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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7.15 18:00
연재수 :
2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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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65
추천수 :
697
글자수 :
1,391,524

작성
24.05.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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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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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249. 짜릿해 늘 새로워

DUMMY

젤로트 영혼의 깊은 곳 어딘가.

젤로트의 영혼이 거하는 곳에는 이전에 없던 막대한 양의 어둠이 폭풍을 이뤄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다.

닿기만 해도 영혼이 찢길 것 같은 폭풍 앞에는 젤로트가 아닌 다른 인물이 서 있었다.


유스티티엔.

손에는 이가 빠진 비루한 검 한 자루를 쥔 채 그는 폭풍을 응시하고 있었다.


본래 평범한 인간이 영혼의 교감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날처럼 특별한 마법을 통해서나 가능했다.

스스로의 영혼을 임의로 다른 곳에 이동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마법이나 재능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니면 태어나기를 파편에서 태어나거나.

파편은 이리저리 다양한 사람들 육체에 옮겨가며 살 수 있었으니까.


유스티티엔이 자신의 영혼을 이곳, 젤로트의 육체로 잠시 이동시킨 것은 말하자면 파편의 그것을 흉내낸 것이었다.

본래 파편과 온전히 하나를 이루면 자연스레 할 수 있을 일을 그는 겨우겨우 해냈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 말인즉슨 유스는 제 영혼이 파편에게 먹히거나, 파편과 하나가 되도록 두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인간으로 남기를 소망하는 그에게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파편에게 먹히는 대신 그는 파편의 힘을 온전히 제 아래에 두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가 어렵사리 젤로트의 육체로 들어온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오랜 세월 본인이 쌓은 기운을 다시 되찾기 위함이었다.


젤로트의 영혼이 거하는 곳에 도착한 유스티티엔은 자연스레 그가 나아가야할 곳을 알았다.

오래간만에 풀려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날뛰는 자신의 파편은 폭풍의 중심에 있을 터.


스걱


그는 휘몰아치는 바람 중 일부를 베어 길을 냈다.

같은 방법으로 몇 번인가 바람을 더 가르자 폭풍의 중심이 나타났다.

중심에는 유스티티엔과 꼭 같은 얼굴을 한 형상이 서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겨우 날 보러 오다니. 치사하고 섭섭하군. 일백 하고도 칠십팔 년 만이지? 우리."


보고싶었다.

그리 덧붙이면서 파편은 혀로 제 입술을 슬며시 핥았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유스는 머리가 아파오는 듯했다.


"잠시... 내 힘을 되찾기 위해 잠시 들렸을 뿐이다."

"나를 되찾기 위해서...? 감동이군. 방금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하아... 네가 아니라 내 힘. 내 힘이라고 이미 말했을텐데."


그게 그거라며 조용히 읊조린 파편은 천천히 유스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마치 예술 작품을 다루듯 섬세한 손길로.


"여전히 아름답군. 황홀해. 빛이 나 눈이 멀 것만 같은. 그런 아름다움이다."


본인의 얼굴과 똑같이 생긴 유스의 얼굴을 보면서 하는 소리였다.

제 얼굴을 보는데 야릇한 숨까지 내쉬며 감탄하고 있었다.

유스는 질색하며 파편의 손을 제 얼굴에서 치워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지."

"하... 그래. 나를 되찾겠다고?"


유스가 '네가 아니라 내 힘.'이라고 말하는 것을 가볍게 무시한 파편이 말을 이었다.


"알겠지만 난 내가 원해서 너를 떠난 것이다. 내가 이 못생긴 녀석의 영혼에 자리 잡은 이상 이제 넌 나에 대해서 그 어떤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


파편이 거하는 몸을 옮겼다는 것은 말 그대로 파편이 떠났다는 말이었다.

옮기는 중에 적지 않은 기운이 소모될 정도의 일을 타의로 할 리는 없으니 유스의 파편의 말대로 스스로 원해서 한 일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스는 지금 파편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장 명백한 증거가 당장 눈앞에 있었다.


"나를 떠났다면서 넌 어째서 여전히 내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그건..."


유스에게서 자라난 파편은 유스만큼이나 고집이 있었다.


'삶은 아름다워야 한다.'


그는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이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삶은 무엇인가.

그는 검술, 노력, 행동 등, 넓은 영역에 걸쳐 이를 증명하려했지만 그 중 파편이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외관에 대해서였다.


젤로트가 막 못생긴 얼굴이냐고 한다면 글쎄.

