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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진 님의 서재입니다.

근위대장 쿤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한세진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1
최근연재일 :
2021.08.26 23:54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634
추천수 :
183
글자수 :
149,999

작성
21.08.10 22:31
조회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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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검술선생 쿤츠 5화.

DUMMY

쿤츠가 로이드를 따라 거실로 향하자 놈은 네 발로 기어가다시피 달려가고 있었다. 놈은 검을 움켜쥐고 획 돌아서며 말했다.


“이, 이 몸이 쉽게 죽어 줄 줄 알았느냐!”


쿤츠가 봤을 때 놈은 술기운을 제외하더라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게 네놈들이 자랑하는 고결한 성기사의 모습이더냐?”


쿤츠가 다가가자 로이드가 휘청거리며 검을 휘둘러 애꿎은 테이블을 내려쳤다. 그 충격으로 잡동사니들이 튕겨올라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죽이는 건 쉬웠는데 죽기는 싫은가보군. 네 죄값을 치뤄라”


놈은 붉게 출혈 된 눈으로 쿤츠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크흣, 크흐흐흐흐흣! 내 죄가 어디 있단 말이냐? 기사인 내가 명령에 복종하는 게 죄인가? 아니면 한 명의 성기사로서 이교도 색출에 충실한 게 죄란 말이냐!”


놈은 울분을 토해내며 쿤츠에게 검을 휘둘렀다. 쿤츠는 제 자리에 멈춰서 검을 받아쳤다.


어둠속에서 불꽃이 튀어올랐다.


쿤츠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로이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들이 정말 이교도가 맞았나? 내가 함께 지냈던 그들은 신앙심의 차이만 있었을 뿐 모두가 카텔릭의 교도였다. 네 손으로 살려달라는 신도들을 베는 느낌은 어땠나? 짜릿했나?”


로이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미친새끼가!”


놈은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쿤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물건을 밟고 미끄러져 쿤츠의 옆으로 나뒹굴었다.


쿤츠는 천천히 놈을 향해 다가갔다.


“이봐 성기사, 그들이 정말 이교도가 맞았나?”


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곧이어 울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아니었다. 글쎄, 정말 이교도가 아니였다면 난 누굴 위해 그들을 죽인거지, 그게 정말 신의 뜻이였다면 왜 내게 그들을 죽이게 만든거냐”


“명령을 신이 내린게 아니겠지, 넌 신을 따른게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악마를 따른거다”


“그랬군. 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괴로워하며 고민 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쿤츠는 바닥에 떨어진 놈의 검을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


“잡아라, 난 네놈들처럼 검을 잡지 않은 사람은 죽이지 않으니까”


“아니, 내가 그렇게 죽을 순 없지”


로이드는 바닥의 검을 줍는 동시에 자신의 목을 향해 검을 가져갔다. 놈의 의도를 뒤늦게 알아차린 쿤츠가 놈에게 달려들었으나 한 발 늦었다.


쿤츠는 놈을 막지 못했고, 놈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로이드는 목을 부여잡고 천천히 주저앉았다.


쿤츠가 다급히 놈의 상태를 살폈지만 이미 손을 쓰기엔 상처가 깊었다. 동맥을 벤 듯 했다.


쿤츠는 당황함과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소리쳤다.


“이 개자식이! 이렇게 쉽게 죽일 순 없다!”


로이드는 천천히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가 말을 할 때 마다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놈이 입고 있던 튜닉을 붉게 물들였다.


“내...... 죄를...... 나,남에게 빌지...... 않겠다”


놈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떨궜다. 쿤츠는 놈을 너무 편하게 죽게 놔뒀다는 사실에 화가 치솟았다.


으득!


쿤츠는 한동안 놈의 시체를 바라보다 저택을 빠져나왔다.



*


“이 놈은 정말 미쳐버린건가? 그렇게 믿음이 부족해서야 어떻게 은십자기사단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로렌은 통제불능 상태로 술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로이드를 떠올렸다. 놈은 그날 영광스러운 이단심문에 수차례 의문을 표하더니 결국 그날 이후 기사단의 호출도 자신의 명령도 무시하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로렌은 그런 나약한 로이드를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에 성기사라고 독실한 척하며 자신에게 신앙심을 지적하던 놈! 그놈의 믿음이야말로 가짜였다.


로렌은 망가지는 로이드를 보며 왜 과거에 이단심문관이 선택받은 소수의 성기사들만 임명될 수 있었으며,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지 깨달았다.


