테이프로 묶어놨습니다만, 그동안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호텔방에서..... 우리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지요. 상품의 가치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좋습니다. 그럼, 어디서 만날까요?”

“한강공원에서 만납시다. 신혁씨는 돈 가방을 갖고 나오고, 우리는 시연 양을 데리고 나가지요. 그곳에서 서로 물물교환을 합시다. 한 시간 후에 만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만약 허튼짓을 하면, 시연 양은 영원히 볼 수 없게 될 겁니다.”

“당신들이나 약속을 잘 지키십시오.”

신혁은 다소 언성을 높이며 언짢은 음성으로 화를 냈다.

그는 휴대전화를 끊고 수신된 그녀의 사진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다가 한강공원으로 승용차를 몰았다. 돈 가방만 전해주면 일단 그녀를 구해낼 수 있을 거라고 여기며, 그는 어느 정도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녀가 놀라서 벌벌 떨고 있는 가련한 모습이 동영상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혼잣말로 계속 중얼거렸다.


호텔에 감금되어있던 시연은 감시하던 중국 여성이 화장실을 간 틈을 이용하여, 얼른 그녀의 숄더백을 뒤져보았다. 잡다한 화장품들과 휴지와 지갑이 들어있었고, 외제 담배 한 갑과 라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시연은 조심스럽게 그 라이터를 꺼내어 품속에 감추었다. 화장실 쪽으로 깡충깡충 뛰어가 귀를 기울이며 동태를 살폈다. 안쪽에서 샤워기의 물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에 간다고 해놓고 샤워를 하는 모양이었다. 머리까지 감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오 분 이상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생긴 거라고 확신하며, 시연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일단 창문을 열어놓고 라이터를 켜서 발목 위쪽의 비닐테이프를 태웠다. 불이 붙으면서 비닐테이프는 쉽게 해체가 되었다. 그녀는 구두를 신고 룸의 문을 살짝 열고 밖을 내다봤다. 중국인 사내가 한쪽 벽에 기대어 휴대폰으로 뭔가를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 문을 조심스럽게 닫으면서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쪽의 복도를 쳐다봤다. 그곳에도 중국인 사내가 턱하니 버티고 서서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면 그들에게 금방 붙잡힐 것만 같았다. 도저히 현관문으로는 나갈 용기가 생기질 않았다. 그러다가 그녀가 생각해낸 것은 커튼을 연결해서 아래층의 룸으로 이동하여, 신속히 도망을 치는 일이었다. 커튼을 찢어서 대충 밧줄처럼 만든 후에 그것을 베란다 창문의 틀에 단단히 묶었다. 그녀는 그 커튼 밧줄을 붙들고 바로 아래층의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없는 빈방이었다. 그녀가 그 룸 안으로 침입한 것을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마음속으로 ‘잘 될 거야! 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어!’ 하고 자기암시를 걸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 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호텔 밖으로 나가자마자 있는 힘을 다해 마치 마라톤 선수처럼 정신없이 뛰었다. 어디선가 중국인 사내들이 나타나 목덜미를 움켜잡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녀는 헐떡이면서 달아나다가 택시를 잡아탔다. 그리곤 24시간 편의점으로 가려다가, 다시 그들에게 끌려올 것을 염려해서 신혁의 연립주택 앞으로 갔다. 허리춤에 비상금으로 감추어두었던 오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었다. 그것을 택시운전사에게 주고 거스름돈을 받아 손에 쥐었다. 그 돈을 쥔 손에서 경련이 일어나고 차가운 땀방울이 맺혀졌다. 그녀는 택시 운전사에게 사정해서 휴대폰을 잠시 빌렸다. 신혁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연락해도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자, 택시 운전사가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 휴대폰을 회수하는 바람에 그녀는 그에게 더이상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몇 호에 사는지 호수를 정확히 몰라서 그냥 연립주택 입구 쪽에 있는 계단에 주저앉아 그가 나타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자정이 되면 틀림없이 그가 연립주택 밖으로 나갈 거라고 여겼다. ‘이제 몇 시간만 더 기다리면 신혁 씨를 만날 수 있게 될 거야.’ 하고 중얼거리면서,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가까스로 다스려야만 했다.

계단에 앉아 있는 그림2.jpg

계단에 앉아 있는 그림3.jpg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복도 많이 받으세요. 끝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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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29화 괴물 22.06.18 47 2 9쪽
28 제28화 대결 22.06.18 46 2 9쪽
27 제27화 오줌싸개 +2 22.06.18 52 2 9쪽
26 제26화 깊은 잠속으로 +2 22.06.17 50 1 9쪽
25 제25화 심장까지 닿아있는 줄 22.06.17 47 1 9쪽
24 제24화 푸른 물고기의 비밀 +2 22.06.17 52 1 9쪽
23 제23화 복수 +2 22.06.17 50 2 9쪽
22 제22화 북경으로 가다 22.06.17 46 1 9쪽
21 제21화 시간 이동 22.06.16 48 1 9쪽
20 제20화 파리의 에펠탑 22.06.16 45 1 9쪽
19 제19화 장례식장 22.06.16 47 1 9쪽
18 제18화 검은색 가방 22.06.15 50 2 10쪽
17 제17화 이화원의 공주 22.06.15 47 1 10쪽
16 제16화 하이에나 22.06.15 46 1 10쪽
15 제15화 음모 +2 22.06.15 57 2 10쪽
14 제14화 맛있는 아침 식사 22.06.15 53 1 10쪽
13 제13화 북경의 만두가게 22.06.14 68 1 10쪽
» 제12화 물물교환 22.06.14 76 1 10쪽
11 제11화 루마니아의 성 같은 건물 22.06.14 86 2 10쪽
10 제10화 욕실 22.06.14 93 1 10쪽
9 제9화 중국 사채업자들 22.06.14 87 1 10쪽
8 제8화 그녀의 친구들 +1 22.06.13 90 1 11쪽
7 제7화 나비 문신 22.06.13 100 1 10쪽
6 제6화 위기 22.06.12 103 1 10쪽
5 제5화 바이킹 +2 22.06.12 110 2 11쪽
4 제4화 그녀의 이름은 22.06.12 111 5 10쪽
3 제3화 편의점 +2 22.06.12 116 7 10쪽
2 제2화 지하실 +6 22.06.12 137 15 11쪽
1 제1화 푸른 눈동자 +4 22.06.12 195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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