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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진 님의 서재입니다.

근위대장 쿤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한세진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1
최근연재일 :
2021.08.26 23:54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582
추천수 :
183
글자수 :
149,999

작성
21.08.05 07:00
조회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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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검술선생 쿤츠 1화.

DUMMY

제국의 수도 ‘프라티스’에서 벌어지는 특급재판이 열리는 재판장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황제와 그의 측근들이 재판을 내려다보는 중앙 심판대를 중심으로 좌우에 관중들이 사형을 보기 위해 착석해 있었다.


그리고 황제가 머무르는 중앙 심판대의 바로 아래층에 재판관이 화려한 복장의 옷을 입고 양피지를 펼쳐 들고 있었다.


“특급 범죄자에 대한 재판을 시작한다!”


재판관의 선언과 동시에 거대한 덩치의 사형집행자들이 족쇄와 쇠사슬로 구속된 사람을 끌고 일층의 사형을 집행하는 단상으로 끌고 올라갔다.


초최한 모습과 기괴하게 생긴 얼굴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봐도 혐오스러웠다.


관중들은 그 모습에 놀란 나머지 침묵으로 응대했다.


평소 사형수가 등장하면 온 갖 야유를 쏟아내던 관중들은 얼어붙었다. 낯선 광경이였다.


쿤츠는 그 모습까지만 보고 발걸음을 돌려 일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중간에 그를 제지하는 병사들이 있었지만 근위대장을 상징하는 신분패를 내밀자 쉽게 지하로 내려갈 수 있었다.


쿤츠가 사형집행자들과 죄수들이 대기하는 장소에 도착하자 바로 옆에서 사형이 집행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벽 틈 너머로 보이는 괴물의 표정은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무기력한 표정이였다.


‘됐다 모든게 끝났어.’


쿤츠는 이자벨 공주를 사칭하던 괴물의 목이 허공을 날아 바닥을 뒹구를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놈의 최후는 그렇게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사형이 끝났지만 쿤츠는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상념이 몰려왔다.


'과연 저런 괴물이 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그 변방에도 있었으니 이 제국 내부 어딘가에도 있지 않을까? 저런 괴물을 또 다시 마주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쿤츠는 피웅덩이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시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새 다가온 사형집행자들 중 한 명이 피가 묻은 족쇄를 쿤츠에게 건넸다.


“이게 맞소?”


쿤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리 준비했던 금화를 건넸다. 그리고 족쇄를 받아 검은 천에 감싸 품속에 넣고 밖으로 걸어갔다. 품속에서 비릿한 피냄새가 났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


쿤츠는 앞으로의 계획을 떠올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수도에서 마차를 타고 국경까지 이동하고 카텔릭 교국으로 산맥을 넘어 이동 할 생각이었다. 그곳에 죄수들을 강제노역 시키는 광산을 지나 피렌트라는 작은 마을에 머무를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검술이나 가르치는 검술선생을 하며 살아가겠지.


체이스가 원했던 삶 처럼.


그때였다.


쿤츠가 입구로 나가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다 계단을 막고 있는 두명의 사내를 발견했다.


햇빛이 쏟아져 정확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풍기는 기세만으로도 그자들이 상당한 수준의 기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도에서 기습 받을 걱정까진 없었지만 쿤츠는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매달린 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쿤츠가 점차 계단을 올라 갈 수록 어쩐지 익숙한 체형의 사내가 눈에 띄였다.


망토에 황제의 친위대의 문양을 달고 있었다.


‘황제의 친위대가 나를 기다리는건 썩 유쾌하지 않군. 빌어먹을 황제자식 도대체 얼마나 붙잡는거야.’


“친위대가 내게 무슨 볼일이지?”


쿤츠는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역시 같이 오기를 잘했지 애꿎은 부하들만 자네한테 혼날 뻔 했군.”


황제의 목소리였다. 그는 친위대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갑옷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쿤츠는 황당함에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친위대 한 명만 데리고 여기서 뭐하십니까?”


“내게 말도 없이 그렇게 편지 한통만 남기고 사라지면 내가 가만히 있을거라고 생각 했는가? 지금 자네에게 황제가 아닌 자네의 오랜 친구로서 하는 말일세 정말 근위대장직을 그만두겠는가?”


“이미 끝난 이야기인데 왜 또 그러십니까 폐하.”


황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은퇴하는 건 허용하겠네. 하지만 은퇴했다고 꼭 그 먼 타지 가야겠는가? 자네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영애들이 파티에서 자네와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네. 자네 은퇴한 김에 사교계에 입문하는 건 어떤가? 자네 정도라면 여럿 울리고 다닐 수 있을 텐데”


“수도에서 여럿 울리고 다니면 그 아비들이 난다 긴다 하는 고위 관료일 텐데 뒷감당은 누가 합니까?”


황제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하지. 나와 함께 여기 머무르며 함께 늙어가기로 하지 않았나? 명예와 재물 권력을 다 내려놓고 타국의 시골 마을까지 내려가서 도대체 뭘 하고자 하는 건가?”


“검술선생이나 하렵니다.”


