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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9.06 23:24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12,896
추천수 :
708
글자수 :
1,460,551

작성
24.08.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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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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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65. 이곳과 저곳

DUMMY

"싸울 때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더니."


넷은 뒤늦게 나타난 듀시아를 향해 눈을 흘겼다.


"너도 적이 온 거 알았잖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사방 팔방으로 뻗어나가는 감각을 제한하지 않고 모조리 받아들이고 있는 넷만큼은 아니어도 듀시아 역시 감각이 확장된 것은 마찬가지다.

적이 몰래 습격을 가하는 것은 놓칠 수 있어도 넷이 뽑아든 빛의 검이 흩뿌리는 기운은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 없었을 거란 말이었다.


그런데도 붕대인을 상대하는 동안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는 것은 일부러 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붕대인을 이기는 데에 듀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기분의 문제였다.


'나한테 문제가 생긴 것 같으면 얼른 날아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런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지 듀시아가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네가 이길 거 같아서."

"... 넌 한 대 맞아라."




얄미운 면상에 주먹을 꽂아주고 싶은 것을 얼굴 망가지면 안되니까 복부에 꽂아넣었다.


"커헉!"


그와 동시에 듀시아가 피를 내뿜었다.


"이건 또 무슨 신박한 연기야."


가볍게 찔러 넣은 주먹에 피를 토하다니 과장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


"하하. 이건 좀 너무 갔나?"


듀시아는 머쓱하게 웃으며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하여튼 내가 이길 거 같아서 오지 않은 거라며? 그런데 여기 모습을 드러냈다는 말은..."


붕대인 상대로는 넷이 이기기 직전이었고, 방관하던 듀시아의 마음을 바꿀 변수라고는 새로 등장한 여자뿐이었다. 매력이란 매력은 다 모아놓은 듯한 여자의 정체는 십중팔구 제사장 프라바르도.

백 년 전의 진술에 따라 그려진 모습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굳이 과거와의 기록과 비교해보지 않아도 여자가 언뜻언뜻 흘리는 기운만 봐도 그녀가 무척이나 강한 자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것도 그냥 강한 게 아니라 기만과 절망이 아님에도 넷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내가 저 아줌마한테 질 것 같다는 뜻이야?"

"... 아무래도?"

"우이씨. 너 진짜...!"


꽤나 사람 열받게 하는 냉정한 평가에 넷이 다시금 주먹을 쥐는 순간이었다.


후웅


프라바르도가 뻗은 손이 울룩불룩 거리며 팽창하더니 넷에게 날아들었다.

제사장의 갑작스런 공격에 넷은 말아쥐던 주먹을 듀시아에게 꽂아 넣는 대신 프라바르도의 손을 향해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빛을 두른 넷의 주먹은 날아든 손바닥을 주인에게 도로 날려보내는 데에 성공했다.

다만 그 여파로 넷과 듀시아는 그만큼 뒤로 밀려나 있었다.


"말하고 있는데. 쯧. 제사장이라면서 너무 비겁한 거 아닌가?"

"어머. 미안 미안. 내가 그 말만 들으면 속이 상해서 말이야. 나도 모르게 그만."


프라바는 의외로 손을 내저으며 순순히 사과를 해왔다.


"그러니까 부탁인데 그 말은 쓰지 말아줄래?"

"그 말? 설마 아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넷은 저를 여전히 안고 있는 듀시아를 밀치며 말했다.


"알아서 피해. 내가 저거 잡아 올테니까."

"응. 힘들어 보이면 나도 도울게."

"아 좀!"


얌전히 거리를 벌리는 중에도 자신의 신경을 긁는 것을 잊지 않는 듀시아가 넷은 퍽 얄미웠지만 우선은 피하는 게 먼저였다.


콰아앙


땅이 움푹 패일 정도로 강한 공격이 그녀의 코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최소한으로 움직여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넷이 발을 굴렀다.


바닥에 흔적을 남기며 빠르게 튀어나가는 동시에 발끝에서 터져나오는 바람이 그녀의 몸을 한층 더 가속시켰다.

프라바를 향해 날아가는 그 짧은 틈에 넷은 한 손에는 파란 집광체를, 다른 손으로는 얼음으로 된 창 다섯 자루를 만들어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프라바르도의 능력은 공격의 흡수.

어지간한 공격은 다 흡수할 수 있고 심지어 흡수한 공격은 언제고 그녀가 원하는 때에 써먹을 수 있단다.


'성가시기 짝이 없는 능력이지만 그렇다고 저 아줌마가 무적이라는 뜻은 아닐 거야.'


그렇다면 넷이 먼저 할 것은 적이 가진 능력의 빈틈이나 한계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우선은 얼음창부터.'


