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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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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er
작품등록일 :
2022.06.12 00:01
최근연재일 :
2022.06.18 23:1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228
추천수 :
80
글자수 :
131,130

작성
22.06.14 15:55
조회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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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제13화 북경의 만두가게

판타지 작품으로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동행하는 즐거운 시간여행이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DUMMY

시연이 커튼을 이용하여 호텔 룸에서 탈출한 것을 알게 된 중국인 사채업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제 남은 것은 한 시간도 안 되는데, 그녀를 놓쳐버리고 말았으니 머리가 아프고 분통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시연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제 마음대로 샤워를 하다가 사고를 친 중국인 여자를 불러 심하게 주먹질을 하고 발로 걷어찼다. 그녀는 살려달라고 하면서 무릎을 꿇고 그에게 싹싹 빌었다. 우두머리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그녀의 머리채를 한 손으로 틀어쥐고 심하게 중국어로 욕설을 퍼부어 댔다.

중국 사채업자들은 시연이 공포에 질려 어딘가로 잠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예상 밖으로 상황이 안 좋게 되었으니, 일단 돈이나 받아서 한국을 뜨기로 그들은 계획을 짰다. 중국인 여자를 시연의 모습으로 위장시켜 신혁을 속이고 돈 가방을 받는 순간, 승용차를 타고 신속히 도망가기로 작전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어두운 한강공원의 후미진 구석으로 신혁을 불러내어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가짜 시연을 보여주고 돈 가방을 먼저 낚아채어 달아나자는 속셈이었다. 혹시 그가 무기를 갖고 덤빌 경우엔 허리춤에 감추었던 칼을 꺼내어 그를 쓰러뜨리라고 우두머리가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승용차를 몰고 한강공원으로 달려가는 도중에, 돈 가방을 받게 되면 일단 안을 열어서 현찰을 확인하고 액수도 맞는지 카운트를 잘하라고 부하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13.


약속장소에 당도한 신혁은 그들의 말대로 승용차를 한쪽 구석에 세우고 돈 가방을 들었다. 그들도 고개를 숙인 여자를 차 안에서 끌어내린 후 어두컴컴한 벤치에 앉혔다. 그녀의 발과 입에 청색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신혁은 그들 앞으로 걸어갔고, 그들도 신혁 앞으로 다가왔다.

“약속대로 시연이를 이쪽으로 데리고 오십시오.”

“시연 양의 발에 청테이프가 감겨있어서 걸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돈을 확인하고 떠나면 직접 가서 시연 양을 데리고 오십시오. 먼저 가방 안의 내용물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시죠.”

중국인 우두머리가 날카로운 눈을 부릅떴다.

“오만 원짜리 현찰 일백장이 한 묶음입니다. 62개이니까, 확인해보십시오.”

그가 가방을 우두머리에게 넘겼다.

“맞습니다.”

그들 가운데 막내로 보이는 자가 돈뭉치를 확인해보고 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곤 가방을 들고 삽시간에 우르르 승용차 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걸었다. ‘부웅-’ 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들의 승용차가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녀의 얼굴은 시연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었다.

“다....... 당신은 누굽니까?”

그가 황당하다는 듯 사뭇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큰 목소리로 물었다.

“저...... 저는 한 시간 전에 길거리에서, 아까 그 중국 사람들에게 납치된 여자입니다.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곳까지 끌려온 겁니다!”

그녀가 벌벌 떨면서 살려달라고 그의 다리 한쪽을 붙들고 애원했다.

그는 기가 막혔다. 두 눈을 뜨고 사기를 당한 꼴이었다. 그가 분노로 들끓는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들을 뒤쫓아 가려고, 급하게 승용차에 올랐다. 막 시동을 걸 때, 그에게 문자가 왔다. 그는 휴대폰에 뜬 문자를 읽어 내려갔다.

‘신혁씨! 미안합니다. 솔직히 한 시간 전에 시연 양이 탈출을 했습니다. 어차피 원금과 이자는 받았으니까, 시연 양을 다시 찾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내일 중국으로 떠납니다. 피차 원하는 걸 얻었으니 깔끔하게 잘 마무리 합시다.’

그는 문자를 읽다가 맥이 빠졌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앓던 이빨을 단번에 뽑아버린 것처럼 시원하기도 했다. 그 돈을 갚지 못하면 그녀는 언젠가는 그들에게 끌려가 원치 않는 끔찍한 타락의 구렁텅이에 쳐박힐 것이 뻔해서였다. 술집이나 환락가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동물처럼 학대를 당하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해보다가 그는 심하게 몸서리를 쳤다. ‘그래! 오히려 잘 된 거야! 그녀에게 부담감도 주지 않고 그녀의 짐을 모두 덜어준 거니까.’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납치를 당해 한강공원까지 끌려온 아가씨를 집까지 태워다주려고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으나, 그새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자신의 연립주택을 향해 급하게 승용차를 몰았다. 그들의 말대로 그녀가 도망을 쳤다면 아마도 연립주택 근처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가 연립주택 앞에 주차를 하고 계단을 올라가려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두 번째 계단 위에 꼬부리고 앉아 머리를 앞으로 푹 숙인 채 졸고 있는 아가씨를 발견한 탓이었다. 어쩐지 그녀가 시연이라는 예감이 들기도 했다.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들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시연이었음을 깨닫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시...... 시연아! 정신 좀 차려봐! 시연아!”

그가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

졸린 눈으로 간신히 눈을 뜬 그녀가 이제는 살았다는 듯 말없이 웃었다.

“시연아!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우리 집으로 어서 들어가자! 많이 피곤해 보인다.”

