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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084
추천수 :
317
글자수 :
98,853

작성
22.08.16 02:08
조회
542
추천
11
글자
7쪽

18

DUMMY

18화


피잉


“네 이놈, 마교의 고수는 다들 이리 비겁한 놈들 뿐이더냐!”


진검자가 노한 음성으로 사자후를 터뜨렸다.


일순 강시들의 움직임도 움찔할 정도였다.


암혈단주 장백규의 암습에 진검자의 오른팔 상박에 피가 튀었다.


그러나 그리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진검자는 암혈단주의 시선을 일찌감치 느끼고 있었고 그가 강시들을 상대하는 자신을 노린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사결을 벌여야 할 고수가 자신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이미 내공의 반을 사용한 진검자는 초조한 모습이 역력했다.


마교에 입힌 피해는 칭찬 받아 마땅했다. 그래도 사문이 멸문 당한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자연생기경의 후반부의 내용은 도통 뭐란 말인가. 기존의 내가 알던 무공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내용이다. 소림에서 받은 것이 아니라면 믿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설후는 몇일간 자연생기경을 수련하면서 후반부의 내용도 펼쳐보았다.


필사본이라 그런지 스승 지불의 첨언도 간간히 적혀있었다.


‘1세대의 무공과 비교하면 지금의 무공은 천하고 한없이 낮은 수준임에 분명하다. 그들은 단순히 신체와 내공의 힘으로 결하는 수준을 초월하여 자연의 힘을 이용하고 의념과 정신으로 승부를 결하는 고결한 상승의 무인들이었다.


현 무림에는 상단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작해야 운기를 하는 데 일정 도움을 받는 수준, 그러나 상단전을 제대로 개방하게 된다면 의념(意念)을 활용하여 일정 공간과 시간을 내 지배하에 둘 수 있느니라.’


“내용이 너무 심오하구나,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재의 일반 의학 이상의 지식 수준 또한 필요할 터.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스승님.”


설후는 내용을 읽을수록 가슴 속 답답함이 더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연생기경의 내용은 사실인지 알 수도 없었고, 그에 대한 도움을 받을 곳도 없어 보였다.


동경에 비친 모습을 문득 바라본 설후는 헛웃음이 피식 나왔다.


“꼴이 우습구나, 허허.”


이제 23살의 나이에 불과했지만 근 몇 년간의 고생으로 인해 몸도 폐인이었지만 그 귀공자 같던 얼굴도 수척해져 병자의 그것에 불과했다.


폐인이 된 그에게 찾아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또한 수련을 위해 최대한 정보를 차단하였기에 설후는 온전히 자신에게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교의 준동에 대해서 후가 모르진 않았다. 아마 그 어마어마한 전력이라면 이미 중원의 상당 부분을 빼앗겼을지 모를 일이었다.


복수를 위해 살아야 하는 남은 인생.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설후는 다시 침소 뒤편 작은 정원으로 나갔다. 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빠져들었다.


“후웁, 후”


호흡에 집중하며 이번엔 자연생기경 후반부의 내용대로 머리 가운데 부분으로 기운을 천천히 밀어넣기 시작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이는 독맥과 임맥 사이의 길을 따르는 것이라서 그 이동이 절정고수의 깨달음에 이른 설후에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혈맥이 녹은 상태라서 실제로 내공이 이동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의지’로 그렇게 할 뿐이었다.


설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지만, 이것이 효과가 없진 않았다.


무릇 기라는 것은 신체 내 어느 곳에도 미약하게나마 존재하는 것이었다.


반시진쯤 지났을까. 미약한 기운이 두개골 중앙에 응집되는 것을 느끼는 순간.


“흡.”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사용치 않아 굳은 곳을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폐인이 될 공산도 있었으나 설후는 지금 방법을 믿기로 하였다. 계속해서 조심스럽게 그 솔방울 모양으로 느껴지는 곳을 두드렸다.


그리고 실과 같은 틈새가 벌어졌을 때, 아주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기운을 보내었다.


지금 이 순간 설후는 ‘몰입’ 상태였고 호흡은 신체 내 어느 곳에도 부딪히지 않고 그저 들어오고 나가고 있었다.


새들이 설후의 머리와 어깨에 날아와 앉았으며, 설후 자신은 그것을 느끼면서 자연과 하나됨을 느겼다.


‘평온하구나.’


실과 같은 얇은 기운이 솔방울샘 안쪽으로 천천히 말리면서 들어갔다.


설후의 심박이 평소와는 다르게 머리까지 울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그리고 그 박동은 몸 전체로 울려 퍼졌다.


‘마치 몸이 하나의 텅 빈 항아리 같구나...’


설후는 보지 못했지만 그의 머리 주위로 은은한 광채가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던 설후의 감각에 새들과 풀, 나무 주변의 바람의 흐름까지, 천천히 감지되기 시작했다.


처음 1장 범위부터 시작해서 점차 그 범위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반경 3장까지 느낄 수 있었다.


아직 그 범위가 좁아 불안감이 일부 남아있었지만, 평소 운기할 때의 그 무방비한 느낌과는 차원이 다른 초월적 느낌이었다.


이제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저 이 몸이라는 것은 공간이구나. 혈도가 막혔으면 어떠하리 이 공간에 천천히 내가 담고 싶은 기운을 채워 넣겠다.’


굉장히 느린 속도였지만 설후의 피부를 경계로 하여 천천히 아지랑이 같은 기운들이 체내로 침투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새 무림맹주 위지천이 20장 밖에서 설후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명목상 정파 무림 최고수, 적어도 무림맹 내에서 그의 시야를 벗어나긴 어려웠다.


‘갑작스레 인기척이 사라진다 하였더니, 설후 그자였군. 혈맥이 막혔다 들었는데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무림맹주 위지천의 눈으로도 지금의 일은 기사에 가까웠다.


그 때 설후가 천천히 눈을 떴다.


“맹주께서 여긴 어인 일이십니까.”


“내공을 잃은 것이 아니었나. 어찌 알았는가.”


“내공을 잃으니 자연과 더 가까워 질 방법을 알게 되더군요.”


“허, 괴물이 나왔구만.”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무리 20장 거리더라도 기척을 내지 않은 무림맹주의 움직임을 잡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무림맹주가 자리를 떠난 후로 설후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막막한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진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길을 찾은 것이었다.


‘처음은 느리겠지만, 누구보다 강해지겠다.’


설후는 천천히 침소로 향했고 그가 밟는 풀잎들은 마치 새가 지나간 듯 살짝 눌렸다가 다시 하늘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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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추격전 22.05.15 731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89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8 12 9쪽
10 함정 22.05.11 829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3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4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80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89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7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2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5 23 7쪽
2 2화 +3 22.05.05 1,590 24 12쪽
1 1화 +4 22.05.04 2,725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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