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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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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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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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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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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피아의 사정 -3-

DUMMY

사무실로 돌아온 제임스는 함께 방으로 들어온 시류에게 물었다.


“젠슨 녀석이 바톨로뮤랑 연락한 기록은 적절하게 수정해 뒀겠지?”

“물론입니다. 확인해보시겠습니까?”

“그러지.”


시류가 고개를 숙이고 방 밖으로 나갔다. 몇 분이면 그의 컴퓨터에서 메일로 파일을 전송해 줄 것이다. 제임스는 성큼성큼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서랍을 열었다. 채도가 낮은 파란색의 디바이스가 보였다. 그것의 주인은 땅 아래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살며시라는 말이 어울리는 속도로 디바이스를 집어 든 제임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그것이 홈 화면을 드러냈다.


‘처리해야 하는 건가.’


증거는 조작한 연락 내역이면 충분했다. 원본은 더는 쓸모가 없을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제임스는 쓰레기통에 디바이스를 떨어트렸다. 내일이면 건물 앞에 내놓아질 것이며 사흘 뒤면 차량이 수거해서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조장들은 자신들이 보는 연락 내역이 편집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겠지. 제임스는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댔다. 담배에 불을 붙이자 연초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슬슬 시류가 메일을 보냈을 것이다. 제임스는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을 열었다.


수신: [나흘 뒤 오후 2시. 아브로허 별장으로 오도록.]

발신: [다른 조장님들도 오십니까?]

수신: [나 포함 7명. 모두 무슨 일인지 모르고 온다. 대외에 알려져선 안 된다. 다른 조장들도 모두 최소한의 경호원을 대동하도록 했어. 다시 말하는데 대외에 절대 알려져선 안 된다.]

발신: [명심하겠습니다.]


첫 번째 수신 문자에 ‘제임스와 콜린 스털링에 대한 증거 자료는 잊지 말 것’이라는 문장이 삭제되어 있었다. 큰 조작을 하다간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 제임스가 시류에게 최소한으로만 조작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특정 시각에 아브로허 별장으로 오라는 말만은 똑똑히 적혀 있었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대화였다. 쇼커가 원한 건 둘이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일 뿐이니 그 또한 만족하리라.


[수고했다.]


제임스가 시류에게 답장을 보냈다. 방문을 열고 나가서 직접 칭찬하는 것은 다른 부하들이 보기에 의문을 느끼게 할 수 있으니까.




“말도 안 돼.”


그 말을 들은 콜린과 데이지가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조지는 자기 디바이스를 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뭔데 그래?”


데이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조지에게 물었다. 콜린은 혹시 이전 일곱 명의 조장들을 습격한 일이 언론에라도 노출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상했어요.”


두서없는 한 마디에 콜린과 데이지가 서로를 쳐다봤다. 그렇다 한들 조지의 말의 의미를 알 수는 없었다.


“입상? 너 어디 대회라도 나갔었냐?”


콜린의 물음에 조지가 답했다.


“요전에 커뮤니티에서 대회를 열었길래 나갔거든요. 근데 제가 입상을 해버렸어요.”

“말을 좀 빼먹지 말고 해라. 무슨 대회를 나갔다는 거야?”


데이지가 콜린의 의문을 해결해주었다.


“보나 마나 사진 대회 같은 거겠지. 이 녀석이 나갈 대회가 뭐가 있겠어?”

“아.”


콜린이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구먼. 그래서 상금은 얼마야?”

“한 10만 솔라리? 그쯤은 해?”


두 사람의 기대 가득한 표정을 본 조지가 뾰로통하게 대답했다.


“정말 두 사람 다 돈에만 환장했군요. 이 수전노들. 콜린 씨는 이제 돈도 많은데 그런 식으로 나오기에요?”

“아니, 그래도 결국 남는 건 돈이잖냐. 내 재산에 대한 사항이랑은 다른 문제라고.”

“입상이라고 했는데도 무슨 상인지도 묻지 않고 상금부터 묻는 사람들하고는 얘기하고 싶지 않네요.”


데이지는 단단히 삐친 조지의 마음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그 방법은 조지가 원하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었다.


“그래, 그래서 무슨 상을 받았는데? 참가상은 아니길 바란다.”

“장려상이요.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 순이니까 5등 했다는 거네요.”


데이지가 깔깔거리며 말했다.


“야, 5등이라니까 진짜 없어 보인다. 그냥 장려상이라고만 하지 그랬냐?”

