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071
추천수 :
317
글자수 :
98,853

작성
22.06.14 20:57
조회
647
추천
10
글자
13쪽

16화 혈강시

DUMMY

16화


설후가 진정된 마음으로 차분히 그 무의식의 깜깜한 공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시끄럽던 가족들의 울부짖음 소리가 잦아들고 고요함이 천천히 찾아들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자 침실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달여간 몸을 돌보지 못해서 여간 수척해진 것이 아니었다.


옆에서 설후를 돌보다가 잠시 밖에 나갔던 하녀가 들어와서 설후가 눈을 뜬 것을 확인했다.


“정신이 드신 겁니까?”


“그렇소.”


“잠시만 계시지요. 다른 분께 전하고 오겠습니다.”


잠시 후 왕치상이 들어왔다.


“부대주, 괜찮은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가...”


대주 왕치상은 그간의 상황을 설후에게 알려주었다.


무림맹은 강시가 있던 마교 분타 2곳을 발견하여 소기의 성과를 취한 상태였지만 마치 폭풍전의 고요와 같았다.

그리고 왕치상은 가추만의 창에 어깨를 관통당한 것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었다.


아마 치료가 끝난 후에도 상당기간 재활치료를 요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후 설후도 몸을 관조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찾으려 하였다.


‘기가 순환되지 않는다.’


설후는 천천히 청의심공(淸漪心功)으로 기운을 움직여 보려 하였지만 평소와 다르게 단전에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혹감을 느낀 설후


이제는 근육을 움직여서 일어나보려고 하였다.


손가락 끝에 전기가 흐르듯 미세한 감각이 잡히긴 하였지만 몸이 움직여 지진 않았다.


‘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설후는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다. 근육만 해도 한동안 안쓰면 사용하기 버거운데 자신은 한달동안 누워만 있지 않았던가.


당장에 움직이는 것은 힘들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왕진을 온 무림맹 의원에게 듣게 된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진맥을 해보니 자네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네. 단전이 완전히 파괴된 듯 보이진 않지만 일단 그렇고... 그리고 육신의 세포들이 대부분 타버렸네.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자세히는 모르겠네만. 자네의 부대원에게 듣기론 뇌전을 일으키며 광인이 되어 막강한 기운을 쉴새없이 내뿜었다 들었네.”


의원이 말을 이었다.


“그것이 선천진기를 사용하며 진기를 고갈시키고 뇌전의 힘이 신체를 상하게 한 것으로 보이네.”


“다시 무공을 사용할 수는 있는겁니까?”


설후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나도 희망적으로 말해주고 싶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어느정도 회복이 되더라도 정상적으로 운신하지 못할 수도 있네.”


설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갈길이 구만리인데 자신은 이제 육체마저 망가져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가야할 것이 있었다.


3일간 더 침상에서 생각만 하며 누워있었지만 정신적인 우울감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이 더 고역이었다.


설후는 그래서 결과는 생각지 않고 노력부터 하기로 하였다.


처음은 신체의 감각을 찾는 것이었다. 온몸이 움직이지 않았기에 먼저 손끝과 발끝을 움직이려 하였다.


느리지만 천천히 신체의 감각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비척대 대원들은 하나 둘 병문안을 와서 눈시울이 붉어져 나가곤 하였다.


반병신이나 다름없는 설후의 상태를 웃으면서 마주하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부대주 꼭 회복하길 바라겠소. 나 팽호사가 도울 것이 있으면 최대한 돕겠소.”


팽호사가 그렇게 나간 뒤 설후는 다시 재활에 의식을 집중했다.


재활보다 더 고역인 것은 잡일을 도와주는 여인들이 설후의 대소변까지 받는 것이었다.


이러한 수치심때문에라도 빨리 재활에 성공하고 싶은 그였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자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돌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돌아다닌다 뿐이었지 일반 성인보다 못한 신체 능력이었다.






“그래. 내가 지시한 대로 부대를 개편했는가?”


“네, 교주. 천황마멸대에 40대 이하 고수 50명으로 배정하였고 모두 절정 이상입니다.”

교주 마중혁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마교의 준동이 늦어진 것은 마중혁이 교주자리를 놓고 반란을 일으킨 사건때문이었다.


기존의 마교주인 혁무린은 중원에 대한 침공은 입장이 같았지만 조금 더 세력을 다듬고자 하였고 혈교의 세력을 끌어들이려 암중모색하는 자였다.


마중혁은 그러한 지지부진함이 싫었고 교주에 대한 욕심도 있었기에 교주를 암살하고 교주 위를 뺏은 것이었다.


마중혁은 이제 나이 40으로 전대 교주보다 낮은 실력인 극마의 경지이지만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무서울 정도라서 마중혁의 반란을 수숩하는 것에도 잡음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곧 탈마에 들 것으로 여겨졌던 혁무린이 어떻게 마중혁에게 자리를 뺏긴 것인가.


