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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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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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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글자수 :
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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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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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피아의 사정 -4-

DUMMY

“그렇게 된 거로군. 문자 내용은 미리 뽑아놨던 건가?”


제임스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쇼커의 질문에 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젠슨의 디바이스는 분실했다는 거지?”

“네.”

“그렇다면 저 문자 내용은 증거가 될 수 있겠군.”

“깊은 이해에 감사드립니다.”

“내가 아는 내용하고는 좀 다르지만 말이야.”


제임스의 표정이 굳었다. 다른 조장들은 잠시 의아해하다가도 이내 쇼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쇼커 역시 문자 내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무슨 말씀이신지요?”


제임스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런 제임스가 우습다는 듯, 혹은 그의 우위에 있다는 듯 쇼커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지퍼백에 담긴 디바이스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놨다. 그 채도가 약한 파란색의 디바이스는 제임스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얼마 전, 디바이스를 하나 주웠는데 말이야. 우리 보안팀을 시켜서 비밀번호를 해제했지. 거기서 누군가 바톨로뮤와 연락을 한 정황이 있는데 누구의 디바이스인지는 알 수 없었지.”


쇼커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제 누구의 것이었는지 알 것 같군.”


제임스는 몸이 굳은 채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것은 진짜 젠슨의 디바이스인가? 아닌가? 그냥 떠보는 건가? 함정인가? 속으로 많은 물음들을 던졌지만 그것들에 대한 대답은 하나도 할 수 없었다. 감이 잡히지 않았다. 쇼커는 지퍼백을 열어 디바이스를 꺼냈다.


“이 디바이스에 적힌 문자 내용은 자네가 준 이 서류와 거의 똑같아. 내가 읽어주지. 나흘 뒤 오후 2시. 아브로허 별장으로 오도록. 제임스와 콜린 스털링에 대한 증거 자료는 잊지 말 것.”


콜린 스털링의 이름이 나오자 좌중이 술렁거렸다. 10년 전 돌연히 조직을 떠난 조직원의 이름을 모르는 전 레드 카프 출신의 조장은 없었다. 친 골든 혼 조직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들 중 절반 정도는 이른바 옥새 탈취 작전을 통해 레드 카프와의 합병을 논하는 회의에 참석했었고 나머지 반수 또한 회의 내용을 들었기 때문에 콜린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었다.


자기들이 아는 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조직원이었던 콜린 스털링이 과연 제임스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기 위해 좌측의 조장들은 귀를 열었다. 반면 우측에 앉은 조장들은 그들이 남의 집 사정에 끼어들어 모신 부회장이 자신들에게 피해가 가는 실언을 하지 않을까 긴장하며 입을 닫았다.


쇼커는 이어서 말했다.


“다른 조장님들도 오십니까? 나 포함 7명. 모두 무슨 일인지 모르고 온다. 대외에 알려져선 안 된다. 다른 조장들도 모두 최소한의 경호원을 대동하도록 했어. 다시 말하는데 대외에 절대 알려져선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제임스를 바라봤다.


“문장 하나가 추가된 것 빼고는 같은 내용이지 않은가?”


제임스는 굳게 다문 입을 간신히 열었다.


“어디서 찾으신 겁니까?”

“자네 사무소 주차장 옆에 쓰레기장에서.”

“알려주셨다면 오신 분들에게 차라도 드렸을 텐데요.”

“그런 환대를 받으면 사양하라고 했어.”


제임스와 쇼커는 미묘한 눈빛으로 서로를 응시했다.


“제가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신 겁니까?”


쇼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뭔가 자네 입장을 잘 모르는 모양이야. 내가 가르쳐 주지. 자네는 지금 질문을 하는 입장이 될 수 없어. 우선 이 디바이스는 분실된 게 아니라 버려졌다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군. 또 다른 사람이 언급된 문장을 지우고 우리에게 편집된 정보를 보여줬다. 지금 질문을 해야 하는 건 나다. 왜 그랬지?”


조장들은 분위기에 압도되어 감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 이유 외에도 우측에 앉은 조장들은 콜린 스털링이란 이름에 반응을 할 수 없었다. 합병된 조직에서 10년 전에 나간 조직원의 이름 따위 알 리가 없는 게 당연하니까. 좌측에 앉은 조장들은 제임스와 콜린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금 쇼커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 호기심은 그들로 하여금 쇼커와 제임스의 대화를 경청하게 했다. 잠깐의 침묵 뒤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제 증거 관리 능력을 질책하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고의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닙니다.”

“계속 분실했다는 입장을 고수할 텐가?”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일 뿐입니다.”


