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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색 물고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greater
작품등록일 :
2022.06.12 00:01
최근연재일 :
2022.06.18 23:1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218
추천수 :
80
글자수 :
131,130

작성
22.06.12 14:27
조회
115
추천
7
글자
10쪽

제3화 편의점

판타지 작품으로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동행하는 즐거운 시간여행이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DUMMY

어느 새 ‘쿵-’ 하고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그는 눈물이 나고 서러워서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돈이라는 물질의 힘과 권력 앞에 무기력해진 자신의 모습이 그저 초라하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한 달이 넘도록 아들을 지하실에 감금해 둔 채, 한 번도 들여다보지도 않고 방치해둔 부친을 떠올리곤 그는 원수를 대하듯 이를 갈았다. ‘내가 이곳에서 나가면 반드시 복수를 할 겁니다. 아버지! 날 기다려주십시오. 아버지!’ 하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신 회장은 자신의 부친이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더러운 바이러스의 원흉이라고 폄하하며, 그는 거침없이 욕을 해댔다. 오래 전부터 그의 마음 판에 새겨진 부친의 모습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다. 밖으로 나가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고, 반드시 피눈물이 나도록 철저하게 복수를 하고야 말겠다고 하면서, 그는 식판을 내동댕이쳤다.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식판이 엎어지고 국과 반찬들이 바닥으로 흩어졌다.


그는 혼자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가, 다시 잠을 깬 것은 적어도 서너 시간이 지난 후였다. 누군가가 그를 흔들어 깨웠다. 그가 간신히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의 모친이 손수건이 흠뻑 젖도록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앞에 앉아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꿈인 줄 알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건 현실이었다. 서너 명의 건장한 무술경호원 같은 사람들이 모친의 주변에 서있었는데, 본 적이 없는 낯선 인물들이었다.

“신혁아! 어미가 왔다. 어서 여길 벗어나자꾸나.”

그의 모친이 울먹이면서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어떻게 알고 여길 오신 겁니까?”

“아들아! 미안하다. 난 네 아비의 말만 듣고, 네가 정말 미국으로 장기간 여행을 간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곳에서, 내 아들이 짐승취급을 받으며 이렇게 갇혀서 살고 있었다니, 너무도 가슴이 아프구나.”

그의 모친이 그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눈을 감고 잠시나마 자신에게 주어진 평화를 맛볼 수 있었다.

“사모님! 시간이 빠듯합니다. 조폭들이 곧 몰려오기 전에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그의 주변에 서 있던 건장한 사내가 정중하게 건네는 말이었다.

“자! 모두 나갑시다! 적어도 오 분 내로 여길 뜨지 않으면 조폭들이 몰려와서 위험에 질 수도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또 다른 무술경호원 한 사람이 힘차고 굵은 목소리로 경고를 하듯 힘주어 말했다.

신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렸다. 그는 그 경호원들을 도움을 받아가며 지하실 밖으로 나갔다. 현관 입구 쪽에는 두 명의 조폭조직원들이 밧줄에 묶인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마도 그의 모친이 데리고 온 무술경호원들에게 습격을 당한 모양이었다.

그가 모친과 함께 별장 앞으로 나오자 심호흡을 했다. 맑고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평상시에는 맛볼 수 없었던 공기의 단맛과 향긋한 내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푸른 하늘과 멀리보이는 산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만 보였다. 그는 미리 대기해 놓은 검은 색 승용차를 타고 모친과 함께 지긋지긋한 악몽과 같았던 그 별장의 지하실을 떠났다. 뒤에서 검은 색 봉고차를 타고 뒤를 쫓아오던 무술경호원들은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곤 잠시 후 방향을 돌려 어디론가 다른 길로 사라졌다. 그들은 모친의 청탁을 받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한 사설 경호회사의 전문요원들이었다.


3.


그의 모친은 서울 외곽에 있는 조그마한 연립주택 앞에 차를 세웠다. 그리곤 그를 데리고 연립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그녀가 아들을 위하여 신 회장 몰래 사놓은 집이었다. 아들이 없어진 것을 알면 신 회장이 조폭조직원들을 다시 풀어서 찾느라고 애를 쓰겠지만, 서울 외곽에 있는 그 연립주택은 결코 찾아내지 못할 거라고 그녀는 확신했다. 3층으로 된 연립주택이었는데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두 집의 현관문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태로 설계가 된 곳이었다. 철문을 닫으면 앞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건축한지 얼마 안 되었는지, 왕래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신혁이 숨어서 지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방이 두 개였고, 거실 한 구석엔 싱크대가 있었다. 아담하지만 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화장실도 그의 마음에 들었다.

“신혁아! 불편하겠지만, 당분간 이곳에서 숨어살도록 해라. 네 아버지가 진심으로 후회를 하고, 너를 아들로 다시 찾게 될 때까지, 넌 여기서 살아야 할 것 같구나.”

그의 모친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동안 어둡고 쓸쓸한 지하실에서 더러운 짐승처럼 살았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이곳은 정말 과분한 곳입니다.”

“미안하구나. 널 그렇게 고생시켜서. 네 아비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하려면, 아무래도 내가 여길 자주 올 수는 없을 것 같구나. 그래도 2주에 한 번씩은 어떻게 해서라도 올 거니까, 그리 알아라.”

그의 모친이 오만 원짜리 지폐 뭉치가 든 갈색 가방을 그에게 건네주면서 자상한 미소를 지어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사실 이렇게 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어쨌든 죄송합니다.”

