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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082
추천수 :
317
글자수 :
98,853

작성
22.05.16 20:44
조회
775
추천
16
글자
9쪽

신검합일

DUMMY

14화


“어딧니? 어딧어!!”


가추만의 고함소리가 가까워질수록 후의 심장박동이 커지는 듯 했다.


끼익


가추만이 설후의 근처로 수색을 좁혀오던 그 때.


검은색 흑금조(黑金雕)가 황하석림 상공을 날고 있는 것이 가추만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가추만이 기를 머금은 자신의 애병 철사모를 허공으로 던졌다.




뱀처럼 구불거리는 창날을 가진 가추만의 창이 흑금조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천천히 힘없이 떨어지는 흑금조를 가추만이 천천히 받았다.


‘뭐지?’



[서신]

- 공동파 장문 안호필이오. 본문의 제자 100명을 난주로 보내 지원하겠소. 그리고 개방에서도 근처 지부에서 무인들을 착출하여 지원키로 하였소. 무림맹에도 서신을 보내었으니 지원군이 당도할 때까지 최대한 버티기 바라오. 무운을 빌겠소.


가추만은 서신을 중간에 가로챈 것이 다행이라 여겼다. 일단 최대한 시급히 비척대원들을 처리하고 그 다음에 상황에 따라 공동파와 개방의 거지들까지 격파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차라리 이리저리 격하게 뛰어다닐 때가 좋았을까.


설후는 멈춰서 있자 온갖 부정적 감정들이 내면에서 올라옴을 느꼈다.


470 대 1의 전투라니. 심지어 자신의 동료들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


내공과 체력도 꽤 떨어진 상황, 더욱이 고수로 보이는 자가 지근거리에서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었다.


떨어진 체력 때문일지. 아니면 흔들리는 마음가짐 때문인지.


갑작스레 설후의 다리가 후들거리며 사시나무 떨리듯이 흔들렸다.


‘스승님. 이런 상황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설후는 나무 뒤에 숨어 식은땀을 흘리는 와중에 지불 대사를 떠올렸다.


스승은 항상 앞만 보라 하였지만, 도대체 언제가 끝인가, 애써 눌러 두었던 그 압박감이 설후를 덮쳐왔다.


‘설후야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지 말거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였다. 너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설령 보이는 것이 절망일지라도 너가 그것을 믿지 않는다면 단순 환영에 불과할지니. 오직 너가 믿는대로 걸어가거라.’


‘그저 눈 앞의 저자를 물리치는 것. 그리고 대원들에게 돌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지어다.’



“이름이 무엇이냐”


설후가 갑작스레 숨어있던 곳에서 나오며 태연하게 가추만에게 말을 걸었다.


그 양태가 마치 대종사가 아랫것에게 한 수 지도해주려는 듯 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태연한 행색을 띄는 설후에게 흠짓 놀란 가추만이었지만, 이내 노성을 터뜨린다. 아무리 진영이 다르다 할지라도 이제 무림 초출로 보이는 애송이가 아니던가.


“이런 후레자식을 봤나. 나는 마교 흑갑기마대주 가추만이다. 너는 그런 광오함 때문에 죽을 때 입이 찢겨죽을 것이니라.”


설후가 담담히 그 말을 받는다.


“가추만 너는 죽어서 그 죄를 충분히 참회하거라. 종단을 잘못 택해 사악한 무리들과 규합하여 그간 많은 죄업을 쌓은 것, 그것으로 너가 죽을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그말을 끝으로 설후는 더 듣기 않겠다는 듯이 시선을 지긋이 내렸다.


짹짹


그 조용한 공간에 참새가 울고 햇빛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것이 생사결을 벌어야 할 둘의 대치와 묘하게 대조되었다.


그 초록이 무성한 공간에서 설후의 검명이 기분 좋은 소리를 울린다.


우우우웅


그런데 그 청의심공의 맑은 기운이 마교인에게는 불편했던 것일까.


울컥


가추만이 방심하고 있다가 기운이 가볍게 울리는 것을 느끼며 집중하기 시작한다.


가추만은 조금 전 흑금조의 몸통에서 뽑은 자신의 애병 철사모를 그저 후를 향해 들고 있었고 검은 마기가 잠시 후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주변의 초목들이 빠르게 시들어간다. 정녕 죽음의 기운이란 이런 것일까.


덩치가 있는 큰 나무들과 다르게 바닥에 깔린 민들레와 잡초들은 마기가 닿은 후 새까맣게 시들어갔다. 마치 화재라도 났던 것처럼.


설후의 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청의심공 때문일까. 마기의 침투가 설후와 가추만을 사이에 두고 중간 지점을 넘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설후가 청의심공을 뇌전공으로 전환시키자,


파직 파지직


뇌전검에 전류가 일기 시작했고, 마기와 뇌전공이 마주치는 중심부에도 시끄러운 충돌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잠시 후 있을 충돌에 대한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설후는 공력을 끌어올리고 몸 안에 진기가 충분히 유통이 되자, 그가 바라던 것을 실현시키고자 하였다.


