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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070
추천수 :
317
글자수 :
98,853

작성
22.05.10 13:49
조회
979
추천
15
글자
10쪽

7화 삼겹추살진

DUMMY

7화


“헉헉”


후는 정신없이 산길을 지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전혀 어딘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뒤에서는 화가 나서 쫓아오는 절대 고수가 있었고, 옆에는 간격을 유지하며 자신을 포위하듯 좇아오는 무리가 있었다.


“거기서라. 이 개자식아. 넌 잡히면 본좌가 직접 천갈래로 사지를 찢어줄테다.”


뒤에서 소리를 치며 쫓아오는 장년의 늙은이는 후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미 한차례 마음을 비워낸 후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솟아드는 걱정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지금 잡히면 죽는다. 복수를 위해 그 고통을 감수하고 무림에 나섰건만, 바로 이렇게 위기를 맞다니.’


후는 다시 한번 겪는 자신의 나약함에 다시금 치를 떨었다.


그때 문득 지불 대사의 음성이 머리에 들리는 듯 했다.


‘너가 가고자 하는 길만 생각하거라, 무릇 영웅이란 그런 것이며, 필시 그래야 하는 것이다.’


‘사부님,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이제 무술을 정식으로 배운지 2년입니다.’


‘영웅이란 별개 아니다. 세상의 겁난을 위해 싸우는자. 그 영웅아니겠느냐, 너는 지금 당장 생각지 못하더라도 너가 복수를 위해 가는 길이 그리 될 것이니라.’


‘허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당장 저희 장원을 급격한 무리조차 지금의 제 실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너는 인생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너는 이 무림에서 너가 만만해 보이는 녀석들만 상대해 나갈 것이더냐?’


‘그것은 아니지만...’


‘고수 간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의지, 평정심, 더 나아가서는 승리 외에 모든 생각을 접어둘 수 있는 심지(心地)에 달려 있는 것이다. 너는 이미 절정 초입에 다다른 실력. 너의 마음가짐에 따라 능히 초절정 수준의 무사와도 결전을 치러볼만 한 것을 어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단 말이냐.’


무공의 단계는 삼류부터 위로 이류, 일류, 절정, 초절정, 화경, 현경의 경지로 나뉜다. 마공을 다루는 마교에서는 화경의 경지를 ‘극마’, 현경을 ‘탈마’라고 칭한다.


극마(極魔)는 마공의 극의에 달하여 마공의 흔적을 숨길 수 있는 단계를 뜻하며 탈마(脫魔)는 마공의 부작용을 완전히 통제하여 마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현경과 탈마는 무림사를 통틀어 몇 명 나오지 않은 전설적인 경지로서 무림에서 손에 꼽히는 고수라 할지라도 보통 화경과 극마의 수준이다. 즉, 초절정의 고수만 하더라도 명문 대파의 문주, 장로급이며 완연한 절정고수는 중소문파의 문주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설후는 2년전 습격의 충격이 엄청났고, 그들의 수준이 꽤 높았기에,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절정이라는 위치도 모자라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절정이면 나이에 비해선 굉장한 성취였다.


설후는 뒤를 쫓는 갈마천에 대해서 생각했다.


‘저자가 뛰어난 고수임은 분명하지만, 과연 무림에서 손에 꼽히는 화경이나 극마의 경지일까? 그게 아니라면 높아봐야 초절정의 경지, 스승님의 말씀대로라면 피치못할 상황에선 결전을 별여볼만 하다.’


‘이렇게 뒤쫓기다가 포위당하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살해당한다.’


천천히 후가 결심을 내리고 냉정히 주변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기습을 한번 당했으니 두 번째는 쉽게 당하지 않을 터.’


‘결국 빠르게 승부를 보려면, 살을 내주는 수밖에 없다.’


설후는 그렇게 생각하며 품속에 비수를 매만졌다.


그리고 생각을 마친 듯 갑자기 뒤를 돌아 재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옆에서 거리를 두고 뛰던 습격자들은 후가 갑자기 기척을 죽이고 돌아 뛰자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갈마천과의 거리는 불과 150장 거리.


후가 뇌뢰보(雷牢步)를 운영하여 뛰자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고 있었다.


갈마천은 후가 돌아 뛰자 바로 그를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신속한 움직임에 수하들에게 신호를 주기보단 집중하여 앞의 꼬맹이를 상대하려 하였다.


자신도 있었고, 방심하기에는 이 녀석의 실력이 그렇게 낮진 않았다.


갈마천이 멈춰서서 자유마공을 양손에 끌어올린다. 그리고 준비가 되자 설후의 방향으로 마주 튕겨나갔다. 후가 돌아 뛰고부터 이 모든 것이 한 호흡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번쩍


후가 튀어나오며 섬광이 일었다. 마멸겁법 후 3초식 천뢰개벽(天牢開闢).


돌아뛰기 전부터 검에 기운을 막대하게 밀어넣고 있던 그였다.


우르르릉 퍼펑


섬전처럼 위에서 내리 꽃히는 그 강렬한 검격에, 갈마천이 예의 그 부드러운 수공으로 받아내려 하였지만, 쉽지가 않았다.


검과 손이 부딪혔는데 폭발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을 신호로 일순 후의 움직임을 놓쳤던 추격자들이 다시 방향을 틀어 폭발음이 난 곳으로 향했다.


갈마천의 손에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러나 후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바로 연환검격을 뿌려대며 갈마천을 집요하게 몰아붙였다.


