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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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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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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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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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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DUMMY

바톨로뮤는 어안이 벙벙하여 콜린을 쳐다봤다. 긴가민가했지만 익숙한 그 얼굴을 보고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넌 콜린 스털링!”

“내 얼굴을 아는가?”


바톨로뮤에게 질문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젠슨이 옳았음을 반사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이 맞았군! 넌 제임스와 손을 잡고 골든 혼의 조장들을······.”

“그래 맞아. 조장들을 처단했지. 그래서 내 얼굴은 어떻게 알게 된 거지?”


바톨로뮤는 말문이 막혔다. 큰 기밀이라거나 콜린을 거슬리게 할 대답이라는 이유는 아니었다. 다만 콜린에게는 권위가 없었다. 바톨로뮤는 오래전에 조직을 나간 이런 불한당 같은 녀석에게 정보를 알려줘도 괜찮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콜린은 그 같은 침묵을 깰 특효약을 가지고 있었다. 권총을 들어 바톨로뮤의 얼굴로 총구를 향했다.


“대답 안 하면 쏘겠다.”

“알았어. 대답할게. 레드 카프와 골든 혼이 합병했을 때 네 이야기가 나왔어. 쇼커와 원래 골든 혼에 있던 조장들끼리 했던 회의에서 너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를 말이야.”

“그럼 날 언제 처분하려고 했지?”

“그, 그건······.”


콜린이 권총을 흔들어 보였다. 그 협박은 바톨로뮤에게 아주 잘 통했다.


“합병에 반대하는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처리하자고 했어. 네가 옥새 탈취 작전을 레드 카프 쪽 사람들한테 퍼트릴 수도 있잖아. 외부 인력을 통해서 레드 카프의 옥새를 탈취했다는 걸 알게 되면 반발이 심해질 테니까.”


여기까지는 제임스가 한 말 그대로였다. 바톨로뮤가 거짓말을 할 마음이 별로 없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했다. 콜린이 표정 변화 없이 물었다.


“골든 혼에서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녀석들은 얼마나 되지?”

“회의에 참석한 녀석들은 다 알고 있어. 쇼커랑 합병 전 골든 혼 조장들 몇몇. 그리고 걔네 직속 부하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야.”

“레드 카프였던 녀석들은 모르는 건가?”

“그래. 말했잖아. 레드 카프 쪽 녀석들이 알면 골치 아파질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그 회의에 참가한 녀석들은 누가 있지?”


바톨로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기억을 하기 위해서였다. 콜린은 그 시간을 기다려줬다.


“일단 거의 다 죽었어. 여기 있는 모두 다 너에 대해 알고 있던 조장들이야. 나를 포함해서.”

“다른 조장들은 또 누가 있지?”

“모, 몰라! 그런 가볍게 끝난 회의의 참가자들은 일일이 기억 못 한다고! 나도 기억나는 사람만 여기 부른 거야!”


콜린은 바톨로뮤를 쳐다봤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다만 자신에 대해 아는 조장들이 있다는 것은 제임스와 공유해야 할 정보임이 틀림없었다.


“한 가지 더. 너는 어떻게 제임스와 나의 관계에 대해 알았지?”

“젠슨이 정보를 가져왔어. 원래 여기로 오기로 했던 그 녀석 알지? 그 녀석이 말이야.”

“그럼 젠슨은 어떻게 알게 된 거지?”

“그 녀석 아리우스 조 출신이야. 마약상들을 울프 독의 끄나풀로 모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를 만났어. 그 여자, 가뿐히 마약상을 제압하는 등 행동이 수상해서 그 녀석이 클로어의 명을 받아서 여자를 조사했던 모양이야. 클로어를 아나?”

“알고 있다.”


짧은 대답이 있고 바톨로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말이 통해서 다행이라는 듯이.


“젠슨은 그 여자가 지내고 있는 우주선의 소유주가 콜린 스털링이라는 걸 알아냈어. 옥새 탈취 작전 참가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소유한 배가 가니메데에 있다는 것 때문에 의심이 커졌어. 자네라도 의심하지 않겠나?”


콜린은 답을 할 수 없었다. 휘둥그레진 눈을 돌려 데이지를 바라봤다. 바질 리브스 호에 거주하는 여성은 한 명으로밖에 특정할 수 없었다. 데이지 역시 놀란 표정으로 콜린을 바라봤다. 복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 당혹감은 조지도 알 수 있었다.