‘저자는 고수. 그에 걸맞춰주겠다.’


설후가 보는 눈 앞의 가추만은 빈틈이 없었다. 그에 맞춰 기마대가 만들어진 것인지, 기마대가 지금의 기도를 만든 것인지.


그는 한자루의 창과 같았다.


가추만은 가만히 팔을 내린 채 창섬만이 설후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의 창섬이 언제든지 설후의 몸을 꿰뚫을 것 같은 긴장감이 있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심득이 뭐가 있을까. 그래, 한 자루의 검이 되겠다.’


그렇게 마음먹으며 설후가 자세를 잡는다.


몸의 중심이 앞으로 낮아지며 왼손은 머리 위로 올라가, 검을 쥔 오른 손은 사선 방향으로 가추만을 향하는.


그 자세를 가추만도 경시할 수가 없었던지 그의 자세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손으로 창을 움켜줘며 창섬이 설후 쪽으로 더 나아갔다.


설후의 뇌전검에서 발하기 시작한 뇌전의 기운이 점차 확장된다.


그리고 이내 설후의 전면을, 설후를 감싸기 시작했다. 기운이 충만해서인가, 후의 몸이 이내 밝아지는 것이었다.


‘온다.’


선공은 이미 설후에게 넘어간 상황. 가추만도 그 필살의 일격에 긴장을 하며 온 세포까지도 집중시키려 하였다.


설후의 앞 발이 놓여진 땅이 움푹 패이더니, 그가 사라졌다.


쾅!


두 무인의 충돌음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강렬한 폭음이 터져나왔다.


중심부에서 퍼져나온 기파가 수십여장을 진동시킨다.


흙먼지가 걷히고 두 인영이 서서히 드러난다.


검첨과 창섬이 맞부딪힌 상황. 시간이 멈춘 듯한 그 공간.


얼핏 보기엔 동수 같았지만,


가추만의 애병 철사모 창섬의 아랫부분, 홍염목을 기름 먹여 만든 그 단단한 창대가 분수처럼 터져나가 있었다.


창대 뒷부분을 잡았던 가추만의 오른손도 같이 날아간 듯 보이지 않았다.


가추만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며 쓰레기가 되어버린 철사모를 버리고 등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설후는 그 자세 그대로였다.


순간의 깨달음으로 얻은 일격필살의 수였으나 경지에 비해 높은 힘으로 온몸이 탈력한 상태였다.


가추만이 자신의 상태를 눈치 챌까, 떨리는 다리를 어떻게 해서든 붙잡아 두고 있던 그였다.


다리를 떼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이제는 도주해야 할 때였다. 대주가 전투불능이 되었으니 이제 도주할 시간을 번 것이었다.


“부대주였구려!”


그 때 팽호사가 설후를 발견하고 뛰어왔다.


“대주는?”


“대주는 제갈청에게 맡겼소. 자 어서 오시오.”


팽호사는 설후의 떨리는 다리를 보며 부축하기 시작했다.


삐익


“이쪽이다.”


그 때, 마침 흑갑기마대도 후와 팽호사를 발견하고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팽호사는 허리띠를 찢더니 설후를 아기 들쳐메듯 등 뒤에 업고 그 찢어진 천으로 설후와 자신의 몸을 단단히 고정하며 묶었다.


“컥”


흑갑기마대원이 쏜 화살이 설후의 등에 박혔다.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벽휴참(壁隳斬)!


하북팽가의 절기, 혼원벽력도의 패도적인 도법이 팽호사의 손에서 펼쳐졌다.


그는 기마대가 목표가 아니었다. 우로 그은 그의 도법에 의해 주변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터져나가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길은 기마대가 쉽게 건너오기 어려울 터.


그 틈에 팽호사는 부대주 설후를 업고 경공을 극성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부대주 괜찮으시오?”


“녀석, 이제는 머리도 좀 쓰는구나.”


팽호사의 부담을 덜어주려는지 반쯤 풀린 눈으로 농을 던지는 설후였다.



팽호사는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대주를 엎고 뛰던 얼마 전보다는 발걸음이 훨씬 가벼웠다.


‘아까는 정말 죽는건가 싶었다.’


500기의 기마대가 쫓아오는 것을 봤을 땐 목숨을 초연하게 내려놓으려고 했던 그였다.


다만 가족들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전사하는 것이 마음 한켠을 무겁게 했다.


그러나 방금 전 상황은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보다 조금 더 어려보이는 부대주 설후가 그 기마대의 대주로 보이는 자를 패퇴시킨 그 상황.


그리고 뒤늦게 본 그 폐허가 된 5장 거리의 초목들.


‘이런 괴물이 부대주라면 조금은 안심해도 되겠지.’


희망이 보이자 다시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오는 팽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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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2.06.13 640 11 12쪽
» 신검합일 22.05.16 776 16 9쪽
13 13화 추격전 22.05.15 731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89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8 12 9쪽
10 함정 22.05.11 829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3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80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89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7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2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5 23 7쪽
2 2화 +3 22.05.05 1,590 24 12쪽
1 1화 +4 22.05.04 2,725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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