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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진 님의 서재입니다.

근위대장 쿤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한세진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1
최근연재일 :
2021.08.26 23:54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581
추천수 :
183
글자수 :
149,999

작성
21.08.07 22:04
조회
114
추천
6
글자
11쪽

검술선생 쿤츠 3화.

DUMMY

쿤츠는 안토니오 사제의 눈을 감기고 바닥에 눕혔다.


아이들도 이상함을 눈치 챘는지 불안한 듯 울먹거렸다.


“울지마라 사제님은 카텔릭의 곁으로 가셨단다.”


쿤츠는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도원 옆에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놈들도 이상함을 알았는지 실종된 동료들을 찾기 위해 움직였으나 숲속에서 몸을 숨긴 쿤츠를 아무도 찾지 못했다.


쿤츠는 숲속에서 아이들과 숨을 죽이며 주변을 살폈다. 그는 언제든지 전투에 임할 각오로 아이들이 도망 칠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잠깐 살펴보는 것도 좋겠지’


쿤츠는 아이들을 달래며 말했다.


“진정한 사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알겠느냐?”


아이들은 겁 먹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쿤츠는 아이들을 데리고 숲을 빠져나와 수도원으로 향했다. 정원 입구에 남겨 둔 시체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가 이곳에 들렸던 흔적이었다.


쿤츠는 아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수도원을 살폈지만 누군가 그들의 시체를 수습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걸 파악했다.


‘일단 마을에 내려가 살펴봐야겠다, 장비와 이동수단을 찾아야겠어’


쿤츠는 성당의 와인저장고에 아이들을 숨겨놓고 수도원을 빠져나와 마을로 향했다.


마을의 상태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쿤츠가 시선을 돌리는 모든 곳에 검붉은 핏자국이 있었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앗간을 포함한 모든 건물이 불타고 남아있지 않았다.


쿤츠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텅 빈 거리를 걸으며 본능적으로 생존자가 없다는 걸 느꼈다.


쿤츠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오두막으로 이동했다.


오두막은 쿤츠가 떠난 뒤 성기사들이 한차례 조사를 했는지 내부가 어지럽혀져 있었다.


쿤츠는 침대로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침대 밑에서 작은 고리를 당겨 숨겨 뒀던 비밀공간에서 나무 궤짝을 꺼내들었다.


쿤츠가 궤짝의 먼지 쌓인 뚜껑을 들어 올리자 그 안에는 자신이 사용하던 갑옷과 무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제국에서 떠나올 때 근위대의 증표인 사자 문양을 지웠지만 그 흔적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쿤츠는 근위대의 무구를 꺼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망설였다.


쿤츠는 이 무구를 묻으며 과거의 영광과 명예를 함께 묻었다. 다시 이것들을 꺼낸다는게 두려웠다.


'정신차리자, 또 도망 칠 셈이냐?'


쿤츠는 안토니오 사제의 죽음과 피바다가 된 마을의 풍경을 떠올리며 갑옷을 꺼내 입었다. 갑옷을 입을수록 억누르고 있던 분노가 차올랐다.


쿤츠는 갑옷을 입고 허리춤에 근위대의 검을 착용했다. 그리고 방패는 궤짝에다 넣고 비밀공간에 묻었다.


"근위대가 아닌 내가 근위대의 상징인 이 방패를 들고 다닐 수 없지"


쿤츠는 갑옷 위로 허름한 로브를 걸치고 문 밖을 나섰다. 갑옷이 주는 무게감이 낯설었지만 길이 잘 든 덕분에 금방 적응 할 수 있었다.


쿤츠는 수도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을 태울 마차가 있을 법한 곳을 둘러봤지만 모두 불에 타 재가 되고 없었다.


쿤츠가 체념하고 수도원에 도착하자 성당 안에서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빌어먹을! 아직 남은 녀석들이 있었나?"


쿤츠는 다급하게 성당 안으로 달려갔다. 그가 문을 미는것과 동시에 다프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리가! 나쁜놈아!"


"다프네!


쿤츠가 문을 열며 소리쳤다. 그러자 그 안에 있던 로브를 쓴 사내가 당황해하며 뒤를 돌았다. 놈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쿤츠는 곧장 놈을 향해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놈은 당황한 듯한 분위기였지만 노련하게 쿤츠의 검을 받아냈다.


그때 다프네와 아이들이 쿤츠의 뒤로 달려와 몸을 숨겼다.


쿤츠는 다른 성기사들이 더 있을거라고 판단하고 거칠게 놈을 몰아붙였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연달아 성당을 가득 채웠다.


놈은 가까스로 쿤츠의 공격을 막으며 거리를 벌리기 위해 노력했다. 쿤츠는 그런 모습에 의아함이 들었다.


