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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진 님의 서재입니다.

근위대장 쿤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한세진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1
최근연재일 :
2021.08.26 23:54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625
추천수 :
183
글자수 :
149,999

작성
21.08.19 23:55
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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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검술선생 쿤츠 13화.

DUMMY

쿤츠가 달려오는 갑옷의 공격을 몸을 낮춰 피했다. 놈의 빗나간 공격이 계단 벽면을 부수고 엄청난 굉음을 만들었다.


쿤츠는 놈이 벽면을 부수고 들어간 검을 뽑아내는 사이 뒤로 물러나 ‘최후의 기적’을 들이키고 남은 빈 병을 떨어트렸다.


유리병이 깨지며 날카로운 소음을 만드는것과 동시에 쿤츠는 온몸의 혈관을 수천 마리의 개미가 물어뜯는 고통이 느껴졌다.


쿤츠는 본능적으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숨을 멈추고 이를 악물었다. 두 눈의 핏줄이 터진 듯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놈들이 달려들면서 내는 충격음도 점차 멀어져 갔다.


'그래도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걸로 된거야 내가 버티고 있는 동안 이것들은 이곳에서 움직일 수 없으니까'


죽음을 앞두고 체이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도 죽음을 앞두고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그리고 황제의 얼굴과 아이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때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시야속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쿤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때문에 접근하지 못해야 하는 갑옷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점차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쿤츠는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갑옷들이 쿤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소모했군. 이정도로 뛰어난 인간이라는 걸 알았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만들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야"


루사이 추기경은 자신의 발등에 검을 꽂아넣고 선 채로 죽은 오스틴의 시체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런 모습을 본 테사드는 애써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봤다.


'정신차려라! 지금 무너지면 내가 죽인 사람들의 목숨이 부질없어지는거야'


테사드는 애써 무심한 눈길로 주변을 두러봤다. 겁에 질린 추기경들과 수행원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구석에 모여 있었고, 이미 루사이 추기경, 아니 악마의 하수인이 된 로렌과 로이드는 그런 추기경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었소?"


테사드의 말에 루사이 추기경은 의아하다는 듯 그를 돌아보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굳이 금십자기사들까지 죽였어야 하는 거요? 어차피 당신이 교황이 된다면 그들의 충성을 받아 낼 수 있었을 텐데"


루사이 추기경은 죽은 오스틴의 머리에 손을 얹고 테사드를 돌아봤다.


콰직!


루사이 추기경의 손에서 튀어나온 손바닥만 한 보랏빛 벌레가 오스틴의 머리가죽과 뼈를 찢고 그 틈으로 기어들어갔다. 오스틴이 번쩍 눈을 뜨더니 자신의 발에 박혀있는 검을 뽑았다.


오스틴의 피부가 썩어가듯 검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그의 눈동자도 붉게 물들었다.


루사이 추기경은 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방금 전 벌레가 나온 손을 닦으며 테사드에게 다가왔다.


"이봐, 이건 우리 계약에 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너도 머리로는 이해하는 거 아닌가?"


테사드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의미없는 말이었다. 금십자기사단을 말로 설득해 돌려보낼 자신도, 그들이 공포심에 검을 집어넣을리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 대신 이 성의 다른 놈들은 손대지 않으마. 도망친 놈들을 굳이 잡으러 가지 않겠다는 말이야. 그럼 납득하겠나 테사드?"


"알겠소"


루사이 추기경은 바닥에 나뒹구는 금십자 기사단을 향해 걸어갔다. 다른 시체들도 저렇게 괴물로 만들 모양이었다. 테사드는 그런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어 회의실 밖으로 걸어갔다.


그때 뒷편에서 루사이 추기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괜한 짓 하지마 계약대로 하는게 좋을거야"


테사드는 몸을 돌려 태연한 표정으로 루사이 추기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가 굳이 그럴 필요가 뭐가 있겠소. 당신이 원하는 건 온전한 카텔릭 교국이 아니오? 굳이 기다리면 무고한 희생 없이 우리의 계획대로 될 걸 나도 당신도 알고 있는데 내가 괜한 짓 할 이유가 없지"


루사이 추기경은 킬킬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래 잘 알고 있군. 넌 주제 파악이 빠르단 말이야. 그래서 네가 마음에 들어 테사드. 나는 이깟 인간 몇 죽여서 이 기회를 날릴 생각이 전혀 없어. 교국은 내 계획의 첫 시작이니까. 이 교국을 이용해 다른 불멸자들도 내 발밑에 둘거야"


"그렇소? 그거 다행이군. 적어도 나를 저런 꼴로 만들지는 않을테니"


"물론이지 넌 이 교국에서 나에게 충성하고 다른 필멸자들을 억압할 나의 파수꾼을 육성해야하니까"


테사드는 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그때 뒤에 있던 필립 주교가 소리쳤다.


