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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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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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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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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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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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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의 사정 -2-

DUMMY

다음 날, 골든 혼에서 열린 긴급 조장 회의는 참석자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반신반의하며 회의장에 도착한 이들은 이윽고 공석이 된 일곱 자리를 보게 되자 실감할 수 있었다. 골든 혼의 조장들이 죽었다. 그것이 일명 조장 사냥꾼이란 녀석의 소행이 아닌 골든 혼의 간부가 벌인 일이라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었고, 그들에게 분명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니, 전례가 없었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필시 형벌을 받게 될 제임스는 오늘만은 조장들 중 마지막으로, 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


검은 정장을 입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제임스를 보며 친 골든 혼 파 조장들은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개중에는 불쾌한 티를 내는 자도 있었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 자도 있었으나 분노를 표하는 자는 없었다. 일곱 명의 무게는 그만큼이었다. 자기들끼리 작당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우측 조장들은 하나같이 참담한 심정으로 그의 입장을 바라봤다.


전 레드 카프 조장들 역시 제임스를 바라봤다. 대다수 조장은 그를 경외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렇지 않은 자들은 의문 가득한 표정이었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을 벌여 순식간에 운동장을 기울인 그가 어떻게 뒷감당을 할 것인가에 대해 그들은 흥미진진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제임스는 원래는 토니오의 자리였던 곳으로 향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그가 앉자 회의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장의 수행원이 들어와 회의가 개시되었음을 선포했다.


의제는 하나였다. 왜 제임스 조장은 일곱 명이나 되는 다른 조장을 죽였는가. 물론 아브로허 별장에는 시체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제임스는 그곳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물건들을 제시하며 말을 시작했다.


“제가 존경해마지 않았던 돌아가신 토니오 조장님의 조와 합병이 끝나갈 때쯤이었습니다. 익명의 제보가 편지를 통해 제게 들어왔습니다. 골든 혼 내부에서 이번 합병을 매우 마음에 들어하지 않기 때문에 저를 축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그 편지에는 지금은 죽은 젠슨이라는 저희 조의 조직원과 내통하여 제 일정 이외의 기타 등등 정보를 빼내면서 저를 치려는, 소위 내부반란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제임스는 문으로 다가가 그것을 열었다. 그러자 묵직해 보이는 상자를 든 시류가 들어왔다. 바닥에 상자를 내려놓은 시류는 그 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조장들에게 나눠주었다.


“이 문건은 저희 조였던 젠슨이라는 녀석이 작성한 걸 복사한 겁니다. 보시다시피 저의 동향과 토니오 조와 합친 후 저희 조의 규모, 그리고 어떤 식으로 저를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쓰여 있습니다. 맨 뒤에는 이 문서가 아브로허 별장에 있었다는 증거 사진이 있습니다.”


할 일을 다 한 시류가 나가자 조장들은 저마다 종이를 넘기며 문서를 읽었다. 고요한 회의장에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신음만이 흘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윽고 누군가 말을 꺼냈다.


“이 문건은 언제 어디서 확인했나?”

“문서를 받은 다음 날 새벽에 확인했습니다.”

“왜 먼저 공론화하지 않았지?”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제임스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안전할 것이란 보장이 없었습니다. 문서에는 어떤 조장들이 저를 치려 하는지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젠슨을 쳐낸다고 해도 그와 연락을 주고 받았던 조장을 누군가가 비호한다면 계속 위험한 상태인 건 변함이 없지 않습니까?”

“조직엔 절차와 순서라는 게 있네, 제임스! 도가 지나쳤어. 일곱 명이나 되는 조장들을 죽이다니!”

“그들이 죽은 건 저를 적대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일곱 명이나 되는 조장들이 저를 죽이려 했다는 것이 드러났죠.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조장님이라면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시겠습니까?”

“그러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일을 저질렀나? 이만한 공백이 갑작스럽게 생겼으니 큰일 아닌가?”

“그렇습니다. 바로 그걸 논의하기 위해 제가 일을 저지르자마자 조직에 알린 거죠.”


