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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진 님의 서재입니다.

근위대장 쿤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한세진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1
최근연재일 :
2021.08.26 23:54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633
추천수 :
183
글자수 :
149,999

작성
21.07.26 10:03
조회
458
추천
28
글자
12쪽

근위대장 쿤츠 1화.

DUMMY

“충성! 대장 오늘 비번 아니십니까?”

"

“폐하의 호출에 비번이 있겠냐?”


쿤츠는 근위대의 인사에 손짓하며 대리석 바닥을 걸었다. 황궁에서 가장 신경 써서 건축한 황제의 집무실로 향하는 복도에는 사치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쿤츠 경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흰 수염이 덮수룩한 펠리프 대신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렇소? 듣자마자 왔는데 좀 늦었나 보오”


펠리프 대신은 조심스럽게 문 너머로 외쳤다.


“폐하, 근위 대장이 도착했습니다.”


문 안쪽에서 젊은 황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라 해라.”


쿤츠는 문을 열자마자 자신을 바라보고 빙그레 웃는 황제의 표정에서 불길함을 느꼈다.


“폐하 소신이 오늘 근 열흘 만에 ‘첫’ 비번이라 늦었습니다.”


펠레칸 제국의 황제 펠레칸 아돌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짐은 누구와 달리 속이 좁지 않으니 괜찮다. 그보다 지시했던 물건은 가지고 왔느냐?”


쿤츠는 공손하게 품속에서 근위대장을 증명하는 백금의 증표를 꺼내 보였다.


“그럼 이제 짐이 그대를 부른 이유를 말해주겠노라”


“경청하겠나이다.”


“아트라스 쿤츠 경 자네는 오늘부로 근위 대장직에서 물러나라. 후임으로 지명해 둔 기사가 따로 있나?”


“네? 폐하?”


쿤츠는 황제가 자신에게 농담을 하는지 정말로 자신을 해임시킨다는 건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쿤츠는 무릎 꿇은 자세에서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후임으로 지정해 둔 기사가 있긴 합니다만”


“말 그대로네. 자네는 오늘부터 내가 따로 부. 탁. 하.는 임무를 좀 해줘야겠네. 아무래도 시간이 꽤 걸릴듯하니 일단 휴가를 떠났다고 하고 시간을 벌고 혹시나 임무가 더 길어지면 자네를 해임시켜야 할 거 같아서 미리 물어본 걸세.”


쿤츠는 하루아침에 권력을 모두 잃어버린 상황에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부탁까지 하신다면 목숨을 바쳐 임하겠나이다.”


황제는 쿤츠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누이를 만나고 오너라. 물론 비공식적으로 가야 하니 자네의 신분과 부하들을 데리고 갈 수 없네. 새로운 신분과 믿음직한 수하 한 명, 그리고 정말 안타깝지만 아무도 모르게 수도를 벗어나야 하니 벨리튼 산맥을 이용해야겠군”


으득!


쿤츠는 이를 갈며 심호흡했다. 빌어먹을 황제놈이!


“물론...... 벨리튼 산맥을 이용한다면 공주마마가 계신 식민지까지 반 년쯤 가면 되겠군요. 물론 마을도 들리지 못하고 산맥에서 숙식을 해결해야겠지만요. 그래서 반 년 뒤에 공주마마를 뵙고 뭘 하면 되겠습니까?”


황제는 나긋하지만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황제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건 황제가 아닌 자네의 오랜 친구의 입장에서 하는 부탁일세, 자네는 그곳에서 우리의 동생 ‘ 이자벨’의 근황을 알아보고 돌아오면 되는 거야.”


쿤츠는 황제가 근위 대장이 아닌 옛 친구를 필요로 한다는 걸 직감했다. 쿤츠는 불길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자벨이라고 한다면 그녀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 문제? 문제라고 하면 문제가 있는 거고 없다고 하면 없는 거지.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할 가장 뛰어난 기사와 개인적으로 이자벨과 친분이 있고 가장 믿음직한 나의 친구이기 때문일세.”


