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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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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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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작성
22.08.1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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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폭풍전야 -3- (完)

DUMMY

또다시 며칠 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출근한 제임스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자리에 앉아있어야 할 부하들이 사무실 구석에서 쑥덕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발소리가 멈춘 곳에 눈이 가자, 그 자리에 도착한 제임스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나서는 부하들이 없었다. 제임스는 더더욱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뭔가 일이라도 난 건가?”


부하들의 시선은 다시 움직였다. 시류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들의 압박에 이기지 못하여 제임스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니까? 이 종이는 뭐고?”


시류는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조장님. 경찰에서 소환장이 왔습니다.”

“소환장?”


제임스는 얼른 종이를 뺏어 살펴봤다. 그 문서에 적힌 것이 이러했다.


[조사 소환장. 이름: 제임스 새턴. ○월 ○○일까지 ○○구역 경찰서로 와서 조사를 받을 것.]


소환장의 적힌 날짜는 공교롭게도 부회장 선거가 열리는 날이었다. 제임스는 그 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난은 아니지?”

“저희도 놀라서 아까 거기 적힌 담당 경찰한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심지어 직접 경찰서로 전화로 걸어 경찰에 연결해서 확인했는데도 맞습니다. 이 문서는 진짜입니다.”


부회장 선거가 코앞인 데에서, 제임스는 한숨을 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 한 번으로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이 자식들 웃기는 녀석들이군. 그래. 어디 무슨 혐의인지나 볼까?”


[죄명: 위조지폐 제조 및 거래. 절도. 행위성간 세관 검사 불응 및 도주.]


“위폐 거래란 말이지. 절도랑 세관 검사 불응 및 도주는 뭐냐? 내가 뭘 훔쳤는지는 안 나왔냐?”

“저희도 알아보고 있으나 정보력이 부족해서······.”

“됐어. 내가 알아볼 테니까 너희들은 자기 일로 돌아가라. 걱정하지들 말고. 큰일 아닐 테니까.”


괜찮은 듯 말했지만 그의 말투에서는 불쾌감이 절절하게 드러났다. 그 낌새를 알아챈 부하들은 다시 각기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 시류 넌 일단 들어와라. 같이 전화하면서 문서 체크하는 것 좀 도와주게.”


시류와 제임스가 들어가자 남은 이들은 모두 방 안에서의 일이 궁금했다. 하지만 분노하기 일보 직전인 조장의 심기를 거스를 순 없었다. 일도 안 잡히고 엿들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전전긍긍하며 자기 일을 보게 되었다.


“어떻게 된 거지?”


제임스가 의아해하며 시류에게 물었다. 물론 시류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었다.


“이 중요한 때에 경찰 조사라니? 심지어 위폐 건은 내 담당도 아니었어. 그런데 갑자기 이런 걸 가지고 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든 게 누구냔 말이야?”


제임스는 거의 화를 내기 직전이었다. 시류는 이쯤 해서는 제임스의 감정에 개입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하십시오, 조장님. 우선 알아볼 곳에 충분히 알아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옳은 말이었다. 백날 화내도 진상을 찾을 수 없었다. 제임스는 전화를 어디론가 걸면서 스피커폰을 켰다.


“그래. 맞는 말이야. 같이 들어보자고.”


제임스는 상석 대신 손님의 소파 자리에 앉고는 옆자리를 시류에게 권했다.


-여보세요.

“네, 과장님. 저 제임스입니다.”

-어, 무슨 일이라도 있나?

“네, 큰일입니다. 저한테 지금 소환장이 날아왔어요. 죄명이 위폐 제조 및 거래에 절도, 행위성간 세관 검사 불응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 셋 중에 어떠한 것에도 관여한 바가 없습니다.”

-너한테? 나도 처음 듣는 일인데?

“저도 방금 보고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건에 대해 좀 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물어보지. 그 문서 자네 관할서에서 나온 게 맞지?

“네 맞습니다. 여기 강력반 팀장의 사인도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보게. 20분 정도 뒤에 내가 다시 걸지.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제임스는 담배를 물었다. 떨리는 손으로 불을 붙이자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에 불이 붙었다. 한 모금 마시고 내뱉으니 조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기도 했다.


“저······. 조장님.”


