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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068
추천수 :
317
글자수 :
98,853

작성
23.02.25 23:15
조회
248
추천
3
글자
8쪽

23화 절망

DUMMY

23화


“후훗.”


빠른 상륙을 위해 작은 서목선(逝木船)에 올라타 있던 마인 대장 장경추는 뒤에 벌어진 광경에 작게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수십척의 서목선 바로 뒤를 따르던 범선 3척의 선수가 파괴되어 배가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었다.


해상전이 드물던 마인들은 이 찰나의 참상에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대었다.


“배가 기운다. 다들 뛰어 내려!!”


장경추는 무엇이 그리 즐거웠던 것일까.


아무리 마교 12장로 중 1인이라지만 아군의 배가 침몰하는 광경이 재밌었던 것일까.


이내 다시 해안가를 향한 장경추의 시선이 설후에게 차분히 고정되었다.


-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명동하는 서목선(逝木船).


장경추의 몸 주위로 짙은 혈색의 아지랑이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배멀미를 누르기 위해 기를 운용하고 있던 주위 마교 무인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재밌구나, 머저리 같은 정파 놈들 중에 저런 녀석이 있다니. 기껏 이립이나 되었을까 싶은 녀석이 아니던가.’


초마(焦魔)에 이른 장경추에게 세상은 덧이 없었다. 천산에 틀어박혀 무공에 쉼없이 매달렸지만 깨달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 이런 경험을 위해서 궁 밖으로 나왔다. 잔챙이들만 봐왔는데 네 녀석은 본좌의 화를 좀 다스려주었으면 싶구나.’


“크하하하!!”


강자에 대한 설렘으로 장경추의 입에서 호탕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윽고 선박이 뭍에 다다랐을 무렵, 장경추가 자신의 왼쪽 눈을 가린 안대를 한번 매만지더니 그대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아니, 등평도수!”

“전원 전투 준비, 긴장을 풀지말거라!!”


장경추를 목격한 백호대원들이 나직이 탄성을 내뱉었고 백호대주 모서천은 전열을 정비하며 맞받아칠 준비를 하였다.


기실 마교의 무공은 패도적이라 아름다움을 뽐내는 도가 계열의 무공과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나 패도적으로 물 위를 스치듯 뛰어오는 장경추의 무위는 지켜보는 자들을 놀랍게 하였다.


처음 장경추가 배를 박찬 지역은 백호대의 위치에서 150장은 떨어진 거리였다. 그러나 거리는 이 연로한 마교 고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보였다.


그의 오른손에는 날카롭게 벼려진 창이 들려있었는데 그 예기에 빛이 번쩍이며 화려한 붉은 수실이 두텁게 매달린 것을 보면 보통의 창이 아님은 분명하였다.


마교의 돌격대를 자처하는 장경추의 전위입마대(前位立魔隊) 매번 이런 전투방식을 고수해왔다.


가공할 무력을 뽐내는 대주 장경추가 정면을 돌파하면 그 기세로 나머지 대원들이 상대를 압살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 전략은 매번 통하였다. 장경추의 무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였으나 그 뿐은 아니었다.


장경추는 초마를 넘어 극마에 이르기 위해서 ‘찌르기’에 집중하였다. 전장에서 수많은 사선을 넘으며 광적으로 선제 돌파와 찌르기에 집착하였고 위기 상황을 벗어날 때마다 그의 ‘찰창, 찌르기’는 허물을 벗었다. 점차 몸은 가벼워졌고 이내 그 가공할 빠르기를 감당치 못한 바람의 파공성도 잦아들어갔다.


그가 백호대 선두에 위치한 설후의 범위로 들어오는데 걸린 시간이 3초 남짓이었다.


‘온다.’


설후의 시선도 장경추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설후는 장경추를 제압하는지가 이 전쟁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저렇게 냅다 뛰어오는 장경추가 자신에게 무엇을 할지도 알고 있었다.


찌르기


찌르기라면 설후도 일가견이 있었다. 지난번 마교 가추만과의 결전에서 찌르기를 통해 그의 오른팔을 앗아가지 않았던가.


잠시 찌르기로 맞서는 것을 머릿속에 그려본 설후는 그 결과의 참상에 몸을 살짝 떨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찌르기는 필패(必敗)다.’


설후는 초절정은 넘보는 자였으나 경험이 부족하여 온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었다. 기술의 숙련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설후는 자연경의 기운을 천천히 끌어들여 대기를 동조시키고 있었다. 앞에선 괴물 같은 무인이 뛰어 오고 있었으나 마음만은 다스리고자 하였다.


