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희진 님의 서재입니다.

근위대장 쿤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한세진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1
최근연재일 :
2021.08.26 23:54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628
추천수 :
183
글자수 :
149,999

작성
21.08.18 23:52
조회
76
추천
2
글자
12쪽

검술선생 쿤츠 12화.

DUMMY

쿤츠와 일행들은 에반이 이끄는 제국의 친위대들과 합류해 왔던 길을 돌아갔다.


반대쪽 갈림길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붉은 색으로 벽에 새겨진 알 수 없는 고대 문자가 나타났다.


앨리사가 그 문양을 살펴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출입금지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곳에 굳이 들어오고 싶진 않겠는데?"


앨리사의 말에 휴고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음침한 지하도에 이런 불길한 문자까지 적혀 있으니 괜히 꺼림직한데요?"


쿤츠는 그 길을 따라가며 선두에 걷고 있는 아론에게 물었다.


"이봐 아론, 이 문양은 뭘 뜻하는거지?"


"고대 카텔릭에서 사용하던 신의 언어요. 그 문자들을 번역하면 아주 길지만 요약하면 접근하지 마라는 경고지"


아론은 퀭한 눈빛으로 쿤츠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는 교국의 고위 기사답게 뛰어난 정신력으로 억누르고 있었지만 안색이 창백했다.


"그거 간결해서 좋군"


쿤츠는 주변의 동료들을 살폈다. 에반과 친위대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은 동료들을 잃은 심적 부담감과 잦은 전투로 기세가 꺾여 있었다.


이런 광경을 쿤츠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패잔병들에게서.


'다음에도 그 괴물들을 마주친다면 사망자가 많이 나오겠군.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에반과 친위대에게 기대하는것도 무리야'


쿤츠는 교국의 최강이라는 금십자기사들도 로렌과 로이드를 상대로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장면을 봤기에 에반과 친위대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으려고 했다. 파수꾼이 아니면 악마와 의 첫 전투에서 제 기량을 펼치는 건 불가능했다.


'또 다시 놈들과 싸워야 한다면 내가 나서야 한다'


쿤츠는 앞에 걸어가던 휴고를 불렀다. 그는 의아해하며 쿤츠의 곁으로 다가왔다.


"네가 가지고 있는 최후의 기적을 내게 줘"


휴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안돼요. 당신을 희생시키고 도망치는것보다 함께 싸우는게 승산이 더 높습니다. 그리고 앨리사가 당신에게는 절대 주지 말라고 했어요"


그 말에 쿤츠는 왜 자신이 받은 베낭에 최후의기적이 없었는지 깨달았다. 앨리스는 자신에게 처음부터 그 물약을 줄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함께 싸워? 주위를 둘러봐 이미 다들 지쳤다. 너희들은 뛰어난 악마를 사냥하는데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을 진 몰라도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체력과 전투능력이 좋은 금십자기사들은 괴물에게 당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 또 다시 놈들을 만나면 그땐 다 같이 죽는거야 이해했나?"


휴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머뭇거렸다. 그 모습에 쿤츠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여러번 말하게 하지 말고 내놔"


휴고는 한숨을 내쉬더니 품에서 손바닥 만한 유리병을 꺼내 내밀었다. 오스틴이 먹었던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쿤츠가 최후의 기적을 받아 품속에 넣고 있을 때 앞쪽에서 아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쪽에서 바람이 불고 있소!"


앞쪽에 걸어가던 대열의 속도가 빨라졌다. 쿤츠가 속도를 높여 그들을 따라가자 긴 터널이 끝나고 거대한 공터에 진입했다.


공터는 천장과 벽에 박혀 있는 광물들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나하나는 그리 밝지 않았지만 광물들의 숫자가 많아 횃불로 밝히는 것 보다 밝았다.


그때 앨리사의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그보다 저것들은 뭐지?"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는 성인 남성만한 크기의 조각상이 서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며 살펴보자 그건 성기사들이 입고 다니는 갑옷의 모양과 비슷했다.


"성기사들을 조각해 놓은 모양인데? 이거 그쪽들이 입은 갑옷과 비슷한데?"


"아니야 미묘하게 달라 성기사들의 갑옷이 아니다"


앨리사의 질문에 아론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때 주변을 살펴보던 에반이 중얼거렸다.


"이거 어디서 바람이 불어오고는 있는데 워낙 이곳이 넓어서 정확한 방향을 찾기가 힘드네요. 이렇게 넓은 곳에서 적이라도 나타난다면 대응도 못하고 포위당하겠는데요?"


에반의 말이 끝나는것과 동시에 거대한 진동이 일어났다. 동굴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벽 쪽에서 돌무더기들이 떨어지며 먼지폭풍을 일으켜 일행들 모두 코와 입을 가리며 기침하기 시작했다.


숨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던 쿤츠의 시야에 뭔가가 움직이는게 보였다. 그 순간 벽에 가장 가까이 있던 휴고가 비명을 지르며 일행들에게 뛰어왔다.