녀석의 검술에서 익숙함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놈은 쿤츠가 검을 회수하는 타이밍에 날카롭게 검을 찔러들어왔다. 쿤츠의 검로를 미리 알고 있지 않는 이상 할 수 없는 날카로운 반격이었다. 대단한 실력이었다.


쿤츠가 놈의 반격에 타이밍을 놓쳐 한 걸음 물러났다.


"자, 잠시만요!"


놈은 두 손을 들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애타는 표정으로 쿤츠를 보며 소리쳤다.


"저, 저 케일 입니다! 친위대 케일이요!"


쿤츠는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 친위대 케일은 황제의 명령으로 교국의 정세를 감시하기 위해 이곳에 파견된 정보원들 중 하나였다. 그는 최근 자신과 황제의 편지를 담당하고 있었다.


케일은 천천히 검을 내리더니 자신의 얼굴을 잡아 뜯었다. 그러자 가죽 아래에서 쿤츠에게 익숙한 케일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제서야 상대의 검술이 익숙하다고 느껴진 이유를 깨달았다.


'어쩐지 동류의 검술을 쓰니 반격이 그렇게 날카로웠군'


"아, 아 정말 케일이군. 이곳에 어쩐 일이야? 그보다 이 아이들에게 뭔 짓을 하려던건 아니겠지?"


"그럴리가요! 페트론에서 쿤츠님을 기다리다 쿤츠님이 계신 피렌트에 은십자기사단이 이단심판을 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소문을 듣고 다급히 마을을 찾아왔다가 이곳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아이들을 발견했지 뭡니까. 그래서 그냥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려는데 애가 얼마나 소리를 지르던지"


쿤츠는 힐끔 다프네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잘했네. 하지만 한 발 늦었어. 여기까지 오는동안 마을을 살펴봤겠지? 이미 이곳은 폐허가 됐네 성기사라는 놈들이 마을을 지워버렸어. 전쟁 중에 궁지에 몰려도 하지 않을 그런 짓을 말이야"


케일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도 그런데 전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쿤츠는 천천히 검을 집어넣는 케일을 보며 되물었다.


"무슨 말인가?"


"저는 현역인데 은퇴 한 지 꽤 지난 쿤츠님에게 무력하게 지다니 은퇴는 제가 해야할 거 같은데요?"


쿤츠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실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말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게"


쿤츠는 케일이 타고 온 말을 찾아 버려진 마차를 연결했다. 다행히 부서진 부분이 없어 아이들을 태우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쿤츠는 케일이 앉아있는 마부석 옆에 앉았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벗어나자 그제서야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마을의 상황을 이해 한 듯 했다.


쿤츠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쓴웃음을 지으며 케일에게 말했다.


"일단 자네의 은신처로 가지"


"네 알겠습니다. 그보다 저 아이들은 어쩔 셈이십니까?"


"글세, 일단 자네가 임시로 맡아주게 비용은 황제 폐하께 내 이름으로 청구하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제가 편지배달꾼이라고 놀림 받는다지만 저는 영광스러운 친위대 기사라구요"


쿤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 은퇴해야겠다고 하지 않았나? 자네 말대로 지금이 적절한 시기같군"


"쿤츠님!"


케일은 경악하며 외쳤다.


*


쿤츠는 반나절을 달려 도시 페트론에 도착했다.


케일은 시가지 변방의 작은 저택에서 머물렀다. 저택의 입구에 작은 마구간이 있었다.


마차를 정리하고 저택에 들어서자 썰렁한 내부가 보였다. 작은 테이블과 침대, 그리고 책상과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서류더미가 보였다.


쿤츠는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이것들은 뭐지?"


"너무하십니다. 제가 이곳에서 상인 행세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수 차례 말씀드렸는데요"


쿤츠는 멋적게 웃으며 말했다.


"그랬군. 그보다 잠시 이야기 좀 하겠나?"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저택의 지하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그가 친위대의 임무를 하기 위한 각종 장비와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쿤츠는 문을 닫고 다가오는 케일에게 말했다.


"정보가 필요하네 학살에 관련 된 자들의 정보를 알고 있지? 자네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내게 주게"


케일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복수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쿤츠는 케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놈들은 저 아이들의 부모들과 마을의 사제 그리고 주민들을 모두 죽였네 단 한명도 남겨두지 않고 말이야. 그들은 내 이웃이기도 했네"


"너무 무모한 생각입니다. 놈들은 평범한 성기사들이 아닌 은십자기사단 입니다. 아무리 쿤츠님이 뛰어난 기사라도 하더라도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쿤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게 어떤가 나는 제국의 근위대 출신인데"


"그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혼자서 은십자기사들을 어떻게 상대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들에게 복수한다고 해도 은십자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보통 인물이 아닐 겁니다"


