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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진 님의 서재입니다.

근위대장 쿤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한세진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1
최근연재일 :
2021.08.26 23:54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586
추천수 :
183
글자수 :
149,999

작성
21.07.31 07:57
조회
138
추천
7
글자
12쪽

근위대장 쿤츠 7화.

DUMMY

쿤츠는 검을 뽑아들자 기세가 달라지는 체이스를 보며 그가 생각보다 뛰어난 기사라는 사실을 느꼈다.


전투에 돌입하자 쿤츠를 괴롭히던 갑갑함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오히려 체이스가 풍기는 압박감에 컨디션이 더 좋아진 느낌이었다.


정적을 깨고 체이스의 검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조용한 복도에 요란한 금속성이 울렸다.


체이스의 검은 거칠고 무거웠지만 정교하지 못했고 움직임이 컸다. 마치 짐승 같았다.


쿤츠는 체이스가 휘두르는 검을 모조리 막아내고 체이스가 회수하는 검을 바인딩한채 간격을 좁혔다.


체이스는 거칠게 검을 휘둘러 쿤츠의 바인딩을 풀어내려고 했지만 쿤츠는 휘청이면서도 정교한 동작으로 검을 놓아주지 않았다.


둘의 간격이 한 걸음까지 좁혀졌을 때, 쿤츠의 검이 뱀처럼 휘어져 파고들어 체이스의 손목을 긁고 지나갔다. 둔탁한 충격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손목보호대?’


쿤츠는 거칠게 몰아치는 검의 간격에서 다시 멀어졌다. 그제서야 쿤츠는 체이스의 검술이 인간이 아닌 맹수를 사냥하는 검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기사끼리 갑옷의 틈을 노리는 정교함이 없고, 질긴 맹수의 가죽과 근육을 가르기 위한 파괴력이 담긴 일격을 휘둘렀다. 서로의 호흡과 반격 따위는 생각 할 필요가 없는, 일단 공격을 시작하면 방어를 생각하지 않고 상대를 몰아 붙이는 검술이었다.


“거짓말을 했군. 이건 기사의 검술이 아니야”


“역시, 제국 최강의 기사라더니 정체를 숨기며 싸울 수는 없겠소.”


“그럼 네 정체도 거짓이겠군.”


쿤츠가 사선으로 내려 친 검이 체이스의 검에 튕겨나갔다. 엄청난 반발력에 의해 손목이 시큰했다. 이어지는 공격을 막을 수 없어 뒤로 쓰러지듯 물러섰다.


빗나간 체이스의 검이 벽을 긁고 지나가자 부서진 돌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졌다.


“절반은 그렇소. 하지만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은 사실이오. 지금 지하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확인하는게 우선이오.”


그때 인기척과 함께 요란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내는 소리였다.


체이스는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여긴 내가 막고 있을테니 어서 지하실로 가보시오! 열쇠는 여기 있소!”


체이스는 품속에서 열쇠를 꺼내 던졌다. 얼떨결에 열쇠를 받아 든 쿤츠가 말을 하려고 하자 정원쪽에서 횃불과 함께 기사들이 몰려왔다. 언뜻봐도 열은 되 보이는 숫자였다.


“혹여나 목에 건 약초가 타오른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후퇴하시오!”


체이스는 다급한 손짓과 함께 복도를 막아섰다. 정원에서 온 기사들은 순식간에 체이스를 포위하고 검을 뽑아들었다.


쿤츠는 짧은 순간 체이스의 등을 보고 알 수 없는 확신이 생겼다.


쿤츠가 곧장 검을 집어넣고 눈 앞에 보이는 창고로 달려가자 어둠속에서 입구를 밝히는 횃물만이 덩그렇게 놓여져 있었다.


거대한 나무 문은 자물쇠로 잠겨져 있었다. 쿤츠는 체이스에게 받은 열쇠로 자물쇠를 열었다.


문을 밀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안에서 불쑥 쿤츠의 목을 노리고 창이 날아왔다.