시류의 물음에 제임스가 그를 돌아봤다.


“응, 무슨 일인데?”

“제가 여기서 체크할 게 따로 있습니까? 차라리 변호사에게 연락을 하셔서 이쪽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만.”

“아니, 그냥 내 분을 억제하는 데 네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부른 거야. 신경 쓰지 마.”

“아 그렇습니까.”


작은 미소를 짓는 시류가 있었고 그런 시류를 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제임스가 있었다. 감정이 발산할 때 옆에 사람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 다 피운 담배를 재떨이에 비비며 제임스는 담배를 한 대 더 꺼냈다. 두 번째 담배가 꺼져갈 무렵 제임스의 디바이스가 울렸다.


“여보세요.”

-어, 젊은 조장. 내가 전화를 여기저기 걸어봤는데 거의 못 빠져나올 것 같다. 익명의 제보자가 민원실에 증거를 두고 갔다는데 그 증거가 너무 제대로인가 봐. 그나마 영장 가지고 사무실에 쳐들어갈 걸 내 동기가 막았다더라고. 아무래도 제대로 걸린 것 같은데.

“과장님, 진짜 억울합니다. 제가 한 짓으로 고발당하면 모를까 왜 제가 관여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이봐, 나도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잖아. 취조하는 애들한테는 살살하라고 해둘 테니까 꼭 좋은 변호사 써서 오라고. 우리 쪽이야말로 자네가 진짜 잡히면 피곤해질 일들 너무 많아.


전화가 끊겼다.


“여보세요? 과장님! 에라 도움 되는 거 없는 짭새 새끼 같으니라고.”


결국 제임스는 세 번째 담배를 손에 들게 되었다. 불을 붙이려는 도중 시류가 말했다.


“증거가 민원실에 있다고 하셨죠?”

“그래.”

“그렇다면 그 민원실에 있는 CCTV를 확인하면 되지 않을까요?”


제임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쏘아댔다.


“그딴 게 될 것 같냐? 일개 지방 경찰서도 아니고 본청 건물 민원대 화면을 어떻게 뽑아내겠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 후 곧 짜증 낸 것을 후회하며 나긋한 투로 말을 덧붙였다.


“본청은 장난이 아니야. 잘못 건드렸다가는 다 같이 쇠고랑 차는 수 있어. 어떤 새끼인지는 모르지만 발을 제대로 걸었단 말이지.”


미안하다는 말은 없었지만 시류는 그의 어조로 그가 사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임스는 고심했다. 하지만 사건의 어떤 경로로 이 사건이 경찰까지 도달했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떤 증거가 있는지도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미리 말을 짜맞출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정면 돌파를 해야겠지.”

“정면 돌파요?”

“우리 법무팀에 가서 사건을 설명하고 같이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가야겠지. 증거가 뭐든지 조작된 것이 틀림없을 것이야. 난 위조지폐 따윈 살면서 한 장도 보지 못했으니까.”


시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조장님. 소환 날짜는 부회장 선거가 열리는 날입니다. 구심점인 조장님이 투표를 못 하시게 되는 상황이면 이변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 부회장 선거는 대리인을 내세울 수도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만에 하나 소환을 거부하면 그땐 진짜 영장이 날아와서 우리 사무실을 다 털어버릴 수도 있어.”

“선거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 물음에 제임스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생각을 정리한 그가 입을 열었다.


“우선 이사누키 조장 아래에 우리 편인 모든 조장에게 알려야지. 사정이 이렇게 됐으니 그날 투표는 불참하게 되었다고. 대신 우리의 결속을 믿는다며 다독이는 수밖에 더 있겠나.”

“그럼 메일을 보내겠습니다.”

“아니, 이런 중요한 일을 메일로 하는 건 좀 그렇지. 내가 직접 전화를 걸겠다. 너는 일단 나가서 네 할 일을 해.”

“알겠습니다.”


시류가 나가자 제임스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한숨을 쉬었다. 방금 머금은 담배 연기가 산산이 사라져가는 것이 보였다. 세 번째 담배를 재떨이에 비빈 제임스는 다시 디바이스를 들고 이사누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네, 조장님. 제임스입니다.”

-그래. 무슨 일인가?

“다른 것이 아니라 부회장 선거에 관련된 일입니다만.”

