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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1 18:00
연재수 :
254 회
조회수 :
11,429
추천수 :
692
글자수 :
1,360,283

작성
23.04.11 18:08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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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DUMMY

검을 휘두른 숨 가드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삐쩍마른 제사장을 벨 때는 저항없이 나아가던 그의 검이 그 뒤에 꼬마를 베는 순간부터 덜컥거리더니 이내 멈췄기 때문이다.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군.'


한 번에 가를 생각이었는데 꼬마 제사장에게 막히고 말았다.

꼬마가 생각보다 단단했기 때문인데 이건 숨 가드나가 나이가 들며 적의 역량을 판단하는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었다.


'끄응. 어린놈이 또 뭐라고 한 소리 하겠어.'


테노부스에게 맞추기 위해 그가 가진 눈의 힘을 조금 썼다고 이 모양이다.


"끄아아악!"


제 팔에 틀어박힌 검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 칼리다비스가 반사적으로 몸 주변으로 새까만 힘을 터트렸다.

숨은 아쉬움을 뒤로 한채 검을 회수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러게 눈은 좀 적당히 쓰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나 다를까 테노부스가 그를 지나치며 잔소리를 늘어놨다.

숨은 그가 하는 말에 문득 서러워졌다.

아직도 자신이 저 같은 줄 아나, 한창때인 몸으로 무턱대고 그렇게 움직이면 나이 먹은 이쪽에서는 없는 살림이라도 끌어와야 따라갈 수 있었다.


"이놈아! 너도 나이를 들어 봐라."


아쉽게도 숨의 한탄은 테노부스에게 가닿지 않았다.

테노부스는 검은 힘을 사방팔방으로 쏘아내며 칭얼거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아기의 품으로 파고 든다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근육질의 몸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유연한 몸놀림으로 칼리다의 공격을 피하며 나아갔으며.


카각


카가각


그가 미처 피하지 못할 공격은 검의 형상을 띈 빛나는 히펠이 그의 주변을 빙그르르 돌며 쳐냈다.


키이이잉


그의 귓가로 아돌이 히펠을 끌어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는 아돌을 향해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아무리 늙었어도 저 정도는 막겠지. 만약 저것도 못 막으면 앞으로는 그냥 어디 구석에 버려두고 혼자 움직여야지.'


테노부스 머릿속의 불온한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숨 가드나는 그를 한껏 째려보고는 아돌에게 날아갔다.

아돌은 부러진 검을 쥐고 찌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하이야!"


숨은 괴상한 기합을 내지르며 테노부스를 향해 날아가는 붉은 광선을 쳐냈다.

테노부스의 히펠과 같이 빛을 내는 숨의 히펠이 광선을 갈라냈다.


"멀리서 봤을 때부터 든 생각인데. 자네 그 히펠 말이야. 용이랑 닮았단 말이야."


정확히 말하면 용이 인류 연합군을 단번에 초토화 시킨다는 것으로 알려진 용의 숨결과 닮아 있었다.

초고열의 붉은 광선.

전해져오는 묘사와도 차이가 없으며 그가 그의 눈으로 깨어난 용과 어떤 남성이 싸우는 모습을 들여다봤을 때 봤던 용의 숨결과도 같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프로토케의 왕?"

"원래 자네의 히펠은 번개의 힘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힘 저것들로부터 받은 힘인가?"

"저 머저리같은 제사장들에게서 받았냐고? 흥. 웃기는 소리 마라. 이건 내가 이룬 것이다..."


키이잉

키이이이잉


아돌의 몸 주변으로 붉은 광구가 동시다발적으로 맺히기 시작했다.


"내 힘이란 말이다!"

"거 좀 물어 볼 수도 있지. 뭘 그리 화를 내는가."


숨 가드나의 검에 맺힌 빛무리가 마치 가지를 뻗듯이 사방으로 자라났다.


콰아아앙


줄기줄기 터져나오는 광선에 맞춰 숨이 검을 부드럽게 휘둘렀다.

빛으로 된 얇은 가지들이 순식간에 두꺼워지며 숨을 향해 쏟아지는 광선들을 막아냈다.

그러고도 남은 빛의 가지는 그대로 아돌을 향해 짓쳐들어갔지만 아돌은 몸을 비틀어 숨의 공격을 피했다.


공격을 피한다고 중심이 흐트러진 아돌을 향해 숨이 단번에 달려들었다.


"뭐가 되었든 용과 손을 잡은 것은 사실 아닌가. 이 어리석은 사람아."


숨의 검이 아돌을 가르기 직전.

칼리다 쪽에서 날아온 까만 힘에 숨의 검로가 흔들렸고 그 덕에 아돌은 숨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아돌이 거리를 벌리기 위해 광선을 날렸고 그 덕에 숨은 다 잡은 아돌을 놓치고 말았다.


"에잇! 정말! 제대로 좀 막거라!"


