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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색 물고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greater
작품등록일 :
2022.06.12 00:01
최근연재일 :
2022.06.18 23:17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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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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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수 :
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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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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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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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2화 지하실

판타지 작품으로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동행하는 즐거운 시간여행이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DUMMY

그녀는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투명한 어항 안에 푸른색 물고기 두 마리를 넣어달라고 주인아저씨에게 주문을 했다. 집에 있는 푸른색 물고기 한 마리가 많이 아파서 친구 물고기들을 넣어주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수족관 안을 들여다보는 흉내를 내면서 그녀의 얼굴과 몸짓을 눈여겨봤다. 푸른색 물고기를 키우고 있는 걸 보면, 심성도 착하고 마음씨도 선녀처럼 고울 것만 같았다. 마치 너무도 예쁜 마네킹의 모습에 도취되어 넋을 놓고 감상하고 있는 사내처럼, 그는 온통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귀에는 가쁜 그의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나 미쳤나봐? 이러다가 스토커가 되는거 아냐?"

그가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그는 온 몸이 마비된 환자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냥 동그란 눈동자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운 카리스마가 그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누가 봐도 완벽한 미인이었다. 푸른 하트여신다운 포스가 그녀에게서 흘러넘쳤다.

그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그녀의 뒤를 밟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을 알아둔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 같아서였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그는 개의치 않고, 용기를 내어 그녀의 친구가 되기로 했다.


2.


버스정류장 앞까지 그녀를 따라갔는데, 순찰을 도는 경찰에게 다가선 그녀가 서너 번 뒤를 돌아다보면서 무슨 말을 하는 듯 했다. 그와 동시에 두 명이 경찰이 빠른 걸음으로 그를 향해 다가왔다. 아마도 그녀가 그를 불량배나 소매치기로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의 안주머니에는 거액의 돈이 잔뜩 들어있었다. 부친 몰래 비밀금고 안에서 훔쳐온 돈이었다. 그것 때문에 그는 무조건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잘못하다간 도둑이나 강도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어서였다. 그는 허겁지겁 도망을 가면서 뒤를 돌아다봤다.

그녀는 그를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얼른 버스에 올랐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렇게 그를 떠나고 말았다.


그의 뒤를 쫓아오는 경찰들을 떼어내기 위하여 그는 사력을 다해 뛰었다. 골목길로 들어가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정신없이 뛰는 일에만 몰입했다. 주머니 안에 있는 지폐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거칠게 뒤로 뿌리면서 도망을 쳤다. 돈을 줍는 사람들이 생기면 아무래도 그게 장해물이 되어 경찰들을 쉽게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헉헉거리는 호흡소리가 더욱 거세질 무렵에야, 그는 뒤를 쫓아오던 경찰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그 후로 그는 그 어느 곳에서도 그녀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너무 놀란 탓에 스스로 외출을 금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퍼뜩 들었다. 만약 그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푸른 하트여신이 운명적인 만남의 주인공이라면, 어떤 형태로든지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주어질 거라고 믿고 싶었다. 아니, 그런 희망을 마음속에 곱게 간직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그는 어김없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열대어들을 찾아다녔다. 그들 중에서 유독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물고기는 당연히 베일블루베타였다. 그가 수족관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뒤에서 손수건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와 동시에 그는 거의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몽롱한 가운데 알 수 없는 승용차에 태워져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는 걸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놈들이 마취제를 썼는지 자꾸만 잠이 쏟아졌고 주변을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었다. 정신은 깨어있었지만 몸이 조금도 말을 듣지 않았다.

"대체 이놈들은 누구일까? 왜 나를 납치한 거지?"

그가 마음속으로 뇌까렸다. 하지만 입밖으로는 아무말도 새어나오질 않았다. 입술마저 마비된 탓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뒤통수가 띵하고 현기증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여긴 대체 어디일까?"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곳은 사방이 온통 회색 벽돌로 막혀있었다. 그는 직사각형 모양을 갖춘 지하실에 자신이 갇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넓은 지하실 한쪽 구석에는 건축현장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간이화장실이 하나 있었고, 그 옆에는 물탱크와 연결된 세면대 하나가 덩그마니 놓여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어쩐지 자신을 장기간 감금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 그를 수시로 괴롭혔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더불어 시멘트벽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역하고 습한 냄새가 불쾌감을 한 층 더 가중시켰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정신세계를 붕괴하고 있는 고독과 불안과 고통이라는 무형의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기려고 나름 애를 썼다. 하지만 그건 그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기에 너무 황당하고 거대한 성벽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자신의 모습이 서서히 클로즈업 될 뿐이었다.