-부회장 선거?

“그렇습니다. 제가 사정이 생겨서 그날 투표에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누키는 당황한 투로 답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모두 자네만 보고 기다렸는데 정작 이 모든 걸 준비한 자네가 나오지 못한다니?

“사실 제가 경찰에서 소환장을 받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선거일과 겹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소환장은 또 뭔가? 처음부터 천천히 설명해보게.

“오늘 아침에 경찰에게서 소환장이 날아왔습니다. 죄명은 위폐 제조 및 거래, 절도, 세관 불응이라던데 전혀 저는 걸리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에 아는 본청 과장한테 전화를 걸어보니 영장까지 나올 수 있던 사안이었다고 좀 나와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위폐라니! 언젯적 얘기를 경찰에서 하는 건가! 금성에 그 녀석들이 체포된 이후로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지 않았는가! 내가 직접 항의를 해보겠네.

“아닙니다. 지금 가장 몸을 사리셔야 할 조장님께서 그렇게 나서신다면 잘못하면 이 조직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부디 조심하시고 저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이사누키는 신음했다. 의리가 있다고 한다면 여기서 한 번 더 자신이 나서겠다고 해야 했으나 그에게 걸린 자리는 너무나도 컸다. 잠시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제임스가 말을 이었다.


“저는 괜찮을 겁니다, 조장님. 필시 상대편의 누군가가 쓸데없는 장난질을 한 모양인데 아마 알리바이만 조사해도 제가 누명을 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사누키는 마음의 짐이 덜어지자 질문을 했다.


-변호사는 누굴 데려갈 생각인가?

“법무팀에 형사 부문에 있는 녀석 중 적당한 친구 한 명 데려가려 합니다.”

-그럴 수야 있나. 내 변호인단을 빌려주도록 하지.

“그러셔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자네 덕에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손만 놓고 볼 수 없단 말일세. 점심 먹고 내 사무실로 오게. 그리고 변호인단을 만나보도록 해.

“영광입니다. 2시까지 조장님의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그래. 더 자세한 얘기는 거기서 듣도록 하지.

“네.”

-다른 조장들에게는 얘기 했나?

“아닙니다. 조장님이 첫 번째입니다. 앞으로 전화를 다 돌려야지요.”

-알겠네. 2시에 보도록 하지. 조심하게.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제임스는 한숨을 돌릴 새도 없이 다른 조장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5번가량. 조장님을 믿습니다. 표가 아깝지 않도록 하게 해주십시오. 그러한 사족을 제외하고 위 같은 대화를 반복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흐르지 않은 시점이었다. 점심시간이라면 한두 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다.


이사누키의 변호인단이라면 아마 사건을 어렵지 않게 부정할 수 있을 것이었다. 과연 그 후에 나타날 것은 무엇인지. 제임스는 그것에 관심이 동했다. 다른 조의 조장인가, 적대 세력의 농간인가. 이런 식으로 발을 거는 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비참한 최후를 맛보게 해주리라. 비열한 자의 끝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겠다. 제임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책상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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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에필로그 -1- 22.08.31 22 1 13쪽
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9 1 16쪽
126 고독의 습격 -1- 22.08.29 22 1 12쪽
» 폭풍전야 -3- (完) 22.08.18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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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폭풍전야 -1- 22.08.16 21 1 13쪽
122 공연을 준비해라 -3- (完) 22.08.16 16 1 12쪽
121 공연을 준비해라 -2- 22.08.12 22 1 11쪽
120 공연을 준비해라 -1- 22.08.12 28 1 14쪽
119 준비 없는 부재 -3- (完) 22.08.11 23 1 14쪽
118 준비 없는 부재 -2- 22.06.19 17 1 13쪽
117 준비 없는 부재 -1- 22.06.16 18 1 13쪽
116 마피아의 사정 -5- (完) 22.06.14 18 2 13쪽
115 마피아의 사정 -4- 22.06.10 18 2 13쪽
114 마피아의 사정 -3- 22.06.04 2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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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마피아의 사정 -1- 22.05.21 19 2 12쪽
111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22.05.17 24 2 11쪽
110 침입자들의 문제 -2- 22.05.11 19 2 13쪽
109 침입자들의 문제 -1- 22.05.10 2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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