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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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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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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8,853

작성
22.05.1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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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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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0쪽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DUMMY

8화


‘헉헉’


얼마만큼 지났을까. 이제는 점점 목표의식도 흐릿해진다.


샛노랗게 하늘이 변해가고.


‘그냥 여기서 죽는게 나을까?’


‘하하’


웃음이 나오는 후였다. 이렇게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했는데, 아무리 다쳤다기로 손, 이렇게 쉽게 의지가 꺾이다니.


타닥 타다닥


적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포기하진 아직 이르다.’


후는 이 순간에 그가 해야 할 것을 찾았다.


‘어차피 걸어봐야 곧 잡힐 몸.’


후는 그 자리 밑에 낙엽과 흙을 파고 숨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심히 낙엽을 다시 몸위에 덮었다.


이제는 기척을 숨기는 일만 남았다.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관조하였다.


기척을 읽히는 경우가 무엇이던가. 물론 고수가 하수의 기감을 읽는 것이 첫 번째였다. 그러나 두 번째로는 전문적으로 살수교육을 받지 못한자가 자신의 심박수와 호흡을 들키는 것이었다.


공포심을 몰아내기 위해 지불 선사가 했던 절벽 훈련, 호랑이 훈련. 그 두가지의 공통점은 극한의 상황에서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상황을 차분히 파악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실력과 별개로 강호에서 눈먼 칼에 죽는 자가 얼마나 많던가.


후는 그 시절의 자신을 생각하며 점차 자신의 내부로 침잠하여 들어갔다.


그러자 멀리서 들려오던 발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들리는 그 순간에도 점차 의식은 멀어져 갔다.


그리고 점차 편해지며 검은 공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왜 지금 여기 있는 것인가. 왜 그간 분노에 잠식 당해 살아왔는가. 맞다. 그 흑의인들의 습격.’


그리고 그 검은 공간에 맨 처음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를 두고 떠날 때, 아버지의 표정이 뇌리에 박혀버린걸까?


아버지는 그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인영이.


나중에 개방도에게 듣길 인영이는 여자로서 험한 꼴을 당한 채 살해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형조 스승.


‘나의 무공의 기반을 닦아준 분이었는데, 언제나 냉정함만 보이던 그분까지 돌아가셨단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


‘이 모든 일의 흉수가 흑응상단인 것은 십중팔구는 맞을 터, 그들은 이미 강시까지 생산하고 있었다.’


‘과연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오늘 만났던, 추격자들을 이끌던 그 장년인만 하더라도 무시무시한 강자였다.’


‘아니, 아니 생각의 방향이 잘못되었다. ‘이길 수 있는지’가 아니라 이겨야 한다. 나는 이긴다.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설후는 쫓기다 매복한 그 순간에 그날 갈마천과 있었던 전투를 복기하였다.


갈마천은 설후보다 훨씬 고강한 내공을 가지고 그 패도적인 마공을 자유롭게 통제하던 자였다.


‘나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내공을 필요로 한다. 지금 내가 가진 내공이 고작 반갑자, 최소한 1갑자는 되어야 오늘처럼 목숨을 걸지않고 싸워볼만 하다.’


‘그리고 그자처럼 매끄러운 진기 운용이 되어야 한다. 진기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았기에 검격의 속도가 늦춰졌다. 물론 속이려고 한 것이지만, 계속 공방이 이어졌다면, 필패!’


그렇게 고도의 집중된 명상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갔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일자 자연스럽게 청의심공(淸漪心功)의 청아한 기운이 설후의 단전에서 나와서 몸에 자연스레 퍼지기 시작했다.


설후는 자신도 모르는 새, 의념(意念)으로 내공을 움직이고 있었다.


‘어 이게 뭐지?’


그때 갑자기 느껴지는 심장부근의 막대한 기운 덩어리.


‘이 기운은 전에 목함에서 나온 약의 기운과 동일하다. 그것이 영약이었던 것인가.’


후가 금검상단을 탈출할 때 아버지가 준 목함에는 동그란 환이 하나 들어있었다. 후는 그 약처럼 보이는 것이 어디에 효능이 있는지 몰랐지만 당시 급박하게 추격자들에게 쫓기며 체력이 저하되었을 때 먹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영양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중단전에 모여있던 기운을 이제야 후가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는 천천히 그 심장에 자리잡은 그 기운을 몸안에서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자연스럽게 청의심공의 기운이 그 영약의 기운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의식이 흐려진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일까? 후의 의식이 천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니 천장이 보인다.


‘여기가 어디지?’


“정신이 드는가?”


윤보충이었다.


“조장님, 어떻게 된겁니까?”


윤보충은 후가 정신을 차리자 차근차근 그날의 일을 설명해주었다.

그날 비척대주 왕치상과 1조장 윤보충은 대원들과 후를 찾았다.


그러나 마교의 추격대 인원이 만만치 않아서 쉽게 후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 점에서는 후의 경로가 벗어난 탓이 컸다.


마교의 일반 추격대원들은 왕치상이 있는 비척대에게 큰 위협이 되진 않았으나 문제는 갈마천의 부관으로 있던 혈면수라(血面修羅) 피공도의 존재였다. 피공도는 갈마천이 다스리던 마교 유격대인 혈조대(血鳥代)의 부대주였는데, 그는 절정고수였다. 같은 절정고수인 왕치상과 1조장 윤보충이 합세하여 피공도를 사살하며, 그들을 퇴패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반나절이 더 지난 후 무림맹의 무사들이 수색 지원을 나와서 설후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난 자네가 죽은 줄 알았네, 피를 어찌나 흘린건지 얼굴에 핏기가 전혀 없었으이.”


