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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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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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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4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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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서로 알아가는 과정 -6- (完)

DUMMY

그 철문 앞에 서서까지 콜린이 생각했던 건 하나였다. 사흘 안에 나을 수 있을까. 쇼빌레 의사의 안내에 진료실로 들어가서도 그런 생각이 없어지지 않았다. 다만 콜린의 지식으로는 그런 방법을 알 리가 없었다. 쓸데없는 소리나 한다며 핀잔을 들을까, 그것이 문제가 되지도 않을 텐데도 선뜻 말을 꺼내기가 꺼려졌다.


“만 오천 솔라리.”


권위 때문일까. 의사는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콜린을 하대하고 있었다. 콜린 역시 자연스럽게 그걸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콜린이 의사를 하대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것이 분명했고,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날 좀 빨리 낫게 해달라는 말 대신 넌지시 물어보는 쪽을 택했다.


“한 사흘 정도 안에 나을 방도는 없겠죠?”


쇼빌레는 핀잔을 주는 대신 그를 응시했다. 그것이 완곡한 부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한 콜린은 멋쩍게 웃으며 했던 말을 부정했다.


“그럴 리가 없죠. 이상한 말을 했네요. 가보겠습니다.”

“있어.”


콜린은 귀를 의심했다.


“네?”

“있어 그런 약.”


콜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정말 방도가 있습니까?”


쇼빌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넨 현대 의학을 너무 얕보고 있었군.”


그러면서 손짓했다.


“따라 들어와.”


다시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 콜린은 쇼빌레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벨라루스 머슬 애드히시브 107. BMA-107이라고 불리는 게 있어. 찢어진 근육을 자연 재생보다 빠르게 접합하는 물건이야. 3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인데 칼리스토에 어떤 천재가 연구 중에 우연히 발견했지. 우연이라고는 했지만 내가 장담하건대 인체 실험 같은 게 있었을 거라고. 프로토타입은 4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그동안 군용으로 쓰기 위해서 개발이 계속됐지. 그러다가 군용으론 쓰기 힘들 거라고 해서 민간에 풀게 된 거야. 칼리스토 정부에서는 불법 인체 실험 따윈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냄새를 숨길 수야 있나. 의료계에서는 공공연히 떠도는 소문이 있어.”


쇼빌레 의사는 냉장고에서 파란색 약병을 들고 왔다.


“이게 그 친구지.”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뭔가?”

“왜 군용으로 못쓰게 됐죠?”


쇼빌레가 약병을 내려놓으며 설명했다.


“우선 근육이 접합될 때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그러다 보니 전투 도중에는 별로 쓸모가 없다는 점. 마지막으로 좀······.”

“좀?”

“고통이 심해. 진통제가 꽤 필요할 정도로. 그래서 응급 환자 이외에는 거의 안 쓰여. 소염진통제 따위로는 대처가 안 되니까.”


콜린이 파란 약병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이것만 있으면 사흘 안에 나을 수 있다는 거죠?”

“자네 상처 정도면 그렇겠지. 말해두겠는데 진통제 놓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앞으로 꽤 아플 텐데 필요한가?”


콜린에게는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죠. 필요합니다. 근데 왜 처음부터 이런 게 있다는 걸 안 알려주셨죠?”

“자네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알고 이런 걸 소개해주냐? 보통 사람들은 쓰지도 않는걸.”


후자보다는 전자에 무게가 실린 말이었다. 그러나 이젠 상관없었다. 콜린은 지갑에서 4만 솔라리를 흔쾌히 꺼내 결제하는 남자였고 쇼빌레는 그걸 알고 있었다.


“가서 침대에 누워있어. 진통제 가져와야 하니까.”


콜린은 군소리 없이 그에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린은 주사기와 약병들이 든 봉투를 넣고 바질 리브스 호로 귀환하게 되었다.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끙끙대지 않았다면 슈퍼에 들른 백수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배의 해치를 열고서 콜린은 자신이 고통을 너무 얕봤음을 깨달았다.


조종실로 들어서자 데이지가 혼자 소파에 앉아있었다. 조지는 방인지 밖인지 알 수 없었다. 눈에 힘이 풀린 채로 아파하는 콜린을 데이지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어디 갔다 온 거야?”

“병원.”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더니. 병원에는 아프러 간 거야?”


콜린은 털썩 앉지도 못했다. 옆구리의 통증이 세질까 조심스럽게 앉고는 물었다.


“조지는?”

“방에 있어. 왜?”

“미안한데 가서 좀 불러줄래?”


죽을상으로 부탁하는 걸 거절할 만큼 데이지는 매정하지 않았다. 복도로 사라진 데이지는 곧 조지를 데리고 돌아왔다. 두 사람이 앉자 콜린이 말했다.


“할 말이 있어서 불렀다.”


