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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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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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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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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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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피아의 사정 -1-

DUMMY

세 사람이 바질 리브스 호로 들어왔다. 그들을 우주선까지 데려다준 시류는 다시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조종실에 들어온 콜린은 몸을 돌려 부엌으로 향했다. 시원하고 청량한 음료를 필요로 했다. 그것이 고된 일을 마치고 온 탓이 아닌 데이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 있던 탓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데이지는 그런 콜린을 바라봤다. 자칫하면 모두를 큰 위험에 빠트릴 뻔했다는 죄책감은 그녀로 하여금 모든 것에 망설이게 했다. 그녀 또한 책임감이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죄인은 판결을 받고 반성해야만 한다. 데이지는 자신이 죄인과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그러니 콜린의 뒷모습만을 볼 수밖에 없었다.


조지는 평소처럼 소파로 걸어갔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등을 기대고 있지만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마치 부모의 냉전을 보는 듯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다만 아직 때가 아니었고 다년간의 동거로 인해 그 또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화를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다툴 시점이 그가 나설 때였다. 조용히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잡지를 폈다.


캔을 따자 탄산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콜린은 그 소리를 좋아했다. 레몬 맛이 나는 그 음료를 마시면 머릿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소리를 감상한 콜린은 차디찬 레몬 소다를 입에 갖다 대었다. 꿀꺽꿀꺽하며 단숨에 반절을 비우자 위장에서 그르릉거리는 촉감이 느껴졌다. 가벼운 한숨을 쉰 콜린은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부엌 출입구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부엌 안에도 사람은 없었다. 누가 자신을 보려 하겠나. 콜린은 문득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길 바랐기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성적으로 변했군.”


콜린은 말을 내뱉고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반밖에 남지 않은 레몬 소다를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빈 캔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조종실로 돌아왔다. 평소와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소파에서 TV를 보는 데이지와 잡지를 보는 조지. 콜린은 조종석으로 걸어갔다. 조용히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누구도 말이 없었다. 콜린이 연 인터넷 페이지는 바뀌지 않았다. 데이지는 TV 화면을 보면서도 보고 있지 않았다. 조지의 잡지는 넘어가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조금 불편한 이 공기 속에서 세 사람은 정지해 있었다.




“수고들 했어.”


제임스는 밝은 표정으로 부하들을 바라봤다. 모두 복면을 벗은 채였다.


“비열한 반란 종자들에게 쓴맛을 보여줬으니 이제 그쪽도 함부로 우리를 모함할 수는 없을 거야. 그리고 이번 일은 자네들의 성과가 제일 커.”


이 무뚝뚝한 남자들은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자신들이 못내 자랑스러웠다. 제임스의 옆에 서 있던 시류는 네 장의 봉투를 들고 있었다. 그것들을 가져와 제임스에게 건네주자 제임스가 한 명 한 명에게 봉투를 나눠주었다.


“별 건 아니지만 받아 둬.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상여금?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돼. 오늘은 편히 쉬고.”

“감사합니다!”


네 명의 남자가 외쳤다. 제임스는 흡족스러운 표정으로 방 밖으로 나가는 부하들을 마중했다. 그들이 자리를 뜨자 방에는 제임스와 시류만이 남았다.


“힘들어 죽겠구먼.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냐.”

“저들도 처리해야 할까요?”


어느새 시류가 옆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제임스가 손사래를 치며 반대했다.


“안 되지. 유용하게 써먹을 녀석들이야. 머리가 있다면 오늘 준 돈의 의미를 알겠지. 이것 참. 토니오 조와 합병을 안 했으면 그런 돈도 줄 수 없었겠지.”


토니오 조와의 합병으로 인해 그들의 자금 역시 제임스의 수중에 떨어졌다. 토니오가 다른 조장들에 비해 돈을 많이 모아두는 편은 아니었으나 제임스 조에게는, 특히 제임스에게는 단비 같은 돈이었다.


“본부에는 언제 연락할까요?”


반란이 일어날 뻔하고 일곱 명이나 되는 조장들이 죽었다. 본부에 알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였다.


“지금 해줄래?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

“네.”

“그럼 부탁해.”


시류가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제임스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는 의자에 앉았다. 혼자뿐인 방 안에서 한 건 해결이라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꺼냈다. 그것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고는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러자 자신감이 빠져나왔다.


‘별일 없겠지.’