“그 말 진짜인가?”


콜린의 말투가 날카로워졌다. 바톨로뮤의 눈앞에서 총구가 흔들렸다.


“제, 젠슨이 그렇게 얘기했어! 진위 따위 알 게 뭐야! 나도 들은 걸 얘기할 뿐이라고!”


젠슨이 거짓을 고할 이유는 없다. 콜린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가라앉은 표정을 하고는 다시 물었다.


“그래서 그다음은?”

“아리우스 조가 해체된 후 제임스 조에 들어가게 된 젠슨이 회의가 끝나고 제임스가 한 메모를 본 거야. 자네와 관련된 메모였어. 그때부터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어.”

“그게 시작이었군.”


콜린은 긴 한숨을 쉬었다. 그 후 젠슨이 잡힌 경위는 제임스가 알고 있으니 더는 바톨로뮤에게 물을 필요가 없었다.


제임스는 콜린과 자신의 관계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는 이미 바질 리브스 호의 선원 때문에 일이 틀어질 뻔한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젠슨을 통해서. 데이지가 미행을 당한 시점은 아마 경찰을 도와 마약상에게서 마약을 구매하던 때겠지.


데이지는 입술을 떨고 있었다. 본인의 부주의로 바질 리브스 호가 위험에 빠질 뻔했다는 점은 그녀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조지는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꺼낼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콜린은 언짢음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공기가, 이 상황이 불만이었다. 이 불쾌감을 지금 당장 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콜린은 권총을 든 손을 내리고 고개도 숙였다.


“질문은 끝났다.”


옅게 말을 내뱉자 다른 세 명의 시선이 콜린에게로 향했다.


“나가자.”


콜린은 데이지와 조지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들은 복면을 다시 쓰고 뚜벅뚜벅 걷는 콜린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방문이 열렸고 복도에서 제임스가 그들을 맞이했다.


“얘기는 잘 끝났나?”

“무척.”


콜린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제임스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물론 복면 덕분에 그의 의중은 드러나지 않았다.


“좋아. 수고했어.”


그렇게 말한 제임스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손에는 바톨로뮤의 권총을 든 채였다. 들어온 제임스를 본 바톨로뮤가 애원하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제임스! 난······.”


총성이 울렸다. 말이 채 끝나지도 않은 바톨로뮤는 가슴에 세 개의 구멍이 뚫린 채 바닥에 쓰러졌다. 피가 카펫을 적셨고 그것이 바톨로뮤의 마지막 움직임이었다. 바톨로뮤가 꿈틀대지도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제임스는 방을 나왔다.


“끝인가?”


콜린이 물었다.


“아니, 아직. 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대답한 제임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시류가 뒤에 놓아둔 종이 상자 들고 방에 들어갔다. 의아함을 느낀 콜린이 물었다.


“뭘 하려는 거지?”

“이 녀석들이 오늘 왜 여기 모였는지 아나?”


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것이 그가 원하는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제임스 조에게 반기를 들기 위해서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제임스가 콜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말 그대로야. 이 녀석들은 토니오 조와 합친 이 제임스 조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제임스 조를 무력을 써서라도 해체 시키기 위한 작당을 하려고 모인 거다. 정치적인 리스크를 나눠서 감수하기 위해 일곱 명이나 되는 조장들이 모였군. 이른바 반란을 꿈꿨다는 거지.”


시류는 상자에서 서류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제임스는 다시 방안을 들여다봤다.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증거는 바로 저기 있어. 자랑스럽게도 시류가 증거들을 확보하는 모습이지. 내 부하지만 정말 일을 잘하는 녀석이야.”


제임스가 재차 콜린을 돌아봤다.


“그리고 나는 배신자인 젠슨에게서 정보를 캐내서 이 모임을 알게 된 거야. 사건의 전말은 그런 거라고.”

“똑똑하시군.”


콜린이 비꼬듯 말했다. 물론 제임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 끝났나?”


마침 시류가 증거 조작을 완료할 무렵 제임스가 물었다. 시류는 빈 상자를 가지고 나오며 말했다.


“끝났습니다.”

“좋아. 사진 찍고. 서류들은 다시 챙겨서 나간다. 알겠나?”

