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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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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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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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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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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독의 습격 -1-

DUMMY

차창 밖은 다분히 일상적이었다. 시선에 닿는 사람 중 과연 경찰서에 불려간 경험이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제임스는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장님의 생각대로라면 별일은 없을 겁니다.”


시류의 말은 큰 위로가 되지 못했다. 다만 성의만큼은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제임스의 말투는 평소와 같이 차분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그렇게 돼야 하는 게 맞는데 말이지.”


제임스의 말끝이 흐려졌다. 시류가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어, 괜찮아. 괜찮고말고. 다만 뭔가 불안하단 말이지.”

“불안하시다고요?”

“그래. 제 발로 함정에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그런 묘한 기분 말이야. 그렇다고 길을 피해가자니 후환이 클 것이고.”

“지금이라도 차를 돌릴까요?”


제임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럴 필요는 없어. 그럴 수도 없고. 이미 이사누키 조장님의 변호인 분들이 서 앞에 와 계시지 않냐.”


시류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검은 구형 세단은 직진했다. 조사는 10시부터 있기에 시간이 조금 남은 참이었다. 다만 선배의 변호인들이 이미 도착해있다는데 늑장을 부릴 수는 없었다. 시류는 조급한 마음을 다잡으며 운전했다.


9시 30분경, 검은 세단이 경찰서에 도착했다. 제임스가 차에서 내리니 곧 며칠 전에 봤던 세 남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이사누키 조장의 변호인단이었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중년들 가운데에서도 제일 젊어 보이는 남자가 제임스에게 악수를 청했다. 못 받을 이유는 없었다.


“아닙니다. 먼 길 와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뒤에 서 있던 남자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럼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예상 질문과 답변을 잠깐 체크하고 가겠습니다. 저쪽에 정자가 있으니 그쪽으로 잠깐 가시죠.”


이 또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제임스가 운전석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시류가 창문을 내리자 말했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와도 괜찮아. 조사 다 끝나면 부를 테니까. 너무 멀리 가지는 말고.”

“네, 알겠습니다.”


대답한 시류는 운전석에서 내려 제임스를 향해 섰다.


“조장님, 부디 잘 다녀오십시오.”

“그래. 힘낼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시류가 경찰서 밖으로 나가자 제임스가 말했다.


“그럼 가시죠.”


정자에 앉은 네 사람은 오늘 소환에 대해서 간략한 대처 방법을 논하고 예상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할지 모르겠다고 할지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전략을 점검했다. 의외로 30분이란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경찰서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 되자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제임스는 눈앞에 있는 세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 역시 허리를 굽히며 그의 말을 받았다.


“너무 긴장하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그럼 들어가시죠.”




햇살은 그렇게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았다.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선선하다. 그야말로 끝내주는 날씨다. 여관에서 나온 콜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누구도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 결말을 모른다는 것은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임스가 경찰의 소환장을 받고 며칠이 지났다. 오늘은 콜린에게 특별히 중요한 날이었다.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은 조급했다. 콜린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구태여 심호흡 따위를 하여 마음을 가라앉힐 생각은 없었다. 진정도 여러 번 시도하면 내성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계는 10시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지만 그는 빠른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식사가 늦은 편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점심을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일할 때는 배가 너무 고파서도 안 되었고 배가 너무 불러서도 안 되었다. 그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은 상당히 익숙하다. 한산한 식당에서 주문한 요리를 기다리고 있던 콜린은 가게에 비치된 오늘 자 신문을 펼쳤다. 정치, 스포츠면을 지나 사회면을 살펴보던 도중 그의 눈길을 끈 기사가 있었다.


[위조지폐 거래 혐의 용의자 오늘 소환조사]


콜린은 며칠 전에도 비슷한 기사를 봤었다. 금성 위조지폐 사건 관련자가 가니메데에 있고 그를 곧 소환조사할 거라는 내용의 기사를. 지금처럼 작은 기사였고 뉴스에서도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그 기사들은 콜린을 각성시키는 데에 도움을 줬다. 그래. 오늘이다. 준비는 모두 되었다. 며칠 동안 하루에 한 번 꼭 체크했다. 그러니 잘해보자고. 콜린 스털링.


더 볼 것이 없는 신문을 접자 마침 종업원이 식사를 내왔다. 팬케이크에 베이컨과 계란, 그리고 커피. 몇 년간 줄곧 먹어왔던 메뉴다. 잘 들지 않는 칼로 팬케이크를 썰어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씹어 위장으로 넘기고 커피를 들이켠다.


“썩 맛있지는 않구먼.”


그가 지난 몇 년간 먹어왔던 맛에 비하면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도 식사를 하지 않으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니 콜린은 차에 기름을 넣듯 일정한 속도로 우직하게 음식을 입에 넣었다. 즐겁지 않은 식사지만 그런 감상을 가지는 건 지금 해야 할 일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르고, 씹고, 넘긴다. 그러기를 반복했다.


식사가 끝난 후, 콜린은 시계를 봤다. 11시 정도까지 배를 채우는 것은 그가 세웠던 계획에서 어긋난 게 아니었다. 계산하고 나온 콜린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제 막이 오른다. 누구도 모르는 결말이, 한쪽이 파멸하는 이야기가, 고독과 연대의 대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배도 파괴되었다. 동료도 버렸다. 도망치지 않는다. 오로지 인생에 마무리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소화에 도움도 되게 할 겸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이제야말로 홀 토마토 호를 향해 움직여야 할 때였다. 콜린은 꼿꼿한 자세로 걷기 시작했다.