어느새 저만치 멀어진 아돌을 보며 숨은 버럭 성을 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숨의 불평에 대한 테노부스의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짜증이 난 숨은 테노부스를 돌아봤다.


"들리면서 무시하는 것도 그만...!"


테노부스를 돌아본 숨은 차마 말을 마치지 못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답할 정신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저건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생명체인 게야?"


***


사방으로 무차별적으로 쏘아내는 검은 힘을 뚫고 비로소 칼리다비스 앞에 선 테노부스.

그의 주변을 돌던 빛의 검들이 그가 손에 쥔 검에 흘러들어 하나가 되었다.

그는 그대로 빛의 검을 휘둘렀다.


스걱


그의 손끝에 베는 느낌이 들었지만 정작 목표로 했던 꼬마 제사장은 무사했다.

반으로 갈라진 삐쩍마른 제사장의 하체가 그의 검을 꼬마 대신 받아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말 좀 들어. 이 바보동생아."


그 사이 상체는 꼬마 앞으로 가 있었다.

삐쩍마른 여자는 하나만 있는 손을 뻗어 꼬마의 두 눈을 파내고 거기에 제 두 눈을 박아 넣었다.


"무슨 짓을 하는 건지는 몰라도."


찰나가 아쉬운 순간에 굳이 저런 해괴망측한 짓을 벌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테노부스는 이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그는 여자의 상체를 아주 없앨 생각으로 빛의 히펠을 두껍게 모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 했다.


"!"


그가 내리긋기 위해 치켜올렸던 검은 그 자리에 단단히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새 다가온 꼬마가 그의 팔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나... 나 꼭 다시 깨워줘야 해. 안 그러면 누나 심장을 찢어버릴 거야..."


꼬마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여자의 상체는 저 혼자 조각조각 나뉘어져 꼬마의 몸 전체를 덮고 있었다.

여자의 입이 꼬마의 입을 뒤덮었고 그 순간 꼬마의 말이 바뀌었다.


"... 걱정하지마. 이 일이 끝나면 깨워줄게. 한숨 자."


꼬마는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거렸고 그와 동시에 꼬마의 몸이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어느 정도 자란 어린 아이였다면 이제는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이의 크기였다.


아기는 몸 곳곳에는 조각난 여자의 신체가 점점이 박혀있었다.

작아진 아기의 얼굴에는 그와 어울리지 않게 여자의 큰 이목구비가 자리하고 있어서 보고 있으면 거북한 기분이 들었다.


으드득


크기가 준 것과 동시에 테노부스의 팔을 막아내고 있던 아기의 손힘이 더 강해졌다.

이 기괴한 변화에 테노부스는 무릎을 들어올려 아기를 가격하였다.

하지만 빛의 히펠을 담은 공격은 아기에게 닿지 않았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가 채 무릎을 뻗기도 전에 아기가 짧은 발을 뻗었고.


콰아아앙


까만 힘이 테노부스의 무릎을 막음과 동시에 빛의 히펠을 없앴기 때문이다.


으드드드득


그 사이에도 조막만 한 아기의 손이 테노부스의 손목에 둘러진 히펠을 부수며 파고들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테노부스는 조금 전 꼬마가 했던 것처럼 몸 주위 전체적으로 히펠을 터트려 아기를 떨쳐내었다.

아기는 히펠에 닿기 전에 훌쩍 뒤로 물러나더니 가볍게 그의 히펠을 막아냈다.


'성가시게 되었군.'


이곳으로 오면서 테노부스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삐쩍마른 여자는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성가신 능력이 될 수 있었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그녀의 육체가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꼬마의 육체는 경이로울 정도로 강하고 단단했지만 움직임이 단조로웠다.

이후 움직임에 대한 생각이 없이 곧이 곧대로 몸을 놀리는 식이었다.


이지가 없는 짐승처럼 싸우는 꼬마가 숙련된 기사인 페트라를 상대할 수 있던 것은 꼬마가 그만큼 뛰어난 육체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고.

이 말은 만약 꼬마가 몸을 움직이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알고 머리를 조금이라도 쓸 수 있다면 페트라를 혼자서도 막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꼬마는 잠들고 그 자리를 미래를 보는 여자가 대신한다라...'


저 둘을 한 번에 가르지 못한 숨 가드나에 대한 불평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테노부스는 이를 입 밖으로 꺼내는 옹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고로 왕은 대범해야 하는 법이니까.'


대신 그는 페트라를 바라보았다.

까만 힘을 뒤집어 썼으며 그것도 모자라 실시간으로 까만 힘을 끌어모으고 있는 멍청한 제자놈의 모습에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 지금은 어찌저찌 버티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힘이 더 커지면 그때는 집어삼켜질 수도 있습니다.


모든 파편의 어미라는 기만과 싸워봤다는 이레의 말이었으니 허튼 소리는 아닐 것이었다.

더군다나 당장 제사장들을 죽이려들던 페트라는 어느순간부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좋은 신호는 아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페트라를...'


