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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진 님의 서재입니다.

근위대장 쿤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한세진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1
최근연재일 :
2021.08.26 23:54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616
추천수 :
183
글자수 :
149,999

작성
21.08.17 23:54
조회
82
추천
5
글자
12쪽

검술선생 쿤츠 11화.

DUMMY

쨍그랑!


오스틴이 검은 액체가 담긴 물약을 들이키고 던진 빈 병이 대리석과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본 휴고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왜, 왜 오스틴이 마시는건데요! 차라리 제가......"


"생존자들을 데리고 서둘러 후퇴해! 내 목숨을 싸구려로 ​만들지 말라고! 난 언제나 멋있게 죽고 싶었단 말이야"


그때였다.


소리를 지르던 오스틴의 머리카락에서부터 백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앨리사가 쿤츠를 잡아끌더니 회의실의 입구로 끌고 달렸다.


"어서 움직이라고! 오스틴이 시간을 끌어주는것도 몇 분 안 될거야!"


앨리사가 달리며 소리쳤다. 오스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의 양이 점차 많아지더니 빠르게 연회실 내부로 퍼져나갔다.


키야야아아악!


흰 연기에 노출 된 로렌과 로이드가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쿤츠는 본능적으로 오스틴이 뿜어내고 있는 백색의 연기가 놈들을 괴롭게 만들고 있다는 걸 간파했다.


"크.....크학 , 흐....."


오스틴은 그 자리에서 피를 한 웅큼 뿜어내며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어느새 오스틴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석고상처럼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오스틴이 괴로워하면서도 그들의 앞을 막아서 버티고 있었다.


"어디서 잔재주를 부리느냐!"


루사이 추기경이 소리쳤다. 그는 로렌과 로이드만큼은 아니었지만 천천히 오스틴에게서 뒷걸음 질 치고 있었다.


쿤츠가 힐끔 주변을 돌아보자 휴고가 남은 금십자 기사단과 함께 입구로 달려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쿤츠가 먼저 문 너머로 빠져나간 뒤 안쪽을 살펴보자 오스틴의 처량한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문을 닫아! 앨리사 어서!"


금십자 기사단과 함께 마지막으로 들어 온 휴고가 문을 막고 서 있는 앨리사를 밀치며 문을 닫았다.


금으로 장식 된 거대한 문이 천천히 닫기며 쿵 소리를 냈다. 앨리사는 붉게 충혈 된 눈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지하도로 가죠, 테사드 추기경이 놈에게 굴복 한 이상 이곳의 병사들도 믿기 힘들어요 서둘러야 해요"


"내가 안내하겠소"


아론은 초췌한 표정으로 앞장서서 움직였다. 콘클라베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경비병의 숫자를 최소한으로 해 둔 덕분인지 그들이 지하도로 이동하는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쿤츠는 아론과 생존한 금십자 기사 두 명이 움직일 때 마다 작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걸 파악했다.


'이미 저들의 몸과 마음은 한계치야 다음 전투에서 활약을 기대하는 건 무리겠군'


아론과 금십자 기사 두 명은 익숙한 듯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는 위치를 피해 와인저장고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론이 숙성중인 와인통을 옆으로 밀어내더니 아래로 내려가는 비밀통로의 입구를 열었다.


아론은 통로의 문을 열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며 말했다.


"안은 생각보다 어두우니 조심하시오"


쿤츠는 일행의 가장 마지막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그곳에서 끈적한 공기와 함께 불쾌한 악취가 느껴졌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곳인지 지하도에는 주변을 밝히는 어떤 물건도 있지 않았다.


쿤츠와 일행들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어두운 지하도를 걸어갔다. 휴고와 앨리사는 오스틴의 희생에 침울해져 있었고, 아론을 포함한 금십자기사들은 방금 전 악마들과의 전투로 패닉 상태였다.


그때 휴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최후의 기적은 내가 마셨어야 하는건데"


"휴고, 오스틴의 선택이었어 죄책감을 가지지 마"


쿤츠는 오스틴이 마셨던 검은 액체의 이름이 최후의 기적이라는 걸 느끼고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휴고에게 물었다.


"이봐, 최후의 기적이란 건 뭐지?"


"극독이에요. 은초롱꽃의 줄기를 가공해 만든 액체인데 인간이 마시면 몸 안에 있던 피와 수분이 증발하며 흰 연기를 만들어내죠. 그 연기는 악마들을 물리치는 힘이 있어요. 물론 그놈들처럼 고위악마들에게는 잠시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정도일 뿐이지만요"


쿤츠가 대답하려던 찰나 선두에서 걸어가던 아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쉿, 뭔가가 있소"


모두 일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자 아주 작은 인기척이 들려왔다.


발걸음 소리 같기도 했고, 말소리 같기도 했다. 간혹 짐승 울음소리 같은게 섞여 들려왔다.