"이, 이 배교자! 어떻게 카텔릭의 추기경이 악마에게 빌붙어 형제들을 팔아넘길 수 있소? 테사드 당신은 지옥에 떨어질거요!"


테사드는 필립이 쏟아내는 저주를 들으며 문을 열었다.


'지옥? 가야한다면 마땅히 가겠다. 나 혼자 희생해 다른 신도들이 무사할 수 있다면’


*


에반이 허탈하게 앨리사를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자신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뭐해? 어서 올라가 이미 쿤츠는 죽었어! 녀석이 목숨을 던져 번 시간을 낭비하지 마"


에반은 이를 악물고 다시 사다리를 올라갔다. 나무판자를 하나씩 밟고 올라가면서도 그의 죽음이 믿기질 않았다. 금방이라도 계단 저편에서 자신에게 호통치며 올라 올 것 같았다.


에반이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우물 밖으로 나가자 먼저 올라갔던 일행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휴고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어떤 일이 있어도 그 물약을 주는게 아니었는데"


앨리사는 휴고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쿤츠의 선택이었다. 그러니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말하지 말자. 그가 아니였다면 우리 모두가 위험했을거야."


케일이 에반을 향해 말했다.


"도대체 놈들은 뭐였죠? 분명 오랜시간 그곳에 있었던 걸로 봐서는 인간이 아니었는데"


에반은 무력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때 아론이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러고 있지 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게 어떻소? 이곳에 있는 모두 루사이 추기경에게 동료를 잃었소 그 복수를 해야하지 않겠소? 난 교국의 명예로운 기사이자 내 동료들의 죽음을 이대로 받아드릴 수 없소"


"복수뿐만이 아니야. 놈은 이미 테사드 추기경을 이용해 교황이 되려는거야"


아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일단 바로티칸으로 가는게 좋겠소. 한시라도 빨리 그곳에 도착해 앞으로의 일정을 계획해야하니까"


그때 케일이 에반을 향해 다가와 속삭였다.


"우린 어떻게 하는게 좋겠습니까? 아무래도 황제폐하께 보고를 먼저 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에반은 고개를 들어 케일의 눈을 보며 말했다.


"아니 쿤츠님의 죽음을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진 보고를 미룬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저도 이렇게 된 이상 끝을 보고 싶습니다...... 제가 늘 쿤츠님께 놀림 받았지만 그래도 제가 현역인데......저를 살리시겠다고 은퇴한 쿤츠님이 희생하셨습니다.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가시면 저는 돌아가서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되는 겁니까······"


케일은 에반에게 대답하는 듯 하더니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에반은 친위대를 이끌고 쿤츠가 남긴 동료들을 따라 바로티칸으로 향했다.


*


쿤츠는 희미한 의식 사이로 기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자신이 살았는지 아니면 이미 죽었는지 인지하지도 못한 채 육체를 흔드는 느낌에 몰두했다.


조금 전 까지 있었던 끔찍한 고통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눈을 뜰 힘도 없었지만 눈을 내려쬐는 보라빛이 강해졌다 옅어졌다 하는게 느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죽은 듯 상념에 몰두하던 쿤츠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눈을 떴다.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펴보자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이었다.


거대한 테이블과 의자들 사이로 조금 전까지 싸우던 움직이는 갑옷들이 보였다.


쿤츠가 순간 당황해 검을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댔으나 검집에 검이 꽂혀있지 않았다. 마지막 교전 중에 떨어트린게 분명했다.


쿤츠가 머뭇거리는 와중에도 놈들은 이상하게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침착하자 방심하면 위험하다'


쿤츠가 천천히 놈들에게서 멀어지려고 뒷걸음 질 쳤다. 그러던 중에 그는 이곳이 어디서 본 풍경인지 깨달았다.


콘클라베가 열리던 회의실!


화려한 대리석 바닥이 아닌 거친 흙바닥이였고,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카텔릭의 석상과 미술품 대신 투박하게 돌을 깎아 만든 카텔릭의 석상과 가죽에 그린 기괴한 그림들이 있었지만, 가구의 배치나 기사들이 서 있던 위치들이 콘클라베가 열리던 회의실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설마 저것들 텅 빈 갑옷인가?"


쿤츠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살펴보자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날 이곳으로 데려온거지? 나는 어떻게 살아있는거고"


쿤츠는 꿈을 꾸는 듯 했다. 분명히 최후의 기적을 마시고 끔찍한 고통을 버티던 기억이 생생했지만, 자신의 몸은 오히려 그때보다 컨디션이 더 좋았다.


