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희진 님의 서재입니다.

근위대장 쿤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한세진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1
최근연재일 :
2021.08.26 23:54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622
추천수 :
183
글자수 :
149,999

작성
21.08.04 07:00
조회
133
추천
7
글자
11쪽

근위대장 쿤츠 10화.

DUMMY

쿤츠가 에반을 벽에 기대놓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려갈 수가 없다는게 정말 아쉽군"


쿤츠는 에반의 회복을 기다릴 시간도, 에반의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에 움직였다.


자신이 만든 피 웅덩이를 밟고, 시녀들의 시체 사이를 걸어다녔다. 이들의 죽음에 어떻게 책임을 져야할까? 아니 내가 책임을 질 수나 있나?


쿤츠는 뒤 돌아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지만 세 걸음도 가지 못해 하늘이 빙글빙글 돌았다.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피 비린내가 점차 옅어지며 눈을 감았다.


*


쿤츠는 기괴한 소리에 눈을 떴다. 그 소리가 동물의 울음소리인지, 여자의 비명소리인지 고민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죽을만큼 위험한 독은 아니였나보군.”


쿤츠는 복잡한 시선으로 에반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꼭 다시 돌아와서 데려가마”


쿤츠는 천천히 걸음을 나아갔다. 내려왔던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은 죄책감 따위에 잠겨 있을 때가 아니야


마지막 계단을 딛고 지하 1층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고치가 푸른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움직임은 쿤츠가 다가가자 거대한 진동으로 변했다.


쿤츠는 목걸이를 힐끔 내려다보고 나서야 불이 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젠장! 어쩐지 몸이 개운하더라니 얼마나 쓰러져 있었던거야”


쿤츠가 다급하게 품 속으로 손을 집어넣을 때, 고치를 찢고 거대한 기둥이 튀어나왔다.


쿤츠는 놀란 나머지 방패를 내밀고 뒷걸음질 쳤다.


기괴한 목소리가 쿤츠를 짓누르듯 울려퍼졌다.


“늦었다”


거대한 기둥이 찢어발긴 틈 사이로 거대한 맹수의 두 팔이 고치를 찢어발기고 몸을 일으켰다. 놈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양 팔은 늑대의 손톱처럼 날카로웠고 등 뒤에서는 쿤츠가 기둥이라고 착각할만큼 거대한 거미 다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괴물은 쿤츠의 두 배쯤 되는 높이에서 내려다보며 다가왔다.


“하 씨발 아직 해독이 된 게 아니였나?”


쿤츠는 비현실적인 괴물의 모습에 환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개를 흔들다가 머리 위해서 떨어지는 기척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어올렸다.


천둥이 내려치는 굉음과 함께 충격으로 쿤츠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바닥에 뒹굴다가 기둥에 등을 부딪히고 나서야 방패를 든 팔에서 끔찍한 고통이 몰려왔다.


쿤츠는 고통으로 덜덜 떨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켰지만, 뒤이어 날아온 꼬리를 피하고자 다시금 몸을 던져 바닥을 굴렀다.


괴물의 각진 꼬리가 쿤츠가 서 있던 바닥을 긁고 지나가자 부서진 파편들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쿤츠는 그 모습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순간을 위해 체이스가 희생하고 내 손으로 죄 없는 사람들까지 죽이고 왔는데, 저런 괴물이랑 싸워야한다니 너무 억울한데! 그냥 죽으라는거랑 뭐가 달라!”


쿤츠는 또 다시 쏜살같이 날아오는 공격을 반격을 위해 한 걸음 물러나서 회피했다. 바닥이 진동하고 꼬리를 회수하는 찰나의 순간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쿤츠가 평생을 갈고 닦은 최강의 기술이었다.


왼발을 축으로 허리를 비틀며 아래에서 대각선으로 올려 쳤다.


어릴 적 바위를 베어보겠다고 있는 힘껏 바위를 내려쳐 손목이 부러졌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이 온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쿤츠는 눈 앞에서 산산조각 나 흩뿌려지는 검조각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검 손잡이를 놓쳤다.


쿤츠는 잠깐 멍하게 서 있다가 놈의 꼬리가 눈 앞에 다가와서야 간신히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젠장, 늦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 알았다면 괜한 사람들만 희생시켰군’


쿤츠가 자포자기한것과는 달리 몸은 본능에 따라 공격을 피하기 위해 움직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괴물의 공격은 쿤츠가 바닥을 구르고 나서야 바닥을 부수며 자나갔다. 하지만 다른 꼬리가 날아와 쿤츠의 몸을 휘감더니 어디론가 끌고 갔다.


숨을 들이키기도 힘들만큼 압박이 심했지만 쿤츠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자비를 베풀 때 말을 들었어야지”


듣기 싫은 철판을 긁는 기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쿤츠의 눈 앞으로 점차 괴물의 얼굴이 다가오더니 입을 쩍 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맹수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톱니바퀴처럼 촘촘히 박혀 있었다.