쇼커는 소리 없이 헛웃음을 지었다. 제임스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콜린 스털링이 언급된 문장을 지운 건 제가 지시한 겁니다. 바톨로뮤 조장이 그를 알 리가 없을 거라는 것은 부회장님도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쇼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 레드 카프 조장들은 옥새 탈취 작전 따위는 모른다. 그들은 콜린 스털링의 존재는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래전에 조직을 떠난 사람과 저를 왜 엮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바톨로뮤 조장은 콜린 스털링의 존재를 알고 있을 리가 없음에도 그를 언급했습니다. 저는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건너편에 계신 조장분들에게 콜린 스털링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바톨로뮤 조장이 다른 조장들한테 정보를 흘리진 않았지만 다른 조장들이 콜린 스털링에 대해 모를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제가 오늘 콜린 스털링을 언급한다면 건너편에 계신 분들이 제 조사를 방해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같은 조직의 조장들끼리 서로를 방해하는 치졸한 짓을 한다는 직접적인 모욕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러나 친 골든 혼 파 조장들은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섣불리 말을 꺼내다간 옥새 탈취 작전으로 레드 카프의 권력 싸움에 개입했다는 것이 탄로 날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는 전 레드 카프 조장들의 힘이 더 강력한 상태다. 불리해질 내분을 각오하고 감정에 충실할 조장은 이곳에는 없었다.


“그렇단 말이지.”


쇼커가 중얼거렸다.


“그럼 한 가지 의문이 남는군. 일곱 명의 조장들이 가지고 있던 회의록을 저번 회의 때 첨부했었지? 그런데 그 회의록에는 콜린 스털링에 대한 내용은 없었어. 어떻게 된 거지? 그 서류도 조작한 건가?”


그 서류는 조작된 것이어서는 안 됐다. 제임스는 그 서류를 보고 일곱 명의 조장들을 죽였다고 했다. 그 서류에 제임스를 축출하고 이권을 나누려 했던 내용이 쓰여 있었기 때문에 제임스에게 정당성이 성립하는 것이다. 제임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 서류가 가짜라고 인정하고 젠슨이 원래 작성했던 서류를 주게 된다면 자신과 콜린 스털링이 밀월관계에 있다고 자수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아뇨, 그 서류에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왜 콜린 스털링에 대한 것이 적혀있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조장들이 한 번만 만나서 모든 계획을 세울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콜린 스털링이 왜 나왔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우선은 저를 없앨 계획을 세우고 콜린 스털링에 대한 건 나중에 논하기로 했는지도 모르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제임스의 말에 결국 증거는 없었다. 좌우의 조장들은 말할 수 없어도 모두 알고 있었다. 부회장이 어떤 식으로 반박을 할지 모두 기다렸다. 그러나 쇼커의 말은 조장들의 생각과는 달랐다.


“그럴 수도 있겠군.”


쇼커는 확실하지 않은 증거에 대고 옥신각신하려는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제임스의 말이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거짓이라는 보장 또한 없었다. 그렇게 한발 물러선 쇼커를 본 조장들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회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쇼커가 옆에 앉아 있는 노인에게 물었다. 미간을 찌푸린 채 그 모든 걸 듣고 있던 회장이 말했다.


“조장 제임스가 증거를 편집한 것이 괘씸하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또한 죽은 일곱 명의 조장이 제임스를 해하려 했던 건 증거가 명확하다. 제임스의 대처가 과격하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입장을 소명했다고 생각한다.”


회장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제임스의 정당함을 인정하겠다. 다만 그 처신이 옳은 것이라 할 수는 없으니 일곱 명의 조장의 유산을 논할 때 제임스는 입을 열지 마라. 이렇게 결정하겠다.”


제임스는 속으로 웃었다. 일곱 명의 조장을 죽이고도 그들의 이권을 나누는 데에 낄 수 없게 되는 정도로 끝나는 것은 싸게 먹힌 것이었다. 만약 증거가 부족했거나 하나라도 말실수를 했다면 곱게 끝나지는 못했으리라.


좌측에 앉은 조장들 또한 그 결정에 불만은 없었다. 최악의 경우 부회장과 제임스 중 한쪽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쇼커가 한발 물러선 덕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약 사태가 심각해졌으면 전 레드 카프 안에서도 갈등이 생길 수도 있었다. 또한 다들 내색하진 않았지만, 제임스가 일곱 명이나 되는 조장들을 살해했기에 그들 중 후계자가 없는 조의 유산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 되었다. 그것이 불만족스러울 리가 없었다.


우측에 앉은 조장들에게 바톨로뮤는 옥새 탈취 작전으로 그들이 이용해 먹었던 콜린과 제임스를 억지로 엮어 반란을 도모하려 했던 생각이 짧은 배신자로 정리되었다. 속으로 바톨로뮤를 씹지 않는 조장은 없었고 그 감정을 대놓고 드러낼 수 있는 조장 또한 없었다. 주먹을 쥐고 입을 꽉 다물기만 할 뿐.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조장 역시 없었다.