인상이 좀 차가워서 그렇지 외모만 보면 오히려 반반하니 사람들에게 쉽사리 호감을 살 얼굴이었다.

유스의 파편은 그런 젤로트의 외모도 한참이나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갇혀있던 심장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젤로트를 써먹기는 했지만 자신이 잠시라도 젤로트의 외모로 산다는 것을 파편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자기애가 넘치는 자가 바로 그였다.

백 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심장에 갇혀있는 것보다 못생겨지는 것을 더 참을 수 없는 자.


결국 유스나 그 파편이나 원하는 것은 같았다.

유스의 몸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다만 누가 누구의 아래에서 사는지가 관건이었을 뿐이다.


유스티티엔이 이미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다 파악했다면 더 이상의 연기는 필요 없었다.

파편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와 하나가 될 생각이 있다면. 그렇다면 기꺼이 네 몸으로. 아니지. 내 몸으로 돌아가주마."

"..."


파편의 제안에 유스가 답을 하려는 찰나.

폭풍의 틈으로 또 다른 존재가 등장했다.


"흥. 어쩐지..."


이번에는 젤로트의 형상을 한 파편이었다.


"나를 왜 먹지 않고 남겨두고 있나 했더니 애초에 여기를 차지할 생각도 없었어."


젤로트 파편으로서는 희소식이었다.

자기는 이제 막 태어나 자아를 갖게 된 것에 비해 유스의 파편은 얼마나 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으니.

유스 파편에 먹혀 더 강해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살아 남는 쪽이 백 배, 천 배는 더 좋았다.


"난 이 몸의 주인만 먹으면 되니 둘은 알아서 합의해. 젤로트의 관심은 내가 돌려 둘테니 되도록 빨리 나가도록 하고."


다시 둘만 남은 폭풍의 중심.

몰아치는 바람 소리만 귀를 때리는 중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유스티티엔이었다.


"아까의 대답을 하도록 하지. 난 네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그럼 나도 안 간다."

"... 대신 너와 싸워주겠다. 그때 내지 못한 승부를 지금 낸다면 어떤가."

"싸워주겠다고? 네가 나와?"


유스티티엔이 파편의 힘을 다루는만큼 유스 또한 제 영혼에 자리한 파편과 육체의 주도권을 두고 겨뤄야 했다.

파편은 이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육체의 주인을 집어삼켜 제사장이 된다.

하지만 유스는 반대였다.


육체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넘겨주지 않은 것이다.

그는 파편과 싸워서 이겼다.

파편을 이겨서 그 힘을 다뤘고 차근차근 강해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에게도 정체기가 찾아왔다.

성장이 멈추고 그가 소화하지 못하는 힘이 늘었다.


다루지 못하는 힘이 늘수록 파편은 강해졌고 싸움은 버거워졌다.


"우리의 마지막 승부에서 넌 꼬리를 말고 도망치지 않았었나? 그러더니 나를 네 심장에 가뒀지. 아름답지 못하게."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는다. 승부는 확실하게. 내가 이기면 내가, 네가 이기면 네가 내 육체의 주인이 된다."

"나는 절박한 자의 발버둥이 아름답다 생각하지만... 글쎄. 네 말을 믿을 수가.."

"내 신념을 걸고 맹세하지."

"..."


잠시 고민하던 유스 파편은 이내 고개를 주억였다.


"좋다. 덤비도록."

"내가 할 말이다."


유스 파편이 검을 뽑았다.

유스의 것과 같은 낡은 검이었다.


다만 유스와 다르게 유스 파편의 검에는 주변으로 휘몰아치던 어둠이 모여들었고 이내 한 자루의 날선 히펠이 되었다.

그 맞은편에서 유스는 그의 상징과도 같은 순백의 히펠, 꺾이지 않는 신념을 꺼내들었다.


두 히펠이 어지러이 얽히며 히펠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정확히 말하면 유스 파편의 어둠의 기운만이 깎여 나가고 있었다.


"...!"


심장에 봉인되기 전 있었던 승부와는 정반대의 양상이었다.


"어떻게?"

"... 내 신념이 더 단단해진 것이겠지."


기만이나 절망은 커녕 자신의 영혼에 자리한 파편도 벨 수 없었던 유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벨 수 있었다.

벨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란 아마도 유스가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리라.

제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켜낸 신념이기에 이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진 것이리라.


이윽고 그의 단단해진 신념이 어둠의 히펠과 함께 파편을 갈랐다.


"... 아름답군."


오랜 시간 저를 가로막고 있던 벽을 뛰어넘는 순간이었다.