이는 마중혁의 장인인 현마종의 종주와 마중혁의 아비인 검마종의 종주까지 힘을 합쳐 협공을 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차에는 복용시 기를 흩뜨리는 산공독까지 넣어 준비를 하였던 것이었다.


심계가 깊은 마중혁의 의견이었지만 그들을 마교주를 쓰러뜨린 뒤 그 술책이 꼭 필요했던 것임을 실감했다.


마교주는 산공독에 당한 후에도 그들과 40여분을 싸우며 쉽게 목숨을 내어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여하튼 교주가 된 마중혁은 거의 손실 없이 흡수한 마교를 이용하여 중원정복을 시작하려 하였다.


처음은 마교의 앞에 있는 곤륜파였다.


곤륜산에 위치한 곤륜파는 산세가 험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활용해 농성하는 경우 함락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들 곤륜파 함략을 최대한 손쉽게 할 방법에 대해 말해보거라.”


마중혁이 태사의에서 입을 떼었다.


옆에 있던 총관 을파가 말을 꺼냈다.


“교주 어차피 우리가 강시를 보유한 것은 무림맹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최대한 전력을 보전하기 위해서 강시부대를 주 병력으로 하여 곤륜파를 치시지요.”


“그래 그럼 같이 나갈 부대와 부대주를 추천하거라.”


“곤륜파는 산세가 험한 곳이니 장백규와 그 부대원들에게 맡겨보시지요.”


장백규는 장로들 중 비교적 적은 나이인 자였다. 초절정고수인 자로 무력도 무력이지만 마교의 30년전 마교의 훈련 계획에 따라 길러진 자로 각종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전투에 유리한 자였다.


그의 부하인 암혈단 역시 장백규의 그런 성향을 잇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총 200여명 밖에 되지 않지만 암습과 후방 침투에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였다.


“장백규 자네가 해볼텐가?”


“저야 교주께서 명령하신다면, 그리고 중원 놈들을 사살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맡겨만 주시지요.”


장백규가 자신만만하게 내뱉으며 눈빛을 매섭게 바꿨다.


“그래 가서 승전보를 가져오거라.”





천산 입구


“야 너 육포 남은 것 있냐?”


“이 새끼는 처먹을 생각밖에 못하네.”


거지 두명이 천산의 입구로부터 200여장 떨어진 숲에서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야 있냐고.”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옆을 돌아보니 복면의 안광이 흉흉한 자가 서 있었고 동료 거지는 뭐에 당한건지 이미 쓰러져있었다.


“헉 누구냐?”


“저승사자”


그렇게 말한 복면인이 남은 거지의 목을 부러뜨려 절명시켰다.


“단주, 개방으로 보이는 첩자들은 사살하였습니다. 출발하시지요.”


부단주 괴면수라 평천이 말했다.


“그래 가보자 곤륜산으로!”


일년 전부터 마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정보원들을 천산에서 중원으로 이어지는 곳곳에 파견해둔 무림맹이었다.


처음이야 정보원이 먼저 발각되었지만 결국에는 곤륜으로 가는 길에 암혈단은 움직임을 무림맹이 감지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진군속도를 보면 지원군을 보내기 전에 먼저 전투가 벌어질 것이었다.


강시가 발견된 직후에는 곤륜에도 무림맹 파견대가 나와있었지만 지금은 몇 개월이나 지난 상황.


계속해서 부대를 주둔시킬 수는 없었다.


무림맹에서 지원군을 파견시킬 계획이었지만


상황으로 보건대 도움을 주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처음 전투에서 곤륜파가 방어에 성공하길 바랄 뿐이었다.


곤륜파 장문인 진검자는 그 소식을 듣고 제자들에게 진법과 기관진식을 점검하도록 하였다.


무림에서 진법은 제갈세가가 가장 유명했지만 곤륜파도 기관진식에 조예가 있는 문파였다.


곤륜파도 생사결을 하기 위해서 준비를 시작했다.





겨울이 다가와서 눈발이 세게 내리쳤지만 설후는 오늘도 연병장에서 근육을 회복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공을 포기하고 그간의 포상금을 활용하여 조용한 곳에서 살라고 조언하던 자들도 설후의 그 노력에 혀를 내둘렀다.


아직도 일반 성인에 미치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몸에 성한 곳이 없던 설후였기에 지금처럼 생활하는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하루에 10시간씩 재활을 하며 탈력한 모습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망가진 몸을 회복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근육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이것은 무인에게 치명적이었다.


유연함은 변수를 만들며 변수에 대항할 수 있게 하는 보이지 않는 특기였기 때문이다.


끓어오르는 분노에 밥상을 뒤엎은 적도 벌써 수차례였다.


