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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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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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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53

작성
22.08.19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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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8화

DUMMY

18화


“후욱, 후. 정파새끼들은 꽤나 끈질긴 구석이 있군.”


암혈단주 장백규가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앞에는 수백여구의 시체들이 바닥에 이곳저곳 널려있었다.


“단주님, 강시는 82구 남았고 암혈단은 피해가 크지 않아 현 인원 312명 입니다.”


“늙은이 한명 때문에 피해가 크구나, 퉷!”


장백규의 침이 떨어진 곳에는 사지가 잘려 나간 채 절명한 진검자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부릅 뜬 진검자의 눈은 죽기 전 그의 원통함을 담고 있었다.


산문 내에 있던 곤륜파 인원들은 모조리 죽음을 당하였다.


그럼에도 장백규는 분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교와 항상 최전방에서 맞붙던 곤륜파의 저력을 무시한 댓가는 컸다. 곤륜파는 수백년간 마교의 수법을 연구해왔고 그 결과가 전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종의 심법은 마교에게 까다로웠으며, 정파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이병을 쓰며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는 문인들의 살상력은 마교인들임에도 전투 초반 꽤 당황하게끔 하였다.


특히 검강의 고수 진검자에 의해 혈강시들은 수수깡처럼 쓰러졌다.


내공 소모가 큰 검강이지만 한 수에 미간을 꿰뚫리며 쓰러지는 강시를 보는 장백규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허나 어쩌겠는가. 진검자에 의해 도륙난 강시가 80여구가 넘었을 때, 승리를 확신하고 기습을 한 장백규조차 진검자를 제압하는데 반시진이라는 시간이 소모되었다.


장백규의 흑로(黑鷺)가 ‘끼아악’ 소리를 내며 창공으로 날아갔다.


이제 마교의 본대가 중원으로 들어올 것이었다.






“저 병신 저거 봐라. 저 정도면 퇴직하고 시골에서 농사나 짓고 살 것이지.”


“그러게 마교 때문에 마음도 흉흉한데, 무슨 민폐냐 저거.”


무림맹 내 경계를 서는 무사들의 대화


무사들 앞에는 봉두난발을 한 설후가 장애가 있는 듯 느릿느릿 걸어다니고 있었다.


마교와의 전투를 앞둔 상황이라 모두 예민했고, 전투불능으로 보이는 설후가 맹 내에서 패잔병의 모습을 보이니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야이 병신아. 이제 그만 맹에서 꺼져라. 보상금으로 돈을 꽤나 받은 것으로 아는데.”


“그래, 아무리 돈이 좋기로서니 후배들한테 이게 무슨 민폐야 전(前) 부조장 나리, 하하.”


설후는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저 공간을 느낄 뿐이었다.


설후는 감을 통해 그들의 적대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연생기경을 연득(聯得)하면서 전보다 감정에 휩쓸일 일이 줄어들었다.


지금 설후는 새롭게 얻게된 6번째 감각을 이용하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하듯이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몇일 전, 그러니까 설후가 새로운 감각을 개방한 후로 일주일이 지났을 때, 그는 의지를 통해 자신의 눈앞에서 잔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다.


‘살랑’


그것은 단 한번의, 그리고 아주 미약한 공기의 흐름과 같았지만, 설후는 직감적으로 그 기운을 자신이 생성했다고 여겼다.


그 후로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행동 또한 의식적으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그는 숨을 들이키고 내쉬는 것부터 눈을 깜박이는 것, 걸음을 옮기는 것도 그냥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의지를 통해 행(行)이 일어나게 하였다.


‘앞으로 간다. 왼발 차례, 무릎을 꺾어 10촌 앞에 발을 놓는다.’


처음에는 손가락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기존에 비의식적으로 행하던 것을 의식적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숨을 쉬는 것 조차 곤란해서 마치 물에 빠진 것 같이 부족한 호흡으로 지내던 것이 엊그제 일이었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불편한 와중에도 점점 자유로워짐을 느끼는 것이다.’


이제 걸음마를 하는 듯한 설후였지만, 그는 의식을 사용하면서 정신적으로 더 편안해짐을 자각하고 있었고 주변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조금씩이나마 느끼고 있었다.



‘부대주, 정녕 미친것이란 말이오. 아무래도 좋소. 산에 가서 농사를 지어도 되니 나는 당신이 이제 그만 힘들었으면 하오.’


멀리서 설후의 비척대 수하였던 팽호사가 설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비척대는 사분오열 찢겨서 다른 대에 소속되어 맹의 업무를 돕고 있었다. 그리고 곤륜파로 지원에 갔다가 사망한 전 비척대원의 소식도 들려왔다.


