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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진 님의 서재입니다.

근위대장 쿤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한세진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1
최근연재일 :
2021.08.26 23:54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629
추천수 :
183
글자수 :
149,999

작성
21.08.09 20:41
조회
114
추천
6
글자
12쪽

검술선생 쿤츠 4화.

DUMMY

“아 이거 오해가 생기겠군”


성기사는 한 걸음 물러나더니 로브에 달린 후드를 벗으며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당혹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금십자 기사단의 아론이오. 난 당신과 대화를 하기 위해 따라온거요”


쿤츠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더욱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검을 들이밀었다.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당신은 지금 너무 예민해보이는군. 천천히 천천히 물어보시오 내가 말하는 모든 걸 증명할 수 있으니까”


“좋아. 금십자 기사단이라는 걸 증명 할 수 있나?”


아론은 로브에 가려져 있는 갑옷의 문양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붉은색이 섞인 황금빛의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쿤츠가 알고 있는 금십자기사단의 문양과 일치했다.


“금십자 기사단이 왜 나를 미행한거지?”


“나는 당신을 미행한 게 아니요. 은십자 기사단에서 비공식적인 행동을 하는 몇몇의 기사들을 기사단의 명령에 의해 미행하고 있었소. 그러다 피렌트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되었고 그곳에서 당신과 은십자 기사들의 결투를 봤소 정말 대단하더군. 나는 엄밀히 말해서 당신을 따라온 게 아니라 단지 그 마을의 생존자를 따라온 거요”


쿤츠는 아론의 말에서 의아함을 느꼈다.


“같은 성기사들끼리 미행을 한다니 그 이유가 뭐지?”


아론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이유는 내부의 사정이라 말할 수 없소. 다만 명령이 아니였다면 그 끔찍한 악행을 저지른 놈들을 가만두지 않았을거라는거요”


“그럼 날 쫒아 온 이유는 뭐냐? 놈들의 뒤를 쫒았어야지”


쿤츠는 날이 선 어투로 말했다.


“단신으로 은십자기사 넷을 처리하는 실력자이며, 놈들에게 원한이 남아있는 당신에게 한 가지 선물을 주고 싶어서 왔소”


“선물?”


아론은 검을 집어넣고 천천히 품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쿤츠에게 내밀었다.


쿤츠가 검을 겨눈 상태로 아론이 건네는 종이를 받아 살펴보니 그곳에는 일곱 개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그 중 네개의 이름 옆에는 붉은색으로 x 표시가 되어 있었다.


쿤츠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원하던 정보임을 깨달았다. 원하던 타이밍에 원하는 것을 주는 낯선 자가 더욱 더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 정보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지?”


“글쎄? 이유를 묻는다면 그냥 감이오. 솔직히 나는 놈들을 처분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니 당신에게 준 거요. 내 말이 의심스러우면 그 종이를 폐기하시오. 나야 밑져야 본 전이니 굳이 당신을 설득할 필요도 그럴 시간도 없소”


쿤츠는 종이를 품에 집어 넣었다. 아론은 그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내 감이 틀리지 않았군. 그보다 당신의 정체가 뭐요? 절대 내 밑은 아닌 거 같소만?”


쿤츠는 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피에튼의 검술선생이다. 그보다 놈들은 어디에 있지?”


아론은 당황한 듯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검술선생의 실력 한 번 살벌하군, 놈들은 지금 도시 제르트에 있소 원한다면 놈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줄 수도 있소만?”


“필요없다”


쿤츠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등을 돌려 걸어갔다. 등 뒤에서 아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복수를 성공하기를 카텔릭의 이름으로 기도하겠소. 우린 또 보게 될거요”


성기사들과 놈들이 믿고 있는 카텔릭에 치를 떨고 있던 쿤츠는 그 말을 듣고 등을 돌렸으나 아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신의 이름으로? 웃기고 있군. 신이 정말 있다면 죄 없는 사제와 마을 사람들을 그렇게 죽게 만들지는 않았겠지’


쿤츠는 곧장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


도시 제르트는 교국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이자 공식적으로 은십자기사단이 보호하고 있는 거대한 성당이 있었다. 종교적인 중요한 성당이라고 유명했지만 이교도이자 타국에서 생활했던 쿤츠에게는 흥미없는 이야기 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런 배경이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도시 어디서든 종교적인 물건과 사제들을 볼 수 있었다.


쿤츠는 제르트에 도착하자마자 정보상인을 찾아갔다. 카텔릭의 성기사단이 주둔해 있는 도시였지만 역시 어느 도시에 가던 정보를 거래하는 놈들은 유흥과 밀접한 음습한 곳에 있었다.


제르트의 경우에는 델로핀과 다르게 종교적인 성향을 띄고 있어서 그런지 뒷골목이라고 해도 그렇게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다.


