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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물고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greater
작품등록일 :
2022.06.12 00:01
최근연재일 :
2022.06.18 23:17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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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수 :
131,130

작성
22.06.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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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7화 나비 문신

판타지 작품으로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동행하는 즐거운 시간여행이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DUMMY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겨우 달랬다. 그들은 몽타주와 사진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닮은 젊은 남자를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신혁을 힐끔 쳐다보던 조폭 조직원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그냥 지나쳐갔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들의 동태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녀가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속삭이듯 물었다. 그는 별일은 아니고 빚쟁이들이 자신을 찾아온 것 같다면서 빨리 도망을 치자고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단 그들에게 걸리면 무작정 뛸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먼저 나가겠다고 하곤 조폭 조직원들의 시선을 피하여 슬며시 밖으로 사라졌다. 그것을 주시하고 있던 신혁은 안도의 한숨을 겨우 내쉬곤 컵에 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들이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간 후에 신혁은 휴대폰을 꺼내어 모친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누군가 눈치를 채고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걸 볼 때, 당분간 조용히 집에 머물러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그의 모친에게 귀띔해 주었다.

그는 휴대폰을 끊고 계산대에서 식대를 현금으로 지불하면서 밖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몇 놈이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오는 젊은이들을 쳐다봤다. 마치 긴 창을 들고 성문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그들은 빈틈없이 젊은이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커플들과 가족들이 붐비는 곳이라 그들이 신혁을 찾는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슷한 청년을 보면 이름을 묻고 어디에 사느냐고 하면서 인적 사항을 꼬치꼬치 캐묻는 조폭 조직원도 있었다. 식판을 건네주던 조폭 조직원과 맞닥뜨리지만 않는다면, 그는 무사히 그들 앞을 통과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몽타주 그림 한 장으로 숱한 젊은이들 중에서 동일한 인물을 찾아낸다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그가 레스토랑 밖으로 나오자 조폭 조직원들 중에서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질 않았다. 다리가 약간 휘청거렸지만, 무사히 검문소를 통과한 탈영병처럼, 그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가 여유를 갖고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보고 손을 씻을 때였다. 그의 옆에서 손을 씻는 사람의 손목에 새겨진 나비 문신을 보는 순간, 그는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팔뚝과 온몸에 소름이 끼쳐왔다. 두려움 때문인지, 숨이 가빠지고 손가락들도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식판을 건네주던 조폭 조직원이 틀림없다는 판단이 서자, 그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면서 그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거울을 보고 빗질을 하던 그 조폭 조직원은 동작을 멈추었다. 너무 오래도록 손을 씻고 있는 그를 보곤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그 조폭 조직원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뇌리 속으로 파고드는 칼끝처럼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자, 그는 갑자기 돌아서면서 화장실 밖으로 급하게 나갔다. 그는 황급히 속보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뭔가 수상한 점을 느낀 조폭 조직원은 그를 따라 나오면서 ‘어이! 형씨! 거기 잠깐만요. 나 좀 봅시다.’ 하고 그를 불러 세우려고 했다.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곤 뒤를 돌아다 봤다. 조폭 조직원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터벅터벅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다. 들킨 거야. 저놈이 나를 알아봤어! 사는 길은 단 한 가지다. 삼십육계야.’ 하고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후다닥 뛰었다. ‘야! 너 거기 서! 너 신혁이 맞지?’ 하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에스 라인을 그리면서 신혁은 신출귀몰한 무사처럼 사람들의 틈을 빠져나가며 정신없이 달아났다.


7.


조폭 두목은 사무실 안에서 부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어두웠고 미간도 다소 찡그려진 상태였다. 뭔가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가 않았던 탓이다.

“신 회장 아들을 코앞에서 놓쳤단 말이냐?”

조폭 두목이 턱을 쳐들고 부하들을 노려봤다.

“죄송합니다. 큰형님! 그놈이 쥐새끼처럼 어찌나 빠른지,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다음엔 칼집을 내서라도 그놈의 목을 갖고 오겠습니다.”

“이런 멍청한 놈들! 신회장 아들이 심하게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상품 가치가 하락하는 거야. 무슨 말이냐 하면, 신 회장 아들이 아무런 상처도 없이 반듯하고 건강한 몸으로, 팔딱이는 물고기처럼 살아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몸값이 올라가고 큰돈이 굴러온다. 알겠냐? 벌레만도 못한 무식한 자식들아!”

조폭 두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맨 앞에 서 있는 부두목의 허벅지를 오른발로 냅다 걷어찼다. 부두목은 뒤로 주저앉으면서 고통스러운 얼굴로 ‘큰 형님! 제가 그놈을 며칠 안으로 잡아서 싱싱한 생선처럼 산채로 받치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하고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폭 두목은 그들에게 나가보라고 손짓을 하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두목이 다리를 절며 문밖으로 나가자, 나머지 서너 명의 조폭 조직원들도 그에게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하곤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문밖으로 나갔다.

조폭 두목은 책상 위에 있던 골프공을 만지작거리다가 별안간 몸을 회전시키면서 진열장을 향하여 그것을 힘차게 던졌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면서 골프공이 진열장 안에 있던 도자기 하나를 깨뜨렸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리는지 그는 여러 번 자기 책상을 발로 걷어차면서 짐승처럼 요란한 괴성을 질러대며 핏대를 올렸다.