“심려끼쳐 죄송합니다. 조장님.”


“아니야, 내가 할 역할을 자네가 하게 만들었어. 고맙네.”


다만, 혈조대를 패퇴시키는 과정에서 비척대의 피해가 막심했다. 비척대는 전투조직이 아니기에 인원수도 적고 일반 대원들은 그 무공이 그리 고강하지 못하였다. 무인들이 강하다 할지라도 전투조직처럼 체게적인 진법훈련이나 전투 훈련을 하지 않았으니 이런 전투에서 마교의 전위부대와 겨뤄 승리한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이긴 하였다.


고개를 드는 후의 눈이 순간 빠르게 떨렸다.


“조장님!!”


“조원들이 거의 다 당했네... 나라고 어찌 멀쩡할 수 있었겠나.”


씁쓸히 미소 짓는 윤보충 몸에는 전에 있던 오른팔이 사라져 있었다.


“그래도 성과가 있었다네, 혈조대 한명을 사로잡아 그들이 마교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낸 것은 분명 큰 성과지.”


“강시는 어찌 되었습니까?”


“다음 날 무림맹에서 무사들을 이끌고 흑응상단에 도착했을 땐 이미 그들이 사라진 후였네. 건물은 다 불타버렸고, 강시들은 300여구가 사라지고 나머지는 파괴된 상태였지.”


그리고 이내 윤보충이 덧붙인다.

“어찌 그리 신출귀몰한지... 참.”


“큰일인 점은 강시를 제조하는 곳이 거기 한 곳이 아니라더구만.”


마교 끄나풀을 잡은 것은 큰 소득이었지만, 알아낸 정보가 엄청나서 알려지면 무림에 큰 파장이 일 것이었다. 설상가상인 점은 강시를 제조하는 다른 장소를 그 마교인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무림맹 내부 회의실


“맹주 큰일이오. 어서 명문 대파에 서신을 보내 인원을 모으고 무림맹을 전시체제로 돌려야 할 것이외다.”


“어헛 아직 그 첩자의 말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 않소? 어떻게 당장 무사들을 착출한단 말이오.”


“아니 강시가 중원에서 나왔소이다. 이보다 급한 일이 어딨겠소?”


회의실에서는 무림명숙들이 모여있었는데,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도 당연할 것이 마교가 준동하는 것은 수십년, 수백년에 한번 있는 일이었다. 무림인 중 마교와 실제 전투를 벌인 인원은 거의 없었다. 하물며 강시라니, 강시는 사라진 혈교에서 수백년전에 이용하던 마물이 아니던가.


“일단은 개방에 의뢰를 하여 강시가 있는 다른 지역을 찾는 것이 급선무요. 다행인 점은 흑응상단처럼 부녀자가 실종되는 곳이라는 단서가 있다는 것이오.”


“일단 그렇게 합시다 맹주. 그나저나 이렇게 정보조직이 필요한 때 비척대에 그리 큰 손실이라니...쯧쯧.”


“인원을 어서 충원해 봅시다. 정보조직은 없어서는 안될 말이오.”





후는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연무장으로 나왔다.


의원은 아직 움직이면 안된다 하였지만, 정신을 잃기 전 그 깨달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분명 그 때 의념을 통해서 진기를 운용했었다. 그런 자연스런 진기 유통이 가능하다면, 분명 검격 수발의 속도도 훨씬 빨라질 터. 마멸검법에서 뇌(雷) 초식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어쩌면 9성, 10성 경지까지 도달하려면 의념이 필요할지도...’


후가 눈을 감고 그때의 기운을 다시 느끼려 하였지만 쉽지 않았다. 그때의 그것은 이런 의식적인 움직임이 아니었다.


‘후. 깨달임이란 이렇게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닐터.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후가 마멸검법의 초식을 펼쳐보였다.


마멸검법은 쾌검을 특기로 하는 뇌(雷) 초식이 있었고 파괴력을 자랑하는 화(火) 속성의 초식이 있었다.


아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숙달하지 못하였지만, 후는 일단 쾌검이 좋아서 뇌 초식 위주로 수련을 해나가고 있었다.


파괴력이 화 속성이라지만, 뇌 속성의 초식도 후반부로 갈수록 그 기세가 어마무시했다.


점차적으로 힘을 실으며 개세적인 파괴력을 내는 뇌 속성의 초식들이었다.


영약을 먹고 이제 1갑자가 된 후는 후반부의 초식도 수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뇌응조(雷鷹鳥)!


후가 자리를 박차며 날아올라 뇌전이 튀는 검을 바닥을 향해 좌에서 우로 그었다.


퍼버버벅


연무장에 한일(一)자로 깊게 고랑이 패였다.


‘뇌속성이 이런 파괴력이면 화속성은 어떤 위력인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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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22.08.19 512 9 9쪽
17 18 22.08.16 543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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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2.06.13 640 11 12쪽
14 신검합일 22.05.16 776 16 9쪽
13 13화 추격전 22.05.15 731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90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8 12 9쪽
10 함정 22.05.11 829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3 14 11쪽
»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5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80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90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7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2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5 23 7쪽
2 2화 +3 22.05.05 1,590 24 12쪽
1 1화 +4 22.05.04 2,725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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