두 사람은 초점 없이 입만 여는 콜린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너희하고는 약속했으니까. 숨기지 말고 빼지도 말라는 거 말이야. 그래서 지금 설명할 거야. 기분이 좀 안 좋으니까 일단 잠자코 들어줬으면 해.”


괴상한 사족을 갖다 붙이는 걸 보니 정말 아픈 것이 맞다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나흘 뒤에 골든 혼 조장 7명이 비밀 회동을 해. 경호원은 최소니까 큰 위험은 없을 거야. 잘 풀린다면 말이야. 제임스는 거기서 거친 일을 한다고 했어. 다들 쓸어버리자는 거지. 단 한 명. 바톨로뮤란 녀석은 살려두고 말이야. 그 녀석한테는 내가 물어볼 게 있으니까. 아무튼 너희들이 같이 가줄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데이지와 조지는 콜린의 말이 끝났는지 긴가민가했다. 잠시 시간을 두고 콜린의 입이 더 움직이지 않자 데이지가 물었다.


“병원에선 뭘 하고 왔길래 이렇게 앓는 거야?”


동행의 여부를 답한 게 아니었기에 콜린은 조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라면 나흘 안에 낫지 않을 것 같아서 사흘 안에 낫게 약을 썼어. 근데 완치가 될 때까지는 더럽게 아파서 계속 진통제를 놔야 한대.”


데이지와 조지가 봉투를 바라봤다. 조지가 물었다.


“사흘 안에 낫는다고요?”

“그래. 근육을 접합시킨다나 뭐라나. 이거 꽤 아파.”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듯 눈을 굴리던 콜린은 불현듯 조지와 데이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당연히 가야죠.”

“찬성이야. 근데 당신······.”


데이지가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콜린을 쳐다봤다.


“사흘 안에 나을 수 있는 건 맞지?”

“그러길 바라야지. 의사가 돌팔이는 아닌 것 같더라고.”

“사흘 안에 다 못 나으면요?”

“못 가는 거지. 굳이 내가 필요한 작전은 아니라고 했으니까. 그 점은 어쩔 수 없고.”

“그렇단 말이지.”


데이지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넌지시 물었다.


“근데 병원이라는 건 무슨 병원 말하는 거야? 누가 봐도 총상인데 어디서 경찰에 신고 안 당하고 치료를 받은 거야?”


콜린과 조지는 데이지가 쇼빌레 의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조지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다시 간략하게 설명해주었고 데이지는 그제야 의문이 풀린 것에 만족했다.


“아무튼 당신 그렇게 앓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네. 앞으로 사흘간은 병시중 들어줄 테니까 방에 들어가 있어. 밥도 방에 갖다줄게.”


콜린이 동의했다.


“그래. 그게 좋겠다. 무슨 일 있으면 꼭 부르고.”


콜린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두 사람 역시 부축해주기 위해 뒤이어 일어섰다.


“됐어. 이 정도는 혼자 갈 수 있어.”


만류하는 콜린을 건들지는 못했다. 몸 한쪽을 부여잡은 채 어기적어기적 걷는 콜린의 뒷모습을 보며 데이지가 중얼거렸다.


“하여튼 고집은 대단하다니까.”




제임스는 간만에 여유가 있었다. 그것은 마음의 여유는 아니었지만, 마음속에 여유를 두기엔 충분했다. 토니오 조와 합병하는 일은 끝났고 저녁까지는 할 일이 많이 없었다. 덕분에 커피를 홀짝이며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저녁에는 부하들과 고기를 먹으러 간다. 사흘 뒤까지는 콜린에게서 연락이 올 것이다. 계획에 참여할지 말지는 콜린의 자유였다. 나흘 뒤면 어브로허 별장으로 출발할 것이다. 그의 비밀에 대해 논할 조장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반란의 끝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결승선에 도달하기 위해선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우선은 시류를 기다리는 것. 슬슬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와.”


나지막이 말하자 문이 열렸다. 예상대로 시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씀하신 대로 젠슨의 컴퓨터에 있던 자료들을 수정했습니다. 콜린에 대한 것도 모두 삭제했고요.”

“수고했어. 보고서는 가져왔나?”

“네. 한 부 뽑았습니다.”


시류가 몇 장의 서류를 흔들어 보였다. 저런 귀여운 제스처를 취한다는 건 내가 편해졌다는 증거겠지. 제임스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좀 보여줘 봐.”


시류가 다가와 종이를 건넸다. 제임스는 받은 서류로 눈을 돌렸다. 본래라면 제임스와 콜린의 관계를 증명하는 문서. 시류의 말마따나 콜린에 대한 것은 전부 삭제되어 있었다. 밀월관계에 대한 알맹이가 차지했던 자리에는 교묘한 서술로 제임스를 축출하려는 반란에 대한 당위성과 이권을 나누려는 방안이 들어차 있었다.