황제는 쿤츠의 눈을 잠시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국의 근위대장이 검술 선생이라······ 그 마을에서 대단한 기사들이 나오겠군. 자네 뛰어난 기사를 양성하면 반드시 제국으로 보내야하네. 알겠나 쿤츠?”


황제는 슬픈 눈으로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럴테니 제가 부탁했던 그 아이에 대한 일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아, 자네와 함께 갔던 에반이라는 견습기사에 관한 말인가? 근위기사 시험을 통과했다는걸 들었으니까 앞으로 훌륭한 기사가 되지 않겠나? 그 과정이 궁금하다면 편지를 하게. 그럼 내가 자세히 말해 줄 테니”


“그냥 제 편지가 받고 싶다고 말하시죠 폐하.”


“자네는 정이 없어서 황제나 되서 이 따위 걱정이나 해야하다니”


쿤츠는 손을 놓고 근위대식 경례를 하며 말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갈 길이 멀어서요. 폐하의 강건함과 제국의 안영을 늘 기원하겠습니다.”


“그 기원도 말로 하지말고 편지로 하게.”


황제는 그 말을 끝으로 3층에 위치한 자신의 자리로 걸어 올라갔다.


쿤츠는 황제가 시야에서 사라 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벗어나 질 못했다.


*


추운 겨울 날이 지나가고 어느덧 꽃이 피는 봄이 다가왔다. 쿤츠가 제국에서 도망쳐 이곳 피렌트로 온 지 삼 년이 지났다.


허름하지만 잘 정돈 된 훈련장에서 땀을 흘리며 허수아비를 내려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동작이 크면 내려치는 힘은 강해지겠지만 상대가 그걸 맞아 주겠냐?”


쿤츠가 목검을 쥔 상태로 가볍게 복부를 찌르자 금발머리의 아이가 내려치던 목검을 놓치며 뒤로 넘어갔다.


“악! 진짜로 찌르실 필요까진 없잖아요!”


꼬마는 쿤츠를 향해 눈을 지켜뜨며 소리쳤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목검을 줍기 위해 뛰어갔다.


그때 쿤츠를 향해 누군가 걸어왔다. 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니 마을에 있는 카텔릭의 사제였다.


그는 백발의 중년 사내였는데 출신도 정체도 밝히지 않은 쿤츠에게 늘 공손하게 대했다.


단지 마을에서 존경받는 사제가 그렇게 대한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도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 각종 도움을 청했기에 쿤츠는 썩 반갑지만은 않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 수업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혹시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쿤츠는 그자의 간절한 눈빛에 의아했다.


“무슨 부탁이 있으십니까?”


“기사님께서는 아니라고 하시지만 저는 알 수 있습니다. 기사님이 상당히 뛰어난 기사이자 고위 귀족이시라는 사실을요.”


“몇 번이나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또 그러시는군요.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런 표정으로 찾아오신겁니까?”


“이건 외부로 발설하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만 기사님의 도움이 필요해서 말씀드리는겁니다. 지금 교단에서 대대적인 마녀재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녀재판이요? 그럼 저한테 말씀하시지 마시고 교단에다가 말해야 하는게 아닙니까?”


“그게 원래는 그런데 교단의 움직임이 의문스러워서요”


쿤츠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저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일개 검술선생인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화를 낼 법도 하지만 주교는 쿤츠의 손을 한 번 붙잡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저도 무례인 걸 알면서도 기사님을 찾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오늘 일을 잊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쿤츠는 그 모습에서 또 다른 불길함을 느꼈지만 그는 이제 단순한 검술선생일 뿐이었다.


*


쿤츠가 정신을 차리자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듯 보였지만 코 끝에 불쾌한 냄새만 맴돌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쿤츠가 주변을 둘러보자 낯익은 공간이 보였다. 과거에 괴물을 상대 했던 죽은 이자벨 공주의 지하실이었다.


그때 어둠속에서 뭔가가 쿤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쿤츠는 그 모습을 보고 얼어붙었다. 기억속에서도 흐려진 델로핀의 괴물이었다.


괴물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는 있었지만 기괴할 만큼 쩍 벌어진 아가리에 박혀있는 톱날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쿤츠를 향해 달려들었다.


쿤츠는 본능적으로 몸을 던져 공격을 피했다.


그때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다리가 쿤츠가 있던 곳을 향해 내려치고 있었다. 쿤츠는 다급히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휘둘러 공격을 빗겨냈다.


쿤츠는 단단한 바위에 검을 휘두른 듯 손을 타고 올라오는 아찔한 충격에 이를 악물었다.


쿤츠는 놈과의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어, 어떻게 네 놈의 죽음을 내가 죽는걸 봤는데?"


"이 몸이 죽어? 네가 나의 죽음을 봤느냐? 인간 따위가 어떻게 날 죽일 수 있다는 말이지?"


기괴한 목소리와 함께 놈이 움직였다. 쿤츠는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키며 방어태세를 취했다.


놈의 거미다리가 쿤츠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때보다 더 빠르고 강한 공격이었다. 쿤츠는 가까스로 반응해 놈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쾅! 쾅! 쾅!