"이, 이것들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야! 움직인다고! 다들 조심해요! "


휴고의 외침에 사방에 퍼져있던 일행들이 쿤츠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쿤츠는 에반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이자식은 꼭 이런 상황에 헛소리를 해서!"


에반은 쿤츠와 눈이 마주치자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대장!"


사방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괴물들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벽에 붙어 흙과 먼지로 뒤덮여 있을 땐 잘 몰랐지만 놈들은 조각이 아니었다.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었다.


쿤츠가 대충 그 숫자를 세어보니 스물이 넘었다.


사방이 확 트여있는 공간이기에 놈들이 달려들면 어둠속에서 난전이 일어날게 분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간신히 움직이고 있는 일행들은 제 몫을 다하기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갑옷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니 기사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군'


그때 에반이 데려온 친위대 중 하나가 한 곳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쪽에 문이 있었소! 저기로 이동해야겠소!"


쿤츠가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은은한 불빛에 반사되는 철문이 보였다. 아무도 그 말에 토를 달지 않고 곧장 달려갔다.


다행히 놈들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느렸다.


쿤츠와 일행들이 그곳에 도착해 문을 살펴보자 그곳에는 조금 전까지 그들이 걸어왔던 통로보다 반쯤 더 좁은 길이 보였다.


"이 안쪽에 저런것들이 튀어나온다면 우리 다 죽는거야!"


"그럼 다른 대안이 있어? 어서 들어가 휴고!"


쿤츠는 힐끔 뒤를 돌아봤다. 붉은 눈동자가 모두 이곳을 바라보고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쿤츠는 품속에 유리병을 만지며 마지막으로 문 안쪽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쿤츠는 문 안쪽에 들어서자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이곳에서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는 했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좁아지고 더 어두워졌다. 이곳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반응하지도 못하고 몰살 당할 확률이 높았다.


"서둘러야 해!"


모두 지친 몸을 이끌고 어둡고 좁은 통로로 달아나다보니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어느새 쿤츠에게 놈들의 인기척이 가까이서 느껴졌다.


'어쩌면 지금이 놈들의 발을 붙잡기 가장 좋은 장소일 수 있다'


그때 앞에서 가던 앨리사가 소리쳤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야!"


쿤츠는 그 말을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 검을 뽑아들었다. 어둠속에서 놈들의 발걸음소리와 함께 철컥 철컥 쇳소리가 들려왔다.


그 모습에 쿤츠의 등 뒤에서 에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무슨짓입니까 어서 오세요!"


"에반! 꼭 살아서 제국으로 넘어가라! 이건 처음부터 내 개인적인 일이였어. 휴고 최후의기적을 써서라도 시간을 끌 테니까 날 도울 생각은 마라!"


어둠속에서 놈들의 붉은 눈동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놈들도 쿤츠를 발견했는지 좌우의 벽을 긁으며 달려들었다.


다행히 통로가 좁은 탓에 놈들도 자신들처럼 일렬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휴고 이 개자식아! 설마 그걸 준거야? 너, 너...... 시간만 조금 끌다 와야 해! 계단이 가파르니까 금방 따라올 수 있을거야! 너 여기서 그걸 처먹고 죽어버리면 가만 안둬!"


"대장! 저라도 남겠습니다"


"명령이야 어서 가! 개죽음 만들지 말고!"


쿤츠는 어느새 자신의 앞에 도착한 기사를 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사선베기를 검을 세워 받아냈다.


그 순간 검을 쥔 양 손에서 저릿한 충격이 느껴지더니 쿤츠의 몸이 뒤로 밀려나갔다. ​


"최악이군"


조금 전 상대했던 죽은 파수꾼들 수준이 아니었다. 놈들은 하나 같이 로렌과 로이드처럼 악마의 힘을 부여받은 괴물들이었다.


이런 놈을 한 둘도 아니고 스무 명이나 되는 걸 혼자 상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쿤츠는 멀어지고 있는 일행들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이를 악 물었다. 여기서 시간을 끌고 살아나간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래도 몸이 버텨주는 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와라 이 개자식들아"


*


에반은 쿤츠의 명령을 무시하고 그를 돕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사방에서 그의 몸을 붙잡고 제지했다.


앨리사가 에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자, 죽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돌아올거야. 자존심 상하지만 저 자식이 여기서 젤 강하니까"


"그럴 수 없소!"


"쿤츠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지 말고 따라와 어서!"


에반은 그녀의 비통한 표정을 보고 검을 뽑으려던 손을 내려놓으며 등을 돌렸다. 선두에 있던 아론이 일행들을 격려하며 앞으로 달려갔다.


계단은 가파르게 지상을 향해 만들어져 있었다. 에반은 점차 멀어지는 쿤츠의 인기척에 이를 악물고 계단을 올라갔다.


"죽은 걸 확인하지 않는 이상 슬퍼하지 마 반드시 돌아올테니까"


"대장이 이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는 건 여기 그 누구보다 내가 알고 있소"


에반과 일행들이 계단의 끝으로 올라가자 또 다시 좁은 공터가 나왔다. 사방에 알 수 없는 그림들이 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 면에 한 줄기의 달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에반과 일행들이 달려가자 그곳에는 지상으로 향하는 나무판자를 엮은 사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서둘러! 바로 위가 지상이야!"