그녀는 멀리서도 날릴 수 있는 얼음창을 굳이 프라바의 코앞까지 다가간 후에 찔렀다.


푸부부부북


넷이 만들어낸 얼음창은 머리, 심장, 복부, 두 발에 동시에 꽂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넷은 붕대인에게 했던 것처럼 한기를 터트려 그녀의 몸을 얼렸다.

차이가 있다면 붕대인에게 사용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한기를 터트렸다는 점이다.


쩌적


넷이 선 곳을 중심으로 사방이 하얗게 물들었다.

나름대로 많은 기운을 담은 결과였다.


지금의 넷이 재현하는 얼음 마법은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할 정도의 한기를 자랑했다.

테노부스의 육체는 물론이고 이레의 물감까지 얼려서 잠시 멈출 정도였다.


잠시간의 정적.

그녀가 만들어낸 새하얀 세상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듯 침묵이 내려앉았다.


언뜻보면 공격이 통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었음에도 넷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괴물이네. 당신."

"아이참. 난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한테 약한데."


넷이 터트린 한기는 처음부터 그녀를 얼리지도 못하고 그녀의 몸에 흡수되었다.

얼음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급소에 꽂히기는 했지만 아무런 타격이 없었고 그나마도 프라바의 몸에 빠르게 빨려들어가는 중이었다.


'아니. 애초에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다.'


창에 꽂히기 전에 프라바는 제 앞에 다가온 넷과 눈을 맞추고 싱긋 웃었다.

그저 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맞아준 것이었다.


'결국 이 아줌마를 이길 방법이라고는 빛의 검뿐인가?'


넷이 프라바에게 한 공격은 하나의 지표였다.

방금 넷이 재현한 일반적인 마법보다 강한 마법이나 히펠은 손에 꼽았다.

그런데 그 정도로 강한 마법에도 프라바르도에게 타격을 주지 못한 것이다.

그 말은 연합군 중 거의 모든 사람들이 프라바르도 앞에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빛의 검 정도는 아니어도 프라바르도에게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는 마법과 히펠이 몇 개 있긴 하다.


이레의 물감 마법.

테노부스의 백수정.

듀시아의 벼락.

세슈람의 광선.

디르앤의 백화.

최근에 합류한 페트라의 땅의 히펠정도다.


'듣자하니 율레 대장님의 불꽃도 정화석이라는 특별한 돌로 인해 강력해졌다고 하고, 카리타? 그 어벙한 기사님도 빛의 히펠을 다뤄서 강하다고 하지만 확인한 적이 없으니 논외.'


프라바르도를 상대할만한 자들의 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이 중 대부분은 전쟁이 벌어지면 넷과 함께 카밀로테로 향한다.

전장에 남는 자라고는 디르앤과 페트라.


'디르앤 언니의 백화는 너무 느리고, 페트라씨의 히펠은 그보다는 나아도 여전히 느려.'


프라바르도가 전력으로 움직인 넷의 움직임을 잡아낼 정도라면 그녀의 육체 능력 역시 무시 못할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두 사람 히펠의 위력이 충분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설령 부족한 위력을 딜람의 성벽 마법의 보조를 받아 메울 수 있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조건이 붙으면 붙을수록 전투의 난이도는 훌쩍 뛴다.

프라바르도를 무찌르는 데에 시간이 끌리면 끌릴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연합군의 병사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말이다.

차라리 그렇다면.


'좀 무리를 하더라도 이 자리에서 내가 프라바르도를 죽인다.'


프라바르도가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한 직후 찰나와 같은 순간동안 내린 결론이었다.

결정을 내린 넷이 손에 빛의 검을 만들어내려는 때였다.




"읍?"


확장된 감각을 통해 쉴 새 없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넷의 감각을 뚫고 프라바르도가 입을 맞췄다.


"으악!"


이에 넷은 공격을 해야한다는 것도 잊고는 진저리를 치며 거리를 벌렸다.


"부끄러움이 많구나? 여러모로 귀여운 면이 있네. 아쉽다. 우리가 싸우지만 않으면 내가 많이 예뻐해 줄텐데."

"아! 이! 아악! 방금 그건! 아아악! 무효야 무효!"

"어머. 설마 첫 키스?"


그랬다.

단순히 입을 맞춘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생애 첫 뽀뽀는 그래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뜻깊고도 아름다웠어야 할 순간을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그것도 적이 빼앗아 간 것이다.


"빌어먹을 아줌마."

"겨우 키스 한 번인데 왜 화를 내고 그래?"


어차피 이곳에서 죽일 생각이었지만 넷은 그 결심을 한 층 더 굳건히 했다.

넷의 손에서 빛의 검이 만들어졌다.


다시금 발을 구른 넷은 금방 검이 닿을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그어지는 검.


