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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6.21 18:00
연재수 :
254 회
조회수 :
11,432
추천수 :
692
글자수 :
1,360,283

작성
23.03.27 18:35
조회
28
추천
2
글자
11쪽

173. 들어는 봤나

DUMMY

"좀 더 빨리 달려라. 디율아. 잡히겠어."

"그냥... 그냥 좀 닥치고 있어요."


이죽거리는 유드바의 얼굴에 디율은 벌컥 짜증이 났지만 그는 그가 등에 업고 있는 유드바를 기사들에게 던져주는 만행을 벌이지는 않았다.


"... 나를 챙긴다고 이렇게 느린 거라면 나를 버려 디율아. 그러면 내가 너를 죽기 직전까지 원망하고 죽고 나서도 저주하겠지만 그래도 둘 다 뒈지는 것보다야 욕을 뒈지게 먹는 한이 있어도 하나라도 사는 게 낫지 않겠어?"


유드바는 피에 물든 제 다리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내가 다리는 이래도 네가 도망칠 정도의 시간은 좀 벌 수 있을 거야. 너 빨라서 도망치는 거 하나는 기똥차게 잘 하잖아."


디율은 유드바의 웃기지도 않는 농지거리에 대꾸할 여력이 없었다.


슈우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악문 디율의 다리에 바람이 맺히는가 싶더니 디율의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콰직


디율이 있던 자리에 창 한 자루가 날아와 틀어박혔다.

바닥에 박힌 창은 일종의 신호였다.

슬슬 공격을 시작하겠다는 신호.


슬쩍 기사쪽을 돌아본 디율의 눈으로 과연 수십 개의 창들이 차례대로 날아오고 있었다.


"디율아. 이번 건 힘들겠다. 그치?"

"..."


갖가지 히펠이 담긴 창은 오래지 않아 디율과 유드바가 있는 곳을 덮칠 것이었다.

이미 디율의 몸은 한계였다.

아니.

며칠째 한계인 몸을 그는 정신력으로 억지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유드바의 말대로 디율은 이번 공격을 피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나를 버려라. 네가 도망칠 시간은 벌어줄게."

"좀. 닥치라니까."

"혹시 나한테 욕 먹는 게 싫어서 그래? 그러면 욕도 조금만 할게. 그러니까..."

"그래도 내가 정규군의 대장인데 마법이 달리는 치안군 한 명 정도는 지킬 줄 알아야죠."


유드바가 한 제안은 사실 현재 상황에서 꽤나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율은 유드바를 시간 벌기로 쓰지 않았다.


디율은 이미 유드바에게 목숨을 한 번 빚진 상태였다.

유드바의 다리 한 쪽이 피투성이가 된 것도 그를 지키다가 다친 것이었다.

부채감때문이라고 해도 좋고 혹은 파편과 함께 싸우며 알게 모르게 든 정때문이라고 해도 상관 없었다.

그게 뭐든 디율은 그를 버릴 수 없었다.


이에 유드바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정신차려. 이미 저들에게 우리 밑천은 다 드러났어. 이번 공격을 버티면 그 다음은? 기적이 일어나서 오늘을 버틴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내일은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두 사람이 기사들에게 쫓긴 지가 벌써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저들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두 사람을 쫓고 있었다.

거리를 좁혀 아주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 멀어져서 두 사람이 쉴 틈을 주지도 않는다.


히펠을 담은 창이 두 사람에게 위력적으로 박힐 정도의 거리.

딱 그 정도를 유지한 기사들은 번갈아가며 이렇게 간간히 창을 던질 뿐이었다.


"아주 지독한 녀석들이야. 우리가 힘이 다해서 마법 하나 제대로 재현하지 못할 때까지 이 거리를 유지하겠지."


듀시아의 공간 이동으로 낯선 땅에 떨어진 두 사람은 아무래도 다른 혁명단원에 비하면 운이 없는 편이었다.

두 사람은 평야 한 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그 근처에 기사 다섯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단이라며 두 사람을 공격했다.


두 사람 모두 정규군의 대장이라는 마법사들의 정점에 선 자들이었다.

