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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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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글자수 :
98,853

작성
22.05.05 09:50
조회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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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2쪽

2화

DUMMY

2화


형조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지이이잉


날씬하고 길쭉한 그의 한검(漢劍)이 기분 좋은 울음을 토해낸다.


부끄럽지만 그는 최대한 시간을 끌 요량이었다.


마주 선 복면인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다.


복면인은 그 자세 그대로 형조에게 걸어왔다.


한걸음, 두걸음.


낭인 시절 수많은 혈전(血戰)을 벌였던 형조는, 고수를 상대하는 법을 알았다.


'무작정 기다리면 죽는다.'


형조가 느끼기에 복면인의 공격이 반걸음 남았다고 생각한 순간. 오히려, 형조는 오른 발을 한걸음 뒤로 걸었다.


그리고 자세를 굽히며 다가올 복면인의 심부를 찔렀다.


아니, 찌르려고 하였다.


순간, 복면인의 움직임이 가속하며 형조의 왼쪽 어깨 위를 베어온 것이다.


까앙


그 묵직함과 긴장감에 형조의 옆머리에 식은땀이 흐른다.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면...‘


이미 왼팔을 내주었을 것이다.


복면인은 계속 형조를 압박하였고, 형조는 뒤로, 또는 뒤 사선 방향으로 빠지며 그의 검을 막아내었다.


본인의 장기인 찌르기를 사용할 틈이 나지 않았다.


이십여 합을 주고 받자, 형조의 눈에 복면인의 뒷짐 진 왼손이 들어왔다.


형조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


"야이 개자식아!!"


씨익


복면인은 그저 전과 같은 반달 눈을 하며 비릿하게 웃을 뿐이었다.


거리가 필요한 형조가 복면인의 검을 쎄게 쳐 올렸다.


그러나 복면인이 그 힘을 찬찬히 받아내었고, 물 속에서 검을 휘두르듯 불편함이 느껴진 형조는 어쩔 수 없이 발을 뒤로 내딛였다.


그리고 일순 힘을 모아 뻗어나오는 척인검법 시아최찬(豺牙璀璨).


비록 파괴력이 온전하진 않더라도, 절정고수(絕頂高手) 형조의 찌르기는 쾌속했다.


그는 양 어깨를 찌르듯 허초를 섞은 후, 검 끝에 모인 기운을 가볍게 상, 중, 하로 찔러 넣으려 하였다.


그 실초(實招) 중 첫 번째, 검을 상대의 턱 밑으로 찔러넣을 때,


복면인은 자세가 꺼진 듯 내려앉으며 쏘아져 형조의 왼쪽을 점하였다. 그리고 바로 날아오는 일장(一掌).


한 동작 같이 이어지는 그 절묘한 수에 형조는 반응하지 못했다.


퍼엉


결과는 끔찍했다.


형조의 얼굴 왼쪽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검주!“


"검주님!“


대원들이 다급히 뛰쳐나가려 하였지만 형조가 손을 내저었다.


"그만... 가만히 있거라.“


이제는 입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곳에서 피가 쏟아지며 음성이 흘러나왔다.


대원 몇몇은 고개를 떨구었다.


형조가 비틀거리며 재차 달려들었으나 복면인은 무표정했다.


그리고 복면인이 손을 휘 젓는 듯 하자, 잠시 후,


형조의 머리가 허공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린다.


분리된 머리에 남은 한쪽 눈은 아직도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복면인이 정적을 깨뜨린다.


"실력은 형편없지만, 기백은 멋진 자군. 후.“


"너희 대장을 생각해서 너네는 쉽게 보내주마.“



"관정, 너는 지금 당장 내원으로 가서 상황을 이르거라.“


부단주 마장원이 말했다.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천검단원들의 눈에는 핏발이 서있었다.




관정이 가주에게 상황을 알린다.


"가주님, 곧 적들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외원 무사들과 천검단은 어떻게 되었느냐?“


"외원 무사는 전멸했고 천검단은 내원 경계에서 전투를 지속하고 있으나 이미 반수 이상이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단주님이 전사하셨습니다.“


"형조가 당했단 말이냐!!“


천검단원 관정이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가주전에서 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남은 천검단원들이 분전(奮戰)을 하였던지, 일부 복면인들의 팔, 다리에 작게 베인 상처가 있었다.


내원에는 일꾼들과 하인들, 식모들이 가주전 주위에 모여있었다. 그들은 현재 상황을 전해 듣고 두려움에 떨었다.


