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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078
추천수 :
317
글자수 :
98,853

작성
22.05.1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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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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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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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3화 추격전

DUMMY

13화


설후는 적들이 당황한 모습이 보이자 냅다 도망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적들이 몰아 붙이기 시작했다. 숲이 이제 30여장 남은 거리.


설후가 기지를 발휘했다. 뒤로 돌아 그 청의심공을 끌어올리며 입을 벌리고


“으아아아아아!”


온몸을 이완시키며 내지른 사자후(獅子吼)였다.


위기의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기마대에 대한 대처법이 나온 것이었다.


소림의 지불대사가 창안한 청의심공, 그리고 사자후, 그것이 마기에 찌든 기마들에 끔찍한 손상을 안겨줬다.


어떠한 보호구도 착용하지 않은 기마였기에, 앞 열에 위치한 기마들은 바로 뇌와 함께 눈이 터져버렸다.


압력을 이기지 못해 눈이 있던 자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와 뇌수.


설후의 공력은 이제 단순히 일인 전력이라 치부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맹수인 호랑이와 서역의 사자가 울면 동물들이 이렇게 된다 하였던가.


뒷 열에 비교적 양호해 보이는 외관의 기마들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중무장한 흑갑기마대 대원들을 떨어뜨리거나 스스로 쓰러지는 장면은 비척대 대원들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그것은 기질적인 두려움이었다.


흑갑기마대원 조차도 내력이 낮은 자는 단전의 공력이 세차게 흔들렸고, 찰나지간 전의가 꺾일 뻔 하였다.


어느새 설후는 숲 안쪽으로 사라진 상황.


“이런 육시랄!!”


설후의 사자후에 놀리기는 했지만,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기마대주 가추만이 노성을 터뜨렸다.


“끄아아아아”


얼굴만 봐서는 애송이에 불과한 자가 아니던가.


그 한명에게 자신의, 마교의 자랑거리이던 흑갑기마대가 농락을 당했다 생각하니 쉬이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설후를 어서 사로잡아 몸의 뼈를 이곳저곳 분질러놓아야 이 화가 식을 것 같았다.


“어서 숲으로 들어가서 저 조무래기들의 목을 쳐서 가져오거라!”


이제는 한명 남은 부대주와 함께 500의 기마대를 지휘하게 된 가추만이 수하들을 채근했다.


왕치상과 설후가 시간을 끌어준 사이 3인 1조로 나뉘어 퇴각한 비척대원들은 거리를 꽤 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숲에서는 기동력이 크게 떨어지기에 마음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들은 단지 숲이 끝나기 전에 지원군이 당도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황하석림이 넓다 하더라도 이 숲 안에서 은신을 한다면, 500기의 마인들에게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 밖에 안되는 행동이었다.


더 시급한 문제는 왕치상과 팽호사, 설후였다.


기마대주 가추만에게 이미 사라져버린 설후였으나, 고작 70여장 앞선 설후를 기감으로 놓치지 않고 있었다.


‘잡히기만 해봐라.’


왕치상과 팽호사는 그보다는 앞서 있었지만, 왕치상의 어깨 관통상이 생각보다 심했던지 평소의 속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후 또한 뒤에서 느껴지는 강자의 끈적한 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분노’라는 감정이 분명해 보이는 이 농도 짙은 마기는 혹여 자신을 놓칠까 집요하게 달라붙고 있었다.


현 상황에서는 명문 대파 후기지수더라도 두려움을 느낄만 하였다.


무공이 강하다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진정 중원 무림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선을 넘어야 했다. 목숨을 걸고 대치한 상황이 아니라면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설후의 강함은 위기 상황에서 진가가 발휘되었다. 금검상단이 무너지는 그 순간부터 긴장을 놓지 않고 이런 전투들을 매일 같이 머릿속에 그려왔던 그였다.


영웅은 위기에서 태어난다 하였던가. 지불은 선각자답게 그 이면의 고통까지도 통찰하였지만 세상에서는 설후와 같은 자를 부러워하며 칭송하기 바빴다.


마교 장로를 처치하고 정보조직 부대주가 된 설후의 무용담은 실로 놀라운 전공이긴 하였다. 정보의 특성상 아직 대외적인 공표는 없었지만 무림맹 내 무사들은 설후를 뇌룡검(雷龍劍)이라며 치켜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칭호는 설후에게 아무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마교의 절멸(絶滅).


그를 위해 지금 이 순간 살아남는 것이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사선을 몇 번을 넘어야 할지 모르는 참혹한 수라의 길이었다.


3년 전 설후는 지불이 목숨을 끊으라 칼을 내주었을 때 이런 고민을 하였었다.


과연 복수를 할 수 있을지,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지.


3일 밤낮 동안 침식을 끊고 내린 결론은 ‘생존’, 그리고 ‘복수’였다.


이미 어린 설후는 직관적으로 알았던 것이었다.


흔히 영웅의 길이라 말하는 그 길이 얼마나 험한 길인지를.





3년 전 천태봉


“이미 너도 직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살아남아 복수를 선택한 네 녀석의 앞길이 어떠할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후 앞에 지불 대사가 서서 말을 하고 있다.


