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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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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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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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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준비해라 -2-

DUMMY

콜린이 데이지와 조지에게 이별을 고한 날 정오, 제임스는 이사누키와 만나기 위해 중식당 자청룡으로 가고 있었다. 차는 그렇게 막히지 않았기에 시류는 수월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출발한 지 15분 정도가 지나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2층의 예약석으로 안내받은 제임스는 먼저 도착해있는 이사누키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먼저 왔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조장님.”


이사누키는 웃으며 말했다.


“아닐세. 아직 약속 시간도 안 되지 않았나? 어서 앉지.”


누가 봐도 이사누키의 기분은 좋아 보였다. 하기야 자기에게 정치적인 힘을 보태준다는 말을 선뜻 해줬으니 그의 환대에도 이유가 있었다. 제임스는 옅은 미소를 띠며 자리에 앉았다. 이사누키가 원탁에 놓인 벨을 울리자 종업원이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일단 차를 좀 내오게.”


종업원은 부드러운 어조로 알겠다고 답한 후 밖으로 나갔다. 둘만이 있는 방 안에서 이사누키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날 더러 부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서라고 했었지?”


아직 음식도 나오지 않았다. 인사치레로 덕담이니 안부니 말하고 물을 수 있을 테지만 그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분명 이사누키도 마음이 급한 걸 테지. 제임스는 최대한 이사누키에게 맞춰주기로 했다.


“예, 그렇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조직을 위해서는 조장님께서 부회장이 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사누키는 흐뭇한 듯 수염을 쓰다듬었다. 최대한 좋다는 티를 안 내려 억제하는 중이었지만 제임스는 그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걱정이 커. 이번 일로 다른 조장들과 사이가 좀 안 좋아질 수도 있을 거고. 우리 측에서 다른 후보가 나오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말이지.”


여기까지 온 마당에 사양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좀 더 자신을 띄워주기를 바라는 말이었다. 제임스 쪽에서 ‘아, 그러십니까? 그럼 다른 조장을 모시겠습니다.’라고 할 리도 없으니까. 제임스는 그런 의도를 아주 쉽게 알아차렸다.


“조장님께서 주춤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조장님들은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해주시면 됩니다. 조장님께서 약속을 어기신 적이 없으니 납득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후보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당연히 단일화를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두 세력이 크고 경력이 많은 조장님을 지지할 것입니다.”


똑똑, 하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직후 종업원이 들어와 쟁반에서 찻잔과 차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발소리도 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제임스는 미소를 짓는 이사누키를 바라봤다.


“확실히 제임스 자네가 나를 도와준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지.”

“그 말씀은?”

“수락하겠어. 함께 잘해보자고 그래.”


제임스는 짐짓 환한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


“떳떳한 결정이십니다. 선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두 사람은 기쁜 얼굴로 차를 마셨다. 코로 향을 맡던 이사누키가 문득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은 있나?”

“이틀 뒤면 후보 등록입니다. 오늘 바로 부회장의 권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가진 조장들에게 우선 메일을 보내겠습니다. 조장님이 부회장이 되시면 문제를 처리해주겠다고요. 우선 그걸로 가까이할 사람을 붙잡겠습니다.”


이사누키는 재밌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호오. 그리고?”

“그다음 날, 부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오지 못할만한 조장들에게 저와 조장님께서 손을 잡았다는 걸 알려주는 것과 동시에 메일을 보낼 조장들의 지지까지 얻어냈다고 말할 겁니다. 그러면 그들은 대세를 따르기 위해 조장님을 지지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장님의 라이벌들은 고립되는 것이지요. 이후엔 제가 출마 의사가 있는 조장들에게 설득을 하겠습니다.”


이사누키가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야. 자네가 다른 사람한테 붙었으면 큰일이었겠어.”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여기······.”


제임스가 몸을 숙여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사누키가 가만 보니 그렇게 두껍지는 않은 서류였다.


“이게 뭔가?”