쿤츠는 놈들이 요구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우선 정보길드의 위치를 찾는데 하루, 정보길드에서 놈들의 정보를 요구하고 또 다시 삼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나흘이 지난 오늘 쿤츠는 한 곳의 빈 건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제르트의 허름한 거주지에 도착한 쿤츠는 미리 전달받은 한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에는 허름한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는데 쿤츠는 테이블에 앉아 정보길드원을 기다렸다.


쿤츠가 앉은 지 오래되지 않아 턱수염을 기른 중년의 길드원이 건물로 들어와 쿤츠의 테이블에 걸어와 앉았다.


“저는 정보길드 소속 페르 입니다. 어떤 정보를 요청 하셨는지요?”


정보길드는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길드원간의 교류를 최소한으로 했다. 눈 앞에 앉아 있는 페르는 단순한 심부름꾼일 확률이 높았다.


제국의 정보상인들도 대부분 이런 방법을 썼다.


쿤츠는 다시 한 번 자신이 품 속에서 종이를 꺼내 내밀며 말했다.


“여기에 적혀 있는 성기사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오. 직위와 거처 그리고 체형과 외모까지”


페르는 성기사라는 말에 의아한 듯 되물었다.


“혹시 성기사들을 암살이라도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정보길드에서 돈을 쓰려면 그런것까지 말해줘야하나?”


그는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하며 쿤츠가 내민 종이를 받아들며 말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정보군요 아주 좋은 거래가 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페르는 건물의 안쪽 방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쿤츠가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해 안으로 들어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을때가 되서야 그는 문을 열고 나오며 말했다.


“정보는 외우기 쉽게 이곳에 적었습니다. 나가실 땐 종이를 태우고 나가셔야 합니다”


쿤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받아들었다.


그곳에는 세 명의 이름옆에 직위와 놈들의 거처가 적혀 있었다. 쿤츠는 생각보다 더 상세한 놈들의 정보에 감탄하며 정보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세 놈을 한 번에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건 시간과의 승부야. 자칫하면 빠져나가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때 쿤츠의 눈에 한 줄의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로이드는 최근 술에 빠져 라드 술집에 자주 모습을 보인다’


쿤츠는 첫 번째 목표물을 결정했다.


쿤츠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두막을 빠져나왔다.


‘기다려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거다 로이드’



*


교단의 고위 성기사이자 은십자기사단원인 로이드는 최근 술에 빠져 살았다. 평소였다면 그의 일탈을 부단장 다니엘이 용서하지 않았겠지만 지금 그는 이곳에 없었다.


오늘도 로이드는 기사단의 호출을 무시하고 단골가게인 라드에서 대낮부터 술을 퍼마셨다.


“이, 이보시오 너무 취한 것 같은데 이만 들어가보는게 어떻겠소. 보는 눈이 많소”


로이드는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던 주인장의 걱정도 귀찮기만 했다.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술집의 문을 박차고 시가지로 나왔다. 나무가 빙글빙글 돌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죄인 보듯이 내려다보는게 아니꼽구나! 너도 내가 우스우냐?”


그는 홧김에 검을 뽑으려 허리춤을 더듬었지만 익숙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았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내려다보자 허리춤에 검은 커녕 벨트도 없었다.


문뜩 자신이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검을 놔두고 다녔다는 걸 떠올렸다. 자신이 휘두른 검에 죽어가던 사람들의 원통한 눈빛이 잊혀지질 않았다. 무고한 신도들을 죽였다. 더러운 죄인. 범죄자. 아니 비겁한 자식!


분명 잘못된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런 작은 시골마을에, 아 아니 시골마을은 그것도 어떤 이단의 징조도 보이지 않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작고 평화로운 마을······


“작은 마을······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었지 우리가 피바다로 만들기 전까지”


로이드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유흥가를 벗어나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술기운이 달아나자 오늘 해야했던 현실적인 일이 떠올랐다.


은퇴한 다니엘 부단장을 대신해 새롭게 부단장에 오른 로렌. 오늘은 로렌의 임명식이 있는 날이었다.


“그 개자식이 내가 오지 않았다고 날 들들 볶겠군. 더러운 개자식, 어떻게 그런일을 하고 아무렇지 않을수가 있지?”


아니 오히려 놈은 아무렇지 않은 걸 떠나 자신이 했던 행동이 사라진 이단심판이라고 생각했다. 그날의 임무를 완수한 자신이 선택받은 소수의 성기사라며 좋아했다. 아니 자랑스럽게 여겼다.


로이드는 자신만큼 놈을 증오했다. 역겨워했다. 혐오했다.


로이드는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이어지는 온갖 상념들과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인지하지도 못했다. 계속해서 침대와 바닥 그리고 의자에 머리를 처박고 울음을 토해냈다. 화를 냈다. 후회했다.