***


죽였다 싶었는데 심장에 쌓아둔 기운을 이용해 다시 살아나고.

젤로트에게 기운을 다 빼앗기고 죽었다 싶었는데 얼마 안 가 빼앗긴 것을 되찾아 살아났다.

이쯤되면 정의의 기사가 아니라.


"부활의 기사로 이명을 바꾸시죠."


직전에 젤로트가 휘두르는 할버드를 막는다고 멀리 나가떨어진 이트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면서도 빈정거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일어나며 제 몸 상태를 점검한 이트나의 표정이 굳었다.

겨우 한 번 막았을 뿐인데 여기저기 뼈가 부러진 것이 몸 상태가 심각했다.

그 와중에 방패만큼은 멀쩡하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쿨럭 쿨럭."


한쪽에서는 유스에게서 힘을 빼앗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도로 힘을 빼앗긴 젤로트가 피를 토하고 있었다.

젤로트 육체 내부에서 튀어나온 그 수많은 칼날을 생각하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였다.

하지만 그는 피를 좀 토할 뿐, 도무지 죽어가는 얼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상처도 다 치유되기도 했고.


젤로트는 으르렁대며 유스를 돌아봤다.


"당신...! 너! 너 이 새끼...!"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영혼 깊숙한 곳부터 느껴지던 전능감이 사라지는 동시에 유스가 되살아난 것으로 보아 유스가 무슨 짓을 했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전능감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보잘것없는 힘에 젤로트는 허탈함을 느꼈다.

그 보잘것없는 기운이라는 것도 자신이 기사이던 시절에 비하면야 많은 양이었지만 제 몸을 꽉 채우던 유스의 기운과 비교하면 너무나 작은 것이었다.


허탈함.

상실감.

무력함.


이를 뒤따른 것은 자신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유스를 향한 분노였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유스에게 덤비는 것은 하책 중에서도 하책이었다.

잠시나마 자신을 전능하게 만들어준 기운을 현재 유스가 다 가지고 있으니.


'몸을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잘못하면 너 죽어.'


심지어 또 다른 나도 계속 그에게 싸움을 피하라 종용하고 있었다.

조금 전만 해도 '또 다른 나'는 그를 부를 때 '나'라고 불렀었는데 이제는 너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래도 죽여야겠다고? 하... 너 죽으면 나도 죽는단 말이야. 난 죽기 싫은데...'


젤로트는 짜증이 울컷 솟았다.

애초에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또 다른 나란 녀석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인가.


젤로트 본인이 먼저 사정사정해서 얻은 기운이 아니었다.

유스 그 멍청한 녀석에게 갇혀있던 기운쪽에서 먼저 제안한 것 아니었던가.

부디 자신을 제대로 사용해달라고.


먼저 넘어오고자 했던 기운을 제대로 붙들어두는 것을 하지 못해서 이 사달을 만들다니.


그러자 또 다른 내가 억울하다는 듯 그에게 항변하였다.


'나도 몰랐다고! 같은 파편이어도 저쪽이랑 나는 경험치부터 다른데!'

'닥쳐.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고 했지? 그러면 저 새끼를 죽이는 데에 잠자코 협조해. 저 힘은 내 힘이야. 내 거라고!'

'... 하. 알겠어. 대신 나한테 네 몸을 좀 더 넘겨.'


분노에 치를 떠는 젤로트는 곧 파편에게 제 몸을 넘겼다.


변화는 극적이었다.

넘실대는 어둠.

그에 비례하여 넘쳐나는 기운.


그 순간 젤로트는 의식을 잃고 어둠 가운데에 파묻혀 잠에 들었다.


"... 후우."


젤로트를 차지한 파편이 까만 숨을 내쉬었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파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 거기 제사장씨 난 이만 갈게."


파편과는 대조적으로 하얀 숨을 내쉬는 유스는 고개를 저었다.


"... 으응?"

"이번에 이리저리 몸을 옮긴다고 힘을 좀 많이 써서."

"잠. 잠깐만. 살려준다며 이 새끼야. 약속이 다르잖...!"


푸슉


부러진 검 위로 솟은 신념이 젤로트의 심장에 박혔다.


"난 그런 약속 한 적 없다."

"... 씹. 그렇긴 하네."


파편에게서 빠져나오는 어둠의 기운이 유스의 히펠에 빨려 들어갔다.

젤로트의 몸에서 파편의 힘을 흡수한 유스가 빙긋 웃더니 이번에는 이트나를 바라봤다.


"다음으로는 그 방패를 베어보고 싶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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