“아버지랑 싸우지 말고, 기회가 되면 용서를 구해라. 네가 어떻게 아버지를 이길 수 있겠니? 네 아버지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무서운 인간이다. 그러니 어쩌겠니? 싫어도 네가 참아야지.”

그의 모친이 안타까운 얼굴로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

그의 모친은 눈물을 흘리면서 뼈만 앙상한 그를 바라보다가 더 이상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과 고통을 견딜 수가 없다는 듯, 황급히 문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그는 모친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모친을 붙잡지 않았다.


그날부터 그는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는 은둔형 외톨이처럼 연립주택 안에 갇힌 삶을 살아가야만 했다. 그래도 자신이 갇혀있었던 지하실 창고에 비하면,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 깃든 신세계의 유토피아와 같았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감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루하면 외국 사이트로 들어가 영어채팅을 즐겼다. 빵이나 초콜릿 혹은 과자와 음료수는 주로 늦은 밤 시간을 이용하여 24시간 편의점에서 사왔다. 백수 아닌 백수가 되어 그는 투명인간처럼 그 동네에서 아는 사람도 없이 고독한 삶을 살아가야만 했다. 그런 까닭에 그 연립주택에 거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가 살고 있는 바로 앞집에 사는 이웃들조차도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의도적으로 그가 사람들을 피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작은 행복을 그곳에서 누렸다. 잠시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끼치는 무섭고 고통스러운 지하실 창고로 다시 끌려가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예 주변과 세상을 향한 관심을 접고, 철저하게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고 각종 다양한 사이트에 접촉해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숨통이 열린 거나 다름이 없었다. 더군다나 타인의 명예로 된 휴대폰까지 생겼으니, 가까운 중국집에 연락을 해서 그 동안 먹고 싶었던 자장면이나 탕수육 아니면 군만두 같은 것들을 시킬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그는 나름대로 흡족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폐쇄된 곳에서 주변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며 유령처럼 살아야 할 것인지, 그걸 생각해 볼 때마다 가슴이 뭔가에 눌린 것처럼 답답하고 괴로웠다. 인간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이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준 자유를 부친의 욕망에 의하여 끊임없이 억압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고통과 분노와 서러움이 멍든 가슴속에서 무섭게 솟구쳤다. 그럴 때마다, 그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 함몰되곤 했다.


가로등이 보름달마냥 하얗게 빛나고 있는 자정이었다. 그는 옷장을 열어보았다. 그의 모친이 걸어놓은 청바지들과 티셔츠들과 양복들과 검은색 체육복 같은 옷가지들이 잔뜩 채워져 있었다. 모두 명품 신제품들이었다. 그는 몇 개의 모자들을 눈여겨 살펴보다가 청색 야구 모자를 집어 들었다. 나름대로 멋을 내보려고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야구 모자를 푹 눌러썼다. 그리곤 거실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현관문을 열고 가만히 밖으로 나갔다. 밤거리는 조용했고, 공기조차도 시원하고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그가 밤늦게 찾아가는 곳은 딱 한 군데뿐이었다. 그 연립주택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이다. 그곳은 늘 환하게 불이 켜져 있곤 했다. 편의점이 그의 눈에 들어오자 이상하게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동공이 확대되는 것만 같았다. 그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탓인지 그는 야구모자의 챙을 매만지면서 헛기침을 했다. 혹간 남자 종업원이 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 시간대에는 중국에서 온 아가씨가 편의점을 지켰다.

열대어8푸른하트여신.jpg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복도 많이 받으세요. 끝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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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6 룰루랄라7
    작성일
    22.06.19 20:05
    No. 1

    세상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관계 중 하나가 부모와 자식 간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ㅎ 오늘도 잘 보고 가요, 작가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gr*****
    작성일
    22.06.20 11:10
    No. 2

    댓글 감사드려요. 맞는 말씀입니다.

    좋은 부모님 만나는 것도 큰 복이죠^^ 좋은 날 되시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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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복수 +2 22.06.17 50 2 9쪽
22 제22화 북경으로 가다 22.06.17 46 1 9쪽
21 제21화 시간 이동 22.06.16 48 1 9쪽
20 제20화 파리의 에펠탑 22.06.16 45 1 9쪽
19 제19화 장례식장 22.06.16 47 1 9쪽
18 제18화 검은색 가방 22.06.15 50 2 10쪽
17 제17화 이화원의 공주 22.06.15 47 1 10쪽
16 제16화 하이에나 22.06.15 46 1 10쪽
15 제15화 음모 +2 22.06.15 57 2 10쪽
14 제14화 맛있는 아침 식사 22.06.15 53 1 10쪽
13 제13화 북경의 만두가게 22.06.14 68 1 10쪽
12 제12화 물물교환 22.06.14 75 1 10쪽
11 제11화 루마니아의 성 같은 건물 22.06.14 86 2 10쪽
10 제10화 욕실 22.06.14 93 1 10쪽
9 제9화 중국 사채업자들 22.06.14 87 1 10쪽
8 제8화 그녀의 친구들 +1 22.06.13 90 1 11쪽
7 제7화 나비 문신 22.06.13 100 1 10쪽
6 제6화 위기 22.06.12 103 1 10쪽
5 제5화 바이킹 +2 22.06.12 110 2 11쪽
4 제4화 그녀의 이름은 22.06.12 111 5 10쪽
» 제3화 편의점 +2 22.06.12 115 7 10쪽
2 제2화 지하실 +6 22.06.12 137 15 11쪽
1 제1화 푸른 눈동자 +4 22.06.12 194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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