“네.”


그의 부하들이 답했다. 바질 리브스 호의 선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 자네들은 먼저 차에 가 있어도 좋아. 시체가 거슬리지 않는다면 말이야.”


세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습격을 가했던 일당들은 승합차를 타고 돌아가고 있었다. 조수석의 시체 때문인지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젠슨은 썩어가고 있었다. 누구도 그를 말릴 수 없었다. 진한 냄새에 조지가 창문을 열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차창 밖은 건물이 드물었다. 대신 흙과 풀들이 자라났다. 도시 교외 지역의 공기는 조금은 맑은 편이었다. 데이지는 멍하니 그 밖을 바라봤다. 가라앉은 마음에는 빈자리가 있는 것만 같았다. 옆에는 콜린이 있었지만 보지 않았다. 그가 말을 시작하는 다음 순간에도 그녀는 외부에 신경을 집중했다.


“나에 대해 아는 조장들이 더 있다더군.”

“뭐?”


제임스가 물었다.


“그게 왜?”


콜린은 의아했다. 자신의 존재를 아는 녀석들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개인적으로 그 조장들의 신상이 궁금하거든.”


제임스가 작게 신음했다. 곤란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미묘하게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신이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건 잘 이해하고 있어. 당연히 조장급 인사가 그런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언제라도 당신을 추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헌데 지금은 다른 골든 혼 간부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

“왜지?”

“우리의 다음 목표가 정해졌기 때문이지.”


콜린은 답이 없었다. 제임스가 말이 더 남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여기서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이따가 알려줄게. 우리도 저 시체를 처리해야 하거든.”

“저녁까지 기다리도록 하지.”

“좋아.”


콜린을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깥 풍경을 느끼고 있는 데이지가 보였다. 콜린 역시 밖을 바라봤다. 데이지의 시선이 가 있는 곳. 저 먼 하늘이든 밭이든 풀이든. 어디든 그녀가 바라보는 모든 곳을. 조지 역시 그들이 보는 곳을 보았다. 콜린과 데이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비록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이 속을 조금 간지럽혔다.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 공기를 순환시킨다. 흙과 풀의 냄새가 시체 냄새와 뒤섞인다. 그리고 밖으로 다시 빠져나간다. 그 흐름을 볼 수는 없었지만 피부에 와닿는 것 같았다. 세 사람은 마음을 비우려 했다. 누구의 탓도 하고 싶지 않았다. 혹은 합리화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또는 분열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속을 다지며 앞일을 생각했다. 가장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면서.


어느새 도시에 들어와 출발점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들은 밖을 쳐다봤다. 이윽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온 사람들은 그림자 아래에 세워둔 차에서 나와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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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후기 22.09.01 24 1 15쪽
129 에필로그 -2- (完) 22.09.01 20 1 16쪽
128 에필로그 -1- 22.08.31 22 1 13쪽
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9 1 16쪽
126 고독의 습격 -1- 22.08.29 22 1 12쪽
125 폭풍전야 -3- (完) 22.08.18 22 1 12쪽
124 폭풍전야 -2- 22.08.16 19 1 11쪽
123 폭풍전야 -1- 22.08.16 21 1 13쪽
122 공연을 준비해라 -3- (完) 22.08.16 17 1 12쪽
121 공연을 준비해라 -2- 22.08.12 22 1 11쪽
120 공연을 준비해라 -1- 22.08.12 29 1 14쪽
119 준비 없는 부재 -3- (完) 22.08.11 23 1 14쪽
118 준비 없는 부재 -2- 22.06.19 17 1 13쪽
117 준비 없는 부재 -1- 22.06.16 18 1 13쪽
116 마피아의 사정 -5- (完) 22.06.14 18 2 13쪽
115 마피아의 사정 -4- 22.06.10 18 2 13쪽
114 마피아의 사정 -3- 22.06.04 20 2 12쪽
113 마피아의 사정 -2- 22.05.24 19 2 12쪽
112 마피아의 사정 -1- 22.05.21 20 2 12쪽
»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22.05.17 25 2 11쪽
110 침입자들의 문제 -2- 22.05.11 19 2 13쪽
109 침입자들의 문제 -1- 22.05.10 21 2 13쪽
108 서로 알아가는 과정 -6- (完) 22.05.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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