검을 뽑을 틈도 없이 고개를 젖혀 간신히 공격을 피했다.


뒷걸음질 치자 안에서 두 명의 사내가 밖으로 걸어나왔다. 쿤츠가 본 기사들 중 덩치가 가장 큰 사내와, 상의를 벗고 있는 키가 큰 사내였다.


덩치가 큰 사내는 낄낄 웃으며 창을 쥐고 있는 상대적으로 마른 사내에게 말했다.


“첸 네 녀석의 창을 쉽게 피하는 것 보니 주인님께서 말씀하신 그놈이겠군.”


첸은 창을 빙글 돌리며 덩치를 노려보며 말했다.


“펙트론, 웃을 때가 아니야, 주인님께서 한 경고를 잊었나? 제국의 킹스가드를 쉽게 보지 마라.”


“그러니까 우리 두명을 모두 부르셨겠지.”


쿤츠는 자신을 막아선 두 명의 사내를 보며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 체이스를 돕고 탈출을 시도하는 편이 좋을까?


“왜 그러고 서 있나? 아쉽군. 제국에서 온 근위기사가 두 명이였다던데 한 놈이 없으니 싱거울 수도 있겠군.”


쿤츠가 검을 뽑아들고 한 걸음 내딛자 공기를 가르며 창이 날아왔다. 창을 튕겨내자 펙트론의 거대한 대검이 허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정확한 타이밍을 노린 합격술이었다.


바닥에 쓰러지듯 엎드려 검을 피하고 뒹굴렀다. 쿤츠가 뒹구르는 자리에 첸의 창이 바닥을 찌르고 들어갔다.


쿤츠는 바닥에서 튕겨지듯 일어나며 자신을 향해 달려온 펙트론의 허리춤을 베었다. 피가 튀며 펙트론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공기를 가른 소리만으로도 정면으로 검을 맞대면 안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펙트론은 잠깐 멈춰 허리춤을 만지더니 피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역시, 최고라니 느낌이 다르군”


쿤츠는 방패의 부재가 크게 다가왔다.


‘방패가 있었으면 승산이 더 올라갔을텐데’


“저쪽이 소란스러운 걸 보니 데로트 녀석이 부하들을 데리고 오는 모양이군? 서둘러야 하지 않겠나 킹스가드?”


쿤츠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놈들을 향해 검을 겨눴다.



*


펙트론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다가와 검을 내려쳤다. 거대한 대검을 내려치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준비동작이 없었다.


쿤츠는 간신히 검을 들어 흘려내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검은 부러질듯 요동치며 불꽃을 토해냈다.


쿤츠는 펙트론의 뒤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첸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펙트론쪽으로 움직였다.


펙트론은 쿤츠가 왼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노렸다는 듯 거대한 대검을 사선으로 내려쳤다.


쿤츠는 검을 비스듬하게 들어올렸다. 완벽하게 흘렸다고 생각했지만 팔이 부러진 듯 시큰거렸다.


어느새 자신의 왼쪽으로 다가온 첸의 창이 쿤츠의 가슴팍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쿤츠는 충격에 부들거리는 팔을 들어올려 창을 튕겨냈다.


그 짧은 틈을 타 또 다시 펙트론의 사선베기가 날아들었다.


한 두번 맞춰 본 합격술이 아니었다.


쿤츠는 찰나의 순간 도박의 수를 던졌다.


방어를 위해 내민 검이 펙트론의 대검과 부딪히는 순간 손에서 검을 놓고 펙트론을 향해 바닥을 굴렀다.


허공을 날아가는 검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


왼쪽 소매에 매달아 둔 단검을 뽑아들고 곧장 펙트론의 오른발을 내려찍었다.


“크윽! 이자식이!”


펙트론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검을 회수해 쿤츠를 향해 내려찍었지만 이미 쿤츠는 단검을 뽑아들고 뒤로 쓰러지듯 피한 뒤였다.


쿤츠는 펙트론이 바닥에 박혀있는 검을 뽑고자 허리를 굽힌 틈을 노려 튕겨지듯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몸을 숙인 펙트론의 목에 단검을 꽂아넣었다.