‘어중간한 놈들은 다 그 꼴이 나버리는 거야. 믿음도 없는 가짜들 같으니라고’


성스러운 이단심문을 마치고 복귀한 당일, 술에 취한 로이드가 그를 찾아와 술 주정을 부렸다. 네놈은 어떻게 그렇게 잘지내냐고 단 한 줌의 죄책감도 없냐고 자신에게 따졌다. 그런 로이드의 질문과 감정은 로렌에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자신의 믿음을 부정하는 로이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로렌은 그런 로이드와 반대로 그날 이후 오히려 신앙심이 온몸에 깃드는 걸 느꼈다. 심지어 그 느낌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그때 누군가 그의 집무실에 노크를 했다.


“부단장님, 리크 입니다”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온 리크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단장님의 명령으로 로이드경의 저택에 갔던 기사들의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로이드경이 자신의 저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깜짝 놀란 로렌은 책상을 박차며 일어났다.


“그게 정말인가? 그 무슨 불경스러운 행동이란 말인가! 어서 그의 시체를 수습해오게”


리크는 경례를하고 서둘러 집무실을 떠났다. 홀로 남은 로렌은 식은땀을 흘렸다. 자살은 카텔릭에서 불경스럽게 생각하는 칠대 죄악 중 하나였다. 로이드의 영혼은 신에게 구죄받지 못하고 평생을 지옥에 떠돌것이 분명했다. 그의 죽음은 사이가 좋지 않던 로렌에게도 충격이었다.


이로써 선택받은 일곱 명의 성기사들 중 자신을 포함해 둘 만 남았다.


로렌은 그들의 죽음으로써 자신의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가야겠군’


로렌은 서둘러 밀려있던 서류를 정리하고 기사단의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성 바실리 대성당으로 향했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교국의 최정예이자 한 개의 은십자기사단을 이 변방에 주둔시킨 건 오로지 이 성당 때문이었다.


고대의 악마들로부터 인간들을 보호하는 중심지였다고 전해지는 성스러운 성당이었다.


성 바실리 대성당의 입구에는 두 명의 성기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성기사들의 경례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자 텅 빈 대성당의 내부가 보였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제들은 모두 안식의 밤 때문에 자리를 비워 고요했다.


로렌은 텅 빈 대성당의 복도를 걸으며 기도했다.


‘성스러운 카텔릭의 이름아래 굳건히 그 길을 따를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


쿤츠는 다음 목표로 은십자 기사단의 부단장인 다니엘로 잡았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기사단을 은퇴하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 대신 부단장의 직위를 세 번째 목표물인 로렌이라는 성기사가 물려받은 상황이었다.


‘순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쿤츠는 종이에 적혀있던 놈의 정보를 되짚었다.


‘은십자기사단 내부에서 검술은 뛰어나지만 신앙심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쿤츠가 며칠간 놈의 뒤를 미행 한 결과 정보와 사실이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다. 놈은 기사단 건물에 머무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도시에 있는 대성당에서 모든 시간을 보냈다.


저녁부터 깊은 새벽까지


쿤츠는 복수를 실행하기로 마음 먹은 오늘 평소처럼 성당으로 들어가는 놈의 뒤를 따라 성당으로 들어갔다. 경비병들이 있었지만 늘 비슷한 시간대에 로렌에게 인사하는 순간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담을 넘었다.


내부는 대성당이라는 말에 어울리듯 넓고 웅장했으며 화려했다. 종교적인 물건들이 아니였다면 제국의 어느 고위귀족의 저택이라고 해도 믿을 법 했다. 쭉 늘어져 있는 의자들 중앙에 거대한 카텔릭의 석상이 있었고, 그 바로 아래 의자에 로렌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쿤츠가 천천히 걸어가며 검을 뽑자 로렌이 뒤를 돌아봤다.


그는 달빛에 반사된 쿤츠의 검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검을 뽑아들었다.


“네 놈은 누구냐! 감히 이곳에 검을 뽑고 들어오다니 신성 모독이다!”


쿤츠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빌어먹을 신 이름으로 선량한 마을 하나를 몰살시킨 건 신성모독으로 치지 않는건가?”


그 말에 놈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천천히 쿤츠를 향해 다가오며 되물었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거냐”


“둔하기도 하군. 로이드는 단번에 알아채던데 말이야”


“놈! 네가 그곳에 있던 의문의 기사구나! 로이드도 이런식으로 습격했나?”


쿤츠는 웃음을 터트렸다.


“로이드 뿐이더냐? 모두 내 손에 죽고 이제 남은건 너와 다니엘 두 놈 뿐이다”


로렌은 그 말이 기폭제가 된 듯 발끈하며 달려들었다. 놈의 실력은 제법 뛰어났지만 딱 은십자기사단 수준이었다.


불꽃이 튀며 고요한 대성당에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퍼졌다. 로렌이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지만 놈의 공격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제법 빠른 속도였지만 담긴 힘도 검의 궤도도 평범했다.


다섯 번의 공방을 주고 받고서야 로렌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 질 쳤다.