파편과 싸우며 힘이 어느정도 빠진 상태였음에도 그들은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

기사 둘이 그들 손에 목숨을 잃자 다른 기사들은 그대로 말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상대했던 기사들은 모종의 이유로 본대에서 잠시 떨어져나왔던 이들었는지 멀리서 더 많은 수의 기사들이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유드바와 디율은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중간중간 멈춰 기사들의 수를 줄여 나갔고 결국에는 오십에 달하던 기사들의 수를 절반까지 줄여 놓을 수 있었다.


- 며칠째 다른 추격자들은 보이지 않고... 추격자들이 쟤네들뿐이라면 아예 처리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디율아?

- 음... 그렇게 하시죠.


하지만 이때 내린 선택으로 상황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한밤중에 스무명이 넘는 기사들을 습격한 두 사람은 손쉽게 기사 여덟을 죽였고 그렇게 전황은 유리하게 둘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디율이 저를 향해 달려든 기사의 검을 막을 때였다.

그의 뒤로 기사 한 명이 그 어떤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디율은 갑작스레 난입한 기사의 검에 반응하지 못했다.


- 아쉽게 되었군. 죽일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유드바가 난입한 기사의 검을 받아냈고 그 덕에 디율은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유드바는 다른 기사가 내지른 창에 다리가 다치고 말았다.


- 모두 거리를 벌리거라.


이 말을 끝으로 정체불명의 기사는 다른 기사들을 데리고 두 사람에게서 훌쩍 물러섰다.


- 강하구만 자네들.

- 그쪽이야말로. 대장쯤 되나?

- 우리는 텔제민의 위대하신 왕 예론 앙귀스 전하를 모시는 제삼 기사단일세. 나는 부족하지만 이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고 말이야.


한 번 뿐이지만 그의 검을 받아낸 유드바는 확실할 수 있었다.

저 자는 일대일로 붙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겠다고.

하지만 저를 텔제민의 오검 중 세 번째 검이라 소개한 자는 과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냉철한 자였다.


두 사람의 전력을 가늠하기 위해 서른 명의 기사의 목숨을 내다버린 것도.

따로 빼놓은 오십 명의 기사와 함께 그들을 은밀히 쫓고 있던 것도.

승기를 잡은 시점에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되려 거리를 벌린 것도.


- 우리쪽 기사가 이미 많이 죽어서 말이야. 이보다 더 줄어들면 곤란하네.


모두 계산을 마치고 벌이는 일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

유드바와 디율은 이후 누구도 죽이지 못하고 쫓기고 있었다.

좀 무리하더라도 전투를 벌이려고 하면 세 번째 검이 막아서며 기사들이 물러날 시간을 벌었고 반대로 도망치려고 하면 공격을 퍼부어 두 사람의 발을 묶었다.


"그러니 나를 버리고 도망쳐 디율아."


결심을 굳힌 유드바는 손에 청백색의 불의 창을 만들어내며 디율에게서 내려왔다.

평소라면 이리 쉽게 밀리지 않았겠지만 어지간히 지친 것인지 유드바가 슬쩍 힘을 주자 디율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피가 범벅인 다리를 질질 끌며 유드바는 저를 향해 쏟아지는 창들을 향해 나아갔다.


"내 가족에게 내가 많이 사랑했다고 전해줘. 또 미안하다고도...?"

"!"


유드바가 마지막 말을 채 끝내기도 전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붉은색의 조그마한 구체 덩어리가 날아드는 창들을 둘러싸기 시작했으며.


화르륵


하얀 불길이 피어오르더니 유드바와 디율을 보호하듯 벽을 세웠다.

어느새 두 사람 주변에는 갑옷을 입은 이들이 서있었다.

가슴에 사슴 문장을 단 기사들과 가슴에 양 문장을 단 기사들이었다.


양 문장을 한 기사 중 한 명이 다가오더니 손바닥을 활짝 펼치더니 대뜸 유드바의 등짝을 후려쳤다.


차아아알싹


"크어억."