"다행이 거리가 좀 있나보군 서둘러 움직여야겠어"


앨리사가 말했다.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왔으니 그렇게 많이 남지는 않았을거요"


쿤츠는 일행들을 따라 지하도를 걸어갔다. 한치 앞을 보기도 어려웠던 어둠속이 점차 식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더 가지 않아 갈림길이 나왔다.


"다왔소 이 앞에 출구가 있소"


그때였다. 아론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이 왔던 통로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거친 숨소리와 발걸음소리 그리고 으르렁 거리는 소리였다.


"젠장!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군 달리시오!"


아론의 외침과 동시에 선두에 있던 금십자기사들과 휴고가 뛰기 시작했다.


쿤츠는 앨리사와 함께 그들의 뒤를 쫒았다.


지하도의 출구 답게 앞으로 달려갈수록 깨끗한 공기가 불어왔다. 그때였다.


선두를 달리던 아론과 금십자기사단이 갑자기 멈춰섰다.


"왜? 무슨일이야?"


휴고가 뒤로 돌아서더니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탈출구가......"


앨리사가 다급히 그를 밀어내고 앞으로 나가자 가려져 있던 출구의 모습이 보였다. 우물 같이 수직으로 긴 통로가 있었는데 사다리가 끊어져 훼손되어 있었다.


"누가 의도적으로 잘라놓은거야, 이 탈출로를 계획한 게.....테사드 이 개자식!"


그때였다. 쿤츠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검을 뽑아들며 뒤를 돌았다.


어둠속에서 그들을 노려보며 다가오고 있는 붉은 눈동자들이 보였다.


그 수가 적어도 열댓은 넘었다. 쿤츠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정말 최악이군"


*


쿤츠는 점점 다가오는 놈들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 다른 일행들도 몸을 돌려 무기를 꺼내 놈들을 향해 겨눴다.


그때 휴고가 소리쳤다.


"설마 이것들이 전부 회의실에 있던 검은기사 수준의 악마는 아니겠죠?"


쿤츠는 자신도 모르게 휴고를 흘깃 노려봤다. 그러다 앨리사와 눈이 마주쳤다.


"하, 하하 그냥 해본 소립니다 그렇다고 다들 그런눈으로 노려보실 것 까지야"


"입닥쳐 휴고"


쿤츠는 그 상황에서 에반이 떠올랐다.


'녀석도 분위기 파악을 못해 저런 헛소리를 가끔 했었는데'


크르르르륵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놈들이 달려들었다.


쿤츠가 대열의 맨 끝에 있었던 터라 이번엔 그가 선두에 서서 놈들을 상대했다.


쾅!


쿤츠가 휘두를 일격이 달려오던 놈의 목덜미에 내려 꽂혔지만 작은 불꽃이 튀며 놈이 뒷걸음 질 쳤다.


갑옷이었다.


쿤츠는 어둠속에서 날아드는 공격에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다가 뒤가 막혀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놈들 사이로 달려들었다.


쿤츠는 자신의 향해 달려오는 적의 찌르기를 흘려내며 그대로 놈의 목을 후려쳤다.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목이 날아간 놈의 시체가 앞으로 나뒹굴었다.


"파쿤이잖아? 이자들 오늘 오기로 했던 파수꾼들이야!"


앨리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쿤츠는 그제서야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머리통에 걸려 있는 가죽끈을 발견했다. 아마 파수꾼의 증표인 듯 했다.


'빌어먹을 오기로 했던 파수꾼이 총 스물이라고 했던가?'


쿤츠는 자세를 낮춰 놈들을 베며 달려 나갔다.


쿤츠가 피하지 못한 공격들이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을 두들겼다. 다행히 놈들도 어둠속에서 그리 자유롭게 움직이지는 못하는 듯 공격에 날카로움이 없었다.


지하도에 철끼리 부딪히며 내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렸다.


쿤츠가 검을 휘두르고 공격을 피하는 와중에도 사방에서 불꽃이 튀어올랐다.


"파트리엘!"


아론이 외쳤다.


쿤츠가 돌아보니 놈들 사이로 끌려들어간 금십자 기사 하나의 목덜미에 검이 꽂힌 채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살을 찢고 가르는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정신차려 휴고 움직여!"


앨리사의 목소리와 함께 쿤츠는 날아드는 검을 받아쳐냈다. 그의 주위로 또 다시 세 명의 파수꾼들이 몰려와 포위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해치울 수 있다'


그때였다.


어두운 지하도에 또 다시 요란한 발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달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 더 이상은 무린데 이거 어쩌죠"


휴고의 실 없는 소리와 함께 주변이 점차 밝아지고 있었다. 횃불이었다.


통로의 저편에서 횃불을 든 일곱명의 사내들이 보였다.


쿤츠는 시야가 밝아진 틈을 노려 자신을 포위하고 있던 파수꾼들 중 한명에게 달려들어 목덜미에 검을 꽂아넣었다.


그때 이곳에서 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제가 왔습니다"


에반이었다.