“시끄러워요. 어쨌든 상은 상이라고요.”

“그래서. 대회라면 상금이 있을 텐데 얼마 나왔어?”


대화를 지속해준다는 건 기분이 조금 풀렸다는 증거였다. 콜린은 그 틈을 타 다시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조지는 우물쭈물하며 답하기를 꺼렸다.


“뭐야, 말 안 해주는 거야?”


데이지까지 가세하자 조지는 부끄러운 듯 중얼거렸다.


“······솔라리······.”

“뭐? 좀 크게 좀 말해 봐.”

“1,000 솔라리요, 1,000!”


일순 정적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것은 데이지였다.


“새, 생각보다 많진 않네.”


조지가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기대에 못 미쳐서 미안하네요.”

“아니, 우리한테 미안할 건 없지.”


다시 조종실 안이 조용해졌다. 콜린이 헛기침을 하자 조지가 입을 열었다.


“작은 대회니까 그렇죠! 인터넷 커뮤니티가 돈이 넘쳐나는 줄 아나? 대상은 1만 솔라리라고요.”

“조지, 아무도 뭐라고 안 했어.”

“그렇게 하찮은 것으로 놀라는 게 한심하다는 분위기를 풍기면서 말하니까 그렇죠.”

“아니,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잘했어. 음, 잘한 거지.”


조지가 못 믿겠다는 듯 데이지와 콜린을 바라봤다. 그런 무안한 교착 상태를 즐기는 취미가 없는 콜린이 결국 입을 열었다.


“축하한다.”

“그래, 그래. 축하해.”


조지는 칭찬을 듣고 매몰차게 무시할 만한 위인이 아니었다. 설령 그것이 빈말뿐인 칭찬이라고 해도.


“고마워요.”


억지로라도 받아주는 조지를 본 콜린과 데이지가 안심했다. 그때, 콜린의 디바이스가 울리기 시작했다.


“제임스야.”


두 사람의 신경은 곧 콜린에게로 집중됐다. 콜린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자동차 정비소인가요?

“맞습니다.”

-그래, 그 후로 별일은 없었나?

“당신이 멀쩡한 걸 보면 알겠지만 우린 괜찮아.”


제임스가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야 그렇겠군.

“안부나 물으러 연락한 건 아닐 테고. 무슨 용건이지?”

-나흘 뒤, 쇼커가 출항한다. 전에 말했던 대로 타이탄으로.

“그렇단 말이군.”

-배는 중형 우주선. 짙은 파란색. 기체 번호는 GNTV-77601. 두 대의 플라스마 포가 선수와 후미에 각 한 대씩 장착되어있어. 양쪽으로 두 쌍의 기관총도 있지. 무엇보다 어려울 건 조종실이 깊은 중앙에 숨겨져 있어. 조종실부터 노릴 생각이라면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중형 우주선치고는 무장이 상당하군.”

-그 말대로야. 부회장님이니까 말이야.


비꼬는 투의 말이었다. 콜린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건가?”

-어떻게 하다니 무슨 소리야?

“따로 살려둬야 할 사람이나 회수해야 할 물건이 있다든가.”

-없어. 몰살이야. 그냥 다 죽이면 돼. 배를 못 쓰게 만들면 만사 해결이야.

“방해되는 조건은 없다는 거군.”

-그래. 당신은 나흘 뒤 오전까지 내가 알려줄 공항에 가서 대기하다가 그 녀석들이 출발하면 따라가서 처치하기만 해. 알겠어?

“알았다.”


통화가 끊겼다. 조지가 콜린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콜린은 비장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올 것이 온 거지.”

“일이야?”

“그래. 목표는 쇼커다.”


쇼커의 중요성은 두 사람 또한 콜린에게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콜린은 침을 삼키는 두 사람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떤 일인지 설명할게. 둘 다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


두 사람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틀이 지나고 다시금 골든 혼의 본부에는 조장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조장 회의란 것이 이렇게 빠르게 다시 진행된 건 순전히 제임스의 탓이었다. 전대미문의 조장 학살을 벌인 제임스는 오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곤란한 처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차에서 내린 제임스는 짐짓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차장을 거닐었다. 뒤에 따라오는 시류는 늘 그랬듯 당당하고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세계는 얕보이면 따라잡힌다. 책잡히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성공으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임스는 그러지 않기 위해 그의 결백을 연기했다.


