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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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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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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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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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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폭풍전야 -2-

DUMMY

“회사가 자금난이 심하시지요?”

“무너질 정도는 아닙니다.”

“다 알고 왔습니다.”

“그럼 왜 물으신 겁니까?”


벤트로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말했다. 끝났다고 생각한 사건이 종결되지 않음을 말하며 찾아온 손님은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반가울 리 없는, 빨리 돌아가 줬으면 하는 손님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위폐를 사겠다고 했던 사람이 골든 혼 간부 제임스 새턴이란 증거를 만들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제가 화성에서 새 출발을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벤트로는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특정 인물을 가리켜 증거를 만들어내라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지만 화성에서 새 출발을 한다는 것 또한 뜬구름을 잡는 소리였다. 회사가 날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경영 기반이 없는 행성으로 떠나는 일은 부장 하나가 말한다고 될 리가 없었다. 그의 표정을 읽은 콜린이 말했다.


“화성에 힘이 센 인맥이 있습니다. 좋은 제지 공장 자리를 물색해달라고 부탁해보겠습니다.”

“공장 자리가 얼마나 좋은 자리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맥이 무슨 자리에 앉은 사람이길래 그런 걸 알아봐 줄 수 있다는 겁니까?”


콜린이 조용히 대답했다.


“총리.”

“무슨 말도 안 되는!”


벤트로가 역성을 내가 일어났다.


“장난이 지나치군요, 제이슨 씨.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하면 어떤 후회를 하게 되는지 모르시는 모양이니 가르쳐 드리죠. 당장 부하들을 부르겠습니다.”


콜린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증거를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증거요?”

“잠깐만 기다리시죠.”


콜린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벤트로는 그런 콜린은 못 미덥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콜린은 곧 말하기 시작했다.


“아, 총리님. 어제 말씀드린 좋은 친구들 회사 안입니다.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총리님께서 직접 설명하시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요. 상대도 지금 전화하는 분이 총리님인지 모르는 모양이고요. 아, 알겠습니다.”


콜린은 벤트로에게 디바이스를 건네며 말했다.


“전화 바꾸라시는 군요.”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디바이스를 흘겨본 벤트로는 결국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여보세요라고 말하자 상대가 말했다.


-고마로프 총리다. 그쪽에서 내가 나임을 못 믿는다는 눈치라길래 일종의 증거를 보내야 할 것 같군. 방금 내가 찍은 사진을 그쪽으로 보냈다. 시계의 시간과 대조하면 알 수 있겠지.


과연 진동이 울리며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과연 날짜와 시간이 동일한 상태에서 고마로프가 근엄한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엄지 치켜세운 사진이 보이는가?


벤트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들어와 화성 총리와의 인맥을 자랑하다니. 이제 그는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예, 총리님. 그런데 저희 회사같이 작은 곳에는 무슨 일로······.”

-별 건 아니고 말이야. 자네들 언론 일을 할 생각은 없나?

“언론 말입니까?”

-자네들 기반이 탄탄했던 것은 알고 있네. 나도 자네 회사 경영진의 경영 수완을 믿고 있고 말이야. 제지 공장 자리 하나 물색해줄 테니까 거기서 시작하게. 출판업과 인쇄업도 제지 공장 기반이 잡히면 지원해주겠네. 그리고 더 나아가선 언론사를 차리는 것까지 뒤에서 밀어주지. 그 대신 자네들은 우리가 보기에 좋은 기사들을 많이 써주기만 하면 돼.

“어용 언론이 되란 말입니까?”

-듣기 좋지 않은 표현이지만 틀린 표현은 아니야. 저번 총선에서 꽤 많은 의석을 잃었다네. 우린 당원들을 결집하고 사람들을 의아하게 할 만한 논조를 내세우는 언론이 꼭 필요하다네. 그렇다고 현재 있는 언론을 길들이려 하면 정언유착이니 하며 쓴소리만 듣고 끝날 일이야. 자네들에게도 좋은 일 아닌가? 자금난에 허덕여서 거기서 무너지는 것보다는 낫겠지.


