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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금검상단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4 13:48
최근연재일 :
2023.03.12 00:56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1,091
추천수 :
317
글자수 :
98,853

작성
22.05.0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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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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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2쪽

1화

DUMMY

1화


“아버지, 천검주가 이끄는 상단이 돌아왔어요!”


“그러냐, 나가보자꾸나.”


“빨리 오세요.”


후는 그말을 하고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허, 녀석하곤.”


‘언제 저리 컸단 말인가.’


금검상단주 설용명은 장남 후를 보며 다시 아내가 떠올랐다.


‘여보 후가 이리 씩씩하게 컸소. 보고싶구려.’



“이야 이번에 천검주네 상단이 마진을 많이 남겼다면서?”


“말도 마. 고창 지역 인삼 값이 세 배나 뛰었다는구만. 흉년도 그런 흉년이 없었다는겨.”


오랜만에 거래를 마치고 돌아온 상단으로 인해 금검상단 내원이 부산스러웠다.


히이잉


금검상단주가 본관 건물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일순 사위가 조용해진다.


분위기가 어색했던 걸까?


무리의 선두에 선 천검주의 말이 머리를 치켜든다.


“충! 단주님을 뵙습니다.”

“충!”


“그래 별일은 없었는가.”


“소장 외 28명 전원 무사히 복귀하였습니다.”


“그래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니 다행이야. 다들 푹쉬게 하고 이따가 저녁에 고기와 술상을 차릴테니 다들 나와서 즐기도록 하게.”


“이야 오랜만에 수육에 곡주를 원없이 마셔보겠구나. 춘삼아.”


“그래, 어서 씻고 낮잠이나 자자고.”


삼개월 간의 상행으로 그간 피로가 많이 쌓인 일행들이었다.


모두 간단히 한 쪽에 짐을 내려두고 오랜만에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


날씨도 시원한 것이 씻고 누우면 바로 잠이 들 것 같았다.


“아저씨, 이번 상행에는 별 일 없었어요?”


“응 이번에는 다행히 별일 없었다. 그래도 장곡산(獐谷山)을 넘을 때는 긴장을 조금 하긴 했지.”


“저 그럼, 내일부터는 다시 검술 봐주실 건가요?”


“그래 녀석아, 나 일단 좀 쉬자.”


후는 다시 천검주에게 검술을 배우게 되어 신이 났다.


그리고 다시 이번 여정에서 돌아온 상인 명진인을 찾았다.


“아저씨.”


“그래, 후야.”


“그거 어떻게 됐어요?”


“인형말이냐? 구해왔다. 잠시만 기다려보거라.”


명진인은 옆에 짐꾸러미를 한참 뒤지더니 비단 옷을 두른 인형을 꺼내주었다.


“은자 10냥이다.”


“고마워요.”


후는 인형을 받아들고 다시 또 뛰기 시작했다.


“인영아!”


“응 오빠.”


“쨘!”


“와 귀여워, 어디서 났어?”


“비밀~”


“고마워, 여기다 올려둬야지.”


인영이는 후에게 받은 여자 아이 인형을 서탁 위에 올려둔다.


“오빤 내일부터 또 천검주 아저씨랑 검술 배우느라 바쁘겠네?”


“응, 아저씨한테 배우는게 도움이 많이 돼.”



저녁이 어두워지자 내원 곳곳에서 고기 냄새가 흘러나오고 분주한 소리가 들려온다.


“장씨 여기도 고기 한 접시만 더 줘.”


“네 가요. 곡주는 더 안필요해?”


“곡주도 더 주면 좋지.”


씻고 한 숨 자고 나온 춘삼과 익태가 바쁘게 고기와 술을 넘긴다.


“녀석들아, 천천히 마셔라 탈나서 또 내일 쉬려고 그러느냐.”


“검주님도 한잔 하시죠.”


모두 무사히 돌아왔고 이문도 기대 이상이었다. 상단이 돌아오면 이렇게 축제 분위기가 된다. 그래서 아이들도 상단이 돌아오는 날이면 뭔가 마음이 들뜨는 것 같다.






“3개월 동안 열심히 수련한게 맞느냐?”

“헉헉.”


“어째 체력이 전보다 더 못한 것 같구나.”


다음 날 오후, 천단주는 후와 대련을 하며 검술을 지도해주고 있었다.


상의를 탈의한 후의 상체는 땀으로 뒤덮혀 있었고, 하체는 허벅지 힘이 다 빠진 것 같이 무거워 보였다.


“자 집중하거라, 마지막까지 집중하고 검을 한번 더 내지르도록 해라.”


천검주는 후의 마지막 찌르기를 옆으로 살짝 비켜 피했다.


후는 마치 찌르기의 한 동작인 듯 찌르기가 허공을 지른 후 그대로 쓰러지다시피 앉았다.


“헉헉헉헉.”


“지금처럼 수련을 하고 나서가 가장 체내가 활발해질 때다. 어느정도 숨을 쉬었으면 가부좌를 하거라.”