다른 조직원들이 그를 보며 수군거린다. 봐라. 저 조장이 바로 그 학살자야. 꿀릴 것 없다는 듯이 경쾌하군. 듣자 하니 다른 조장님들을 죽인 증거가 불충분하다는데? 조용히 말해. 들릴 지도 몰라. 그런 대화를 하고 있음이 분명함을 제임스는 알았다. 신경 쓸 것 없었다. 아랫것들의 입방아야 영향력이 없다. 오늘 그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높은 사람이다.


표현이야 지극히 높은 사람이라 했지만, 제임스의 위치도 결코 낮지 않았다. 또한 어차피 쇼커는 이틀 뒤면 영원히 입을 열 수 없게 될 것이다. 그전까지 제임스 자신의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이른 오후, 회의장에는 필요한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곧 문이 닫히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바톨로뮤와 젠슨이 연락한 내역은 가지고 왔나?”


쇼커의 질문에 제임스가 답했다.


“네. 물론입니다.”


제임스가 문으로 다가가 그것을 열자 시류가 들어와 인쇄된 종이를 한 장씩 조장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였고 곧 문 밖으로 나갔다.


수신: [나흘 뒤 오후 2시. 아브로허 별장으로 오도록.]

발신: [다른 조장님들도 오십니까?]

수신: [나 포함 7명. 모두 무슨 일인지 모르고 온다. 대외에 알려져선 안 된다. 다른 조장들도 모두 최소한의 경호원을 대동하도록 했어. 다시 말하는데 대외에 절대 알려져선 안 된다.]

발신: [명심하겠습니다.]


조장들은 그렇게 적힌 종이를 볼 수 있었다. 이틀 전에 봤던 증거와 종합했을 경우 분명 제임스를 치기 위해 일곱 명의 조장들이 아브로허 별장에서 회동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제임스가 말하기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바톨로뮤 외 여섯의 조장들이 저를 죽이기 위해 모임을 가졌음을 여러분 모두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젠슨이란 녀석은 일개 대원인 주제에 조장인 저를 배신하고 그 중심에서 계획을 작성했습니다. 이런 비열한 행동을 확인한 저는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공포도 느꼈습니다. 바로 이 조장들에게 말입니다. 어떻게 동지를 죽일 생각을 한 겁니까? 그것도 단체로요. 저는 제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있다면 지겠지만 그런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조장들이 서로 웅성대기 시작한다. 봐라. 제임스에게 문제는 없다. 큰 합병이 있고 나서 이런 일이 벌어졌지만 잘 처리했다고 여론을 조성하자. 이걸로 저쪽도 더는 큰소리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 말들이 좌측에서 들렸다. 반면 우측에서는 제멋대로 일을 꾸민 바톨로뮤를 성토하는 말들로 가득했다. 토니오 조의 유산이란 것은 제임스가 죽어도 이쪽에 제대로 올지 모르는 것이었다. 친한 조장들끼리만 그 남은 이권을 나눠 먹을 생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나오는 판에 그들의 결속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회의장 한 편에서 박수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작은 소리로 떠들던 사람들은 한 명씩 소리가 나는 쪽을 보기 시작했다. 곧 그들은 모두 부회장 쇼커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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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9 1 16쪽
126 고독의 습격 -1- 22.08.29 22 1 12쪽
125 폭풍전야 -3- (完) 22.08.18 21 1 12쪽
124 폭풍전야 -2- 22.08.16 19 1 11쪽
123 폭풍전야 -1- 22.08.16 21 1 13쪽
122 공연을 준비해라 -3- (完) 22.08.16 16 1 12쪽
121 공연을 준비해라 -2- 22.08.12 21 1 11쪽
120 공연을 준비해라 -1- 22.08.12 28 1 14쪽
119 준비 없는 부재 -3- (完) 22.08.11 23 1 14쪽
118 준비 없는 부재 -2- 22.06.19 17 1 13쪽
117 준비 없는 부재 -1- 22.06.16 18 1 13쪽
116 마피아의 사정 -5- (完) 22.06.14 18 2 13쪽
115 마피아의 사정 -4- 22.06.10 18 2 13쪽
» 마피아의 사정 -3- 22.06.04 2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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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마피아의 사정 -1- 22.05.21 19 2 12쪽
111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22.05.17 24 2 11쪽
110 침입자들의 문제 -2- 22.05.11 19 2 13쪽
109 침입자들의 문제 -1- 22.05.10 20 2 13쪽
108 서로 알아가는 과정 -6- (完) 22.05.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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