“무슨 일이 있긴 있는 거군요.”


“무슨 일이 있는지, 아니면 단순하게 동생을 식민지로 유배를 보낸 내 죄책감인지 모르겠군. 일단 자네에게 이자벨의 외가 친척의 신분을 만들어주겠네. 그 어떤 서신도 증명도 내게 답장을 보낼 필요도 없으니, 자네가 직접 만나 대화도 하고 함께 지내보고 이자벨에 대한 느낌을 직접 돌아와서 내게 보고하게”


쿤츠는 황제의 눈빛에서 망설임을 읽고 검을 뽑아들고 말했다.


“근위대의 명예와 목숨을 걸고 명을 받들겠나이다.”


“지금 이 시간부로 근위 대장에게 긴 휴가를 내리겠다. 공식적으로 자넨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겠지. 자네는 당장 믿음직한 부하를 데리고 즉시 출발해 주게.”


쿤츠는 황제의 집무실을 나오며 생각했다. 황제가 개인적인 친분을 들먹이며 명령이 아닌 부탁을 할 정도라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일부로 제한적인 정보와 임무에 대한 비밀유지를 강조한다면 동행자로 근위 기사를 데려가는 건 힘들었다.


‘이럴 때 하필 떠오르는 게 그놈이라니’


쿤츠는 빠른 걸음으로 근위대 숙소까지 이동했다. 숙소에 대기하던 근위 기사들은 비번인 날 들이닥친 쿤츠를 보며 기겁을 하며 반겼다.


고참 근위 기사 제이크는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며 말했다.


“대장님께서 이곳에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오늘 비번 아니십니까?”


“오늘부터 근위 대장은 갈버튼이 임시로 맡을 거야. 나는 잠시 고향에 볼 일이 생겨서 휴가를 신청했지. 물론 폐하께서 허락하셨고 그보다 에반은 어디 갔지?”


“어 그 녀석 아마 훈련장에서 기합받고 있을 겁니다. 볼 일이 있으시면 제가 데려올까요?”


“기합? 녀석이 또 사고를 쳤나?”


제이크는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에반 녀석 저기 있네요”


쿤츠가 고개를 돌려 제이크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갈색 머리를 찰랑이며 걸어오는 소년이 보였다.


에반은 쿤츠의 손짓에 허겁지겁 달려와 경례했다.


“제이크, 에반의 마지막 시험은 내가 직접 지도하겠다.”


“알겠습니다 대장”


쿤츠는 앞으로 가야 할 여정을 떠올리고 히죽 웃었다.


‘이 빌어먹을 여행을 나 혼자만 할 수 없지.’


“수습 기사 에반, 지금 당장 숙소로 가 짐을 싸라 최대한 간결하게”


그리고 쿤츠는 이 임무에 에반을 데려간 걸 평생을 후회했다.


*


“너무 과한거 아닙니까?”


덜그덕 거리는 마차 안에서 에반이 물었다.


“뭐든 시작했으면 의심의 여지를 주면 안된다고, 뭐 어때 우리 돈도 아니고 다 황제폐하께서 임무를 목적으로 하사하신 재물인데”


“아무리 그렇지만 이정도 금액이라면 이곳에 성을 지어도 짓겠습니다. 더군다나 평생 검만 만지던 저희가 상인 행세라니 들키진 않겠죠?”


“넌 어색하겠지만 난 돈도 있고 명예도 있는, 귀족 출신이란다.”


평민 출신인 에반은 그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쿤츠를 노려봤다.


“그거 아십니까? 정말 재수 없습니다.”


“원래 잘난 사람들은 시기와 질투가 따라다니지. 그보다 넌 도착하면 입 다물고 있어 고고한 황족들은 사소한 것들에 예민한 분들이라서.”