“너 혼자 걸어야 하는 그 가시밭길은 보통의 정신력으로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항상 그 순간에 깨어있어라. 너의 목표는 정해져 있다. 과거도 미래도 생각지 말고 바로 앞만 보고 정진하거라. 그 방법이 너가 심마(心魔)에 빠지지 않도록 해줄 것이며 나아가 너의 목숨도 구할 것이니라.”





설후는 가추만의 기운을 받아내며 왠지 지불 대사가 떠올랐다. 그 상념을 지우며 읊조린다.


‘찰나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내 명줄이다.’


지쳐있던 설후의 눈빛이 또렷이 바뀐다. 그리고 달리는 와중 눈을 반쯤 감는다.


주변에 설후의 기운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며 주변 사물들이 심상화되기 시작했다.


‘도주하며 한 놈씩 줄인다.’


500여기의 비교적 대병력이었지만, 어찌 됐든 처리해야 할 적임에 분명했다.


그는 호흡을 고르고 처리할 수 있는 한명 한명에게 집중하기로 하였다.


설후가 속도 위주의 보법인 뇌뢰보의 운용을 풍 속성의 풍운보(風雲步)로 전환하였다.


지불이 설후에게 이르기를 풍운보는 바람의 움직임을 본 뜬 것이라 하였다.


그만큼 내공의 소모가 적고 속력은 뇌뢰보에 못 미치지만, 은신에 탁월한 보법이었다.


이미 기감을 열어두고 숲에 들어온 기마를 감지하는 후는 적의 일반대원으로 느껴지는 자에게 뇌운극멸을 시전한다.


그 고도로 응집된 뇌전의 기운이 번쩍 하는 순간


푸슝


털썩


흑갑기마대원이 절명하며 말 위에서 빠르게 떨어진다.


다시 한번 번쩍이는 뇌전!


푸슝


털썩


다시 한명의 마인이 땅에 곤두박질쳤다.


가추만이 다급히 소리친다.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검기다. 앞의 인원들은 검에 검기를 두르고 중요 사혈을 가리며 돌진해라.”


괜찮은 전략이지만 전방에 위치한 부하들의 내력이 빨리 소모될 수 밖에 없었다.


가추만은 전방의 부하들이 소모되더라도 최대한 버티면서 죽기를 바랐다.


‘숲지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전략이다. 저 야비한 놈을 잡으려면 이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


500기나 되는 부대였기에 기마대원들이 설후의 공격을 두, 세 번씩만 받아줘도 그의 공력을 크게 소모시킬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한편 풍운보를 운용하여 이곳저곳 자리를 옮기는 후는,


‘가운데 뭉친 기운이라... 사혈을 보호하기 시작했구나.’


적들이 방어태세를 갖춘 것을 알고 되도록 전투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신체 부위를 노리기 시작했다.


푸슝 퍼억


“으악”


한 기마대원은 앞에서 무언가 반짝이고 귓불에 바람이 인다 싶더니, 어느새 오른쪽 어깨에 피가 터져 나왔다.


어깨가 관통되진 않았지만, 기공에 어깨를 적중당한 마인은 당장 검을 제대로 휘두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런 멍청한!”


가추만은 계속 나가떨어지는 수하들을 보며 참지 못하고 화를 내었지만 내심 설후의 체력이 떨어지고 포위망이 좁혀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헉헉”


설후는 다시 자리를 옮긴 나무 뒤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470여명 정도 남았나.’


설후의 원거리 공격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전투력이 급감한 인원이 30여명 정도였다.


혼자서 분전을 하고 있었지만, 설후는 아직 죽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살려고 하니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었다.


체력과 내공도 이미 많이 소모한 상태. 지금이라면 그 선두에 있던 흑갑기마대 대주만 설후를 상대하더라도 크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스승님 어찌해야 합니까.’


후를 가르쳤던 두명의 사부, 형조와 지불 대사.


낭인도검 형조는 실력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강호에서 이름을 날린 위인이었다.


이미 형조를 잃은지 3년이나 되었지만 후의 기억 속 형조는 어떤 어려움도 뚫고 나갈 기상을 가진 사내였다.


지불은 전대 고수로서 이미 속세를 달관한 자였으니 후는 그들에 비하면 자신이 아직 어린애와 같다 여겼다.


20여초가 지났을까, 체력이 떨어지며 다부진 마음에 균열이 일기 시작할 때쯤, 강력한 마기와 말발굽 소리가 설후의 기감에 잡혔다.


‘그자다.’


설후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방금 전 설후가 쏘아낸 뇌운극멸을 가추만이 막는 틈에 설후는 풍운보를 운용하며 최대한 기척을 감추었다.


설후의 내력이 점차 고갈되며 숨을 돌릴 요량이었다.


가추만은 그 탓에 설후를 감지하던 기감을 놓쳤고 근방에서 다시 마기를 퍼뜨리며 설후를 찾고 있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더니 어디갔을까!”


가추만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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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신검합일 22.05.16 775 16 9쪽
» 13화 추격전 22.05.15 731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89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8 12 9쪽
10 함정 22.05.11 828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2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80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89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7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2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5 23 7쪽
2 2화 +3 22.05.05 1,590 24 12쪽
1 1화 +4 22.05.04 2,725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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