애매한 걱정. 불완전한 불안. 제임스의 깊은 곳에서 숨어있는 것들이었다. 제임스는 다시 연기를 흡입하고 내뱉었다. 이번엔 부정적인 감정들이 빠져나왔다.


‘괜찮을 거야. 괜찮고말고.’


제임스는 자신을 다독였다. 일이 어쨌건 벌어졌다. 그리고 지금 바꿀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해야 할 일도 남아있었다. 바로 저녁에 콜린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여보세요.”


울리던 디바이스를 꺼낸 콜린이 말했다. 저녁 식사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지적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 전화의 발신인이 제임스라면.


-자동차 정비소입니까?

“그래.”

-아까 말했던 다음 목표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려 하는데 괜찮나?


콜린은 잠시 디바이스를 얼굴에서 멀리하고는 말했다.


“잠깐 전화하고 올 테니까 먹고 있어.”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갔다.


“그래. 말해 봐.”

-당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이름 모를 조장들보다 더 흥미 있는 목표를 가져왔지.

“누군데 그러는 거야?”

-쇼커.


콜린은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제임스의 말에는 예고도 복선도 없었다.


“왜지?”


제임스는 왜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콜린이라면 틀림없이 때가 왔다며 결의를 다지거나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뭔가 마음에 안 드나?

“느닷없이 쇼커가 목표가 된 이유를 알고 싶은데.”


제임스는 자신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일곱이나 되는 조장이 죽었으니 천칭이 크게 움직였다는 점. 이제 중립적인 쇼커만 죽는다면 레드 카프 출신들이 주도권을 잡게 될 테니까. 그리고 마침 그 친구가 타이탄으로 무기 거래를 성사시키러 직접 떠나거든.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지.

“괜찮은 이유군.”

-혹시 마음에 들지 않나?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콜린으로서는 조직의 족쇄가 풀리기를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쁘다는 감정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은 기분이 들었다. 알 수 없는 불쾌감이 그 빈자리를 차지했다.


“그럴 리가 있나? 그냥 많이 피곤해서 그래. 오늘은 큰일이 있었잖아.”


콜린은 숨기는 것을 택했다. 제임스의 능력은 아직도 필요했다. 각자의 목표를 이루자는 계약 역시 유효했다. 감성이 요동칠지라도 이성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래. 기대 좀 하고 있어, 좀. 내일쯤이면 그쪽의 정확한 일정이 나올 테니까 자세한 사항이 정해지면 다시 연락할게.

“그래. 그리고······.”


콜린이 뜸을 들였다.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콜린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내 선원 덕분에 우리 사이가 들통날 뻔했다는 건 알고 있었나?”

-······. 아니.

“거짓말하지 마. 네가 몰랐다면 우리가 같이 있을 때 바톨로뮤한테 물어보지 않았을 리가 없어.”


제임스는 콜린의 의중을 알아챈 듯 신음했다. 그 사실을 콜린이 모르도록 작게.


-알면서 왜 물었어? 그래, 알고 있었어. 젠슨한테 이미 들은 얘기야.

“왜 미리 말하지 않았지?”

-뭘 위해서? 당신 배에 분열이라도 일으키란 말이야? 그런 꼴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콜린은 단호한 어조로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내 선원들은 내가 알아서 해. 이쪽은 당신한테 숨기거나 한 것도 없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신뢰가 떨어지지 않겠어, 제임스 조장?”


말문이 막혔던 제임스는 이내 조심히 말했다.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먼. 사과하도록 하지. 당신 기분을 나쁘게 할 의도는 없었어.

“빠른 사과에 고마움을 표하지.”

-그런데 말이야. 화가 난 건 아니지?

“누구한테? 너한테? 아니면 선원한테?”

-누구에게든.


콜린은 헛웃음을 내고는 말했다.


“그럴 리가 있나.”


전화가 끊겼다. 콜린은 디바이스를 주머니에 넣은 후 뒤를 돌아봤다. 식당 입구에서 빤히 자신을 바라보던 데이지와 눈이 마주쳤다. 흠칫한 콜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식당으로 걷기 시작했다.


“생각하고 있었어?”


데이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콜린이 들어왔던 그녀의 목소리 중 가장 가냘픈 음색이었다.


“뭘?”


짐짓 모르는 채 넘어가길 바라며 콜린이 말했다. 데이지는 그러길 바라지 않았다.


“내가 허튼짓을 해서 일을 그르칠 뻔한 거. 나 때문에 이 모든 게 틀어질 뻔했잖아.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전전긍긍하면서 마음 졸였는데······.”