마차는 서서히 도시 외각으로 빠져 언덕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쿤츠는 마차의 창 밖을 보며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쿤츠와 에반이 펠레칸 제국의 속국인 델로핀에 도착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쿤츠는 델로핀에 도착하자마자 바쁘게 움직였다. 이 간단하지만 찝찝한 임무를 오래 붙잡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쿤츠는 델로핀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길드를 찾아갔다. 물론 정보를 사고파는 심부름꾼과 만나기까지 상당하고도 복잡한 절차가 있었지만, 쿤츠는 미리 생각해둔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을 해결했다.


신중하고 까다롭게 구는 상대방은 돈을, 검을 앞세워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들에게는 ‘에반’을 사용했다.


에반은 기사들 중 정예라는 근위대의 수습기사의 실력으로 ‘기사도에 어긋나는’ 행동에 최선을 다했다. 물론 쿤츠의 명령 때문이었다.


에반은 황제가 준 보석 몇 개를 팔았을 뿐인데, 끝없이 솟아나는 금화주머니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그 돈을 망설임 없이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쿤츠의 행동력에 감탄했다.


그렇게 황제의 보석으로 만든 기회가 오늘이었다.


쿤츠는 제국 근위기사의 신분 없이 황족을 만나는 방법으로 황제가 준 보석들을 뇌물로 사용했다. 식민지에서는 애석하게도 좌천당한 공주의 먼 친척보다 금화를 물 쓰듯 뿌려대는 제국에서 온 상인의 이미지가 더 잘 먹혔다.


쿤츠가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마차는 공주가 머무르고 있는 성에 도착했다.


마차가 성문을 통과해 정원으로 들어서자 정원 입구에서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마차에서 내리는 쿤츠를 향해 말했다.


“반갑습니다. 헤일러 남작님. 저는 이 성의 집사 델루스라고 합니다. 편하게 델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델은 집사를 하기에는 꽤나 젊어 보였다. 쿤츠는 집사의 드러난 근육을 살펴보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황족의 집사는 친위대 출신이 역임하는게 아니였나? 기사가 아닌데?’


쿤츠는 에반을 향해 말했다.


“자네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게”


에반은 묵묵한 호위를 연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쿤츠는 델을 따라 성 안으로 들어갔다. 집사는 한 쪽 발을 절고 있었다.


'기사도 아닌 절름발이가 집사를 맡고 있다니'


성의 내부는 공주가 제국의 황족임을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했다.


그때 성의 홀 입구에서 걸어 나오는 중년 남성이 보였다. 쿤츠는 그 자가 입고 있는 남부식 옷차림을 보고 상당한 고위귀족임을 파악했다.


쿤츠의 옆에서 걸어가던 델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야기는 잘 나누셨습니까 아트락 백작님.”


얼떨결에 같이 고개를 숙인 쿤츠는 내려다보는 아트락 백작의 시선이 느껴졌다.


쿤츠가 고개를 들자 귀족보다는 기사에 가까운 체격의 아트락 백작이 서늘한 시선으로 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늘 일은 더 문제삼지 않겠다만 앞으로 조심해야 할 걸세.”


아트락 백작은 쿤츠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사라졌다.


“저 분은 아트락 백작님이십니다.”


“상당히 바쁘신 모양이신군요.”


쿤츠의 노골적인 비꼼에 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쁘다마다요. 이 왕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아트락백작님의 입김이 닿지 않는게 없다고 하더군요. 그 이유로 제국에서 온 공주님께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똥개도 제 집에서는 한 수 먹고 들어간다더니 아무래도 공주가 유배를 왔더니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군’


델은 쿤츠와 에반을 데리고 공주의 집무실로 향했다.


문 앞에 도착하자 델이 공손하게 말했다.


“공주님에 대해서 그 어떤 의문이나 질문을해서는 안됩니다. 그저 공주님께서 묻는 질문에 대답만 하시면 됩니다.”


‘익히 듣던 소문이 맞았군. 공주가 극도로 자신을 숨긴다더니’


쿤츠는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집사는 문 너머로 말했다.