앨리사의 말에 아론과 금십자 기사들이 먼저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에반이 데려온 친위대 기사들이 뒤따라 사다리를 올라갔다.


"휴고 서둘러 올라가! 그리고 당신! 당신이 휴고 다음에 올라가"


에반은 앨리사를 노려봤으나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휴고의 뒤를 따라 사다리를 올랐다.


그때였다.


계단 아래에서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이 아직 싸우고 있소!"


거친 호흡소리와 함께 충격음이 연달아 계단을 타고 울려왔다.


에반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시선을 계단에서 떼지 못했다.


'제발! 돌아오셔야 합니다. 아직 대장과 하지 못한 말이 많습니다'


에반은 정식 근위기사가 된 후 은퇴한 쿤츠의 행방을 조사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돈을 썼지만 알아내지 못했다. 쿤츠는 마치 제국에서 사라진 듯 했다.


제국의 시골 마을 어디에서라도 살아만 있다면 찾아낼 수 있을만큼 많은 사람을 풀었지만 그 어떤 소식과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에반은 쿤츠의 생사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황제의 궁전 경비를 서다 지나가던 황제가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에반에게 말했다. 전 근위대장을 찾고 있다는 걸 들었다고, 그는 이곳이 아닌 교국에 작은 마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황제는 호탕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답장을 그런식으로 한다면 이 정도 장난은 놈도 이해해주겠지?'


그리고 황제는 에반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교국에 심어 둔 정보부에 인력난이 심해 개인적으로 심부름을 보낼 기사를 찾고 있었다. 네가 가겠느냐?'


에반은 그 말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나는 날 자신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 쿤츠에게 원망의 말을 쏟아 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교국에서 다시 만난 쿤츠의 모습은 조급해 보였고 분노와 괴로움에 지친 모습이었다. 그래서 에반은 화를 내는 일을 미뤘다. 자신을 두고 간 이유를 묻는 걸 미뤘다. 재회의 회포를 미뤘다.


또 다시 충격음이 울렸다. 이번엔 동굴이 무너질 듯한 큰 충격음이었다.


그리고 계단에서 흰 연기가 올라왔다.


동굴에 퍼져나가던 연기는 쏟아지는 달빛을 받아 더 반짝였다.


그때 에반의 밑에서 올라오던 앨리사가 그 연기를 보더니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흐느꼈다.


"아, 아....이...개자식 약속 했으면서 돌아온다고 약속했으면서......"


에반은 영문도 모른채 그녀를 따라 눈물을 흘렸다.


'대장에게 원망을 받더라도 함께 남아 싸웠어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근위대장 쿤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검술선생 쿤츠 최종화. 21.08.26 70 0 11쪽
27 검술선생 쿤츠 17화. 21.08.24 64 0 12쪽
26 검술선생 쿤츠 16화. (수정) 21.08.23 61 0 11쪽
25 검술선생 쿤츠 15화. 21.08.21 78 2 12쪽
24 검술선생 쿤츠 14화. 21.08.20 74 1 12쪽
23 검술선생 쿤츠 13화. +1 21.08.19 72 2 12쪽
» 검술선생 쿤츠 12화. 21.08.18 77 2 12쪽
21 검술선생 쿤츠 11화. +1 21.08.17 83 5 12쪽
20 검술선생 쿤츠 10화. 21.08.16 89 4 12쪽
19 검술선생 쿤츠 9화. 21.08.14 90 4 11쪽
18 검술선생 쿤츠 8화. +1 21.08.13 104 4 13쪽
17 검술선생 쿤츠 7화. 21.08.12 91 4 14쪽
16 검술선생 쿤츠 6화. +1 21.08.11 99 5 13쪽
15 검술선생 쿤츠 5화. +1 21.08.10 99 5 11쪽
14 검술선생 쿤츠 4화. +1 21.08.09 114 6 12쪽
13 검술선생 쿤츠 3화. +1 21.08.07 115 6 11쪽
12 검술선생 쿤츠 2화. +1 21.08.06 128 7 12쪽
11 검술선생 쿤츠 1화. +1 21.08.05 151 7 12쪽
10 근위대장 쿤츠 10화. +1 21.08.04 134 7 11쪽
9 근위대장 쿤츠 9화. +1 21.08.03 134 6 12쪽
8 근위대장 쿤츠 8화. +1 21.08.02 139 6 11쪽
7 근위대장 쿤츠 7화. +2 21.07.31 139 7 12쪽
6 근위대장 쿤츠 6화. +1 21.07.30 165 7 11쪽
5 근위대장 쿤츠 5화. 21.07.29 161 8 14쪽
4 근위대장 쿤츠 4화. +1 21.07.28 189 10 12쪽
3 근위대장 쿤츠 3화. 21.07.27 202 19 11쪽
2 근위대장 쿤츠 2화. 21.07.26 247 21 11쪽
1 근위대장 쿤츠 1화. 21.07.26 458 2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