“네가 어느 대학을 나왔던가?”


느닷없는 질문에 시류가 당황하며 답했다.


“저 고졸입니다, 조장님.”

“굉장히 잘 만들었어. 만족한다.”


제임스가 시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시류는 멋쩍은 듯 웃으며 겸양을 표했다.


“다 조장님께서 잘 봐주신 덕분 아니겠습니까.”

“아부할 건 없어. 정말 잘했으니까.”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버린 제임스가 물었다.


“젠슨이 있는 부서에 있는 녀석들은 어떻게 됐나?”

“갑작스럽게 우리 조를 떠나게 됐다고 설명 잘해놨습니다. 다들 순순히 이해하더군요.”

“그렇구먼. 별장에 갈 녀석들은 선별해놨나?”

“경호 조에서 과묵한 녀석들을 골랐습니다. 10명 정도 추렸는데 원하시는 만큼 뽑으시면 됩니다.”

“그래. 자리에 가면 나한테 인물 파일 보내주고. 무기고에서는 무기 챙기는 것과 동시에 저번에 콜린이 쓴 탄약들을 채워 넣는 거 잊지 마. 그건 비공식적인 소비였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래. 나가 봐.”


시류가 고개를 숙이고는 나갔다. 제임스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


일이 쉽게 풀리고 있다는 생각을 거두기 어려웠다. 토니오 조와 합병하게 된다면 친 골든 혼 쪽에서도 반발이 나오리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잡아먹기 쉽게 아가리 안으로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한 바였다. 7인의 조장이라. 분명 오래된 영화 중에 비슷한 제목이 있었지. 누가 올지는 모르나 확실한 건 그들이 제물이라는 것이다. 친 골든 혼 파의 몰락을 이끌어 줄 제물.


제임스는 자신이 고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윽고 마음을 다스렸다. 눈앞에 보이는 승리가 위험한 법. 마무리하지 못해 전쟁에서 패한 사례는 역사에 차고 넘쳐난다. 결말부는 아련하게 보이지만 결말만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듯 누구도 볼 수 없다. 궁금하면 직접 들어가 보는 수밖에.


담배는 타들어 가고 시간은 흘러만 갔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하늘은 짙은 감색으로 은은했다. 탁상 조명 하나만 켜진 방 안이 딱딱하고 아련하다. 제임스는 슬슬 자신의 카드를 쓸 때가 왔음을 알았다. 그리고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싱글벙글 웃으며 한 조직원이 얼굴을 들이민다.


“조장님, 퇴근하실 시간입니다.”

“고기 먹을 시간이기도 하지. 다들 준비 끝났나?”

“네. 다들 밑에 내려갔습니다.”


제임스가 웃으며 말했다.


“조장이 준비도 안 했는데 너희들끼리 먼저 끝냈어? 이거 감봉 사유인 건 알고 있지?”


순박한 조직원이 웃으며 화답한다. 이 정도 농은 제임스 조에서는 흔하다.


“어서 오십시오. 다들 뱃가죽이 등에 붙었답니다.”

“알았어, 알았어. 인마. 바로 간다.”

“네!”


쾌활하게 웃으며 모습을 감춘다. 제임스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하지 말고. 차분하게.’


제임스는 겉옷을 걸치고는 방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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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후기 22.09.01 24 1 15쪽
129 에필로그 -2- (完) 22.09.01 20 1 16쪽
128 에필로그 -1- 22.08.31 22 1 13쪽
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9 1 16쪽
126 고독의 습격 -1- 22.08.29 22 1 12쪽
125 폭풍전야 -3- (完) 22.08.18 21 1 12쪽
124 폭풍전야 -2- 22.08.16 19 1 11쪽
123 폭풍전야 -1- 22.08.16 21 1 13쪽
122 공연을 준비해라 -3- (完) 22.08.16 16 1 12쪽
121 공연을 준비해라 -2- 22.08.12 21 1 11쪽
120 공연을 준비해라 -1- 22.08.12 28 1 14쪽
119 준비 없는 부재 -3- (完) 22.08.11 23 1 14쪽
118 준비 없는 부재 -2- 22.06.19 17 1 13쪽
117 준비 없는 부재 -1- 22.06.16 18 1 13쪽
116 마피아의 사정 -5- (完) 22.06.14 18 2 13쪽
115 마피아의 사정 -4- 22.06.10 18 2 13쪽
114 마피아의 사정 -3- 22.06.04 19 2 12쪽
113 마피아의 사정 -2- 22.05.24 19 2 12쪽
112 마피아의 사정 -1- 22.05.21 19 2 12쪽
111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22.05.17 24 2 11쪽
110 침입자들의 문제 -2- 22.05.11 19 2 13쪽
109 침입자들의 문제 -1- 22.05.10 20 2 13쪽
» 서로 알아가는 과정 -6- (完) 22.05.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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