설후는 자연경의 묘리에 따라 장경추의 일수(一手)를 회피하고자 하였다. 그 간격과 박자를 세던 그에게 갑자기 다가오던 장경추가 흐릿해지더니,


가히 빛과 같은 번쩍임으로 설후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창을 든 6척 무인 장경추가 그보다 작은 설후에게 파고든 것은 정녕 놀라운 움직임이었다.


헛바람을 들이킬 뻔한 설후는 본능적으로 집중을 끌어올렸다. 몇 번의 생사결은 그의 집중력을 가공할 정도로 응집시켰다.


마치 가속이 되는 듯 한 장경추의 움직임


그것을 장경추의 오른쪽으로 돌며 사각을 노리는 설후의 움직임


설후는 정석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불안하다.’


자신의 짜임대로 흘러가는 촌각의 시간이 설후의 심박수를 높였다.


이내 장경추의 품에서 빛이 번쩍하더니 설후의 몸을 그대로 베었다.


찌르기로 예상한 그 동작에서 창을 올려잡고 짧게 횡으로 베는 그 움직임에 당하지 않은 자가 과연 있었을까.

설후는 다행히 모아두었던 막대한 공력을 검에 쏟아 넣으며 급하게 옆구리를 보호하였다.


“콰광 쾅”


한 수의 격돌에 벼락 소리가 터져나왔다.


‘울컥’


미처 자세를 잡지 못한 설후가 10여장이나 튕겨졌고 진탕된 내부에서 피가 올라왔다.


추스를 새도 없이 다시


번쩍


이내 그 익숙치 않은 빛이 번쩍이더니 설후의 어깨죽지를 터뜨렸다.


“설후!”


곤혹을 겪는 설후를 보고 백호대주가 뛰쳐나갔다.


‘창이라 정말 어렵구나, 검이란 창에게 질 수밖에 없단 말인가.’


설후는 답을 찾지 못해서 계속 수세에 몰렸다. 이만한 창술의 고수를 만난 적도 없을뿐더러 상대의 내공이 심후하여 찌르기를 급작스레 쳐내는 것은 좋은 수가 아니었다.


이미 찢어진 손아귀는 작금의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분위기를 잡길래 한 가닥 하는 녀석인 줄 알았더니 새파란 애송이였군.”


장경추가 창대를 어깨에 메고 이죽거렸다.


“바로 머리통을 터쳐주마. 그래야 이 분이 좀 풀리겠군.”


그리고 그가 힐끔 돌아본 곳엔 모서천이 다가오고 있었다. 화산파의 기대주 모서천.


그는 설후에 비해 부족할 지언정 차세대를 이끌 고수로 평가받고 있었다.


사실 나이 40에 접어든 모서천이 초절정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그도 놀랄만한 천재였다.


‘저 자를 내가 혼자 감당할 수는 없다. 일단 설후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버틴다.’


모서천은 상대의 실력을 경시하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정석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장경추의 실력은 그가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변(變)의 원리를 통해 시간을 벌고자 했던 모서천.


그는 자랑스러운 그의 절기 매화십이변환검(梅花十二變換劍)을 펼쳤고 이내 매화 형태의 검기가 흘러나오는 그 순간이었다.


장경추는 지루하다는 듯 가볍게 우수로 창을 던지듯 찔러넣었고 매화 잎은 사그라들었으며 모서천의 머리가 있던 곳엔 핏방울이 폭죽처럼 터졌다.


“으으”


이 장면은 백호대원 전원을 삽시간에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이제 서목선에서 도하한 마교 제 일대 200여명이 빠르게 그들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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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 22.08.25 509 8 8쪽
21 20화 서핑의 유래 22.08.23 450 6 6쪽
20 20 22.08.21 502 9 4쪽
19 19화 22.08.20 520 10 7쪽
18 18화 22.08.19 511 9 9쪽
17 18 22.08.16 542 11 7쪽
16 16화 혈강시 22.06.14 647 10 13쪽
15 15화 22.06.13 639 11 12쪽
14 신검합일 22.05.16 775 16 9쪽
13 13화 추격전 22.05.15 730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89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7 12 9쪽
10 함정 22.05.11 828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2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79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89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6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1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4 23 7쪽
2 2화 +3 22.05.05 1,589 24 12쪽
1 1화 +4 22.05.04 2,724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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