피가 얼굴에 쏟아졌지만 쿤츠는 피할 틈도 없이 경련을 일으키는 펙트론의 갑옷 이음새를 붙잡아 몸을 돌렸다.


쿤츠를 노리고 날아오던 첸의 창은 애꿎은 펙트론의 시체에 꽂혔다.


쿤츠는 펙트론의 시체를 첸을 향해 걷어차며 뒤로 물러났다.


쿤츠가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자 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정말 어이가 없군. 펙트론 이자식 그렇게 잘난척은 다 하더니 손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다니”


쿤츠는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말했다.


“어쩔거냐 창잡이. 둘로도 못했는데 더 해볼테냐?”


첸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우리들에게 선택권은 없어서 말이야. 그분의 명령에 따를 뿐이지.”


첸은 창을 길게 늘어잡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찔러왔다. 창이 뱀처럼 휘더니 바람을 가르고 날아왔다.


평범한 기사가 일격을 휘두르는 짧은 시간에 그는 세 번이나 창을 찌르고 회수했다.


쿤츠는 본능적으로 두번은 튕겨냈지만 마지막 일격에 허리를 내어줬다.


불에 덴 듯 화끈한 통증과 함께 옷 위로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상처를 확인할 틈도 없이 내지른 창을 회수하는 타이밍에 맞춰 뛰어들어갔다.


첸은 노련한 창술가 답게 당황하지 않고 창날이 없는 반대편 부분으로 쿤츠를 향해 휘둘렀다.


쿤츠가 검을 세워 막았지만 충격이 타고 올라와 머리를 흔들었다.


쿤츠가 걸음을 멈춘 짧은 순간에 또 다시 창이 날아들었다.


‘빌어먹을 네 걸음 안으로도 들어가지 못하다니, 기회는 딱 한번이다’


쿤츠는 이 전투에서 심한 부상을 입는 걸 각오하고 기회를 기다렸다.


창이 움직일 때마다 쿤츠의 살점이 떨어져나갔다. 곧 쿤츠는 피로 범벅이 됐다. 어지러운 와중에도 치명상만을 피해 공격을 막았다.


첸은 뛰어난 창잡이였지만 쿤츠에게 거리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내지른 창 때문에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그리고 결국 쿤츠가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몰아치는 창의 속도가 떨어졌다고 느낀 순간 쿤츠는 첸이 회수하려는 창을 붙잡았다.


쿤츠가 괴력으로 창을 끌어당기자 첸은 저항하지 않고 그 힘을 이용해 쿤츠의 품 속으로 뛰어들었다. 빠른 판단이였다.


첸이 휘두른 팔꿈치가 쿤츠의 이마를 노리고 다가왔지만 쿤츠의 검이 좀 더 빨랐다.


쿤츠의 검이 복부에 파고들자 첸은 힘을 잃고 팔을 늘어뜨렸다.


쿤츠가 복부에 꽂아넣은 검을 뽑아내자 첸은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아, 아 이것...참 ...아쉽게 됐군.”


쿤츠는 문을 향해 걸어가며 체이스가 있던 정원쪽을 바라봤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밖은 요란한 금속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


쿤츠는 지혈 할 틈도 없이 상처를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기도실에 들어서자 기도실의 내부가 보였다.


제국의 공주가 사용한다기에 평범한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다가가자 세밀한 가공이 보였다.


쿤츠는 대리석 바닥을 걸어가며 거대한 석상 앞에 섰다. 석상 주변을 살펴보자 지하로 향하는 통로가 숨겨져 있었다.


철문을 열고 내려가자 짙은 피비린내와 함께 여름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불어닥쳤다.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에 이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내부는 기괴하게 생긴 거대한 석상들이 횃불을 들고 있었다. 인간의 형상인듯 했지만 이목구비가 인간의 것이 아니였다.


쿤츠가 한 걸음 내딛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어쩐 일이죠?”


이자벨 공주의 목소리였다.