이제는 수염마저 덥수룩하여 행색은 광인 그자체였다.


‘부대주, 그만해도 되지 않겠소.’


그 모습을 멀리서 안쓰럽게 바라보는 팽호사였다.


설후는 근육이 회복되며 내심 희망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내공은 아직도 전무한 것이 도대체 답이 보이지 않았다.


설후는 재활하는 동안 그의 스승인 지불 대사를 자주 떠올렸다.


그에게 대부분의 가르침을 전수해준 한 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극한의 수련이 지불과 함께하는 동안의 그것과 비슷했다.


‘설후야, 내공을 이용하여 검을 맞대고 서로의 우위를 겨루는 것은 결국엔 하수들의 전투인 것이다.’


지불이 말을 이었다.


‘너도 일정 경지가 넘으면 너와 자연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러면 너가 그간 축기한 내공들이 그리 큰 의미가 없어짐을 알 것이다.’


그때는 아직 설후의 경지가 미천하여 지불의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어려운 말씀임에는 분명하지만 뭔가 지금 상황에 그 가르침이 맞닿아있는 느낌이었다.


‘차후에 축기한 내공이 중요치 않아진다면 지금처럼 내공이 전무한 상황에 어울리는 가르침이 아닐까.’


설후는 그날부터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공운기는 되지 않는 상황 혈도도 녹아든 세포로 인해 대부분 막힌 것 같았다.


그저 명상을 하며 자신과 자연과의 경계를 허물고자 노력하였다.


‘어차피 축기라는 것도 자연의 기운을 인위적으로 내 몸에 가두는 것.’






곤륜산 초입


먼저 발을 딛은 암혈단 첩보조원이 갑자기 사위에서 발사된 창에 의해 몸이 관통되며 사망하였다.


“흠, 대주 기관진식이 여기부터 시작인 듯 합니다.”


“생각이 있는가 부대주.”


“데려온 혈강시가 300여구이니 그것들을 활용하여 암혈단의 피해를 최소화 하시지요.”


그렇게 말한 부대주가 강시를 한구씩 들이밀었다.



“적들이 운무만천진(雲霧滿天陳)에 도달했습니다. 장문인”


“흠 지원군은 언제쯤 당도할 것 같은가?”


“지원군은 공동파와 사천에서 오는 지원군도 앞으로 3일정도는 더 걸릴 것입니다.”


곤륜파에서도 적들이 산문 앞에 당도한 것을 알아차렸고 전운이 서서히 감돌고 있었다.


“정말 지독한 진법이로군.”


“그래도 암혈단의 피해는 전무하니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대주님.”


위로의 말을 전하는 부대주 평천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미 파괴된 강시가 50여구에 달했다.


그러나 이제 곤륜파의 전각들이 저 멀리 히끄무레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암혈단의 피해도 당연했던 것이 운무만천진은 곤륜파에서 수백년 전부터 설치하여 개보수해온 진법이었다.


특히 마교의 전위부대를 상대해야 하는 지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진법에 신경을 써온 것이니 쉽게 뚫리는 것이 이상했다.


어느새 진법을 감싸던 운무가 사라지고 쾌청한 하늘이 암혈단주 장백규의 눈에 들어왔다.


곤륜파라 쓰인 현판이 보였고 그 큰 대문을 넘어서자 결사항전의 의지가 보이는 곤륜파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하하 누가 곤륜 장문인이냐?”


“내가 곤륜파 장문인이다.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나는 마교 장로 장백규다. 산문에 기이한 짓을 해놓았더군. 덕분에 강시가 50여구나 파괴되었지 않나.”


장백규가 말을 잇는다.


“보니 쓸만한 재료들이 꽤 있는 듯 한데, 너희 도사들을 절멸시키고 강시를 보충 해야 되겠구나 쳐라!”


장백규의 명이 떨어지자 250구의 강시를 전면에 세운 마교 암혈단원들이 사방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금검상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24화 유능제강 +1 23.03.12 252 4 14쪽
23 23화 절망 23.02.25 249 3 8쪽
22 21 22.08.25 509 8 8쪽
21 20화 서핑의 유래 22.08.23 450 6 6쪽
20 20 22.08.21 503 9 4쪽
19 19화 22.08.20 520 10 7쪽
18 18화 22.08.19 511 9 9쪽
17 18 22.08.16 542 11 7쪽
» 16화 혈강시 22.06.14 648 10 13쪽
15 15화 22.06.13 639 11 12쪽
14 신검합일 22.05.16 775 16 9쪽
13 13화 추격전 22.05.15 730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89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7 12 9쪽
10 함정 22.05.11 828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2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80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89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6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1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4 23 7쪽
2 2화 +3 22.05.05 1,589 24 12쪽
1 1화 +4 22.05.04 2,724 2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