"부탁하네"


케일은 쿤츠의 표정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제게 연락을 주셔야 합니다. 폐하께서 쿤츠님이 잘못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시면 저 하나로 끝나지는 않을겁니다"


"알겠네 내 약속하지 그러니까 어서 말해주게"


"제가 들은 정보는 부단장 다니엘이 이끄는 제2 은십자기사단 소속이라고 합니다"


"고맙네. 나와 함께 다니면 아이들까지 위험해 질 수 있으니 부탁하네"


"쩝, 제가 할 수 있는게 이정도 뿐이라서 죄송합니다. 아이들은 걱정하지 마시지요"


쿤츠는 아이들 몰래 저택을 빠져나왔다. 그동안 검술을 가르치며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올라 입맛이 썼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으마 복수가 끝났을 때 내가 살아있다면 꼭 찾아가겠다'


쿤츠는 케일이 알려준 여관으로 걸어가던 도중 어둠속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주변을 살폈다.


어느새 해가 떨어진 도시의 골목길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 갈 정도의 사소한 기척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독 예민해진 감각은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 대비하는것도 나쁘지 않겠군'


쿤츠는 의도적으로 자신이 가려던 여관을 지나쳐 시가지로 진입했다. 의도적으로 골목길과 골목길 사이로 이동하며 힐끔 뒤를 살폈다.


검은 로브를 쓴 사내가 다섯 걸음을 두고 그의 뒤를 뒤쫒고 있었다. 놈이 움직이느라 벌어진 로브의 틈에서 무장하고 있는 검이 보였다.


쿤츠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들어서자마자 검을 뽑으며 뒤를 돌았다.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는 쿤츠가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는 걸 보면서도 놀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쿤츠는 전투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하고 생포할 목적으로 놈의 목덜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은 로브의 사내는 한 발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재빠른 동작으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쿤츠의 검을 쳐냈다.


그 동작이 빠르기도 했지만 강한 힘이 실린 일격이었다.


쿤츠는 튕겨져나간 검을 본능적으로 회수해 더 강한 힘을 담아 사선으로 내려쳤다.


놈은 검을 흘려내기 위해 쿤츠의 검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쿤츠의 강한 근력에 밀려 로브를 입은 어깨에 검을 허용했다.


캉!


로브가 검에 찢어지며 숨겨져 있던 은빛의 갑옷이 드러났다. 쿤츠는 검을 회수함과 동시에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어둠속에서도 빛을 내뿜는 성기사들의 갑옷의 특징이었다.


"성기사가 무슨 용무로 내 뒤를 캐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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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검술선생 쿤츠 16화. (수정) 21.08.23 60 0 11쪽
25 검술선생 쿤츠 15화. 21.08.21 78 2 12쪽
24 검술선생 쿤츠 14화. 21.08.20 73 1 12쪽
23 검술선생 쿤츠 13화. +1 21.08.19 69 2 12쪽
22 검술선생 쿤츠 12화. 21.08.18 76 2 12쪽
21 검술선생 쿤츠 11화. +1 21.08.17 81 5 12쪽
20 검술선생 쿤츠 10화. 21.08.16 85 4 12쪽
19 검술선생 쿤츠 9화. 21.08.14 89 4 11쪽
18 검술선생 쿤츠 8화. +1 21.08.13 101 4 13쪽
17 검술선생 쿤츠 7화. 21.08.12 90 4 14쪽
16 검술선생 쿤츠 6화. +1 21.08.11 97 5 13쪽
15 검술선생 쿤츠 5화. +1 21.08.10 97 5 11쪽
14 검술선생 쿤츠 4화. +1 21.08.09 111 6 12쪽
» 검술선생 쿤츠 3화. +1 21.08.07 115 6 11쪽
12 검술선생 쿤츠 2화. +1 21.08.06 128 7 12쪽
11 검술선생 쿤츠 1화. +1 21.08.05 150 7 12쪽
10 근위대장 쿤츠 10화. +1 21.08.04 133 7 11쪽
9 근위대장 쿤츠 9화. +1 21.08.03 134 6 12쪽
8 근위대장 쿤츠 8화. +1 21.08.02 138 6 11쪽
7 근위대장 쿤츠 7화. +2 21.07.31 138 7 12쪽
6 근위대장 쿤츠 6화. +1 21.07.30 163 7 11쪽
5 근위대장 쿤츠 5화. 21.07.29 160 8 14쪽
4 근위대장 쿤츠 4화. +1 21.07.28 185 10 12쪽
3 근위대장 쿤츠 3화. 21.07.27 197 19 11쪽
2 근위대장 쿤츠 2화. 21.07.26 245 21 11쪽
1 근위대장 쿤츠 1화. 21.07.26 453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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