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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087
추천수 :
317
글자수 :
98,853

작성
22.08.23 02:10
조회
450
추천
6
글자
6쪽

20화 서핑의 유래

DUMMY

20화


“뭐어, 서프? 니 제정신이가.”


덕만은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다.


“아부지는 농사 지으면서 사시랑겡요. 난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요.”


덕만은 아버지에게 소리치며 그대로 집을 뛰쳐나왔다.


쨍쨍한 햇볕에 순간 시야가 하얘졌지만, 그는 잽싸게 정신을 차리고 마당 한켠에 있는 길쭉한 판자를 들고 뛰었다.


‘지금 잡히면 내 서푸, 아버지에게 작살날기다.’


덕만은 절실했다. 뒤에서 아버지가 온갖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앞만 보고 냅다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을 때, 알싸한 바닷 소금내가 덕만의 후각에 감지되었다.


“끼욱, 끼욱”


갈매기 떼가 저공 비행을 하며 다시 바다에 나온 덕만을 반갑게 맞았다.


“이야 덕만 니 아저씨 허락 맡았노?”


“말도 마라 내 서푸 부서질 뻔 했는기라. 간신히 도망쳐 온기라.”


덕만은 친구들에게 너스레를 떨었고 얼른 해변에 도착하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래 이 자유로움, 이 습도, 이 온도.’


덕만은 이 자유를 영원히 느끼고 싶었다.



보름 전 서축에서 왔다는 안색이 거무스름하고 안좋아 보이는 대머리 남자.


그가 길쭉한 판자를 타고 파도를 가르는 모습에 덕만과 친구들은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그는 이것이 ‘서푸’라고 덕만과 친구들에게 알려주었다.


여행객인 그는 아이들의 부탁에 못이겨 서푸를 만드는 법과 간단히 파도 타는 법을 알려주고 마을을 떠났다.


덕만은 보름 밖에 안된 그 기간을 잠시나마 머릿속에서 회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여곡절도 많았지 단단한 안창나무를 말리고 올리기름을 먹이기를 수차례 드디어 파도에 잘 짓무르지 않는 내 ’서푸‘가 완성됐다.’


그는 멋지게 파도를 가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밤마다 간절하게 상상한 그 그림 덕에 파도를 탈 때 튀는 물보라까지 느껴지는 듯 한 그였다.


‘능숙해지면 순보한테도 보여줘야지, 흐힛’


서푸는 파도가 오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고 또한 순간적으로 올라타서 균형을 잡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노력은 하늘에 닿는다 하였던가.


덕만은 오전과 오후 내내 서푸에 매달려서 이제 그럴 듯 하게 서푸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촤아아악


얕은 바다에서 놀던 덕만의 귀에 위기감이 진동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멀리서 높은 파도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아직 100여장이 넘는 거리에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다가오며 그 몸채를 불리고 있었다.


덕만이 놀란 눈을 벙긋하게 뜨며 얼어붙어 있자, 옆 집 창식이가 소리쳤다.


“덕만아 어서 나와!”


50여장 거리의 파도는 이미 3장 높이는 되어 보였다.


이미 수차례 파도와 싸우며 그 위력을 체감하고 있던 덕만은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이미 도망치기 늦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 이판사판이다.”


덕만은 혼잣말을 지껄이더니, 유복 나무를 이어 만든 자신의 서푸를 밀면서 되려 파도를 향해 헤엄쳐 나아가기 시작했다.


창식과 친구들은 해변가에서도 한참을 올라서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서 생전 도전이란 것을 해본 적 없는 덕만이었지만 지금 이 순만 만큼은 승부사의 뭔가가 눈에 덧씌워 있었다.


덕만은 그 유색인이 알려준 방식대로 서푸에 엎드려서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파도를 향해 팔을 휘저었다.


그리고 파도가 10장 거리에 왔을 때, 능숙하게 서푸를 옆 대각선 방향으로 틀었다.


“덕만!”


친구들은 자신도 모르게 덕만의 이름을 외쳤다.


꼴깍


긴박감에 누군가는 마른 침을 삼켰고,


쏴아아아악


막상 큰 파도가 옆에 다가오자 그 소리와 위압감이 엄청 났다.


덕만은 파도 소리에 잡아먹힐 것 같았다.


그렇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파도에 타기 위해 분발하고 있었다.


파도가 덕만의 서푸를 띄위는 그 순간


시간이 느려진 듯 덕만의 집중력이 고조되었고, 이윽고 덕만이 서푸에 올라섰다.


항상 서푸에서 중심잡는 것에 애를 먹던 덕만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완전한 균형을 이루고 파도의 옆면에 올라탔다.


그리고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파도의 아랫면에서 서푸 앞부분의 움직임을 통제하던 덕만


정신을 차릴만 하자 느껴지는 그 청량감과 시원함에 전율이 온몸을 타고 돌았다.


“와후~ 끼야아아. 순보야 보고 있냐?”


덕만은 미칠듯한 쾌감에 있지도 않은 옆집 여식 순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큰 파도의 반발력에 덕만의 하체힘이 받쳐주지 못한 것이다. 중심을 잡아야 하건만 덕만의 하체가 미칠 듯이 후들거리며 서푸 또한 요동을 쳤다.


“으아아아 으악”


덕만은 소리쳤고 친구들은 차마 못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창식만이 덕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덕만아 니 마지막 모습은 내가 꼭 눈에 담아가 아저씨에게 전달해 드리겠다. 흐흑’


그때였다. 왠 봉두난발 거지가 해변으로 뛰쳐나가더니 갑자기 검을 꺼냈다.


‘자연검 일섬(一閃)’


그 거지는 마보를 취한 뒤 재빠르게 검을 횡으로 한번 베었다.


창식은 친구의 마지막이라는 엄중한 자리에 저런 미친놈이 끼어들어 집중을 흩뜨리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일어난 일에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다.


덕만을 집어삼키던 높이가 5장에 이르는 파도가 가로로 절단이 되었다.


심지어 그 뒤로 바다가 보였고 지고 있던 석양이 보였는데 그 석양조차도 둘로 나뉘는 듯 하였다.


창식은 그 엄청난 광경에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이제는 공중에 분리된 채 뜬 파도와 덕만이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만 보일 뿐이었다.


덕만은 바다로 고꾸라졌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남창 해변가에 백호대 400여명이 속속 튀어나오고 있었다.


설후는 방금 전 그 일격으로 인해 큰 심력이 소모된 듯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수척의 범선들.


그들은 남창을 장악하러 남해로 돌아온 마교의 특수 임무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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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서핑의 유래 22.08.23 451 6 6쪽
20 20 22.08.21 503 9 4쪽
19 19화 22.08.20 520 10 7쪽
18 18화 22.08.19 511 9 9쪽
17 18 22.08.16 543 11 7쪽
16 16화 혈강시 22.06.14 648 10 13쪽
15 15화 22.06.13 640 11 12쪽
14 신검합일 22.05.16 776 16 9쪽
13 13화 추격전 22.05.15 731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90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8 12 9쪽
10 함정 22.05.11 829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3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80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90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7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2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5 23 7쪽
2 2화 +3 22.05.05 1,590 24 12쪽
1 1화 +4 22.05.04 2,725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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