반신반의하던 벤트로는 이제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가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총리님. 이 일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급하게 할 것 없네. 자네에게 우리 측 자료와 소견을 좀 보내주지. 자네가 아는 이사에게 이 일을 말하면 그때 가서 진행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자네 앞에 있는 그 친구의 부탁도 들어주는 거겠지?


벤트로는 천도의 공신이 되는 것을 마다할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래. 그럼 자네 메일 주소를 알려주게.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난 벤트로는 콜린에게 디바이스를 돌려줬다.


“말씀이 잘 끝나신 것 같군요.”


콜린의 물음에 벤트로는 말이 없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시는 자료에 대해 말씀하십시오.”

“말했듯, 골든 혼의 제임스 새턴이 위폐의 수취인이고, 수취인이었다는 증거를 만들어주십시오. 당신들이 당시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다면 이름만 바꾸면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보내드리길 원합니까?”

“내일 저녁까지 부탁드립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권하는 것임을 눈치챈 벤트로가 그의 손을 잡았다.


“아, 제 메일 주소를 알려드리죠.”

“알겠습니다. 처리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용건은 끝났고 콜린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대강의 일들이 마무리되었기에 트럭에 올라타고는 홀 토마토가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점심이 조금 안 된 시각. 콜린은 구석에 정박한 홀 토마토 호로 향했다. 주변에는 다른 소형정들이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 엄폐물이 되어 콜린을 가려준 소형정들 덕분에 콜린은 편하게 홀 토마토 호 내부에 편하게 장비들을 옮길 수 있었다. 조종석에 얼추 맞게 들어간 무기들은 거친 운행에도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도록 잘 묶었다. 자리에 앉아 얕은 한숨을 쉰 콜린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빛을 다시 받아들이고는 시동을 걸었다.


“가야겠군.”


듣는 이도 없고 대꾸할 이도 없었지만 콜린은 중얼거렸다. 눈을 꾹 눌러 피로와 압박감을 내보내고는 홀 토마토 호를 공중에 떠오르게 했다. 붉은 점은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라서는 한 점이 되고 이내 사라졌다.




콜린이 금성을 떠나고 며칠 뒤에, 가니메데 경찰로서 활동하고 있는 강력계 팀장 잇파야 경감은 부하 덕분에 큰 골머리를 앓고 난 뒤였다. 소매치기범을 과잉 진압하여 사망하게 한 것으로 인해 다음 달에 있을 승진 시험에서 크나큰 불이익을 받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서 내부에서는 그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기에 그가 출근길에 수심 어린 표정을 하더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몇몇 자리가 휑한 와중에 부하들이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에게는 그런 인사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여기 왜 다들 비어있어? 출근 안 했어?”

“팀장님, 그것이······.”


말을 흐리며 다가오는 부하가 짜증이 났다. 말을 똑바로 하면 알아먹을 것을. 괜히 역성을 내게 되었다.


“말 좀 똑바로 해 이 자식아! 왜 자리가 이렇게 비었냐고 물었잖아.”


먼저 나서다가 졸지에 화를 받은 부하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감찰부에서 내사한다고 데려갔습니다.”

“뭐? 감찰부?”


부하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팀 내부에 누가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과잉 진압을 했을 뿐이건만, 자신의 팀을 이렇게 들쑤시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도가 지나쳤다. 화를 삭이기 위해 눈을 감고 긴 콧김을 내뿜었지만 전혀 풀리지 않았다. 이 기회에 아예 승진을 누락시키겠다는 다른 이들의 간계가 틀림없다고 생각하니 그가 경찰 내부에 큰 유감을 가지게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대학도 나오지 않고 고등 시험이 아닌 중등 시험으로 경찰이 된 그를 무시하는 시각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식구를 이렇게 비열하게 가로막는 일에 대해서는 경찰이 되기 전이나 후나 그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평생 받아보지 못한 그런 모욕을 견디기엔 그는 이미 많은 화가 있었다.


“빌어먹을 감찰부가 왜 다른 애들까지 괴롭히는 거냐?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는 거냐? 어?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쳐들어가야겠다.”

“팀장님, 참으세요. 그쪽에 가셨다가 꼬투리라도 잡히면 우리 큰일 나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막내 놈이 사고 친 일도 있고 하니······.”