“공주님 헤일러 남작이 도착했습니다.”


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짙은 향수 냄새가 느껴졌다. 거대한 탁자에 음식들이 늘어져 있었고 탁자의 끝에는 공주가 앉아 있었다.


‘공주가 남부 지방에서나 유행하는 독한 향수를 좋아했었나?’


공주는 고급스러운 흰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가면 무도회에서나 쓸 법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무장한 기사 두명이 공주의 양 옆에 서서 공주를 호위하고 있었다.


쿤츠는 공주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공주님 동부에서 작은 상단을 운영하고 있는 헤일러 남작 입니다.”


쿤츠는 금방 그녀의 입가에서 웃음이 터질거라고 생각했다. 왜 이런곳에서 상인 행세를 하고 있냐고, 아니면 자신의 처지를 놀리는 것이냐고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쿤츠는 입 안이 텁텁하게 느껴져서 음식을 먹는 시늉만 했다.


“남부까지 먼 길을 오셨겠군요. 받은 선물들에 귀한것들이 잔뜩 있어서 내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말 수를 아끼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공주가 남부지방에서 유명하다는 적포도를 소개했다.


그 순간 쿤츠는 의문이 들었다.


포도는 공주의 식탁에 있어서는 안되는 과일이었다.


공주는 쿤츠에게 포도를 권유하고 자연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쿤츠는 왜 황제가 이런 불필요한 과정과 한낱 심부름 따위에 자신을 불렀는지 깨달았다.


이 여자는 가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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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위대장 쿤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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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검술선생 쿤츠 최종화. 21.08.26 71 0 11쪽
27 검술선생 쿤츠 17화. 21.08.24 64 0 12쪽
26 검술선생 쿤츠 16화. (수정) 21.08.23 61 0 11쪽
25 검술선생 쿤츠 15화. 21.08.21 78 2 12쪽
24 검술선생 쿤츠 14화. 21.08.20 74 1 12쪽
23 검술선생 쿤츠 13화. +1 21.08.19 72 2 12쪽
22 검술선생 쿤츠 12화. 21.08.18 77 2 12쪽
21 검술선생 쿤츠 11화. +1 21.08.17 83 5 12쪽
20 검술선생 쿤츠 10화. 21.08.16 89 4 12쪽
19 검술선생 쿤츠 9화. 21.08.14 90 4 11쪽
18 검술선생 쿤츠 8화. +1 21.08.13 104 4 13쪽
17 검술선생 쿤츠 7화. 21.08.12 91 4 14쪽
16 검술선생 쿤츠 6화. +1 21.08.11 99 5 13쪽
15 검술선생 쿤츠 5화. +1 21.08.10 99 5 11쪽
14 검술선생 쿤츠 4화. +1 21.08.09 115 6 12쪽
13 검술선생 쿤츠 3화. +1 21.08.07 115 6 11쪽
12 검술선생 쿤츠 2화. +1 21.08.06 128 7 12쪽
11 검술선생 쿤츠 1화. +1 21.08.05 151 7 12쪽
10 근위대장 쿤츠 10화. +1 21.08.04 134 7 11쪽
9 근위대장 쿤츠 9화. +1 21.08.03 135 6 12쪽
8 근위대장 쿤츠 8화. +1 21.08.02 140 6 11쪽
7 근위대장 쿤츠 7화. +2 21.07.31 139 7 12쪽
6 근위대장 쿤츠 6화. +1 21.07.30 165 7 11쪽
5 근위대장 쿤츠 5화. 21.07.29 161 8 14쪽
4 근위대장 쿤츠 4화. +1 21.07.28 189 10 12쪽
3 근위대장 쿤츠 3화. 21.07.27 202 19 11쪽
2 근위대장 쿤츠 2화. 21.07.26 247 21 11쪽
» 근위대장 쿤츠 1화. 21.07.26 459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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