강철 같은 놈의 다리가 쿤츠가 이동한 자리를 내려 찍을 때 마다 부서진 돌덩이가 튀어올라 그의 몸을 두들겼다.


쿤츠는 놈을 피해 달아났지만 얼마 가지 못해 거대한 벽에 가로막혔다.


쿤츠가 뒤를 돌아보자 괴물은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더 이상 도망 갈 곳은 없다"


그 말이 쿤츠의 머리속을 맴돌았다. 도망치지 않았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도망쳤다. 체이스를 두고, 시녀들의 죽음을 두고, 책임져야 할 근위대장직을 두고.


평화로운 일상속에서 이런 괴물과 또 마주칠까 자신도 모르게 불안감에 떨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쿤츠는 이를 악물고 검을 겨눴다.


놈의 다리가 또 다시 날아들었고 수 차례나 공격을 방어했지만 결국 검이 산산조각나며 부서졌다.


쿤츠는 텅 빈 손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놈의 아가리를 보며 눈을 감았다.


쿤츠는 또 다시 무력함을 느꼈다.


“헉! 헉! 빌어먹을······”


쿤츠가 눈을 뜨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그가 머물고 있는 방이였다. 단촐한 오두막집은 그가 삼년 전 이곳에 정착할 때 직접 만든 집이었다.


"하아....꿈이었군. 그래 놈이 죽는 걸 봤는데 살아있을리가 없지. 안토니오 사제가 괜히 신경을 긁어서 이런 개 꿈을 꿨군"


잠을 설친 쿤츠는 땀 범벅인 채로 와인을 꺼내 테이블에 앉았다.


벌써 안토니오 사제가 다녀간 후로 며칠이 흘렀다. 쿤츠는 오늘따라 불쾌한 습도와 먹구름이 낀 듯 우중충한 날씨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피처럼 붉은 와인이 담긴 잔을 바라보던 쿤츠의 귓가에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누군가 문을 벌컥 열며 거친 숨소리와 함께 소리쳤다.


“스, 스승님! 큰일났어요!”


검술학원에 다니는 다프네였다. 쿤츠는 그 짧은 순간에 본능적으로 다프네의 상태를 훑어봤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 그는 오다가 넘어지기라도 했는지 바지가 찢어지고 흙 투성이였다.


“침착해라 무슨일이냐?”


“지금 마을에, 나쁜 기사들이 몰려왔어요! 신부님께서 얼른 스승님을 모셔오라고 했어요”


쿤츠는 다급히 테이블에 기대있던 검을 잡아들고 소리쳤다.


“아이들은 다 성당에 있느냐?”


“네!”


쿤츠는 다급히 문을 열며 밖으로 나가며 소리쳤다.


“따라오너라!”


'어쩐지 기분 나쁜 꿈을 꿨다고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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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검술선생 쿤츠 최종화. 21.08.26 70 0 11쪽
27 검술선생 쿤츠 17화. 21.08.24 64 0 12쪽
26 검술선생 쿤츠 16화. (수정) 21.08.23 60 0 11쪽
25 검술선생 쿤츠 15화. 21.08.21 78 2 12쪽
24 검술선생 쿤츠 14화. 21.08.20 73 1 12쪽
23 검술선생 쿤츠 13화. +1 21.08.19 69 2 12쪽
22 검술선생 쿤츠 12화. 21.08.18 76 2 12쪽
21 검술선생 쿤츠 11화. +1 21.08.17 81 5 12쪽
20 검술선생 쿤츠 10화. 21.08.16 85 4 12쪽
19 검술선생 쿤츠 9화. 21.08.14 89 4 11쪽
18 검술선생 쿤츠 8화. +1 21.08.13 101 4 13쪽
17 검술선생 쿤츠 7화. 21.08.12 90 4 14쪽
16 검술선생 쿤츠 6화. +1 21.08.11 97 5 13쪽
15 검술선생 쿤츠 5화. +1 21.08.10 97 5 11쪽
14 검술선생 쿤츠 4화. +1 21.08.09 111 6 12쪽
13 검술선생 쿤츠 3화. +1 21.08.07 115 6 11쪽
12 검술선생 쿤츠 2화. +1 21.08.06 128 7 12쪽
» 검술선생 쿤츠 1화. +1 21.08.05 151 7 12쪽
10 근위대장 쿤츠 10화. +1 21.08.04 133 7 11쪽
9 근위대장 쿤츠 9화. +1 21.08.03 134 6 12쪽
8 근위대장 쿤츠 8화. +1 21.08.02 138 6 11쪽
7 근위대장 쿤츠 7화. +2 21.07.31 138 7 12쪽
6 근위대장 쿤츠 6화. +1 21.07.30 163 7 11쪽
5 근위대장 쿤츠 5화. 21.07.29 160 8 14쪽
4 근위대장 쿤츠 4화. +1 21.07.28 185 10 12쪽
3 근위대장 쿤츠 3화. 21.07.27 197 19 11쪽
2 근위대장 쿤츠 2화. 21.07.26 245 21 11쪽
1 근위대장 쿤츠 1화. 21.07.26 453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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