천검단원은 입구에 이열로 서서 전투를 준비했고, 내원에 있던 경비 무사들은 뒤에서 활을 겨눴다.


"여기만 쓸어버리면 되겠구만.“


복면인들의 수장이 눈빛을 번뜩인다.


"나는 금검상단주 설용명이다. 너희들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런 극악한 짓을 벌이느냐!“


"그러게 상단 운영을 넘겼으면 좋지 않았나.“


"일꾼들과 식솔들은 보내주면 안되겠소? 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소."


"불가. 오늘 너와 너희 상단은 모조리 지워질 것이다. 자 쓸어버려라."


복면인들이 내원을 향해 달려들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경계 무사들의 활 솜씨는 형편없었고 천검단원들은 침입자들의 검을 몇 합 받아내기도 어려웠다. 그들의 검은 묵직했다.


"끄억."

"으악."

"살려줘, 살려주시오.“


온갖 비명이 들려왔고 마당 안쪽 식솔들에게는 그보다 끔찍한 소리가 없었다.


무인들이 모두 쓰러지자, 복면인들은 식솔들을 정리해 나갔다.


"직책을 가진 자들은 우선 살려두고 나머지는 전부 죽여라.“


푸욱

서걱


어느새 큰 내원 마당에 상단주와 양총관만 남게 되었다.


"이제 다시 사업 얘기를 해볼까, 설 가주?“


진한 혈향(血香)이 폐부를 찔러온다. 설용명은 마당에 펼쳐진 수라장에 눈을 뜨기 어려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설 가주의 눈에는 아직도 가내(家內) 사람들이 웃으며 바삐 움직이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러나 정신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어차피 이자들은 날 살려둘 생각이 없다.‘


"양총관 미안하네.“


금검상단주 설용명은 보석이 박힌 단검을 꺼내들었다.


"가주님!“


양총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가주를 부르고,


"저, 저."


복면인들의 수장 장인묘가 황급히 저지하려고 하는 그 순간. 이내 설 가주가 단검을 자신의 복부에 깊숙이 찔러넣는다.


푸욱


"끄헉.“


그리고 쓰러져서, 찔렀던 검을 다시 천천히 뽑아낸다.


'혹시라도 살면 안된다.'

'후야, 인영아.‘


장인묘는 양총관 마저 잃으면 안되었기에 다급히 양총관을 제압하였고, 수하들을 시켜 밧줄로 묶어 놓았다.


그로부터 반시진 가량 장인묘는 장부를 검토하며 양총관에게 상단 운영에 중요한 정보를 물었고, 양총관은 모진 고문을 받으며 대부분의 정보를 토해내었다.


"가주의 자식들은 어디에 있나.“


"모르겠습니다... 몇일 전부터 보지 못했소.“


양총관은 마지막까지 후와 인영에 대해선 '모른다'는 말로 일관하였다.


정보를 다 얻었다 여긴 장인묘는 양총관의 목에 칼을 쑤셔넣었다.


푸욱


"크억.“


시체가 된 양총관의 모습은 끔찍했다. 눈알은 하나가 터져있었으며, 손톱은 모조리 뽑혀있었다.


그것을 끝으로 금검상단 내, 외원은 불길에 휩쌓였다.


하남(河南)을 중심으로 활발히 상행을 전개하던 금검상단은 그렇게 새벽 사이에 재가 되어버렸다.




침실에서 연결된 공동을 한참 걷고 나니, 갑자기 내부 공간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무릎을 꿇고 30장을 더 기어서 나아갔다. 갑자기 앞이 막힌 것으로 보이자, 후는 등불을 비추고 정면에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덩굴과 풀로 뒤덮여 있던 그 부분을 천천히 걷어내자 조금씩 외부 공기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일행들은 덩굴을 걷어내고 한명씩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하인 정병이 마지막으로 나와서 자신이 나온 그 구멍을 돌아보았다.


'저 개구멍이 가주님 침실로 연결되어있다니.'


덩굴과 풀만 다시 덮어두면 통로 입구를 다시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산기슭으로 나온 일행들은 잠시 어디로 향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일단 등불을 끄거라.“


지불 대사가 일행들을 가까운 봉우리로 이끌었다.



잠시 후 정상에 오르자, 화마(火魔)에 휩싸인 금검상단 장원이 보였다.


"흐흑. 아버님.“


설인영이 쪼그려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지불 대사는 심각한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금검상단이 있는 일양현(一陽縣)이 서쪽에 있으니 숭산은 반대편에 있겠구나.'