“이제 됐어. 다 봉합된 일이야.”

“그렇다고 해도! 당신 방금까지도 생각하고 있었잖아. 난 언제 추궁받을지 계속 걱정이었다고.”


무너져 내리는 듯한 데이지의 표정을 보며 콜린이 물었다.


“그럼 왜 먼저 사과하지 않았어?”

“뭐?”

“먼저 사과하면 됐잖아.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거야? 너도 그렇게 신경 쓰는 주제에.”


데이지는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태도를 주춤하게 하지는 않았다.


“이런 큰일에 너희들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데 어떻게 내가 입을 열어? 애초에 잘못하면 가만히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누가 주제도 안 나왔는데 감히······.”


물론 그녀의 기세는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데이지는 자신이 생각해도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모르겠다. 또 내가 잘못한 거겠지.”


여전히 데이지를 보던 콜린이 입을 열었다.


“사실 우리 관계가 들킬 뻔한 건 네 잘못만이 아니야. 제임스 그 녀석도 메모를 잘못 남겨서 젠슨이 확신을 가질 수 있던 거지.”

“그래도······.”


데이지가 아련하게 물었다.


“내가 시발점이라는 건 사실이잖아. 또 아무리 이번엔 넘어가게 됐지만, 미수죄라는 것도 있고. 정말 이후로 아무런 부채감 없이 나를 대할 수 있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한 채 내버려 두면 되는 거야? 그게 당신의 선택이야?”


콜린은 데이지의 눈을 바라봤다. 곧 눈물이라도 흐를 것 같았다. 그 모습은 전혀 보고 싶지 않았다. 죄책감에 빠지는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엄지와 검지만을 편 채로 검지를 데이지의 미간에 향했다. 영문 모를 그 행동에 데이지는 시선을 콜린의 손가락 끝에 뒀다.


“빵.”


총을 쏜 듯 그의 총구가 위를 향했다.


“이걸로 없는 셈 치겠어.”


데이지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그의 행동을 이해했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당신 못 말린다니까.”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쿡쿡대기 시작한 데이지는 이내 말을 시작했다.


“앞으로 나한테 뒤끝 있는 듯 대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좋으실 대로.”


콜린은 여전히 표정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들어가자고. 밥이 식겠어.”


콜린도 동의하는 바였다. 두 사람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안 먹고 뭐 했냐?”


데이지가 짐짓 유쾌하게 조지를 보며 말했다. 조지의 접시엔 음식이 나갈 때 그대로였다.


“아뇨, 역시 같이 먹는 게 속 편하잖아요.”

“역시 그렇지?”


조지는 웃음을 지으며 놀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때가 아니었다. 맺어진 평화에 찬물을 끼얹는 언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되면 그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여태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조지는 두 사람의 거리를 잴 수 있었다. 앞으로는 그가 두 사람을 진정시킬 필요는 없어 보였다. 조지는 그것이 섭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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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에필로그 -2- (完) 22.09.01 20 1 16쪽
128 에필로그 -1- 22.08.31 22 1 13쪽
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9 1 16쪽
126 고독의 습격 -1- 22.08.29 22 1 12쪽
125 폭풍전야 -3- (完) 22.08.18 22 1 12쪽
124 폭풍전야 -2- 22.08.16 19 1 11쪽
123 폭풍전야 -1- 22.08.16 21 1 13쪽
122 공연을 준비해라 -3- (完) 22.08.16 16 1 12쪽
121 공연을 준비해라 -2- 22.08.12 22 1 11쪽
120 공연을 준비해라 -1- 22.08.12 28 1 14쪽
119 준비 없는 부재 -3- (完) 22.08.11 23 1 14쪽
118 준비 없는 부재 -2- 22.06.19 17 1 13쪽
117 준비 없는 부재 -1- 22.06.16 18 1 13쪽
116 마피아의 사정 -5- (完) 22.06.14 18 2 13쪽
115 마피아의 사정 -4- 22.06.10 18 2 13쪽
114 마피아의 사정 -3- 22.06.04 20 2 12쪽
113 마피아의 사정 -2- 22.05.24 19 2 12쪽
» 마피아의 사정 -1- 22.05.21 20 2 12쪽
111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22.05.17 24 2 11쪽
110 침입자들의 문제 -2- 22.05.11 19 2 13쪽
109 침입자들의 문제 -1- 22.05.10 20 2 13쪽
108 서로 알아가는 과정 -6- (完) 22.05.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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