천검주가 이름을 날린 고수는 아니었지만, 후가 느끼기에, 천검주 아저씨는 잘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후는 가부좌를 하고 호흡을 천천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후는 이게 무슨 도움이 될지는 몰랐지만 기분 좋은 통제였다.


‘천재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해력이 좋아서 잘 따라오는군.’


천검주가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한 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저녁, 상단주의 집무실


상석에 상단주 그리고 양 옆에 총관과 천검주가 앉아있었다.


“그래, 비단이 생각보다 마진이 안나오는군. 차라리 무게가 나가더라도 목재랑 광물, 그리고 가공품 위주로 거래를 하는게 낫겠군.”


“당분간은 이동거리를 줄이고 그렇게 거래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양총관이 말을 받았다.


“그나저나 그자들에게서는 연락이 없던가?”


이번엔 천검주가 답한다.


“네, 우리 측에서 단호히 거절을 하니 더는 접근하지 않는 듯 합니다.”


“이문도 좋지만 그자들은 너무 수상했네. 흠...”


몇 일전 상단의 지분을 요청해온 그들, 정확한 신원도 알 수가 없었지만 감이 좋지 않았다. 단호히 거래를 거절했지만 뭔가 그 뒤로도 이 찝찝한 기분은 뭐란 말인가.


천검주도 그 날을 잠시 회상했다.


‘옆의 호위 무관으로 보이던 자는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신흥 가문이라 하였는데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당분간은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사부님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게 기인가요?”


“운공 초반에 잡히는 작은 기운은 본인이 느끼는 수밖에 없다. 그 기운이 느껴진다면 천천히 내가 알려준데로 기운을 움직여보거라.”


후는 무공을 늦게 시작해서 이제 단전에 기운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배우는 태도가 좋아 늦게 시작한 것 치고는 감이 살아있었다.



연무장이 보이는 전각 앞에서 금검상단주와 한 노승이 수련 중인 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승은 금검상담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는 지불 대사였다.


“스님께서 보시기엔 어떱니까?”


“아이가 총명해 보이는군요. 얼굴에 뭉친 기운이 없으니,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고 배우는 것이 빠르겠지요.”


“허허,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스님은 표정 변화가 없었으나 마음 속에서는 거센 풍파가 일고 있었다.


‘저 아이의 운명을 어찌한단 말인가. 입상진언(立象盡言)이로구나.’



날이 어두워지고 서서히 달이 밝는다.


오늘따라 금검상단 장원 주위가 평소보다 유난히 고요하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지불 대사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정신없이 외투를 걸친 그가 외당을 뛰쳐나가 가주전으로 향한다.



이제는 달이 구름 뒤로 자취를 모조리 감추며 장원이 칠흙으로 덮힌다.


그 시각, 외원 경비 무사 양흠과 비덕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밤 공기의 적적함을 달래고 있었다.


“하암 오늘 따라 유난히 조용하네.”


“그러게 귀뚜라미 소리가 아예 안들리네.”


푸욱 와드드득


방금 전 말을 하던 경계 무사 양흠의 성대에서 검 끝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비덕은 머리가 기괴한 각도로 돌아가 있었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수십의 인영이 금검상단 외원의 담을 넘었다.


“저... 적이... 크헉”


“침입자다!”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한 외원 무사가 적들의 침투를 알렸다. 그 때 이미 그의 동료 십여명은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외원 병력이 무너지는 속도를 보면 침입자들의 실력이 범상치가 않았다. 대부분 몇 합 나누기도 전에 목이나 심장이 검에 꿰뚫리거나 칼에 목이 달아났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걸까. 찌르고 베는 그들의 공격은 단조로웠다.



“천검단 2조는 내원을 사수하고 1조는 나를 따라 외원으로 간다!”


외당에서 나온 천검주가 신속히 병력을 지휘한다. 천검주도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무슨 변이란 말인가.’


하지만 낭인 출신이었던 천검주 형조가 일류 무사가 되어 금검상단에 투신한지 벌써 십년이 넘었다.


그 세월동안 천검단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철두철미한 성격에 기인했다.



외원에 도착한 천검주는 한 눈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적들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


그는 끓어오르는 불길한 상상을 애써 눌러 두고, 단원들을 독려했다.


“방진을 펼쳐라! 적들이 내원으로 침입하는 것을 최대한 저지한다!”



그 시각, 가주전


“스님, 밤 늦게 무슨 일입니까?”


“불청객들이 찾아왔소. 대피해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때마침 밖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 천검주가 병력을 이끄는 소리 등.


지불 대사가 말을 이었다.


“시간이 없소. 아마... 막기 어려울 것이오.”


그 말을 들은 금검상단주가 아이들부터 찾기 시작했다.

“인영아, 후야!”


“여봐라, 아무도 없느냐! 후와 인영이에게 지금 당장 가주전으로 오라고 전하라.”


잠시 후 당황한 표정의 설인영과 설후가 가주전 설용명 침소로 들어왔다.


“후야 이것을 챙기거라.”