사방을 두리번거려도 창문이나 시계도 없으니 도무지 낮인지 밤인지 전혀 파악이 안 되었다. 체력이 급속도로 저하되면서 자꾸만 잠이 쏟아졌다.

‘이러다가 내가 생지옥과 같은 곳에서 그냥 죽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가 간신히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납치범들이 밥은 하루 한 끼만 준다고 겁을 주더니, 그의 모습이 날로 쇠약해지고 체중이 현저하게 줄어들자 아침과 저녁 두 끼를 공급해주었다. 플라스틱 식판 안에 맛없는 김치와 비릿한 나물 한 가지와 간이 안 맞는 감자 국이 담겨있었고, 밥은 언제나 보리와 콩을 섞은 잡곡밥이었다. 처음엔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어서, 그 식판을 다시 철문 밖으로 내보고 먹질 않았다. 아니 토할 것만 같아 그것을 씹어서 목구멍 안으로 삼킬 수가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한 주를 넘기게 되자 밥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자신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살기위해서 짐승처럼 몸부림을 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비참하고 가엾게만 여겨졌다.

더군다나 물도 아껴가면서 써야 하는 처지라, 그는 그곳에서 제대로 된 목욕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물탱크의 물이 동이 나면 그나마 생존기간이 단축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생겨서, 될 수 있는 한 물을 아끼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그래서 세면대에 받아 놓은 물을 버리지 않고 여러 차례 반복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물을 절약하기 위해서 한 컵의 물로 세면을 하고 그 물을 머리에 찍어 발라서 겨우 먼지를 씻어냈다. 목욕을 못하게 되자 사타구니가 자꾸만 가려워 염증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깝지만 사흘에 한 번은 세 컵의 물로 사타구니와 생식기를 꼼꼼하게 씻어내야만 했다. 영양부족 때문인지 기운도 떨어지고 온 몸의 근육도 마치 죽은 애벌레의 껍질처럼 점차 시들어갔다.


“야! 밥 먹어라!”

철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가 식판을 그에게 내어주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조폭들 가운데 나이가 제일 어려보이는 사내였지만, 그는 등치가 컸고 눈매도 사납게 보였다. 그는 검은 색 체육복 차림을 하고 회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아마도 외출을 하지 않고 집중적으로 지하실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은 자인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사내는 그가 감옥 안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상대였다.

“내가 이곳에 온 지 대충 얼마나 된 겁니까? 대략 2주 정도 되었나요?”

“이 새끼가 지금 농담하나? 너 여기 온지 한 달하고도 열흘째야! 알아? 너 때문에 난 집에도 못가고 아주 죽을 맛이다.”

“누가 저를 이곳에 감금한 겁니까?”

“뭐야? 너 아주 돌대가리이구나! 널 여기 가둔 건 신 회장님이야.”

“네에? 신 회장님이라면? 우리 아버지를 말하는 겁니까?”

“그래! 맞아! 네 아버지야! 네 못된 성품 개조시키려고, 널 여기에 가둔 거야. 너 아주 수천만 원씩 길바닥에 뿌리고 강남클럽에서 술만 처먹고 살았다며? 나 같아도 너 같이 얼빠진 새끼는 작살을 내서 지하실에 꽁꽁 묶어 놨을 거다. 앞으로 잘 하겠다고 신 회장님께 엎드려 싹싹 빌어라! 그래야 여길 나갈 수 있을 거다.”

그 사내는 피식 웃으며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내려다봤다.

신혁은 앞이 캄캄해지고 심한 현기증을 느꼈다. ‘설마 그럴 리야 있겠는가?’ 하고 부친은 의심하지 않았는데, 진실을 알고 난 후에 그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극심한 절망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부친의 피를 받은 아들인데, 사나운 들짐승을 다루듯이 자신을 지하실 창고에 감금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온갖 비리들과 뇌물을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한 장부를 빼내어 검찰에 넘기겠다는 말을 하면서, 부친에게 맞선 적이 있었던 걸 그는 기억해냈다.

"설마? 그일 때문에? 나를?"

