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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색 물고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greater
작품등록일 :
2022.06.12 00:01
최근연재일 :
2022.06.18 23:17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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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3
추천수 :
80
글자수 :
131,130

작성
22.06.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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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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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제11화 루마니아의 성 같은 건물

판타지 작품으로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동행하는 즐거운 시간여행이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DUMMY

그녀는 그들이 서로 중국어로 대화하는 말을 가만히 엿듣는 일에 몰입했다. 신혁과 약속을 했으니까, 딱 사흘만 기다려본다는 거였다. 그 후에는 바로 중국으로 돌아갈 모양이었다. 아마도 신혁에게 상당한 액수의 금품을 요구하고 그것을 받기 위하여 사흘 동안 기다리고 있다는 걸, 그녀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신혁까지 고통을 주게 된 것을 생각하니 온몸에 기운이 떨어지고 견디기 어려운 절망감이 그녀를 휘감았다. 그녀는 아마도 신혁이 돈 문제로 몹시 괴로워하고 있을 거라며, 그것을 더욱 고통스럽게 여겼다. 그들이 적잖은 액수의 돈을 요구했을 텐데, 그 비용을 갑자기 준비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기면서, 그녀는 하루 종일 음식도 잘 먹지 않고 몸을 웅크린 채 한숨만 내쉬었다.

한 가닥 희망도 사라지고 지옥과 같은 삶이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고 탈출을 하거나 그에게 연락을 취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그녀를 도와줄 수 없는 외롭고 무기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을 뿐이었다.

열려 진 커튼 사이로 보이는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서울의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그곳이 대체 어디쯤 되는지 알 길이 막막할 뿐이었다. 다만 그녀는 룸 504호에 감금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뿐이었다. 그 호텔의 505호에는 중국인 사내들 세 명이 묶고 있었는데, 수시로 그녀의 룸을 드나들면서 도청 장치를 확인하거나, 그녀의 발을 겹겹이 꽁꽁 묶어놓은 박스테이프를 확인한 후에 돌아가곤 했다. 손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양발이 접착력이 강한 박스테이프로 묶여 진 상태였다. 그녀는 밖으로 나갈 기회가 생겨도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단단히 박스테이프로 발목을 감아놓았는지 손으로는 안 되고 날카로운 칼이 있어야 겨우 끊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화장실을 갈 때도 강시처럼 깡충깡충 뛰어야 했다. 어떤 때는 두어 번씩 넘어질 때도 있었다. 피가 잘 안 통해서인지 발이 저릴 때는 양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만지듯 자꾸만 발가락들을 주물러야만 했다.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폐쇄된 그 룸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을 찾아내려고 매 순간 머리를 짜내었다.


하지만 빈틈이 조금도 생기질 않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만 같았다. 만약 그대로 그들에게 끌려간다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될 건지 상상만 해도 숨이 탁 막히고 온몸의 기운이 빠졌다. 죽을 각오로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평생을 그들의 노예가 되어 더러운 짐승과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 뻔했다. 중국의 윤락가로 팔려 간 젊은 여자가 스스로 목을 매어 방안에서 자살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히죽거리는 중국사채업자들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도무지 인간이 아니라 야생짐승 같은 자들이라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 죽을 각오를 하고 탈출을 하지 않으면 안 돼.’ 하고 그녀가 마음속으로 부르짖으며, 피멍이 들 만큼 아랫입술을 깊이 깨물었다.


11.


신혁은 현금을 넉넉하게 지불하고 렌터카를 하루 빌렸다. 그 승용차의 겉모습은 신형이 아니었지만, 내부는 새 차처럼 말끔한 회색 승용차였다. 엔진소리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목적지까지 갔다 오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좋은 느낌이 들어 기분도 상쾌해졌다.

그는 압구정동으로 가서 커다란 검은색 가방 하나를 구입한 후에 휴대폰을 꺼내어 시간을 봤다. 오후 5시 10분이었다. 그 승용차를 몰고 집 앞까지 간다면 충분히 7시 안에 도착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 가방을 뒷좌석에 놓고 드디어 신 회장의 저택으로 향했다. 가슴이 떨리긴 했지만,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 잘 풀릴 거라는 확신을 갖고 그는 힘차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이상하게도 얼굴에서 줄기차게 진땀이 흘러내렸다. 몸이 쇠약해진 건지 아니면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흐르는 물처럼 땀이 쏟아졌다.