'복면인들의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소림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할 터인데.‘



지불은 일행들을 이끌고 일양현에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하였다. 그 방향은 여전히 소림이 있는 숭산의 반대 방향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들은 길이 없는 산속을 계속해서 뛰었다.


"헉헉, 못 가겠어요.“


"업히세요, 아가씨.“


인영의 체력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무공을 배우지 않은 그녀가 이렇게 뛰어본 적은 생전 처음이었다.


"흐합."


뒤따르던 하인 정병이 인영을 업고 뛰기 시작했다.


"헉헉.“

정병이라고 산길을 뛰는 것이 쉬운 건 아니었다.


정병은 설인영을 업고 달리는 도중에 문득 처음 설용명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고아 출신 정병은 일양현 저자에서 왈패들에게 차이고 있었다.


마침 저잣거리에 나온 설용명이 천검단원을 시켜 왈패들을 물리고 아이 정병을 가택으로 데려왔다.


그날 설용명은, 자신이 왈패들을 말리지 않으면 정병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그 때부터 고아 정병은 금검상단의 일꾼 정병으로 살아왔다.


'가주님, 후 도련님과 인영 아가씨는 제가 보살피겠습니다.'



인영은 정병의 뒤에 업힌 채로 흐느껴 울었다.


'꿈일거야.‘


올해 15세가 된 그녀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어서 자고 일어나서 이 악몽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지불 일행은 산 두 개를 넘고 나서야 한숨 돌릴만한 장소를 찾았다. 한밤중부터 정오가 될 때까지 거의 쉬지 못하고 달려온 그들이었다.


다행히 그곳은 바위에 둘러 쌓여 있어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 주변을 찾는 게 아니라면 들킬 염려는 없어 보였다.


'당분간 여기서 머물러야겠어.‘


지불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정병은 아이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에서 식용 가능한 생초(生草)를 찾고 있었다.




그 시각, 일양현(一陽縣) 모처(某處)




장인묘가 금검상단에서 얻은 장부들을 탁자에 올려놓는다.


"장 장로, 그나저나 애새끼들은 어떻게 할건가?"


"금방 잡히겠지, 고깟 애새끼들 숨을 데가 얼마나 있겠나."


"그 두 년, 놈이 안 잡히면, 흔적이 남을 수 있네."


조용히 갈마천을 쳐다보던 장인묘의 표정이 일순간 사나워졌다.



금검상단이 화마(火魔)에 휩싸여 재가 된 날, 관부에서 관리와 병사들이 조사를 나왔다.


"이 무슨 혈겁(血劫)이란 말인가.“


일양현 현령(縣令) 교위 박태랑은 자신의 마을에서 일어난 참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박태랑을 따라온 전리(電吏) 이교부는 병사들과 함께 사상자들을 자세히 검시하였다.


"교위님, 무림인들 간에 충돌로 보이는데 무공에 관한 흔적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알겠다. 너는 일부 병사들과 함께 현장을 정리토록 하라.“


현령 박태랑은 금검상단주 설용명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양현에서 거두어지는 세금 수입에서 금검상단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박태랑은 그 점이 아쉬웠으나 이런 큰 사건에 직접 개입하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이미 상단의 모두가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데 굳이 상단 입장을 생각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에잉 쯧쯧.'


잠시 장원을 둘러보던 박태랑이 이내 걸음을 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2.08.22 17:00
    No. 1

    쎄게
    세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2.08.22 17:01
    No. 2

    대사에는 쎄게, 겁나 같은 비속어도 ㄱㅊ지만,
    지문에는 되도록 표준어를 권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2.08.22 17:09
    No. 3

    "헉헉,

    여기 앞뒤 쌍따옴표(") 다 나간 듯
    체크 ㄱㄱ


    이게 한글 문서나, 워드 상으로 쓴 건 ㄱㅊ은데,
    메모장으로 옮기면 쌍따옴표 방향이 위쪽으로 바뀌어서

    이럴 때가 종종 있음 ㅜㅠ
    수정은.. 온니 수작업..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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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2.06.13 639 11 12쪽
14 신검합일 22.05.16 775 16 9쪽
13 13화 추격전 22.05.15 730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89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7 12 9쪽
10 함정 22.05.11 828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2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80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89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7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2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5 23 7쪽
» 2화 +3 22.05.05 1,590 24 12쪽
1 1화 +4 22.05.04 2,724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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