“아, 안되겠어 술을 더 마셔야겠다”


몸을 일으키기위해 머리를 들자 지금까지 눈치재지 못했던 낯선 사내가 어둠속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가 든 검이 어둠속에서 번뜩였다.


로이드는 본능적으로 침대 옆을 굴렀다.


콰직!


어둠속에서도 반짝이는 칼날이 그가 앉아 있던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그 모습에 로이드의 술기운이 달아났다.


놈이었다! 자신의 동료들을 살해했던 피에트에 있던 의문의 기사! 시체를 수습하며 얼마나 놀랐던가!


작전을 완수하고 제르트에 돌아와서 사망한 기사단원 넷의 죽음을 수습 하느라 애를 먹었다. 죽은 동료들의 시체를 조사한 결과 단 한 명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걸 알아냈고 그렇게 뛰어난 기사가 작은 시골 마을에 있었다는 사실에 그가 이교도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금에와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로이드는 웃음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흐흐흐흣! 그, 그래 복수,를 하로 올 줄 알았다”


로이드는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검을 놔둔 곳으로 뛰어갔다.



*


쿤츠는 로이드를 찾기 위해 라드의 이름을 가진 술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허름한 튜닉을 입은 채 술 찌는내를 풍기고 있는 놈을 발견했다.


놈은 혼자 중얼거리기도, 화를 내기도 했고, 울기도 했다.


쿤츠는 그런 무방비한 놈의 모습에 허탈했다. 명단에 적혀있는 놈들을 만나는 순간 잔인하게 죽여버릴 생각이었는데 놈은 그럴 가치도 없었다. 오히려 지금 놈의 목에 칼을 꽂으면 놈이 원하는대로 죽여주는 꼴 같았다.


쿤츠가 한참을 그의 앞에 서서 노려보고 있으니 술집의 주인이 다가와 눈치를 살피며 놈을 깨웠다. 놈은 바로 앞에 있는 자신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비틀비틀 걸으며 도시로 걸어갔다.


그 뒤를 따라가며 쿤츠는 많은 상념에 빠졌다. 이 놈은 죄책감에 고통받고 있었다. 이 상태로 놔두는게 좋지 않을까? 굳이 내 손에 피를 묻혀 놈을 죽여 주는게 놈한테 이득이 아닐까?


그때 쿤츠의 눈앞에 죽어가던 사제의 얼굴이 떠올랐다.


쿤츠는 검을 움켜쥐고 다급히 방을 빠져나가는 놈의 뒤를 따라갔다.


“도망가라, 발버둥쳐라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쿤츠는 천천히 놈의 뒤를 쫒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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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검술선생 쿤츠 최종화. 21.08.26 70 0 11쪽
27 검술선생 쿤츠 17화. 21.08.24 64 0 12쪽
26 검술선생 쿤츠 16화. (수정) 21.08.23 61 0 11쪽
25 검술선생 쿤츠 15화. 21.08.21 78 2 12쪽
24 검술선생 쿤츠 14화. 21.08.20 74 1 12쪽
23 검술선생 쿤츠 13화. +1 21.08.19 72 2 12쪽
22 검술선생 쿤츠 12화. 21.08.18 77 2 12쪽
21 검술선생 쿤츠 11화. +1 21.08.17 83 5 12쪽
20 검술선생 쿤츠 10화. 21.08.16 89 4 12쪽
19 검술선생 쿤츠 9화. 21.08.14 90 4 11쪽
18 검술선생 쿤츠 8화. +1 21.08.13 104 4 13쪽
17 검술선생 쿤츠 7화. 21.08.12 91 4 14쪽
16 검술선생 쿤츠 6화. +1 21.08.11 99 5 13쪽
15 검술선생 쿤츠 5화. +1 21.08.10 99 5 11쪽
» 검술선생 쿤츠 4화. +1 21.08.09 115 6 12쪽
13 검술선생 쿤츠 3화. +1 21.08.07 115 6 11쪽
12 검술선생 쿤츠 2화. +1 21.08.06 128 7 12쪽
11 검술선생 쿤츠 1화. +1 21.08.05 151 7 12쪽
10 근위대장 쿤츠 10화. +1 21.08.04 134 7 11쪽
9 근위대장 쿤츠 9화. +1 21.08.03 134 6 12쪽
8 근위대장 쿤츠 8화. +1 21.08.02 139 6 11쪽
7 근위대장 쿤츠 7화. +2 21.07.31 139 7 12쪽
6 근위대장 쿤츠 6화. +1 21.07.30 165 7 11쪽
5 근위대장 쿤츠 5화. 21.07.29 161 8 14쪽
4 근위대장 쿤츠 4화. +1 21.07.28 189 10 12쪽
3 근위대장 쿤츠 3화. 21.07.27 202 19 11쪽
2 근위대장 쿤츠 2화. 21.07.26 247 21 11쪽
1 근위대장 쿤츠 1화. 21.07.26 458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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