찰진 소리와 함께 유드바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는 갑작스런 변화에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등에서 느껴지는 낯설지 않은 느낌에 저를 때린 기사를 돌아보았다.


"... 여보?"


***


세 번째 검은 이단과 저들 사이에 피어오르는 붉은 히펠을 보며 혀를 찼다.


"쯧. 불청객이 왔구만."


이제 곧이었다.

생각보다 강했던 이단들이 제 기사들의 창에 꽂혀 영양분이 될 날이 머지 않았었다.

그 기나긴 기다림 끝에 달콤한 열매를 맛보려는 순간이었는데 눈치도 없는지 요엠가움 놈들이 끼어들었다.


더군다나 저 붉은 히펠.

제 기사들이 창에 두른 히펠을 빨아들이더니 자주색 꽃처럼 개화하는 히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적어도 그가 알기로는 한 명 뿐이었다.


"사슴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는 사슴에게서 시선을 거둬 그들이 뛰어든 방향을 돌아봤다.

멀리 사슴의 기사단과 함께 길게 늘어선 짐마차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어렵지 않게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카밀로테로 보내는 선물을 호위하는 역할로 사슴과 그 기사단을 쓴 모양이었다.


"아무리 선물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렇지 일곱 명 뿐인 수호수 중 한 명을 겨우 선물 호위에 쓰다니..."


과연 요엠가움의 왕은 머저리라는 말을 덧붙인 그는 우선 대화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사슴이 방금 저가 감싼 자들이 이단이라는 것을 모를 리는 없으니 이단이라는 것을 알고도 도와준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가 이 자리에서 사슴을 비롯한 기사들을 처형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도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단과 더불어 사슴까지 같이 상대하기에는 그가 짊어져야 할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사슴이 이단에게 각별한 감정을 갖고있는 것은 유명하다. 한 순간의 실수였을 수도 있으니...'


만약 말로 해결할 수 있다면 전투는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요엠가움과 텔제민은 표면적으로 연합전을 앞두고 서로를 해하지 않겠다 약조한 상황.

이단을 지키겠다고 사슴이 그들과 적대할 가능성을 적었다.


히펠과 히펠이 맞부딪히며 만들어낸 소란이 어느정도 가라앉자 세 번째 검이 앞으로 나가며 사슴을 찾았다.


"꽃 피는 사슴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신가?"

"그러는 세 번째 검이야말로 요엠가움의 영토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입니까?"


사슴 역시 앞으로 나와 그를 맞았다.


"우리가 요엠가움의 영토에서 무얼 하겠나. 사슴께서 아시다시피 연합전을 위해 승리의 벽으로 향하는 중이었지."

"그렇다면 얌전히 가실 길이나 가시지 병사들은 어쩌고 기사들이 이리 거칠게 말을 몰고 있는 겁니까?"


요엠가움인들이 겁을 먹겠다며 사슴이 능청을 떨자 세 번째 검 역시 마주 웃어주었다.


"우리 제삼 기사단은 인류에게 해악만을 끼치는 자들을 쫓고 있었네... 사슴께서 상황을 잘 몰라서 실수한 것이겠지만 방금 보호한 자들이 이단이라네."

"그럴리가요. 아무래도 오해는 세 번째 검께서 하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

"...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겐가?"


사슴은 유드바와 디율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들은 이단이 아닙니다. 기사들이죠."


혹시 들어는 보셨나?

구름양 기사단이라고.

되게 유명한 기사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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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186. 이래도 아니야 23.04.24 36 2 12쪽
185 185. 기억 둘 +1 23.04.20 45 2 12쪽
184 184. 벤다 안 벤다 벤다 안 벤다 23.04.19 34 2 12쪽
183 183. 좋은 소식 전해드려요 23.04.17 29 2 11쪽
182 182. 나오너라 +1 23.04.13 33 2 11쪽
181 181.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 보고 +1 23.04.12 105 3 11쪽
180 180.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23.04.11 35 2 12쪽
179 179. 잠깐이면 돼 +1 23.04.10 70 2 11쪽
178 178.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23.04.05 52 2 13쪽
177 177. 진심 주먹질 23.04.04 7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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