홀 토마토 호에 다다른 콜린은 우선 내부에 장착한 스텔스 머신을 점검했다. 디바이스에 설치한 레이더 프로그램을 보니 기계의 전원을 켜자 홀 토마토 호의 반응이 사라졌다.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조종석에 올라탄 콜린은 시동을 걸었다. 몇몇 소형정들을 지나 공중으로 뜬 홀 토마토 호는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골든 혼의 본부는 두 시간 정도 비행하면 도착할 예정이다. 조종간을 고정한 콜린은 자리 옆에 놔둔 무기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미리 폭탄과 수류탄이 든 가방을 어깨에 메고 허리춤에 권총을 찔러 넣었다. 반대쪽 어깨엔 기관단총을 멨고, 오른편엔 바주카를 장전해두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자 그는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곧 골든 혼의 본부가 시야에 들어왔다.


본부 주변에는 건물 따윈 없다. 방해꾼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 점은 콜린에게 아주 고마운 것이었다. 경찰들이 쳐들어온다면 필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테니까.


홀 토마토 호는 점점 속력이 줄어갔다. 또 서서히 하강했다. 건물 안에 있는 레이더로는 홀 토마토 호를 탐지할 수 없을 것이다. 콜린은 본부 건물을 조준하여 홀 토마토 호를 몰았다.


지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플라스마 포가 장전되었다. 잘만 꽂는다면 목표를 정확히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콜린은 그러기를 바라며 플라스마 포의 방아쇠를 당겼다.


광자 포가 순식간에 본부 건물에 날아들었다. 곧 건물의 한쪽이 제대로 드러났다. 벽이 무너지면서 병력이 잔해에 깔린 것 같았지만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조장들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홀 토마토 호는 곧바로 본부 건물로 돌진했다. 넓은 정원에 바퀴가 닿았고 예술적으로 착륙했다. 뚫린 벽으로 홀 토마토 호의 선수, 즉 조종석이 들어갔다. 그러면서 날개가 건물에 닿아 선체가 흔들렸다. 동시에 쨍그랑, 파스스. 유리와 벽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콜린은 충격을 딛고 일어났다. 왼쪽은 막다른 길. 적들은 오른쪽에서 올 것이 자명했다. 조종석을 연 콜린은 얼른 연막탄의 안전핀을 뽑아 집어 던졌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적들이 올라오는 구두 소리가 들렸다.


수많은 총들이 불을 내뿜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홀 토마토 호에 타고 있던 콜린은 기체를 엄폐물 삼아 총탄을 피했다. 조심스럽게 바주카를 든 콜린은 엄폐물에 그것을 걸치고는 방아쇠를 눌렀다.


쉬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곧 폭발음이 들렸다. 곧 총소리가 멎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콜린은 즉시 홀 토마토에서 내려 기둥 뒤로 숨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막이 잦아들었다. 기둥 뒤에 있던 콜린은 슬쩍 복도를 살폈다. 바주카의 폭발에 휘말려 죽은 적들 뒤로 더 많은 적들이 와있었다. 그 수가 열은 되었기에 콜린이라도 저들을 정면에서 상대할 수는 없었다.


콜린은 우선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그리고 기관단총만을 빼꼼 내밀어 상대를 향해 점사했다.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사격이었다. 적들은 콜린의 총질에 답하듯 무수히 많은 총알을 쏟아내었다. 총성이 모든 소리를 감춘 그때, 콜린은 수류탄을 적들의 앞으로 던져 굴렸다. 다시 폭발이 일어났고 콜린은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어 쓰러지지 않은 남은 이들을 저격했다.


거기서 끝날 것이 아니었다. 콜린은 즉시 가방에 왼손을 넣어 플라스틱 폭탄 더미를 들고 계단을 향해 달려 나갔다. 계단 앞에서 몸을 사린 콜린은 손만 옆으로 뻗어 기관단총을 연사했다. 손 대신 시야를 그쪽으로 향한 콜린은 올라오던 몇 명의 조직원이 쓰러진 것을 확인했다. 또한 1층에서 눈치를 보는 조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재빠르게 플라스틱 폭탄 더미를 계단에 뿌린 콜린은 다시 옆으로 피해 버튼을 눌렀다.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먼지가 자욱했고 돌무더기들이 1층에 흩뿌려졌다. 계단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올라올 방도를 잃은 조직원들은 우왕좌왕하며 복도를 둘러봤다. 콜린은 그곳에 수류탄을 하나 까놓은 후 자리를 떴다.


그 폭발에 또 다른 희생자들이 생긴 것은 두말할 것이 없었다. 시체가 언덕을 쌓았고 콜린은 그 언덕에 관심이 없었다. 콜린이 관심을 가진 곳은 따로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적들은 다른 계단으로 돌아서 올 것이 뻔했고 콜린은 그 전까지 일을 마쳐야 했다. 복도 중앙에 있는 커다란 방. 남쪽을 향한 창이 햇빛을 받는 바로 그 방. 콜린은 쉬지 않고 그 방으로 달려갔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며 상대의 의사를 물을 만큼 콜린은 친절하지 않았다. 힘껏 내지른 발길질에 나무로 된 문의 잠금장치가 박살이 났다. 동시에 60개는 되는 눈들의 시야가 한 곳에 집중되었다.


콜린은 우선 방의 구석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선 카메라를 쏜 콜린의 귀에 목소리가 들렸다.


“다, 당신 뭐야!”


그렇게 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한 발. 머리가 텅 비어버린 그는 더는 말하지 못했다.


“조장 사냥꾼 콜린 스털링이다.”


청중은 어이가 없었다. 또 두려움도 있었다. 전 레드 카프 파에서는 그를 두고 쑥덕거리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으나 몇 번의 총성이 울린 후에 쓰러지게 되었다. 그렇게 모두 조용해졌다.


“복수를 위해 여기 왔다. 여러분 모두 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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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8 1 16쪽
» 고독의 습격 -1- 22.08.29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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