“조장님께서 부회장이 되면 해결하셔야 할 조장들의 문제들과 해결 방법입니다. 즉 가까이할 사람을 붙잡는 방법이죠. 오늘 당장 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조장님에게도 연락을 할 텐데 여기 적힌 대로 알려줘야 할 부분은 알려주고 알려주면 안 되는 부분을 얼버무리십시오. 그럼 될 겁니다.”

“이런 것까지 가져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사누키가 서류를 받으며 말했다. 잠시 서류를 몇 장 보던 이사누키가 말을 이었다.


“명심하도록 하지. 그런데 두 번째, 부회장 선거로 나오지 못할 조장들이 연락한다면 어떻게 하나?”

“그 조장들에겐 따로 할 말은 없지만, 얘기를 나누고 말끝에 이 말은 꼭 하십시오. ‘자네가 날 지지해주지 않는 건 자네 마음이니 말이야.’라고.”

“어쩔 수 없다고?”

“네. 너 하나 없어도 이쪽은 아쉬울 게 없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그 조장들을 상대할 땐 최대한 여유로운 티를 내셔야 합니다. 조장님께서 대세라는 걸 알면 자연히 함께하게 됩니다.”


거기까지 들은 이사누키가 큰 소리로 웃었다.


“재미있는 말이군. 일리도 있고 말이야. 확실히 규모가 작은 조장들은 좋은 줄 잡을 생각을 하니까 말이야. 나도 그랬듯이.”

“말씀드렸듯이 이 일은 빠르게 진행해야 합니다. 다른 조장이 다른 조장을 추대해도 변하는 건 없겠지만 같은 식구끼리 얼굴 붉힐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늘 바로 메일을 돌리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다시 미닫이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 직후 문이 열렸고, 몇 명의 종업원이 카트를 끌고 들어왔다. 음식이 도착한 것이었다. 이야기는 진즉 끝났기에 두 사람이 할 일은 서로에게 듣기 좋은 얘기나 하며 식사를 하는 것뿐이었다.


점심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온 제임스는 소파에 거의 드러눕듯 앉았다. 과식을 한 게 원인이었다. 그 상태로 담배 한 대를 태우자 속이 좀 더 더부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몇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담뱃불을 끄자 시류가 들어왔다.


“메일 다 보냈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제임스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시류가 걱정된다는 듯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니. 소화제가 필요해.”

“제가 가져오겠습니다.”


시류는 당장 밖으로 나가 소화제를 들고 들어왔다. 제임스는 물 한 잔과 함께 그것을 목으로 넘기고는 긴 한숨을 쉬었다.


“혹시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겁니까?”


시류가 제임스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제임스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그 양반이 너무 대식가라 문제인 거지.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먹을 걸 권한다니까? 의도가 좋은 건 아는데 적게 먹는 사람은 좀 피곤하지.”


시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사누키라는 조장이 술을 즐겨하는 편이었으면 참 고역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낮부터 술에 취한 제임스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그 와중에 갑자기 디바이스가 울리는 소리가 났다. 시류의 것이 아니었다.


“배불러 죽겠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디바이스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제임스입니다.”

-이봐, 메일로 보낸 건 사실인가?


안부도 인사치레도 없이 다급하게 묻는 건 전 레드 카프의 조장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예의와 거리가 먼 사람인 탓은 아니었다. 단지 방금 시류가 보낸 메일이 그의 급한 성격을 자극했던 탓이리라.


“물론입니다. 그런 거짓을 말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지. 그렇겠지. 자네는 허투루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야. 다만······.

“다만?”

-우리 구역이라지만 이 문제를 그들이 쉽게 포기할까? 카지노의 수익은 장난이 아니야.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봤더니 셀레온 조장님과 친 골든 혼 파 몇 명이 엮여 있는데 그쪽을 압박할 카드가 있습니다. 해결할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조장님께서 저희와 한배를 타 주시기만 하면 그 부분을 풀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당연히 지지할 수 있지. 그런데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지지하는 거지?

“그럼요. 벌써 다른 조장님들도 흔쾌히 승낙하셨습니다.”

-알겠네. 그럼 자네만 믿도록 하지.