그날 저녁, 넓은 바질 리브스 호 안에서 여전히 세 사람은 조종실에만 있었다. 그들의 자리는 지정석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확고했다. 그중 조종석에 앉아 있던 콜린은 그의 디바이스가 울리는 것을 듣고 그것을 들었다.


“여보세요.”

-자동차 정비소죠?

“그렇습니다.”

-오늘 하루도 좋았길 바라.

“내 기분에 대한 너의 호의는 고맙게 생각하지.”


제임스가 소리 내어 웃었다. 콜린은 별일이라고 생각하며 물었다.


“좋은 일이 있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군. 어느 쪽이지?”

-어느 쪽이길 바라는데?

“헛소리는 그만하고 할 말이나 말해주길 바라는 쪽.”

-그래, 그래. 알았어. 오늘 회의에서 일곱 명의 조장들을 죽인 건에 대한 결론이 났어.


콜린은 그것이 긍정적인 결말일지 부정적인 결말일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됐지?”

-나는 무죄. 생각대로 일이 풀렸어. 그건 당신한테도 좋은 점이지. 이제 목표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어.

“쇼커로군.”

-그래. 쇼커가 죽으면 중립을 지켜 줄 부회장이 사라지지. 전 레드 카프의 힘이 강한 상태에서 새로운 부회장을 뽑게 되면 당연히 전 레드 카프 출신이 선출되겠지. 그리고 아마 그 사람은 중립을 지킬 마음이 없을 거야.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 골든 혼 쪽에서 당신을 추적하기 힘들어질 거야. 일을 벌이다가 전 레드 카프에게 들통나게 되면 합병 전에 골든 혼이 레드 카프를 통제했기 때문에 합병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시인할 테니까.

“그럼 슬슬 결말이 오는 건가?”

-물론이지. 내가 당신이라면 기대하기 시작할 거야.


콜린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있나?

“아니, 그냥. 이 모든 게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것이 참······.”

-것이?

“아직 실감은 안 나는군.”

-그래. 자유의 몸이 된 후에야 그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 당신 마음은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내가 왈가왈부할 건 아니니까.

“알아줘서 고맙네.”

-이틀 후면 그날이야. 계획은 세웠나?

“물론이지.”

-내일 쇼커가 떠나는 시간을 알려주지. 힘내.

“걱정해주는 거라면 고맙다고 답해주지.”


통화가 끊겼다.


“제임스야?”


TV를 보던 데이지가 물었다.


“그 녀석 말고 누가 있겠냐.”

“뭐라고 하는데?”

“모든 일이 마무리됐고 이제 쇼커만 처치하면 된다는 것.”

“그렇구나.”

“그래. 그런 거지.”

“걱정되지는 않지?”

“너희들이 걱정만 안 한다면.”


두 사람은 피식 웃었다.




“거의 끝이군.”


제임스가 디바이스를 책상에 놓으며 말했다.


“정말 진행하는 겁니까?”


시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제임스에게 물었다.


“물론이지. 대놓고 이름이 나왔는데 가만있을 수야 있나.”


제임스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들이마신 연기는 날숨을 타고 그의 입에서 빠져나왔다.


“마무리가 아쉬우면 항상 후회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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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에필로그 -2- (完) 22.09.01 20 1 16쪽
128 에필로그 -1- 22.08.31 22 1 13쪽
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9 1 16쪽
126 고독의 습격 -1- 22.08.29 22 1 12쪽
125 폭풍전야 -3- (完) 22.08.18 21 1 12쪽
124 폭풍전야 -2- 22.08.16 19 1 11쪽
123 폭풍전야 -1- 22.08.16 21 1 13쪽
122 공연을 준비해라 -3- (完) 22.08.16 16 1 12쪽
121 공연을 준비해라 -2- 22.08.12 21 1 11쪽
120 공연을 준비해라 -1- 22.08.12 28 1 14쪽
119 준비 없는 부재 -3- (完) 22.08.11 23 1 14쪽
118 준비 없는 부재 -2- 22.06.19 17 1 13쪽
117 준비 없는 부재 -1- 22.06.16 18 1 13쪽
116 마피아의 사정 -5- (完) 22.06.14 18 2 13쪽
» 마피아의 사정 -4- 22.06.10 18 2 13쪽
114 마피아의 사정 -3- 22.06.04 19 2 12쪽
113 마피아의 사정 -2- 22.05.24 19 2 12쪽
112 마피아의 사정 -1- 22.05.21 19 2 12쪽
111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22.05.17 24 2 11쪽
110 침입자들의 문제 -2- 22.05.11 19 2 13쪽
109 침입자들의 문제 -1- 22.05.10 20 2 13쪽
108 서로 알아가는 과정 -6- (完) 22.05.04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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