넷의 공격을 보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음에도 프라바는 여전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되려 두 팔을 벌려 저에게 떨어져 내리는 검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꿀렁


빛의 검이 프라바의 어깨에 닿는 순간 어깨의 피부가 폭발하듯 팽창하였다.

팽창한 피부는 검을 휘감았다가 찢겼고, 찢겼다가도 다시 회복해 검을 휘감기를 반복했다.

팽팽한 힘싸움을 벌이는 듯한 구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츠거거걱


무서운 기세로 솟아나던 살은 결국 빛의 검을 이기지 못하고 피분수를 뿜으며 찢기고 말았다.


"하악... 그 빛. 참 오만하고 독선적이네. 자신에게 속한 것이 아니면 모조리 소멸시킨다니."


줄곧 눈웃음을 치던 프라바르도가 처음으로 얼굴을 굳혔다.

다만 그 이유가 제 몸이 베여서는 아닌 것 같았다.

실제로 그녀의 몸은 다른 자들과 다르게 빛의 검에 베였음에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혹시 그 빛을 쥔 너도 같은 마음이니? 그 빛에 들지 못한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죽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거니?"


검에 베인 상처는 이미 다 아물었음에도 여전히 아픈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프라바의 얼굴은 고통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니.

숫제 증오로 물들어 있었다.


피부로 파고드는 그 절절한 감정을 넷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검을 멈출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공격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확실히 마무리할 차례였다.

프라바의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쿨럭


넷의 목을 타고 피가 역류했다.

그와 동시에 몸에 힘이 풀렸고 자연스레 빛의 검도 사라졌다.


'하필 지금.'


최악의 순간에 넷의 육체가 말썽을 부렸다.


"난 인정할 수 없어. 선을 그어 놓고 그 안에 드는 것만을 받아들이면 그게 사랑이니?"


프라바르도가 입술을 짓이겨 흘린 피가 심장의 형태가 되어 그녀의 손에 들렸다.

심장 형태의 피는 이내 모든 것을 흡수할 어둠이 되었다.


"나는 달라. 선을 긋지 않아. 판단하지 않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


쿠구구구궁


"너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줄게."


주변이 떨리듯 진동하더니 서서히 심장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심장 앞에 있던 넷 역시 몸을 빼내려고 했지만 힘이 빠진 육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


넷의 몸이 속절없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우웅


공기가 떨리는 소리와 함께 환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공간 이동의 전조 현상이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이 바보야!"


넷에게서 타박을 받으면서도 듀시아는 빨려들어가는 넷을 놓지 않았다.

넘어온 것은 듀시아 뿐이 아니었다.

그의 뒤로는 이레를 비롯한 강자들이 함께였다.

몸이 넘어온 즉시 그들은 각자의 마법과 히펠을 펼쳤지만 그들의 공격은 무용지물이었다.


듀시아가 재현한 공간 이동 마법이 재현되는 거의 동시에 프라바르도 위에서도 환한 집광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쯧. 한 발 늦었구나."


이레가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프라바르도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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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269. 전초전 24.08.30 9 1 15쪽
268 268.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24.08.25 12 1 12쪽
267 267. 개전 24.08.21 9 1 13쪽
266 266. 연합전까지 남은 시간 24.08.19 12 1 12쪽
» 265. 이곳과 저곳 24.08.17 11 1 12쪽
264 264. 훈련의 성과 24.08.13 15 1 15쪽
263 263. 아니 이게 누구야 24.08.11 10 1 15쪽
262 262. 반석 24.08.04 10 1 13쪽
261 261. 뽀뽀 24.07.22 15 1 14쪽
260 260. 증인 24.07.18 16 1 15쪽
259 259. 바다에서 살아남기 24.07.15 12 1 14쪽
258 258. 사랑꾼 24.07.11 20 1 15쪽
257 257. 무지개 24.07.03 15 1 14쪽
256 256.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24.07.01 18 1 13쪽
255 255. 이게 왜 돼 24.06.26 27 1 13쪽
254 254. 가망 24.06.21 19 1 15쪽
253 253. 산 넘어 산 일 넘어 일 24.06.18 17 1 14쪽
252 252.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24.06.14 19 1 14쪽
251 251. 으누어 24.06.05 19 1 16쪽
250 250. 격 24.05.30 23 1 14쪽
249 249. 짜릿해 늘 새로워 24.05.21 14 1 13쪽
248 248. 꺾이지 않는 신념 24.05.18 2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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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246. 포기를 모르는 남자 24.05.04 21 1 12쪽
245 245. 신념 24.04.30 22 1 13쪽
244 244. 이랬다가 저랬다가 24.04.25 19 1 10쪽
243 243. 대위 카밀로테 24.04.20 1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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