“그렇다면 이틀 뒤 후보 등록할 때 이사누키 조장님을 지지하셨다고 조장님의 이름을 올려도 되는 것이죠?”

-물론이야. 잘 부탁하지.

“감사합니다.”


통화가 종료되었다. 제임스는 앞에 있는 테이블에 디바이스를 올려놓았다.


“벌써 급한 사람 한 명이 연락하는군.”


웃으며 시류에게 말하니 그가 의문을 표했다.


“다른 조장님들이 승낙하신 게 있습니까?”

“어?”

“아까 벌써 다른 조장님들도 흔쾌히 승낙하셨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거?”


속이 좀 편해진 기분이 든 제임스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사누키 씨를 지지했냐고 물었는데 당연히 그렇게 말해야지. 거기서 솔직하게 당신이 처음이라고 말하면 모두가 한패라는 기분이 안 들잖아? 선의의 거짓말이지.”

“과연, 그렇군요.”


감탄하는 시류를 보니 제임스는 괜히 웃음이 났다. 이런 적당한 요령을 가지는 게 조직에서 오래 살아남는 비법이다. 그렇게 말하려 했는데 다시 디바이스가 울렸다. 이번엔 다른 전 레드 카프 측 조장이었다.


“벌써 불티나게 오는구먼.”


제임스는 다시 디바이스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그렇게 16명의 전 레드 카프 조장 중 다섯 명의 전화를 받으며 하루가 지나갔다. 다른 일이라고 없던 건 아니었지만 제임스가 가장 신경 쓰고 있던 건을 바로 이사누키를 부회장에 앉히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 전화들은 하루의 기준이 되기에 충분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방금, 다섯 명 중 마지막 사람이 전화를 했었다. 아마 중요한 일이니만큼 내부 회의라도 거쳤을 테지만 결국은 합승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이사누키를 부회장으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내딛어진 것이었다.


제임스는 담배를 꺼냈다. 퇴근 전 창밖으로 비치는 석양을 보면서 피는 담배가 유난히 맛있었다. 그때야 비로소 자신이 감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긴장인가?’


긴장이라는 감정은 아니었다. 위험 요소는 없고 계단으로 치면 하나만 더 발을 뻗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이것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흥분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웠다. 그것은 기쁨이나 분노와 함께 작용하는 것이었다. 아직 일이 끝나지도, 일이 어그러지지도 않았는데 그런 것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제임스는 자신의 내면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의 상황은 결과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담배가 맛있는 이유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건 하나였다.


‘기대하는 거지.’


제임스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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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후기 22.09.01 24 1 15쪽
129 에필로그 -2- (完) 22.09.01 20 1 16쪽
128 에필로그 -1- 22.08.31 22 1 13쪽
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9 1 16쪽
126 고독의 습격 -1- 22.08.29 22 1 12쪽
125 폭풍전야 -3- (完) 22.08.18 21 1 12쪽
124 폭풍전야 -2- 22.08.16 19 1 11쪽
123 폭풍전야 -1- 22.08.16 21 1 13쪽
122 공연을 준비해라 -3- (完) 22.08.16 16 1 12쪽
» 공연을 준비해라 -2- 22.08.12 22 1 11쪽
120 공연을 준비해라 -1- 22.08.12 28 1 14쪽
119 준비 없는 부재 -3- (完) 22.08.11 23 1 14쪽
118 준비 없는 부재 -2- 22.06.19 17 1 13쪽
117 준비 없는 부재 -1- 22.06.16 18 1 13쪽
116 마피아의 사정 -5- (完) 22.06.14 18 2 13쪽
115 마피아의 사정 -4- 22.06.10 18 2 13쪽
114 마피아의 사정 -3- 22.06.04 20 2 12쪽
113 마피아의 사정 -2- 22.05.24 19 2 12쪽
112 마피아의 사정 -1- 22.05.21 19 2 12쪽
111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22.05.17 24 2 11쪽
110 침입자들의 문제 -2- 22.05.11 19 2 13쪽
109 침입자들의 문제 -1- 22.05.10 20 2 13쪽
108 서로 알아가는 과정 -6- (完) 22.05.04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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