그가 고개를 힘없이 밑으로 떨구었다. 아무래도 그는 자신의 생각이 맞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부친이 악독한 상무이사를 시켜 자신을 지하실에 가두었다는 걸 그는 스스로 깨달을 수가 있었다. ‘아버지란 자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당신 내 아버지 맞아?’ 하고 그는 분통을 터트렸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격한 분노와 공포감이 휘몰아치면서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부친의 성격으로 미루어볼 때, 자신이 그 지하실에서 풀려나기는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다. 너무 경솔했던 자신의 언행을 깊이 반성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무조건 탈출해야 한다. 어쩌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어. 아버지는 내가 병들어 죽어도 관심조차 없을 거야. 빌어먹을!"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했다.

지하실 전등4(푸른색 물고기).jpg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운과 복도 많이 받으세요. 끝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가의말

어제 그림그리다가 새벽에 취침했습니다. 


글쓰고 그림까지 그리려니 보통 일이 아니네요.


그래도 독자님들을 위하여 땀 좀 흘려보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복받으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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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26 룰루랄라7
    작성일
    22.06.19 09:07
    No. 1

    우와 그림도 그리시는 거에요? 오오 저는 미술 쪽에 완전 잼병이라 정말 신기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gr*****
    작성일
    22.06.19 16:57
    No. 2

    넵 그냥 취미삼아 그리고 있답니다.

    댓글 넘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관심 많이 부타드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11.06 08:56
    No. 3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ㅎㅎ 그림 솜씨도 좋으시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gr*****
    작성일
    22.11.06 20:13
    No. 4

    감사합니다. 늘 칭찬해주시고, 댓글이 큰 힘이 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2.11.14 21:32
    No. 5

    글도 생각이 나질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거기에 그림까지... 대단합니다. ㅜㅜ 전 표지그림을
    바꾸고 싶어 AI에게라도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gr*****
    작성일
    22.11.14 21:38
    No. 6

    꿈꾸는 사과님 댓글 감사드려요 그림은 취미삼아 그리고 있답니다.

    근데 시간이 넘 걸려서 글 안쓰는 기간에 그리곤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운과 문운이 있으시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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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30화 수첩 +2 22.06.18 68 3 11쪽
29 제29화 괴물 22.06.18 49 2 9쪽
28 제28화 대결 22.06.18 47 2 9쪽
27 제27화 오줌싸개 +2 22.06.18 53 2 9쪽
26 제26화 깊은 잠속으로 +2 22.06.17 51 1 9쪽
25 제25화 심장까지 닿아있는 줄 22.06.17 47 1 9쪽
24 제24화 푸른 물고기의 비밀 +2 22.06.17 52 1 9쪽
23 제23화 복수 +2 22.06.17 51 2 9쪽
22 제22화 북경으로 가다 22.06.17 46 1 9쪽
21 제21화 시간 이동 22.06.16 49 1 9쪽
20 제20화 파리의 에펠탑 22.06.16 45 1 9쪽
19 제19화 장례식장 22.06.16 48 1 9쪽
18 제18화 검은색 가방 22.06.15 50 2 10쪽
17 제17화 이화원의 공주 22.06.15 47 1 10쪽
16 제16화 하이에나 22.06.15 48 1 10쪽
15 제15화 음모 +2 22.06.15 58 2 10쪽
14 제14화 맛있는 아침 식사 22.06.15 53 1 10쪽
13 제13화 북경의 만두가게 22.06.14 69 1 10쪽
12 제12화 물물교환 22.06.14 77 1 10쪽
11 제11화 루마니아의 성 같은 건물 22.06.14 87 2 10쪽
10 제10화 욕실 22.06.14 94 1 10쪽
9 제9화 중국 사채업자들 22.06.14 87 1 10쪽
8 제8화 그녀의 친구들 +1 22.06.13 90 1 11쪽
7 제7화 나비 문신 22.06.13 101 1 10쪽
6 제6화 위기 22.06.12 105 1 10쪽
5 제5화 바이킹 +2 22.06.12 111 2 11쪽
4 제4화 그녀의 이름은 22.06.12 111 5 10쪽
3 제3화 편의점 +2 22.06.12 116 7 10쪽
» 제2화 지하실 +6 22.06.12 138 15 11쪽
1 제1화 푸른 눈동자 +4 22.06.12 195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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