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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1 18:00
연재수 :
254 회
조회수 :
11,430
추천수 :
692
글자수 :
1,360,283

작성
23.03.21 12:39
조회
22
추천
2
글자
11쪽

170.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거야

DUMMY

승리의 벽에 집결해 있던 요엠가움의 병사들은 모두 추한 몰골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가지런히 늘어서있던 막사들은 모조리 쓰러지고 날려 병사들과 얽히고설켜 있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기사가 아닌 일반 병사라고 하더라도 훈련이 잘 되어있는 것으로 유명한 요엠가움의 병사들이다.

그런 자들이 왜 이런 한심한 꼴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널부러진 자들 가운데에는 기사들이 섞여있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기사란 자들도 버티지 못할 정도의 거대한 힘이 승리의 벽을 휩쓸었다는 뜻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요?"


가슴에 솔늑대 문장을 달고 있는 기사 중 하나가 갑옷을 절그럭 거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꺄악!"


몸을 일으키던 기사는 저를 깔고 있는 두꺼운 나무기둥을 들고 일어나다가 발이 걸려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아야야. 아파라."


투구를 벗은 그녀는 바닥에 찧은 뒤통수를 문질거렸다.

얼굴을 드러낸 그녀는 일반적인 요엠가움인과는 다른 외향을 하고 있었다.

갈색의 피부는 요엠가움인의 피부색보다 한참 밝았으며 단발의 검은 머리칼은 구불구불거리는 대신 곧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체구도 아담한 축에 속하는 그녀는 아무리 많이 쳐줘도 이제 갓 스물이나 넘겼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람 두 명은 거뜬히 넘길 높이의 커다란 나무기둥이 저를 덮쳤는데도 조금 아파하고 마는 기사의 이름은 카리타, 솔늑대 기사단 말단에 위치한 기사였다.


다시 나무 기둥에 깔린 카리타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 주변의 기사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조금 더 누워있기로 했다.


'먼저 일어나봤자 일만 더할 뿐이지. 응. 그렇고 말고.'


일어나는 대신 눈을 감은 그녀는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되뇌어 보았다.


'우웅... 그러니까 연합 회의 중이었지.'


연합 회의라고 하지만 텔제민도 프로토케도 아직 승리의 벽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니 실상은 요엠가움 회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활 회의를 하는 도중 갑작스레 막사를 찢으며 누군가 날아갔다.

왕이 지내는 막사를 왕이 보는 앞에서 찢을 간 큰 사람은 요엠가움에 없다.

자연스레 막사 밖으로 튀어나간 사람이 정해졌다.

감히 왕의 막사를 찢을 사람은 왕 말고는 없었다.


'진지한 얼굴의 전하도 멋지셨지... 헤헷'


테노부스가 용해로 날아간 직후 임무를 받아 카밀로테로 떠난 사슴을 제외한 여섯 수호수가 다급한 얼굴로 막사를 나왔다.

그들은 휘하 모든 기사들을 이끌고 병사들 앞을 가로막으며 진형을 갖췄다.


- 모두 히펠을 끌어올려 적의 공격에 대비해라.


늑대의 명을 마지막으로 수호수들은 용해로 날아가버렸다.

카리타 역시 기사들 사이에 껴서 히펠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세상에 환해졌지.'


돌연 세상이 하얀 빛으로 물드는가 싶더니 거센 충격파가 그들을 덮쳐왔고 그 결과가 지금 이 모양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녀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용해에서 느껴지는 히펠의 충돌을 생각하면 전투가 있었던 것 같고 그 전투에 테노부스 왕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었다.


'전하께서 다치시진 않았겠지? 잘생긴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국가 차원의 손실인데...'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던 그녀는 자신의 감은 눈 위로도 밝던 세상에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을 차렸으면 일어나라."


익숙한 목소리에 헛숨을 들이킨 카리타는 혹시 저를 향해 한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버텨보았다.


"..."


시간이 흘러도 도통 떠나지 않는 그림자와 저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목소리가 일어나라고 한 사람은 자신이 맞는 모양이었다.