1년 전 팀에 들어온 막내가 유흥업소로부터 향응을 대접받은 일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잇파야의 시선이 자연히 막내에게 돌아갔다. 찔리는지 안 찔리는지 모니터만을 보며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그 녀석이 괘씸해서 뺨이라도 한 대 쳐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그가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없어지진 않았다.


“다 집어치워라 이 새끼들아! 처신도 똑바로 못하는 새끼들이. 어휴.”


버럭 소리를 지른 잇파야가 자리에 앉자 그의 화가 조금 가라앉았다고 생각한 건지 다른 부하가 무언가를 들고 그의 자리에 갔다. 잇파야는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


“뭔데 이거?”

“아까 1층에 민원대에서 발견한 건데요, 수취인에 팀장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두툼한 서류가 들어 있는 갈색 봉투와 커다란 은색 케이스였다.


“설마 폭탄이라도 들어있는 거 아니지?”

“아닙니다. 다 조사해보고 들여온 겁니다.”


잇파야는 자신의 비꼬는 듯한 농담이 성공하지 못하자 괜히 무안해졌다.


“알았어, 열어 볼게.”

“네.”


부하가 물러가자 그는 우선 서류를 꺼냈다.


“좋은 친구들과 골든 혼의 계약서.”


표제에 적힌 문구를 그렇게 조심스럽게, 또 작게 중얼거렸다. 유심히 문서를 읽은 그는 봉투 안에 메모를 발견했다.


‘비밀번호가······.’


메모에 적힌 비밀번호를 가방에 입력하자 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가방이 열렸다. 슬쩍 내용물을 확인한 그는 당장 가방을 닫았다.


‘위조지폐와 그 거래 내역이란 말이지.’


그리고 살며시 웃자 옆자리의 부하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살길이 생긴 것 같다.”

“살길이요?”

“잘만 되면 다들 승진할 수 있다는 거지.”


부하들은 그의 말에 의아해했다. 아까까지 심각하게 화를 내던 그가 지금은 웃으며 승진을 논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잇파야 경감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아있는 인원들에게 말했다.


“다들 자기가 하는 업무에서 잠깐 손 떼라. 그리고 이걸 돌려서 읽어보라고.”


옆자리 계장에게 우선 서류를 넘기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보게 되면 보통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부하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계장의 주위에 몰려들었다. 얼마 뒤 모두가 그것을 돌려봤을 때는 부하들 역시 그들의 팀장과 같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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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후기 22.09.01 22 1 15쪽
129 에필로그 -2- (完) 22.09.01 19 1 16쪽
128 에필로그 -1- 22.08.31 20 1 13쪽
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7 1 16쪽
126 고독의 습격 -1- 22.08.29 20 1 12쪽
125 폭풍전야 -3- (完) 22.08.18 19 1 12쪽
» 폭풍전야 -2- 22.08.16 18 1 11쪽
123 폭풍전야 -1- 22.08.16 19 1 13쪽
122 공연을 준비해라 -3- (完) 22.08.16 14 1 12쪽
121 공연을 준비해라 -2- 22.08.12 20 1 11쪽
120 공연을 준비해라 -1- 22.08.12 27 1 14쪽
119 준비 없는 부재 -3- (完) 22.08.11 19 1 14쪽
118 준비 없는 부재 -2- 22.06.19 16 1 13쪽
117 준비 없는 부재 -1- 22.06.16 18 1 13쪽
116 마피아의 사정 -5- (完) 22.06.14 17 2 13쪽
115 마피아의 사정 -4- 22.06.10 17 2 13쪽
114 마피아의 사정 -3- 22.06.04 19 2 12쪽
113 마피아의 사정 -2- 22.05.24 18 2 12쪽
112 마피아의 사정 -1- 22.05.21 19 2 12쪽
111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22.05.17 24 2 11쪽
110 침입자들의 문제 -2- 22.05.11 18 2 13쪽
109 침입자들의 문제 -1- 22.05.10 20 2 13쪽
108 서로 알아가는 과정 -6- (完) 22.05.04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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