그는 신회장의 저택 앞에 도착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대문 앞에서 조금 떨어진 후미진 곳에 주차를 하고, 그는 모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안에 신 회장이 없으니까, 그냥 들어오면 된다고 하는 모친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심호흡을 크게 한 후에 검은색 야구 모자를 푹 눌러썼다. 그리곤 자신의 얼굴을 은폐하기 위하여 하얀 마스크를 한 모습으로 빈 가방을 손에 들고는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까지 내보낸 탓인지 온통 고요한 분위기가 사방을 압도하고 있었다. 현관문이 조금 열리는가 싶더니 그의 모친이 얼굴을 반쯤 내밀면서 배시시 웃었다. 염려하지 말고 안심하라는 사인이었다. 그는 고개를 까딱 숙여 인사를 하고 가방을 들고 후딱 지하실로 내려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모자를 벗어 지하실 입구에 설치되어있는 CCTV 카메라의 렌즈를 가렸다. 그리곤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비밀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그의 예감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몇 번씩 눌러도 비밀금고의 문은 열리질 않았다. 그 사이에 부친이 비밀번호를 바꾼 모양이었다. ‘뭐야? 비밀번호가 바뀐 거야? 어떻게 하지?’ 하고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는 양다리에 힘이 빠져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끝자리와 앞자리를 두 개씩 체크하며 다른 번호로 교체를 해가면서 비밀번호를 입력시켰지만, 그 금고의 문은 굳게 닫쳐 있을 뿐이었다. 그 금고의 문을 열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였다. 비밀번호를 적어놓은 수첩을 열어보는 일이었다. 그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부친의 서재로 달려갔다. 그 서재에 있는 책상 위나 서랍 안에 그 수첩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서재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는 모친에게 달려가 서재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아달라고 사정을 했다. 모친이 안방에서 비상용 열쇠뭉치를 갖고 나왔는데, 무려 이십여개가 넘었다. 그는 차례로 한 개씩 열쇠를 손에 들고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그것도 실패하고 말았다. 서재 안에 중요한 서류들과 물건들이 많아서인지 신 회장은 그 열쇠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던 것이다. 그는 신 회장이 돌아올 때까지 자기 방에 들어가 숨을 죽이고 침대 밑에 숨어있기로 했다. 모친이 서재의 문을 열어놓고 신 회장이 신문을 보거나 잠을 잘 때 바로 문자를 보내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이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한동안 들어온 적이 없었던 방이라 그런지 왠지 낯설게만 보였다. 어쩐지 자신의 방이 아니라 누군가 주인이 있는 남의 방에 들어온 것 같은 낯선 느낌이 들었다. 가정부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매일 청소를 하는 모양인지 그곳에는 먼지가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방의 분위기가 은근히 그를 긴장시켰다. 금방 부친이 방문을 열고 들이닥칠 것만 같은 불안함이 그의 대뇌를 휘젓고 있었다. 부친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일이 없었다면, 그때까지도 그는 그 방의 주인으로 살게 되었을 거라고 하면서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그래도 그는 후회를 하지 않았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친으로 인하여 한 동안 고통을 당했지만, 오히려 시연을 만날 수 있는 놀라운 계기가 된 것을 마음속으로 감사하게 여겼다. 별장에 있는 지하실 창고에서 하류 인생의 고통이 뭔가를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던 존재가 그였다. 어찌 보면 그 사건은 그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이기도 했다. 이제는 어떤 고통과 슬픔이 태풍처럼 휘몰아쳐도, 능히 그것들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인내심이 생긴 것만 같았다. 그는 자기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 수많은 지난날의 추억들이 그의 뇌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그 침대 위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설마하니 신 회장이 그 방까지 들어오지는 않을 거라고 여겼다. 신 회장이 도착하면 아마도 모친이 적당하게 둘러대어 서재의 문을 열어놓을 것이고, 이어서 신혁에게 문자를 보내주기로 이미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었던 터라 그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가 들킬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 정도로 그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늦은 밤이 되었을 때였다. 그의 휴대폰에서 문자가 왔다는 작은 신호음이 들려왔다. 신혁은 눈을 뜨고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모친이 보낸 문자였다. 신 회장이 샤워를 하는 중이라 얼른 열쇠를 꺼내어 서재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내용이 함축된 문자였다. 그는 야구 모자를 다시 쓰고 마스크를 한 후에 검은 가방을 들고 방문 밖으로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 나갔다. 넓은 집에는 샤워를 하는 부친과 애간장을 태우며 그를 돕고 있는 모친뿐이라 작업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는 까치발을 하고 걸었지만,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달려가 서재의 문을 열었다. 그리곤 한 손으로 형광등의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켰다. 밝은 불이 대낮처럼 서재를 밝혔다. 그는 책상 위를 찾아 보았지만 수첩은 눈에 띄질 않았다.

사무실침입자.jpg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복도 많이 받으세요. 끝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가의말

오우! 추천해주신 분들 넘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새힘을 얻고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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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29화 괴물 22.06.18 4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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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26화 깊은 잠속으로 +2 22.06.17 50 1 9쪽
25 제25화 심장까지 닿아있는 줄 22.06.17 47 1 9쪽
24 제24화 푸른 물고기의 비밀 +2 22.06.17 52 1 9쪽
23 제23화 복수 +2 22.06.17 50 2 9쪽
22 제22화 북경으로 가다 22.06.17 46 1 9쪽
21 제21화 시간 이동 22.06.16 49 1 9쪽
20 제20화 파리의 에펠탑 22.06.16 45 1 9쪽
19 제19화 장례식장 22.06.16 48 1 9쪽
18 제18화 검은색 가방 22.06.15 50 2 10쪽
17 제17화 이화원의 공주 22.06.15 47 1 10쪽
16 제16화 하이에나 22.06.15 47 1 10쪽
15 제15화 음모 +2 22.06.15 57 2 10쪽
14 제14화 맛있는 아침 식사 22.06.15 53 1 10쪽
13 제13화 북경의 만두가게 22.06.14 69 1 10쪽
12 제12화 물물교환 22.06.14 76 1 10쪽
» 제11화 루마니아의 성 같은 건물 22.06.14 87 2 10쪽
10 제10화 욕실 22.06.14 94 1 10쪽
9 제9화 중국 사채업자들 22.06.14 87 1 10쪽
8 제8화 그녀의 친구들 +1 22.06.13 90 1 11쪽
7 제7화 나비 문신 22.06.13 101 1 10쪽
6 제6화 위기 22.06.12 104 1 10쪽
5 제5화 바이킹 +2 22.06.12 111 2 11쪽
4 제4화 그녀의 이름은 22.06.12 111 5 10쪽
3 제3화 편의점 +2 22.06.12 116 7 10쪽
2 제2화 지하실 +6 22.06.12 137 15 11쪽
1 제1화 푸른 눈동자 +4 22.06.12 195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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