*


에반과 그가 데려온 동료들은 빠르게 파수꾼들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원래부터도 적은 숫자로 비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던 만큼 파수꾼들은 강하지 않았다.


에반과 함께 합류해 전투를 하고 있는 인원들 중에서는 그가 잘 알고있는 또 다른 친위대도 보였다.


"케일! 네가 어쩐 일이냐?"


"쿤츠님! 무사하셨군요"


그제서야 쿤츠는 에반이 데려 온 사내들이 모두 황제의 친위대라는 걸 파악했다. 이들은 아마 케일과 같은 정보부 출신이였을것이다.


마지막 남은 파수꾼의 목을 날린 쿤츠는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들 무사한가?"


"네......죽을 뻔 했지만요. 그보다 이분들은 누구시죠?"


휴고의 질문에 쿤츠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내가 가르치던 제자들"


"너, 검술선생을 도대체 몇 년을 했길래 네 또래의 제자가 있는거냐?"


앨리사가 어이없다는 듯 쿤츠를 바라보며 이야기 했지만 쿤츠는 피식 웃고 넘겼다.


"그보다 어떻게 된 일이냐 너희들이 어떻게 알고 온거지?"


에반은 주변의 시선을 살피더니 쿤츠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교국에 추기경이 살해되었다고 했던 걸 기억하십니까? 그 사건이 있은 후 저희들은 추기경들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흩어져 추기경들의 뒤를 쫒다 모두 이곳에서 다시 만났죠. 그러던 중 이곳으로 들어오는 쿤츠님을 발견했습니다"


그제서야 쿤츠는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쿤츠는 에반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고맙다 네 도움을 받았구나. 하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야 지하도의 탈출구는 이곳인데 막혀버렸다. 아직 적들이 더 남아 있을 수 있어"


그때 아론이 대답했다.


"지금 우리들의 선택지는 두 개 뿐이오. 다시 되돌아가 성문쪽으로 탈출하거나 아니면 갈림길까지만 돌아가서 더 지하로 내려가는것이오"


휴고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이곳에서 더 지하로 내려가면 어디로 나오는거죠?"


아론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건 아무도 모르오. 그곳은 금십자기사단들에게도 금기되는 구역이라서. 우린 비상시를 대비해 이 곳 통로를 알고 있었을 뿐 원래는 와인저장고에서 이 지하로 내려오는 통로도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소"


그때 에반이 끼어들며 말했다.


"그럼 더 지하로 내려가야합니다. 저희들이 이곳으로 내려올 때 이미 성에서 병사들이 소란스럽게 움직이고 있었으니까요. 지금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지상으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쿤츠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쩔 수 없군 지하로 가야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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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검술선생 쿤츠 최종화. 21.08.26 70 0 11쪽
27 검술선생 쿤츠 17화. 21.08.24 64 0 12쪽
26 검술선생 쿤츠 16화. (수정) 21.08.23 61 0 11쪽
25 검술선생 쿤츠 15화. 21.08.21 78 2 12쪽
24 검술선생 쿤츠 14화. 21.08.20 73 1 12쪽
23 검술선생 쿤츠 13화. +1 21.08.19 71 2 12쪽
22 검술선생 쿤츠 12화. 21.08.18 76 2 12쪽
» 검술선생 쿤츠 11화. +1 21.08.17 83 5 12쪽
20 검술선생 쿤츠 10화. 21.08.16 88 4 12쪽
19 검술선생 쿤츠 9화. 21.08.14 89 4 11쪽
18 검술선생 쿤츠 8화. +1 21.08.13 104 4 13쪽
17 검술선생 쿤츠 7화. 21.08.12 90 4 14쪽
16 검술선생 쿤츠 6화. +1 21.08.11 99 5 13쪽
15 검술선생 쿤츠 5화. +1 21.08.10 97 5 11쪽
14 검술선생 쿤츠 4화. +1 21.08.09 114 6 12쪽
13 검술선생 쿤츠 3화. +1 21.08.07 115 6 11쪽
12 검술선생 쿤츠 2화. +1 21.08.06 128 7 12쪽
11 검술선생 쿤츠 1화. +1 21.08.05 151 7 12쪽
10 근위대장 쿤츠 10화. +1 21.08.04 133 7 11쪽
9 근위대장 쿤츠 9화. +1 21.08.03 134 6 12쪽
8 근위대장 쿤츠 8화. +1 21.08.02 139 6 11쪽
7 근위대장 쿤츠 7화. +2 21.07.31 139 7 12쪽
6 근위대장 쿤츠 6화. +1 21.07.30 164 7 11쪽
5 근위대장 쿤츠 5화. 21.07.29 161 8 14쪽
4 근위대장 쿤츠 4화. +1 21.07.28 189 10 12쪽
3 근위대장 쿤츠 3화. 21.07.27 200 19 11쪽
2 근위대장 쿤츠 2화. 21.07.26 247 21 11쪽
1 근위대장 쿤츠 1화. 21.07.26 458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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