"한눈 팔면 죽어. 당신."


아기의 조막만 한 주먹이 어느새 테노부스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테노부스는 간발의 차이로 아기의 주먹을 피했으나.


퍼어어엉


주먹에서 터져나온 어둠의 힘이 그를 휩쓸었다.

테노부스는 히펠을 몸 주변에 둘러 보호하고 있었다.

거기에 한눈을 팔기는 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히펠도 따로 모으고 있었던 상태.

아기의 주먹을 본 순간 그는 모아두었던 히펠까지 동원하여 공격을 막았지만 그 모든 것이 한 번에 찢겨 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어둠의 힘에 직격한것 치고 테노부스의 상처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맞을만 하다.'


아기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한 테노부스는 결정을 내렸다.

이대로 아기의 공격을 막고는 페트라를 구하기로 말이다.


'물론 지금의 페트라는 다른 사람이 구할 수 없다고 이레님께서 못을 단단히 박긴 하셨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결심한 테노부스가 몸을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저거한테 한눈팔면 죽는다니까? 당신도 바보네."


그의 앞에 나타난 아기가 연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퍼어엉


퍼버벙


테노부스는 생각했던 대로 아기의 공격을 막아내며 페트라에게로 향했다.

그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막을지 아는 아기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위협적이었지만 방어에만 집중한 테노부스는 그 모든 공격을 기어이 죽지 않을 정도로 막아냈다.


"페트라!"


마침내 페트라 앞에 도달한 그가 페트라의 이름을 부르자 페트라의 고개가 들렸다.


"진정하고 나를 보고 따라해라."

"... !"

"네 몸에서 흘러나오는 까만 것을 다스릴 방법을 알려주마."


테노부스의 목소리는 페트라에게 있어 언제나 어둠 속에서 길을 인도하는 등불과 같았다.

과거에 사로잡혀 방황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딛었던 순간이.


- 진정하고 나를 보고 따라해라. 네 몸에서 흘러나오는 까만 것을 다스릴 방법을 알려주마.


그 빛과 같던 과거의 기억이 페트라의 눈앞에 덧대어 칠해지고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 숨을 크게 들이쉬고...


온통 어둠이었던 그의 영혼에 한줄기 빛이 스며드는 순간이었지만 어둠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어둠은 집요하고 또 지독하게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


"이제 당신 죽어."


테노부스의 뒤로 아기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기를 계속 의식하고 있던 테노부스는 침착하게 히펠을 끌어모았다.


콰아아앙


빛을 내는 히펠이 몰려들어 테노부스를 보호하였다.

거보라는 듯 웃으며 테노부스가 입을 열었다.


"짐은 어둠에 굴복하지 않는...!"

"!"


그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페트라의 눈에 차오르는 경악을 보고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기의 공격을 막고 히펠이 사라진 테노부스의 등에 다시금 히펠이 차오르기 전.

그 찰나와 같은 틈을 노리고 누군가의 손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손끝의 주인은 테노부스가 아기와 싸우는 사이에 회복한 근육질의 제사장, 마르체호라였다.

디르앤의 목숨을 앗아갔던 여자의 손끝이 이번에는 무방비하게 노출된 테노부스의 등을 노리고 있었다.


아기의 조롱어린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거봐. 당신 죽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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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196.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23.05.11 2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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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189. 권능자님 한 명 더 갑니다 23.04.27 42 2 11쪽
188 188.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1 23.04.26 47 2 11쪽
187 187. 범인은 이 안에 있어 +1 23.04.25 32 2 11쪽
186 186. 이래도 아니야 23.04.24 36 2 12쪽
185 185. 기억 둘 +1 23.04.20 45 2 12쪽
184 184. 벤다 안 벤다 벤다 안 벤다 23.04.19 34 2 12쪽
183 183. 좋은 소식 전해드려요 23.04.17 29 2 11쪽
182 182. 나오너라 +1 23.04.13 33 2 11쪽
181 181.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보고 +1 23.04.12 105 3 11쪽
»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23.04.11 35 2 12쪽
179 179. 잠깐이면 돼 +1 23.04.10 70 2 11쪽
178 178.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23.04.05 52 2 13쪽
177 177. 진심 주먹질 23.04.04 78 2 11쪽
176 176. 오 권능자 비상 사태 큰일났다 23.03.31 37 2 12쪽
175 175. 제사장이다 꼼짝마 +1 23.03.29 28 2 11쪽
174 174.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23.03.28 31 2 11쪽
173 173. 들어는 봤나 23.03.27 28 2 11쪽
172 172. 어떻게 이름이 +1 23.03.23 28 2 11쪽
171 171. 마음만은 청춘 +1 23.03.22 29 2 11쪽
170 170.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거야 23.03.21 22 2 11쪽
169 169.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23.03.20 28 3 11쪽
168 168. 말이 너무 많은 사람 23.03.16 38 2 12쪽
167 167. 기억 하나 23.03.15 2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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