사실 후는 이러한 일방적인 공격으로 승부를 낼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갈마천은 손을 한차례 섞어보자,


‘이 놈이 어린 놈치고 검술은 귀신같지만, 내공 수준은 나에게 한참 밀리는구나, 내공 통제도 부족하고...’


후에 대해 어느정도 판단을 내릴 수가 있었다.


그는 눈앞의 어린놈이 이렇게 내공을 쏟아부으며 검격을 내지르는 것이 고까웠다.


‘필시 경험이 많은 놈은 아니다.’


자신이 내공에도 우위에 있으니 공격을 받아주기만 해도 제풀에 지칠 것이라 여긴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방어만 하기에는 마교 장로 갈마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앞의 애송이는 고작 약관에서 이립 정도로 보이는 녀석.


방금 전 기습으로 눈까지 잃어놓고 이대로 받아주기만 하는 것을 혹시 수하들이라도 볼까 무서웠다.


‘이 버릇없는 새끼에게 세상사 무서움을 알려줘야겠군.’


갈마천은 적당히 검격을 쳐내면서 자유마공을 더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기공이 씌워진 수도로 틈틈이 공격까지 찔러넣었다.


분명 손으로 하는 공격이었지만 후의 얼굴과 팔 등 온몸에 칼에 베인 듯한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제 포위망도 좁혀질 터. 승부를 내야한다.’


후는 무리하게 공력을 담은 검을 사선으로 내려그었고 갈마천이 그 검을 압도적인 내력으로 튕겨내었다.


후의 검 뇌전검(雷電劍)이 허무하게 튕겨 나간다.


후는 짐짓 놀란 듯이 뒤로 한 걸음 내딛었다. 갈마천은 득의양야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후에게 다가오더니 수도를 후의 복부로 찔러넣는다.


푸헉


‘아니?’


갈마천이 수도로 후의 복부를 찌를 때, 후가 오히려 다가오더니 복부를 내주는 것이 아닌가.


갈마천의 오른손이 후의 등 뒤편으로 튀어나왔다.


“끄헉”


그리고 그와 동시에 후의 오른손이 갈마천의 왼손을 통제했고, 오른손에는 소매에서 튀어나온 비수가 들려있었다.


갈마천이 뭔가 이상함을 감지할 때는 이미 늦어,


푸욱


갈마천의 오른쪽 목이 비수에 꿰뚤려 버렸다.


갈마천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으나 후의 부상도 심각했다.


후가 갈마천에게 뛰어든 것은 그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었지만, 치명상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갈마천이 찔러넣는 수도를 틀어 내장 기관을 빗겨가게 만든 것이다. 간단히 지혈을 한 후는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죽은 피를 억지로 삼키며 다시 뛰었다.





그때 비척대 1조장 윤보충은 추격대를 뿌리치고 비척대 대장 독경패도(獨嬛敗刀) 왕치상의 부대와 함류를 하였다.


설후가 갈마천을 상대하였기에 그들은 비교적 느슷해진 추격대를 따돌리며 한참을 달렸고 마침 소식을 듣고 무림맹에서 출진한 비척대 2, 3조의 무리들과 마주친 것이었다.


그러나 윤보충은 후를 포기할 수 없었다. 임무에서 사살된 당문 당철기의 경우는 이미 손쓸 방법이 없었지만, 후는 생사를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적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절정의 벽에 다다랐다는 왕치상과, 함께 온 비척대 2, 3조의 전력이라면 밀리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대주 이번에 신입으로 온 설후라는 녀석이 아직 포위망 안에 있습니다. 구해야 합니다.”


“그래 어서 가보자.”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후는 추격을 당하면서 정주 무림맹 방향과는 완전히 틀어지게 되었다. 동이 터오며 대략적 방향을 추정해볼 수 있겠지만, 수시로 따라 붙는 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정상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저 후에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오로지 ‘생존’이었다.


‘살아남는 것에만 온 신경을 쏟는다.’


가히 야생동물의 본능적인 움직임과 같았다.


그저 이쪽의 포위망이 약한 것 같고 숲이 울창하면 그쪽으로 뛰쳐들어갔다.


한 손으로 복부를 감싸쥔 채 달리는 후의 눈빛은 흐리멍텅해지고 있었다.


초반에는 검격을 뿌리면 추격자가 떨어져나갔지만, 이제는 옆에서 같이 검을 맞대며 한참을 달린다.


사실 이 포위망은, 마교에서 도주하는 강자를 추살하기 위해 만든 진법으로 삼겹추살진(三裌追殺陳)이었다.


그들은 마치 후와 친구인 듯 옆에서 조용히 따라붙기만 했다.


실력차가 나서 가끔씩 공력을 쏟아 때려잡긴 하였지만, 적극적이지 않은 자들을 죽이는 건 후라도 쉽지 않았다.


이렇게 적의 움직임만 파악하며 포위망을 좁혀온다. 그리고 상대를 지치게 만든다. 진을 구성하는 자가 죽어서 약화된 부분이 생기면 다시 그 부분을 메꾸면서 적의 피가 마르게 하는 진법. 그것이 마교의 삼겹추살진인 것이다.


다행인 점이라면, 진 안의 적을 지치게 하며, 진법을 이루는 고수가 천천히 그 상대를 잡아내는 것이었는데, 그 역할을 해 줄 고수인 갈마천이 이미 후의 손에 의해 사망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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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신검합일 22.05.16 775 16 9쪽
13 13화 추격전 22.05.15 730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89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7 12 9쪽
10 함정 22.05.11 828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2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80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89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6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1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4 23 7쪽
2 2화 +3 22.05.05 1,589 24 12쪽
1 1화 +4 22.05.04 2,724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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