카리타가 슬쩍 눈을 뜨자 그녀의 눈에 꼬장꼬장해 보이는 사내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녀는 마치 방금 깨어났다는 듯이 행동했지만 그녀의 거짓말 실력은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허걱! 부단장님!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카리타. 아까 네가 일어나는 소리가 다 들렸다. 하아... 네 녀석은 어찌된 게 틈만 나면..."


솔늑대 기사단의 부단장은 말을 지지리도 듣지 않는 말단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 놓을까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말을 삼켰다.

더 이상 히펠의 충돌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었다는 소리인데 전투에서 살아남은 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 그들은 정비를 해야했다.


"일어나서 먼저 깬 기사들과 진형을 갖춰라."


카리타는 그제야 저를 덮고 있던 나무 기둥을 옆으로 치우고 벌떡 일어났다.


"하하... 언제 그렇게 다 일어나신 거래요? 헤..헤"


분명 아까 확인할 때만 해도 없었던 거 같은데.

뒷말을 삼킨 그녀는 저를 향해 따갑게 쏟아지는 시선을 애써 피했다.


"검은 어디다 뒀느냐! 솔늑대단의 기사가 검을 놓치는 것이 말이 돼!"


그녀를 기다리는 무리 중 노기사 한 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유독 카리타에게만 엄격하기로 유명한 자였다.

더 이상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검을 찾은 그녀는 우물쭈물 무리로 향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노기사가 제 옆자리를 비워주었다.


"끄응."

"뭐하느냐. 얼른 와서 적의 공격에 대비하지 않고."


정말이지 노기사 옆에 서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기사들은 그녀가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주기는 커녕 아예 무시하고 있었기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노기사 옆에 서자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누차 말하지 않았느냐. 너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움직이고 항상 부지런히 움직이라고. 그래야 사람들이 너를 받아들여줄 것이라고 말이다."

"죄송해요. 아우스 경."


카리타는 입을 빼쭉 내밀며 말했다.

노기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녀의 출신과 관련이 있었다.


카리타의 외견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피부도 머리칼도 전형적인 요엠가움인과는 달랐다.

그녀는 요엠가움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혼혈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카리타는 텔제민 출신의 고아였다.

그녀의 핏줄에 요엠가움인은 조금도 관련이 없었다.

본래 어두운 것과는 관련이 없던 피부를 갈색으로 태운 것도.

밝은 갈색의 머리칼을 까맣게 물들인 것도.

모두 다 요엠가움인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텔제민 출신의 고아가 요엠가움에, 그것도 솔늑대 기사단에 들어와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요엠가움의 왕 때문이었다.

텔제민과의 전투에 나섰던 테노부스는 어디서 주워왔는지 어느날 갑자기 카리타를 데리고 오더니 직접 검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지금인 것이다.


"너를 거둬주신 전하께 폐를 끼쳐서는 안되지 않겠느냐."

"... 네."

"너는... 우리는 전하께 받은 은혜를 평생 갚으며 살아야 한다."


줄곧 부루퉁하던 카리타는 이어지는 노인의 말에 얼굴을 풀었다.

하얀 피부의 노기사 역시 그녀와 비슷한 처지라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기 보다는 테노부스 왕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전하께서는 자애로우시죠! 또 멋지시고... 헤헤."


전하 이야기가 나왔다고 금새 기분이 풀리는 그녀를 보며 아우스가 슬쩍 웃었다.


카리타에게 있어서 테노부스는 구원자나 다름 없는 자였다.

그러다보니 그녀는 테노부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정신을 못차리고 그를 찬양하는데 바빴다.


재잘재잘 떠드는 카리타를 보고있자니 용해쪽에서 승리의 벽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모두! 전투 준비!"


부단장의 꼬장꼬장한 목소리와 함께 진형을 갖춘 기사들이 히펠을 끌어올렸다.

팽팽한 긴장감이 진형을 뒤덮은 것도 잠시.

다가오는 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기사들은 모두 안심하며 히펠을 거둬들였다.


하얀 히펠을 흩뿌리며 날아오는 자는 테노부스 알랑케 요엠가움이었다.


콰아앙


테노부스는 조악하게나마 진형을 갖춘 기사들 앞에 착지하였다.


"전하! 무사하셔서 다행..."


테노부스를 맞기 위해 앞으로 나섰던 솔늑대단의 부단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왕이 바닥에 내려놓은 자들의 정체 때문이었다.