저녁에 신 회장이 집으로 들어왔지만, 평상시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을 대하는 것을 볼 때,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그래! 저 인간이 내가 아들을 만나는 걸 알고 있다면, 지금 성질을 부리면서 생난리를 쳤을 거야. 아들이 어디에 있느냐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마치 죽일 듯이 내게 협박을 했을 거야. 아직은 전혀 그걸 모르고 있다는 거네.’ 그녀는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신혁이는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는 거예요? 전화 한 통도 없으니 걱정이 돼서요.”

그녀가 신화장의 눈치를 살피면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그놈도 이젠 부모 품 안을 떠난 사내야. 미국에서 별일 없이 잘 있으니까, 연락이 없는 거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잖아.”

“그렇긴 하지만.”

“미국 여행을 한다니까, 적어도 한 서너 달은 걸릴 게야. 넓은 미국 땅을 돌아다니면서 저도 느끼는 게 많겠지. 제 아비를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놈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어? 그 녀석이 철이 들려면 아직도 한 참 멀었어. 내 재산이 다 제 것이 될 텐데, 그것도 모르고 자기 무덤을 파려는 어리석은 놈!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가 막히고 한심할 뿐이야.”

“......”

“그놈이 돌아오면 이참에 당신이 제대로 가르치라고. 도무지 경영이 뭔지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아무것도 몰라. 백지야! 머리가 텅 비었어! 그놈은!”

신회장은 거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신문을 보다가 버럭 화를 내곤 침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신혁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그가 모르는 것 같아서 내심 안심이 되었다.


그날 밤 자정이 될 무렵이었다. 신혁은 늘 해왔던 대로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검은색 야구 모자를 쓰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24시간 편의점으로 향했다. 과연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그곳에 나와 있을 건지 설레는 마음을 달래가며 그곳으로 향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편의점의 이름은 ‘오아시스’였다. 사막을 횡단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당도하여 쉬기를 간절히 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막의 열기로 타들어 가는 목을 적실 수 있는 시원한 물과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들이 있고, 쉴만한 공터가 있는 사막의 파라다이스가 오아시스다. 어쩌면 우연의 일치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 오아시스에서 시연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게 너무도 큰 행운이자 복이라고 여겼다. 아무리 힘들고 숨이 탁 막힐 것 같은 고통이 삶 속에 수반되어도, 오아시스에서 그녀를 만나고 나면, 모든 게 회복되었다. 가슴속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해지고 자꾸만 기쁨이 밴 웃음이 입에서 흘러나오곤 했다.

그가 골든 게이트 클럽을 갈 때마다, 늘 인기 여배우처럼 몸매가 미끈하고 무슨 잡지의 표지모델처럼 얼굴이 인형처럼 예쁜 아가씨들을 자주 만나곤 했었다. 한 테이블에서 그녀들과 술도 마시고 이런저런 농담이나 진지한 대화도 많이 해보았지만, 시연을 만날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리며 설레는 감정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직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부터, 온몸의 세포가 빛을 발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다. 심장은 격렬하게 뛰고 머릿속에서는 핑크빛 꽃비가 내리는 것만 같았다. 생전 처음 맛보는 신기하고도 짜릿한 기분이었다. 중독성이 있는 건지, 그것은 그녀가 있는 편의점으로 갈 때마다 그가 느끼게 되는 묘한 현상이었다.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힌 편의점 안에 다소곳이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보이자 그의 심장은 자동스위치가 눌려 진 것처럼 심하게 펌프질을 하며 벌렁거렸다. 그녀는 머리를 곱게 빗어서 뒤로 넘기고 빨간색 티셔츠에 푸른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형광등을 받아서인지 그녀의 얼굴이 백옥처럼 희게 빛났고 유난히 검고 숱이 많은 눈썹이 초승달을 엎어놓은 듯 귀엽게만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책을 읽으면서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곱고 아름다웠다. 그는 미리 준비해놓은 장미 한 송이를 뒷주머니에 꽂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뭐하냐?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고 있는 거야?”

그가 편의점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열대어6-11까망머리.jpg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복도 많이 받으세요. 끝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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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25화 심장까지 닿아있는 줄 22.06.17 4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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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22화 북경으로 가다 22.06.17 46 1 9쪽
21 제21화 시간 이동 22.06.16 48 1 9쪽
20 제20화 파리의 에펠탑 22.06.16 45 1 9쪽
19 제19화 장례식장 22.06.16 47 1 9쪽
18 제18화 검은색 가방 22.06.15 50 2 10쪽
17 제17화 이화원의 공주 22.06.15 47 1 10쪽
16 제16화 하이에나 22.06.15 47 1 10쪽
15 제15화 음모 +2 22.06.15 57 2 10쪽
14 제14화 맛있는 아침 식사 22.06.15 53 1 10쪽
13 제13화 북경의 만두가게 22.06.14 68 1 10쪽
12 제12화 물물교환 22.06.14 76 1 10쪽
11 제11화 루마니아의 성 같은 건물 22.06.14 86 2 10쪽
10 제10화 욕실 22.06.14 94 1 10쪽
9 제9화 중국 사채업자들 22.06.14 87 1 10쪽
8 제8화 그녀의 친구들 +1 22.06.13 90 1 11쪽
» 제7화 나비 문신 22.06.13 101 1 10쪽
6 제6화 위기 22.06.12 103 1 10쪽
5 제5화 바이킹 +2 22.06.12 110 2 11쪽
4 제4화 그녀의 이름은 22.06.12 111 5 10쪽
3 제3화 편의점 +2 22.06.12 116 7 10쪽
2 제2화 지하실 +6 22.06.12 137 15 11쪽
1 제1화 푸른 눈동자 +4 22.06.12 195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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