“네, 네놈 정체가 무었이냐? 어디서 이런 실력을 가진놈이 나타난거지? 혹시 금십자기사단이냐?”


“글쎄, 곧 죽을놈이 그게 궁금하나? 기대해라 네 놈은 곱게 죽여주지 않겠다”


쿤츠가 놈을 향해 달려들자 놈은 요란한 기합소리와 함께 검을 휘둘렀다. 놈은 쿤츠의 검을 따라올수도, 그렇다고 받아낼수도 없었다.


쿤츠는 의도적으로 로렌의 갑옷 이음새를 노려 공격했고, 곧 로렌은 피범벅이 된 채 비틀거렸다. 수치심에 달려들던 놈의 눈동자에서 두려움이 드러났다. 그는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하더니 광기에 번들거리는 얼굴로 소리쳤다.


“이럴수는······이럴수는 없다! 나는 선택받은 이단심문관이자 진정한 신의 기사다! 신의 뜻대로 이교도들의 피웅덩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건 나 뿐이란 말이다! 그깟 이교도 몇을 죽였다고 감히! 감히! 감히! 신의 기사인 이몸에게 손을 댄단 말이냐!”


“ 듣자하니 부단장에 올랐다지? 축하하네 그렇게 빨리 은퇴하는 건 자네가 기사단의 최초일테니 내가 네 놈의 사지의 힘줄을 모두 잘라내 은퇴시켜주마 그 빌어먹을 카텔릭의 은총으로 회복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그럴 순 없다! 나, 나는 선택받은 신의 기사다! 네놈이 내게 손을 대고서 천벌을 피해 갈 수 있을것 같으냐!”


그 말에 쿤츠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그럼 고결한 신앙심을 가지고 신에게 빌어 보시던가, 그 빌어먹을 카텔릭이 네게 기적을 내려주는게 빠를지 내가 검으로 네 놈의 사지를 끊어어버리는게 더 빠를지는 두고보자고”


"시, 신이시어 내게 당신의 적에게 대항할 힘을"


쿤츠는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놈을 향해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놈은 방어 할 생각도 하지 않고 기도를 외우는데 정신을 쏟았다.


"크악! 히, 힘을...주..소서"


쿤츠의 일격에 놈은 입고 있는 갑옷이 우그러지며 뒤로 튕겨져나가 나뒹굴었다.


그때였다. 로렌이 울컥 피를 토하며 소리쳤다. 그의 두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크흐흣, 이뜻이었구나! 결국 카텔릭께서 날 선택했다는거다. 네 눈으로 기적을 보게 해주마 이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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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검술선생 쿤츠 16화. (수정) 21.08.23 61 0 11쪽
25 검술선생 쿤츠 15화. 21.08.21 78 2 12쪽
24 검술선생 쿤츠 14화. 21.08.20 74 1 12쪽
23 검술선생 쿤츠 13화. +1 21.08.19 72 2 12쪽
22 검술선생 쿤츠 12화. 21.08.18 77 2 12쪽
21 검술선생 쿤츠 11화. +1 21.08.17 83 5 12쪽
20 검술선생 쿤츠 10화. 21.08.16 89 4 12쪽
19 검술선생 쿤츠 9화. 21.08.14 90 4 11쪽
18 검술선생 쿤츠 8화. +1 21.08.13 104 4 13쪽
17 검술선생 쿤츠 7화. 21.08.12 91 4 14쪽
16 검술선생 쿤츠 6화. +1 21.08.11 99 5 13쪽
» 검술선생 쿤츠 5화. +1 21.08.10 100 5 11쪽
14 검술선생 쿤츠 4화. +1 21.08.09 115 6 12쪽
13 검술선생 쿤츠 3화. +1 21.08.07 115 6 11쪽
12 검술선생 쿤츠 2화. +1 21.08.06 128 7 12쪽
11 검술선생 쿤츠 1화. +1 21.08.05 151 7 12쪽
10 근위대장 쿤츠 10화. +1 21.08.04 134 7 11쪽
9 근위대장 쿤츠 9화. +1 21.08.03 135 6 12쪽
8 근위대장 쿤츠 8화. +1 21.08.02 140 6 11쪽
7 근위대장 쿤츠 7화. +2 21.07.31 139 7 12쪽
6 근위대장 쿤츠 6화. +1 21.07.30 165 7 11쪽
5 근위대장 쿤츠 5화. 21.07.29 161 8 14쪽
4 근위대장 쿤츠 4화. +1 21.07.28 189 10 12쪽
3 근위대장 쿤츠 3화. 21.07.27 202 19 11쪽
2 근위대장 쿤츠 2화. 21.07.26 247 21 11쪽
1 근위대장 쿤츠 1화. 21.07.26 459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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