"이게 도대체..."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자들의 정체는 여섯 수호수였다.

솔늑대 부단장은 요엠가움 최강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히펠렌스들이 모조리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이 충격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전하! 어깨가... 의원! 어서 의원을 불러오도록."


여섯 수호수를 히펠로 묶어 짊어지고 온 테노부스의 어깨로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어깨를 감싼 견갑은 날카로운 검에 꿰뚫린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적에게 당한 모양이었다.


"그만."


무겁게 울리며 퍼져나가는 테노부스의 한 마디에 호들갑을 떠는 부단장은 물론 현 사태에 동요하던 다른 기사들까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짐은 괜찮으니 의원들은 여기 수호수들을 살펴라. 심각한 상처가 없다면 속히 깨우도록 하고."


테노부스 아래에서 검을 배울 때에도, 솔늑대단에 들어가 기사 생활을 하면서도 카리타는 테노부스가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봤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면목 없습니다."


정신을 차린 여섯 수호수들은 저마다 침통한 표정으로 왕 앞에 앉아있었다.


"괜찮다. 저들이 생각보다 더 강했을 뿐이다."


갑옷을 벗고 가벼운 차림을 한 테노부스는 어깨에 붕대를 감고있었다.

급하게 다시 세운 막사 안에는 왕과 여섯 수호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리타가 있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카리타는 도대체 왜 자신이 여기 있는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그저 바짝 긴장 한 상태로 여섯 수호수들이 앉은 탁자 뒤에 뻘쭘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제사장들이 한대륙에 들어갔네."


이제 막 정신을 차린 여섯 수호수들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테노부스는 그들이 낫기를 기다려 줄 시간이 없었다.


"경들을 뚫고 간 세 명, 그리고 짐이 상대한 유스티티엔 그 자까지 총 네 명. 그들은 짐을 뚫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어."


마음 같아서는 멀어지는 제사장을 쫓고 싶었지만 여섯 수호수들이 정신을 잃고 용해에 떨어지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저 역시 유스티티엔의 검에 상처를 입은 상황이었다.

요엠가움에 남아있는 기록과 한참이나 차이가 있는 제사장들의 전력을 목도한 테노부스는 지금으로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앞에서 저들을 보내는 것이 속이 쓰렸지만 그는 당장 제사장들을 쫓는 대신 정비를 하기로 하였다.


"짐은 잠시 자리를 비울테니 그동안 이곳은 늑대가 맡게."

"... 형님. 제사장들을 쫓으실 생각이라면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아니. 자네가 남아야 내가 안심하고 자리를 비울 수 있네."


왕이 저렇게까지 말하면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뜻이었다.

늑대가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호위를 데리고 가십쇼. 전하."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네."


그러나 테노부스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늑대의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나 있었다.


"카리타. 짐과 동행하도록 하거라."


카리타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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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188.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1 23.04.26 47 2 11쪽
187 187. 범인은 이 안에 있어 +1 23.04.25 32 2 11쪽
186 186. 이래도 아니야 23.04.24 36 2 12쪽
185 185. 기억 둘 +1 23.04.20 45 2 12쪽
184 184. 벤다 안 벤다 벤다 안 벤다 23.04.19 34 2 12쪽
183 183. 좋은 소식 전해드려요 23.04.17 29 2 11쪽
182 182. 나오너라 +1 23.04.13 33 2 11쪽
181 181.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보고 +1 23.04.12 105 3 11쪽
180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23.04.11 35 2 12쪽
179 179. 잠깐이면 돼 +1 23.04.10 70 2 11쪽
178 178.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23.04.05 52 2 13쪽
177 177. 진심 주먹질 23.04.04 78 2 11쪽
176 176. 오 권능자 비상 사태 큰일났다 23.03.31 37 2 12쪽
175 175. 제사장이다 꼼짝마 +1 23.03.29 28 2 11쪽
174 174. 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23.03.28 31 2 11쪽
173 173. 들어는 봤나 23.03.27 2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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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171. 마음만은 청춘 +1 23.03.22 29 2 11쪽
» 170.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거야 23.03.21 23 2 11쪽
169 169.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23.03.20 2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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