끔찍한 악취와 함께 피처럼 붉은 혓바닥이 기어나와 쿤츠의 얼굴 근처에서 맴돌았다.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공포심은 어느덧 쿤츠를 집어삼켰다. 쿤츠는 공포심에 대항하기를 포기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날 따른다면 널 살려주고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겠다. 인간들의 지배자가 되고 싶으면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며, 지금보다 더 강한 힘을 원한다면 널 최강의 기사로 만들어주겠다.”


쿤츠는 그 말에서 공포심을 이기고 의문이 생겨났다.


전투중에 느꼈던 의아함이 의문을 만들어냈다.


굳이 왜 이렇게 공을 들여서 날 설득하려고 하는거지? 방금 전 왜 공격을 멈춘걸까?


의식도 끝난 마당에 인간 따위를 설득해서 부하로 만들어서 뭘 하려고 그러는거지?


설마 시간을 끌기 위해선가?


쿤츠는 순간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던 공격들은 자신이 잘 피해서가 아니였다.


몸에 남아있는 독은 해독되지 않았고, 피로와 많은 전투로 인해 근육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런 몸으로 저런 공격들을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고 피할수가 있을까?


만약 내 생각이 틀렸다면 난 어떻게 되는거지?


‘어떻게 되긴 어짜피 이러나 저러나 죽는거야 병신아’


“헛소리 하지말고 사지를 찢어서 죽이든 그 입에 쳐 넣어서 죽이든 마음대로 해라.”


쿤츠는 애써 태연하게 말했지만 심장이 뛰는 소리가 놈에게 들릴까 걱정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묻.......”


괴물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쿤츠는 확신이 들었다.


“이것도 환각이구나! 이 개자식아!”


순간 눈 앞에 거대하고 기괴한 모습의 괴물이 눈 녹듯이 녹아내려갔다.


쿤츠는 또 다시 암흑에 빠져 의식이 흐려졌다.


*


쿤츠가 환각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리자 눈 앞에 고치에서 머리만 드러낸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쿤츠는 본능적으로 의식의 곧 끝나가는 걸 느꼈다.


쿤츠가 천천히 다가가자 괴물이 소리쳤다.


“이 지긋지긋한 놈! 자, 잠깐 멈춰라! 날 죽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봤나?”


조금 전과 같은 기괴한 목소리였지만 쿤츠에게 더 이상 기괴하게 들리지 않았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나, 날 죽이면 내가 공주의 권력과 재물로 살려주던 힘없고 가난한 인간들의 인생은 어쩔 생각이지? 내가 인간이 아니기에 재물을 탐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야, 날 살려다오”


쿤츠가 괴물의 앞까지 걸어갔다. 고치 안에 잠겨 있는 괴물을 내려보자 불쾌한 향기가 났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 난 인간들의 구세주나 동화 속 용사님이 아니야. 그딴 걸 왜 내가 알아야하지?”


“그렇다면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날 죽일려고 하는거지? 다른 인간들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그냥 모른 척 내가 건네는 호의를 받고 물러나면 되는게 아닌가?”


쿤츠는 품 속에 손을 집어 넣으며 말했다.


“물론 그러면 되겠지. 황제의 명령도 내 목숨을 걸게 만들 순 없으니까 하지만 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 건드렸다”


“네, 네 동료를 말하는 건가?”


쿤츠는 순간 에반의 마지막이 떠올라 이를 악물었다.


“내 자존심. 넌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 이 개자식아”


쿤츠는 체이스가 준 족쇄를 놈의 목에 걸었다. 그 순간 괴물은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힘 없이 축 늘어졌다.


곧이어 한바탕 불쾌한 열풍이 불어닥쳤다. 역한 냄새와 뜨거운 바람이 지하실을 덮쳤고 간신히 주변을 밝히던 횃불을 삼켰다.


어둠속에서 쿤츠는 괴물을 감싸고 있던 하얀 고치가 녹아내리는걸 봤다.


“아 끝이났군. 정말 끝이났어.”


쿤츠가 족쇄를 당기자 비쩍 말른 시체같은 괴물은 질질 끌려왔다.


쿤츠는 체이스가 떠올랐다. 과연 그가 살아 있을까?


그때 지하실의 입구가 열리며 무장한 사내가 내려왔다.


쿤츠는 놀란 나머지 그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눈살을 찌푸렸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빛이 방해했다.


“아, 아 공주······ 내가 부족해서 결국 실패했구려.”


백작의 목소리였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그의 모습은 쿤츠가 가까이서 보지 않아도 그의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는 걸 알려줬다.


“체이스는 어떻게 했지?”


백작은 심할 정도로 기침을 하면서도 허리를 꼿꼿히 편 채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오며 말했다.


“아주 훌륭한 사내였지만 안타깝게 되었소.”


그때 정신을 차린 괴물이 이자벨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아아 백작님! 오지마세요! 이미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당신이라도 살아남아야해요”


“그럴 순 없소 공주. 내가 약속했던대로 내 숨이 끊어지는 건 당신 옆에서라는 약속 기억하시오? 지금 상황에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하오.”