그러나 팽호사는 이미 폐인이 된 설후에게 더는 비보를 전해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 벌써 곤륜을 지났다면 어디서 방비를 한단 말이오. 아직도 육대문파의 협조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있소.”


“그럼 중소문파의 제자들이라도 끌어모아서 일단 출전을 해야하지 않겠소. 적들의 다음 예상 경로가 남강이오. 당문까지 각개격파되게 두고 볼 것이오!”


맹 내 장로전에서 맹주와 장로들이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곤륜파가 전멸되어 무림맹의 분위기는 침중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단일 문파인 마교와 달리 그들은 세력 전부를 규합하는 것에 크게 애를 먹고 있었다.


그때 화산파의 신성 모서천이 눈을 뜨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제가 전위 부대 역할을 하겠습니다. 4대 주력대 중 하나를 맡겨주시지요.”


모서천은 화산파의 신성으로 나이가 40대 초반으로 알려졌으며 실력은 이미 초절정에 들어온 자였다.


모두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위험한 역할을 피했으나 정파 무리 모두가 그런 비겁한 자들로 구성된 것은 아니었다.


‘정녕 너를 보내야 하는가.’


맹주 위천경은 자신과 동문인 화산파의 기재를 사지로 보내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모서천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실로 다음 화산 세대를 이끌어 갈 자였다.


그러나 마교를 막아야 그 다음도 있는 것.


“너에게 임시로 백호대주의 위를 맡기겠다. 비록 150여명의 숫자이지만, 각파의 기재들이 모인 부대이니 마교의 1개대의 기세에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다. 너의 역할은 적의 전진을 늦추는 것이고 기습적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명심하거라.”


“백호대라니 벌써부터 든든하옵니다. 맹주의 말씀을 똑똑히 새겨듣겠습니다.”


모서천이 검을 앞에 두고 머리를 조아리며 맹주에게 예를 취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 한시름 덜었다는 듯 장로들은 표정이 한껏 누그러져 있었다.


‘인재가 이리 없다니. 정말 위기로구나.’


위천경 역시 눈을 감고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서천은 당장 맹 내 거처로 와서 출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성정이 거친 백호대를 이끌게 되었지만, 크게 무리는 아니었다.


모서천의 배분과 명성, 출신, 실력 등 뭐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특히 10여년 전 백호대에서 대원으로 활약했던 그였기에 앞에서 대놓고 모서천에게 대드는 대원은 없었다.


백호대 그들은 그 이름에 어울리는 자들이었다. 150명 3개 조로 운영되는 그들은 무림맹 4개 전투 부대인 백호, 청룡, 주작, 현무대 중에서도 적과 전면전, 근접전, 섬멸 등의 호전적 임무를 맡는 자들이었다.


모서천은 마교와 전투를 벌이기 전 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전 정보대이자 현 마교와 몇 번의 결전을 벌인 비척대원들을 찾았다.


그들 몇 명을 이번 임무에 데려갈 수 있다면, 적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모서천은 비척대원 중 하나인 비칠을 찾아서 몇 년전 비척대가 맡았던 임무들에 대해서 소상히 들을 수 있었다.


“그 때 강시를 발견했을 때는 정말 놀랐었죠. 현시대에는 거의 전설로만 전해지는 것 아닙니까.”


술 몇 잔 들어가자 비칠이 그날의 전투를 생동감 있게 설명하였다.


비칠은 마교를 만난 첫 임무부터 투입되어 살아남은, 그리고 아직 맹 내에 거주하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비칠의 설명에서 주로 등장하는 몇 명의 인물들이 있었다. 대주 위지천과 팽가의 자제 팽호사, 진법으로 퇴각을 도운 제갈청 등 명문 대파의 자제들, 그들은 높은 무공 실력으로 전투에서도 두드러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부대주 설후.


모서천은 비칠의 설명을 들으며 설후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 어린 나이에 이룬 무공의 수위도 대단하지만, 부대주를 맡으며 마교 고수들과 백중지세로 싸웠다는 것이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소문은 전에도 맹에서 머물며 들었던 적이 있었고, 자존심이 강한 무공 고수들이 자신보다 나이가 낮은 부대주를 섬기면서 그의 무공을 부풀릴 이유도 없어 보였다.


모서천은 비칠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바로 설후가 있다는 곳으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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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추격전 22.05.15 731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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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8 12 9쪽
10 함정 22.05.11 829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3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80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90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7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2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5 23 7쪽
2 2화 +3 22.05.05 1,590 24 12쪽
1 1화 +4 22.05.04 2,725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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