설용명은 준비해뒀던 목함을 보자기로 덮어 설후의 등에 매어주었다.


“인녕이를 잘 챙기거라 알겠느냐!”


“아버지 무슨 일입니까? 저도 아버지와 함께 하겠...”


설용명이 후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


“후! 시간이 없다. 너가 인영이를 챙겨야 한다., 알겠느냐!”


“네 아버지 당연히 그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스님, 염치 불구하지만 스님께 아이들을 맡겨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소, 설 가주에게 그간 신세도 졌으니 너무 부담갖지 마시오.”


“감사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은혜를 갚겠습니다.”


설용명이 스님에게 포권을 취하며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후를 불렀다.


“후야 이리로 와보거라.”


설용명은 방 안쪽으로 가더니 후와 함께 침상을 옮기기 시작했다.


침상이 있던 자리에 등매장이 깔려 있었고 이마저 걷어내니 바닥에 나무문이 있었다.


그는 재빠르게 문을 열었고 어두웠지만 밑으로 연결된 계단이 보였다.


“어서 가거라.”


설용명은 후를 통로로 밀며 등을 하나 쥐어주었다.


“아버지...”


인영은 아쉬운 듯 계속 뒤를 아버지를 돌아봤지만, 후가 결심을 한 듯 인영을 데리고 통로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지불 대사가 따랐다.


“너도 아이들을 따라가거라. 잘 좀 부탁하겠네.”


마지막으로 후와 인영을 데려온 하인 장병이 통로로 들어가고, 다시 설 가주는 그 문을 폐쇄했다.


다시 등매장을 깔고 침상을 제자리로 밀자 감쪽 같았다.



외원의 상황은 심각했다. 일각이나 되었을까.


천검주가 데려간 단원 40여명 중 이미 반 수 이상이 사망을 하였다.


천검주와 단원들은 내, 외성을 가르는 문과 담을 두고 분전하고 있었지만 곧 무너질 듯 하였다.


‘이미 단원들의 눈빛에는 공포가 어렸다.’


천검주는 살 방도가 없음을 직감했다.


‘그래도 여기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


“나는! 천검단주 형조다! 대장이 누구냐!”


잠시 후 복면인들 가운데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낭인도검(浪人道劍) 형조?”


“그렇다. 내가 한때 낭인도검이라는 별호를 가졌던 형조다. 그대는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이름을 알려줄 것 같으면 이런 차림으로 왔겠는가? 생각보단 멍청한 것 같군.”


“잡설은 그만하고 나와 한번 붙어보는게 어떤가?”


“만용은 명줄을 끊어놓는 법이지.”


복면인은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중앙으로 나왔다. 검면을 어깨에 들쳐 맨 것이 마실이라도 가는 양태다.

‘상대는 나보다 강한 자. 검에 집중한다.’


형조가 검을 잡은 오른손을 인중에 위치시키고 검날을 머리 위 수직으로 반듯하게 세운다. 그리고 왼손가락을 인중 앞 오른손에 차분이 가져다 대었다.


낭인이던 형조를 유명하게 만든 검법, 척인검법(刺人劍法)의 기수식이었다.


그에 반에, 복면인은 산보 나온 듯한 자세 그대로였다. 눈이 달처럼 휘어진 것이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34 n8******..
    작성일
    22.05.04 17:31
    No. 1

    수정요망 ; 곳곳에서 고개 냄새가 ~~~~ 고기냄새가
    대부분의 타 무협소설은 작품분류를 판타지/무협 또는 퓨전/무협이라
    읽기전부터 실망인데 이 작품은 당당히 무협이라고 분류한 점이 참 좋습니다.
    좋은 글 기대합니다.
    그리고 좋은 결과 있기를 진심 응원 드립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황철수
    작성일
    22.05.06 19:28
    No. 2

    첫 댓글 감사합니다. 작가에게 이런 응원이 큰 힘이 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애응
    작성일
    22.08.20 09:29
    No. 3

    보통 이윤의 의미로 쓰는 마진margin은 영단어라 수정하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2.08.22 16:57
    No. 4

    네 가요
    네, 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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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2.06.13 640 11 12쪽
14 신검합일 22.05.16 776 16 9쪽
13 13화 추격전 22.05.15 731 14 9쪽
12 흑색기마대 22.05.13 790 16 9쪽
11 장인묘의 최후 22.05.11 838 12 9쪽
10 함정 22.05.11 829 15 10쪽
9 새로워진 비척대 22.05.11 903 14 11쪽
8 8화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정체 22.05.10 955 13 10쪽
7 7화 삼겹추살진 22.05.10 980 15 10쪽
6 흑응상단 지하 22.05.09 1,090 17 10쪽
5 5화 비척대원 설후 22.05.09 1,257 16 8쪽
4 4화 시작 22.05.06 1,382 17 8쪽
3 3화 사망 그리고 도주 22.05.06 1,415 23 7쪽
2 2화 +3 22.05.05 1,590 24 12쪽
» 1화 +4 22.05.04 2,726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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