그가 축 늘어진 그녀를 양손으로 안고 계단을 올라갔다.

제대로 밥을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한 탓인지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다. 게다가 몸무게도 훨씬 줄어든 느낌이 들 만큼 그녀의 몸이 어린애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타국이라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하여 헌신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너무도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긴장이 풀려서 자꾸만 잠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들려 축복의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고 있는 자신이야말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누리고 있다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웅얼거렸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쁘고 흡족한 마음으로 그에게 감사했다.

신혁은 그녀를 그의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동안 밀린 잠이 쏟아진 탓이었을까. 그녀는 구름 속을 헤매듯 안락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잔잔한 미소를 머금더니, 그대로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잠든 그녀의 얼굴을 행복한 얼굴로 바라보면서 ‘이젠 안심해도 돼! 앞으로 네가 납치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내가 널 평생 지켜줄 거니까.’ 하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무슨 꿈을 꾸는지 입안으로 무슨 말을 옹알거리다가 배시시 웃었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좋은 꿈 꾸고, 잘 자!’ 하고 그는 잠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는 홑이불을 덮어주고 거실로 나왔다. 다소 불편한 감은 있지만, 그녀를 위하여 그냥 거실의 소파 위에서 잠을 자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기 방에서 마치 동화 속의 백설 공주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깊이 잠들어있는 그녀가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너무 즐겁고 기뻐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성 간에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이 그토록 크고 위대하다는 걸 미처 몰랐다는 듯, 그는 연실 황홀한 웃음을 흘려냈다. 속으로 샘솟는 새로운 삶의 희망을 그가 여유있게 맛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시연은 잠을 깼다. 그녀는 다시 잠들기 전에 눈을 감고 지난날들을 떠올려 봤다. 북경에서 만두장사를 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손녀를 위하여 기도를 한 후에, 부지런히 시장으로 가는 할머니를 따라 나선 그녀는 하루치 필요한 식재료들을 사가지고 만두가게로 향했다. 그곳에서 할머니는 만두에 들어갈 고기와 야채를 부엌칼로 곱게 다지고 그녀는 밀가루 반죽을 차지게 해서 큰 쟁반만큼 얇고 넓게 폈다. 그리곤 주전자 뚜껑으로 동그랗게 만두피를 떼어낸 후에, 그 만두피 안에 고기와 야채를 골고루 섞어서 만든 속을 가득 채워 넣었다. 그 만두들을 찜통 안에 일정한 간격으로 깔아놓고 적당한 온도로 찌면 쫀득하고 고소한 고기 맛이 나는 만두가 완성된다. 만두의 종류는 여러 가지였다. 돼지고기를 많이 넣은 고기만두와 야채만 넣은 야채만두와 해산물인 오징어를 넣은 오징어 만두도 있었다. 수십 년 동안 한 자리에서 만두가게를 해온 탓에 장사는 잘 되는 편이었다. 단골손님들이 있었고, 가게를 열면 정오가 되기 전에 고기만두나 오징어 만두를 사러 오는 동네 주부들이나 젊은이들도 더러 있었다. 할머니 만두가게는 느끼한 고기냄새나 해산물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것이 그 만두 가게의 비법이었다. 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나서 아무리 많이 먹어도 만두에 질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 만두 가게가 소문이 나고 장사가 잘되자, 건물주가 바뀌면서 어려운 일이 생겼던 것이다. 건물주는 그 만두 가게를 직접해보려고 심통을 부렸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복도 많이 받으세요. 끝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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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29화 괴물 22.06.18 47 2 9쪽
28 제28화 대결 22.06.18 46 2 9쪽
27 제27화 오줌싸개 +2 22.06.18 53 2 9쪽
26 제26화 깊은 잠속으로 +2 22.06.17 50 1 9쪽
25 제25화 심장까지 닿아있는 줄 22.06.17 47 1 9쪽
24 제24화 푸른 물고기의 비밀 +2 22.06.17 52 1 9쪽
23 제23화 복수 +2 22.06.17 50 2 9쪽
22 제22화 북경으로 가다 22.06.17 46 1 9쪽
21 제21화 시간 이동 22.06.16 49 1 9쪽
20 제20화 파리의 에펠탑 22.06.16 45 1 9쪽
19 제19화 장례식장 22.06.16 48 1 9쪽
18 제18화 검은색 가방 22.06.15 50 2 10쪽
17 제17화 이화원의 공주 22.06.15 47 1 10쪽
16 제16화 하이에나 22.06.15 47 1 10쪽
15 제15화 음모 +2 22.06.15 57 2 10쪽
14 제14화 맛있는 아침 식사 22.06.15 53 1 10쪽
» 제13화 북경의 만두가게 22.06.14 69 1 10쪽
12 제12화 물물교환 22.06.14 76 1 10쪽
11 제11화 루마니아의 성 같은 건물 22.06.14 86 2 10쪽
10 제10화 욕실 22.06.14 94 1 10쪽
9 제9화 중국 사채업자들 22.06.14 87 1 10쪽
8 제8화 그녀의 친구들 +1 22.06.13 90 1 11쪽
7 제7화 나비 문신 22.06.13 101 1 10쪽
6 제6화 위기 22.06.12 103 1 10쪽
5 제5화 바이킹 +2 22.06.12 110 2 11쪽
4 제4화 그녀의 이름은 22.06.12 111 5 10쪽
3 제3화 편의점 +2 22.06.12 116 7 10쪽
2 제2화 지하실 +6 22.06.12 137 15 11쪽
1 제1화 푸른 눈동자 +4 22.06.12 195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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