“그건 내가 물을 내용인데?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는군. 에반은 어디있지?”


“안타깝지만 저도 붙잡혀 왔거든요”


“더 이상 네 년의 세치혀에 속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을 납치해서 여기서 살해했나보군”


쿤츠가 검을 뽑아들고 소리치자 또 다시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불어닥쳤다. 공주가 코 앞에서 입김을 분 듯 불쾌했다.


불쾌함 속에서 의식을 잃기 전 맡았던 향이 느껴졌다.


‘역시 그때 그 독은 공주가 사용한 것이야’


쿤츠가 다급히 숨을 멈추고 이자벨 공주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이 그녀의 그녀의 목을 베기 직전 쿤츠의 목에서 큰 불빛이 터져나왔다.


그 빛은 공주가 숨기고 있던 진실을 비췄다.


공주의 백옥같던 피부는 사라지고 짐승의 갈색 털이 뒤덮고 있는 얼굴이 나타났다.


방금 전 봤던 기괴한 석상과 같은 얼굴이었다.


쿤츠가 놀라 뒷걸음질 치자 공주의 등 뒤에서 남자의 허벅지만한 거미 다리가 쿤츠를 노리고 날아왔다.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러 다리를 베어냈다.


녹색 피가 허공에 뿌려지며 잘려나간 다리가 허공을 날았다.


공주의 탈을 쓴 괴물이 말했다.


“역시 그냥 죽이기는 아까운 실력이야. 그 놈의 사냥꾼만 아니였더라면 우리는 정말 좋은 사이가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인간의 몸에 여우의 얼굴, 등 뒤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거미 다리는 검과함께 살아온 쿤츠마저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쿤츠는 공포에 몸이 굳어가는 걸 느꼈다.


‘빌어먹을! 침착하자 늑대에게 물려가도 살 방법은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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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검술선생 쿤츠 16화. (수정) 21.08.23 61 0 11쪽
25 검술선생 쿤츠 15화. 21.08.21 78 2 12쪽
24 검술선생 쿤츠 14화. 21.08.20 73 1 12쪽
23 검술선생 쿤츠 13화. +1 21.08.19 69 2 12쪽
22 검술선생 쿤츠 12화. 21.08.18 76 2 12쪽
21 검술선생 쿤츠 11화. +1 21.08.17 81 5 12쪽
20 검술선생 쿤츠 10화. 21.08.16 85 4 12쪽
19 검술선생 쿤츠 9화. 21.08.14 89 4 11쪽
18 검술선생 쿤츠 8화. +1 21.08.13 101 4 13쪽
17 검술선생 쿤츠 7화. 21.08.12 90 4 14쪽
16 검술선생 쿤츠 6화. +1 21.08.11 97 5 13쪽
15 검술선생 쿤츠 5화. +1 21.08.10 97 5 11쪽
14 검술선생 쿤츠 4화. +1 21.08.09 111 6 12쪽
13 검술선생 쿤츠 3화. +1 21.08.07 115 6 11쪽
12 검술선생 쿤츠 2화. +1 21.08.06 128 7 12쪽
11 검술선생 쿤츠 1화. +1 21.08.05 151 7 12쪽
10 근위대장 쿤츠 10화. +1 21.08.04 133 7 11쪽
9 근위대장 쿤츠 9화. +1 21.08.03 134 6 12쪽
8 근위대장 쿤츠 8화. +1 21.08.02 138 6 11쪽
» 근위대장 쿤츠 7화. +2 21.07.31 139 7 12쪽
6 근위대장 쿤츠 6화. +1 21.07.30 163 7 11쪽
5 근위대장 쿤츠 5화. 21.07.29 160 8 14쪽
4 근위대장 쿤츠 4화. +1 21.07.28 186 10 12쪽
3 근위대장 쿤츠 3화. 21.07.27 198 19 11쪽
2 근위대장 쿤츠 2화. 21.07.26 245 21 11쪽
1 근위대장 쿤츠 1화. 21.07.26 453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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