쿤츠는 천천히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괴물은 족쇄를 붙잡아 흔들며 소리쳤다.


“제, 제발 백작은 살려주세요.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가 가진 능력으로 당신을 돕겠어요 기사님 제발......”


“좋아”


“네?”


당황한 듯 되묻는 괴물을 지나쳐 쿤츠는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살려주겠다고 했다. 다만 날 이길 경우에.”


그제서야 자신을 농락한다는 걸 깨달은 괴물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내가 남은 모든 힘으로 널 저주하겠다.”


쿤츠는 그제서야 진심으로 기쁜 얼굴로 돌아보며 말했다.


“그거 좋지. 나도 날 용서하고 편하게 살아 갈 생각은 없으니까.”


백작이 걸어 내려온 자리에는 피가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굳이 쿤츠가 검을 쓰지 않아도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만큼 치명상이였다.


“당신에게도 볼 일이 남았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변명하며 구걸하지 않겠다”


백작은 검을 들었다.


쿤츠는 백작이 휘두르는 검을 가볍게 피하고 검을 휘둘렀다.


피를 뿌리며 백작의 검을 쥔 팔이 날아갔다.


백작은 비명을 삼키며 비틀거렸다. 쿤츠는 이어 다른 팔도 잘라냈다.


백작의 두 팔이 나뒹굴며 주저 앉았다. 쏟아지는 피분수와 백작은 쇼크를 일으켜 몸을 떨었다.


백작은 두 다리만으로 엉금엉금 기어 쿤츠를 향해 다가왔다. 아니 쿤츠가 붙잡고 있는 괴물을 향해 다가왔다.


“하, 한번만 더 안아보고 싶소 공주...... 누, 눈이 더 멀기 전에.”


괴물은 애원하며 말했다.


“기,기사님 한 번만 그에게 절 데려다주세요 그렇게......”


쿤츠가 돌발적으로 던진 검이 그녀의 말을 막았다.


괴물은 쿤츠가 던진 검이 백작의 눈을 관통한 모습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백작은 그대로 사망했는지 축 늘어졌다.


더 이상 어떤 울부짖음도 없고 미동도 없었다.


쿤츠도 그 모습을 보며 말을 꺼내지 않았다. 족쇄를 끌어당겨 괴물을 이끌고 백작이 피로 적셔 놓은 길을 거꾸로 걸어갔다.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 때 마다 수 많은 상념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이윽고 계단을 다 올라가 문을 열자 검은 먹구름이 개여가는 하늘이 보였다.


비가 그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근위대장 쿤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검술선생 쿤츠 최종화. 21.08.26 70 0 11쪽
27 검술선생 쿤츠 17화. 21.08.24 64 0 12쪽
26 검술선생 쿤츠 16화. (수정) 21.08.23 61 0 11쪽
25 검술선생 쿤츠 15화. 21.08.21 78 2 12쪽
24 검술선생 쿤츠 14화. 21.08.20 74 1 12쪽
23 검술선생 쿤츠 13화. +1 21.08.19 71 2 12쪽
22 검술선생 쿤츠 12화. 21.08.18 76 2 12쪽
21 검술선생 쿤츠 11화. +1 21.08.17 83 5 12쪽
20 검술선생 쿤츠 10화. 21.08.16 88 4 12쪽
19 검술선생 쿤츠 9화. 21.08.14 90 4 11쪽
18 검술선생 쿤츠 8화. +1 21.08.13 104 4 13쪽
17 검술선생 쿤츠 7화. 21.08.12 90 4 14쪽
16 검술선생 쿤츠 6화. +1 21.08.11 99 5 13쪽
15 검술선생 쿤츠 5화. +1 21.08.10 99 5 11쪽
14 검술선생 쿤츠 4화. +1 21.08.09 114 6 12쪽
13 검술선생 쿤츠 3화. +1 21.08.07 115 6 11쪽
12 검술선생 쿤츠 2화. +1 21.08.06 128 7 12쪽
11 검술선생 쿤츠 1화. +1 21.08.05 151 7 12쪽
» 근위대장 쿤츠 10화. +1 21.08.04 134 7 11쪽
9 근위대장 쿤츠 9화. +1 21.08.03 134 6 12쪽
8 근위대장 쿤츠 8화. +1 21.08.02 139 6 11쪽
7 근위대장 쿤츠 7화. +2 21.07.31 139 7 12쪽
6 근위대장 쿤츠 6화. +1 21.07.30 165 7 11쪽
5 근위대장 쿤츠 5화. 21.07.29 161 8 14쪽
4 근위대장 쿤츠 4화. +1 21.07.28 189 10 12쪽
3 근위대장 쿤츠 3화. 21.07.27 200 19 11쪽
2 근위대장 쿤츠 2화. 21.07.26 247 21 11쪽
1 근위대장 쿤츠 1화. 21.07.26 458 2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