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067
추천수 :
317
글자수 :
98,853

작성
22.08.20 03:22
조회
519
추천
10
글자
7쪽

19화

DUMMY

19화


‘폐인이 따로 없구나, 저자가 과연 마교 장수와 일기토를 벌여 패퇴시킨 자란 말인가.’


모서천은 설후의 모습을 보고 큰 당혹감을 느꼈다.


‘아무리 망가졌다 하여도 기존의 명성과 지위가 있던 자인데, 어찌 이리...’


머리는 봉두 난발에 길게 자란 수염, 그리고 어그적 거리면서 걷는 이상한 모양새까지.


‘무공을 잃었다 한들 이리 망가질 수가 있는가.’


그 시각 이미 설후는 10여장 밖에서 자신을 살피는 모서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적대감은 아닌 그의 기도에 굳이 반응할 필요가 없었다.


모서천의 존재뿐만 아니었다. 설후가 감지하는 영역에서 모서천은 그저 다른 것들처럼 자연의 일부일 뿐이었다.


외부에서는 다들 설후를 폐인으로 보았지만, 정작 설후는 자신만의 영역에서 전에 없던 자유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 집중할수록 더 세밀한 세계가 펼쳐졌다.


‘알면 알수록 놀랍구나. 매일 보던 세계임에도 내가 모르고 있던게 이리 많을 줄이야.’


처음에는 단지 큰 살아있는 것들이 감지되었다.


그 다음에는 곤충들까지도, 그리고 식물에도 기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빈 공간인 줄 알았던 곳에도 흐름이 있었고, 생명력이 존재함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흐름에 천천히 몸을 내맡기는 연습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렇게 몸이 망가져서도 아직도 두려움을 떨쳐내는 것이 어렵구나.’


그러나 20년간 습관화된 움직임과 오감을 완전히 벗어던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려다가도 오감이 설후에게 경고를 보냈다.


옆에 무인이라도 한명 지나간다면 설후는 그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움직임을 행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우습구나, 지불 스승님과 처음 한 수련이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었건만, 쯧쯧.’


그 당시에는 호랑이 아가리 앞에서 견뎌내는 것이 죽을 것 같이 무서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 마저도 이제는 추억이라 할 수 있었다.


스승이 가르쳤던 것은 지금에도 생각이 날만큼 꼭 필요하고 귀중한 것들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몸의 긴장을 풀고 흐름에 몸을 내맡기려 하였다.


“후흡.”


마침 정원에서 걸음을 옮기던 설후의 앞에 나비가 날아들었다.


설후는 물론 짐작 그 존재를 감지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느끼는 그의 세계에서 나비는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 역시 자연이라는 그림의 일부였다.


설후는 조금 더 감각을 가다듬으며 그 흐름대로 몸을 내맡기며 천천히 나아갔다.


속도는 느릴지언정 몸에 힘은 거의 들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마주쳐오는 나비에 그 집중이 맞춰지자, 나비의 몸 주위의 생명력과 그 흐름이 느껴졌다.


왠지 나비의 그 다음 움직임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회피하는 것은 형식적인 움직임이 아니었고,


‘피한다’라는 개념도 틀린 것 같았다.


나비 주위를 둘러싼 그 힘을 이용하면 될 것 같았다.


찰나 설후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듯하였고,


나비에 닿을 듯 했던 설후의 이마가 유려하게 나비를 지나쳐서 기존의 호흡대로 움직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나비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못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신의 움직임을 다 하고 있었다.


‘아니, 저런 움직임이라니!’


10장 밖이더라도 초절정 고수인 모서천의 눈에 나비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비와 설후의 교차는 모서천이 상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그것은 유려함이었고 자연스러웠다.


힘이 느껴지지 않았고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최소한의 회피 동작이었던 것이다.


‘과연 저것을 동작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가.’


모서천이 화산의 도사라지만, 그리고 그 중 인성이 좋기로 이름 난 자라지만 실상 무인이었다.


그리고 우연이라고 믿고 싶은 설후의 움직임은 모서천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모서천은 확인하고 싶었다. 본능은 아니라고 하지만 설후의 그 움직임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화산의 경신법인 화산미리보(火山迷理步)로 날렵하게 설후의 옆으로 접근하여 검을 그의 관자놀이로 찔러넣었다.


검격에 기를 운용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자연스러움과 쾌속함은 능히 초절정 고수의 한수 다웠다.


물론 설후가 반응하지 못한다면 그의 관자놀이 1촌 앞에서 검은 멈춰설 것이었으나, 그것으로 검증은 충분할 터였다.


‘과연, 내 직감이 맡을 것인가.’


그 순간 설후도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심득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려면 이 두려움부터 떨쳐내야 할 것이었다.


그리고 나비의 움직임을 이용할 때처럼 그저 몸을 ‘흐름’에 맡기기로 하였다.


그래서 모서천이 다가옴을 알았고 그의 몸에 들어간 힘을 느껴 그가 공격을 감행하리라는 것도 알았지만,


조급하게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미리 반응하지 않았다.


모서천의 검봉이 설후의 왼쪽 얼굴을 향해 빛을 발할 때 설후는 되려 뒤통수를 내보이듯 오른쪽으로 몸을 천천히 돌렸다.


모서천은 의아했으나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대로 검을 설후의 뒤통수로 밀어넣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시간, 검이 뒤통수를 찌른다 싶던 그 순간, 설후의 몸이 그 검의 찌르기와 맞물리 듯 회전하여 어느새 모서천의 품에 들어와 있었다.


“흡.”


모서천은 크게 놀라 검을 제대로 회수하지도 못하였다.


어느새 눈을 뜬 후 모서천을 강렬하게 쳐다 본 설후가 입을 떼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그제서야 모서천은 자신의 무례를 깨닫고 머리를 살짝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를 건네었다.


그리고 그가 찾아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였다.


“비칠이라는 자의 말을 듣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 당신이 내 참모로 이번 임무에 동행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외다.”


모서천은 설후가 예삿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무공을 잃었다는 자의 움직임이 어찌 이럴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에 대한 소문과 실지 그가 찾아와서 본 설후라는 자의 눈매는 강한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세상사에 한동안 담을 쌓고 지내던 설후는 모서천을 통해서 그간 사건들을 조금 더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무림에 많은 시간이 있어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이미 비척대의 생존자들이 하나 둘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


무공은 잃었지만, 모서천이 설명한대로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내 이 몸으로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과거 경험이라도 귀공께 도움이 된다면 동행하겠소.”


‘죽더라도 마교와 전투를 벌이다 죽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한동안 좌절했었던 설후의 눈빛이 다시 예전과 같은 강렬한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금검상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24화 유능제강 +1 23.03.12 252 4 14쪽
23 23화 절망 23.02.25 248 3 8쪽
22 21 22.08.25 509 8 8쪽
21 20화 서핑의 유래 22.08.23 450 6 6쪽
20 20 22.08.21 502 9 4쪽
» 19화 22.08.20 520 10 7쪽
18 18화 22.08.19 511 9 9쪽
17 18 22.08.16 542 11 7쪽
16 16화 혈강시 22.06.14 647 10 13쪽
15 15화 22.06.13 639 11 12쪽
14 신검합일 22.05.16 775 16 9쪽
13 13화 추격전 22.05.15 730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89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7 12 9쪽
10 함정 22.05.11 828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2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79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89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6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1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4 23 7쪽
2 2화 +3 22.05.05 1,589 24 12쪽
1 1화 +4 22.05.04 2,724 2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