쿤츠는 어디선가 이질감이 느껴져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다가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거대한 테이블에 카텔릭의 상징인 푸른 십자가가 새겨져 있어야 했는데 낯익은 파수꾼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카텔릭의 인장이 새겨져야 할 공간에 모두 파수꾼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쿤츠가 자신의 목에서 파수꾼의 증표를 꺼내 벽면에 늘어서 있는 갑옷에 새겨진 문양과 비교했다. 그리고 나서야 왜 앨리사가 석상으로 착각했던 기사들이 입고 있던 갑옷을 성기사들것과 착각했는지 깨달았다.


이것들은 문양만 다를 뿐 성기사들이 사용하는 갑옷과 똑같았다. 앨리사는 아마 흙먼지로 뒤덮혀 있어 비슷하다고 착각 한 모양이었다.


쿤츠가 파수꾼의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바로 앞에서 살펴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굉음이 울러펴졌다.


끼이이이이익


쿤츠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천천히 문이 열리고 있었다.


쿤츠가 움직이는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 사이 덜그럭 거리는 기척과 함께 쿤츠의 눈앞에 있던 갑옷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


당황한 쿤츠가 뒷걸음질 치고 물러나자 방을 둘러싸고 있던 갑옷들이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쿤츠를 향해 다가왔다.


쿤츠는 다급히 회의실 중앙에 있는 테이블까지 몸을 돌려 달려갔다.


그때 문이 완전히 열리며 그곳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뭔가 이상하다고 했더니 먼저 온 손님이 있었군 그래?"


익숙한 목소리었다. 쿤츠는 놈의 얼굴을 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테사드 추기경!"


테사드 추기경은 태연하게 쿤츠를 향해 걸어왔다. 쿤츠는 그 짧은 순간 자신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생각했다.


이대로 맨 손으로 놈에게 달려들어 그를 제압 할 자신이 있었지만 놈이 루사이 추기경의 탈을 쓴 악마의 부하라면 이 갑옷들도 테사드 추기경이 부리는 악마일 확률이 높았다.


테사드 추기경은 그런 쿤츠의 속내를 읽었는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마시오 우린 어쩌면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을테니"


"개소리하지마라!"


쿤츠가 테사드 추기경을 향해 달려들자 주위에 있던 갑옷들도 쿤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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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검술선생 쿤츠 최종화. 21.08.26 70 0 11쪽
27 검술선생 쿤츠 17화. 21.08.24 64 0 12쪽
26 검술선생 쿤츠 16화. (수정) 21.08.23 61 0 11쪽
25 검술선생 쿤츠 15화. 21.08.21 78 2 12쪽
24 검술선생 쿤츠 14화. 21.08.20 74 1 12쪽
» 검술선생 쿤츠 13화. +1 21.08.19 72 2 12쪽
22 검술선생 쿤츠 12화. 21.08.18 76 2 12쪽
21 검술선생 쿤츠 11화. +1 21.08.17 83 5 12쪽
20 검술선생 쿤츠 10화. 21.08.16 88 4 12쪽
19 검술선생 쿤츠 9화. 21.08.14 90 4 11쪽
18 검술선생 쿤츠 8화. +1 21.08.13 104 4 13쪽
17 검술선생 쿤츠 7화. 21.08.12 90 4 14쪽
16 검술선생 쿤츠 6화. +1 21.08.11 99 5 13쪽
15 검술선생 쿤츠 5화. +1 21.08.10 99 5 11쪽
14 검술선생 쿤츠 4화. +1 21.08.09 114 6 12쪽
13 검술선생 쿤츠 3화. +1 21.08.07 115 6 11쪽
12 검술선생 쿤츠 2화. +1 21.08.06 128 7 12쪽
11 검술선생 쿤츠 1화. +1 21.08.05 151 7 12쪽
10 근위대장 쿤츠 10화. +1 21.08.04 134 7 11쪽
9 근위대장 쿤츠 9화. +1 21.08.03 134 6 12쪽
8 근위대장 쿤츠 8화. +1 21.08.02 139 6 11쪽
7 근위대장 쿤츠 7화. +2 21.07.31 139 7 12쪽
6 근위대장 쿤츠 6화. +1 21.07.30 165 7 11쪽
5 근위대장 쿤츠 5화. 21.07.29 161 8 14쪽
4 근위대장 쿤츠 4화. +1 21.07.28 189 10 12쪽
3 근위대장 쿤츠 3화. 21.07.27 202 19 11쪽
2 근위대장 쿤츠 2화. 21.07.26 247 21 11쪽
1 근위대장 쿤츠 1화. 21.07.26 458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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