우측의 조장들이 신음했다. 지금 건너편에서 발언하는 저 남자는 제임스답지 않았다. 다분히 공격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 몇몇 조장들은 그렇게 알 수 있었다. 그런 제임스의 태도가 불만스러운 조장들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일곱 명의 조장이 죽었다는 것은 일곱 명 분의 이권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 네 명은 자신의 후계자가 뚜렸했지만 다른 세 명은 달랐다. 전 레드 카프 파의 인원이 더 많아진 와중에 한 명 한 명의 사람이 소중했다. 여기서 자리를 뜨는 사람은 죽은 자들의 유산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무 성급한 결정 아니었나? 며칠도 안 돼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실행해도 되었을 텐데.”


다른 조장의 말이었다. 제임스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명백히 저를 해칠 의도를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는데 시간을 끌 이유가 없잖습니까.”

“크흠.”


회의장 안에 헛기침 소리가 울렸다. 좌중의 시선은 모두 한곳으로 향했다. 부회장인 쇼커가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는 누가 적의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일을 저질렀다는 말인가?”


시선들은 다시 제임스에게로 옮겨갔다. 제임스가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가 가담하는지는 문서에 나와 있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자네는 그 모임의 참가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로 아브로허 별장에 쳐들어가서 조장들을 죽였어. 자기가 죽일 조장들이 누군지 알아볼 생각도 안 했다는 거라고 들리는데.”


예상 가능한 질문이었다. 제임스는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를 해치려는 사람이 있을 때 생각해야 할 건 그 사람이 누군지가 아니라 어떤 책략과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죠.”

“그들이 먼저 총을 든 건 아니지 않은가?”

“화근을 먼저 잘라낼 필요가 있었죠. 제 조의 안전을 위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지그시 쳐다봤다. 양측 조장들은 침을 삼켰다.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군.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야.”


쇼커의 말이 끝나자 좌중은 숨을 쉬기 시작했다.


“어, 어쨌든 제임스는 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던 거군요. 증거도 명확하고 말입니다. 비록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잘못은 죽은 조장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제임스. 그러고 보니 배신자 녀석은 어떻게 처리했나?”


좌측에 앉은 조장의 물음이었다. 제임스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물론 처리했습니다. 야산에서 나무의 거름이 되고 있죠.”

“과연 일 처리가 빠르구먼.”


좌측의 조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더는 제임스에게 질문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이대로 덮고 넘어가는 것이 그들의 대화 없이 도달한 합의점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다시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슨을 죽였다고?”


역시 쇼커의 목소리였다. 또 다른 질문을 할 기세였다. 전 레드 카프 출신 조장들은 자기들과 같은 뿌리를 가진 부회장이 그러한 질문 공세를 펼치려는 낌새를 좋아하지 않았다.


“중요한 증인 아닌가? 또 힘없는 일개 조직원이기도 했지. 죽여야 할 이유가 있었나?”


제임스는 빠르게 생각했다. 답이 늦어선 안 된다. 잔머리를 쓴다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했다. 모두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역설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었다. 아브로허 별장의 검문을 돌파하기 위해 죽였다는 말은 왜 수면제를 쓰지 않았느냐는 반박에 부딪힐 것이 뻔했다. 제임스는 다른 출구를 찾았다.


“제 잘못입니다. 저희 조 건물 지하에서 직접 심문 하다가 몸을 포박한 줄이 느슨해졌습니다. 의자를 들고 날뛰는 녀석을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총을 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임스의 눈에 미묘하게 웃는 쇼커의 표정이 보였다. 그 의미는 이런 것이겠지. 젊은 나이에 산전수전을 겪고 조장까지 올라간 녀석이 당황했다는 건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쇼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증인들을 다 죽여버렸다는 건가? 한 명도 빠짐없이?”


누가 당황을 했다느니 안 했다느니 하는 소모적인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쇼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신 다른 쪽을 찌르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급히 준비하게 된 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증거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렇단 말이지.”


쇼커가 손가락을 탁자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복사된 문건을 들어 올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젠슨이란 자가 이 문건을 작성했다고 했지. 분명 그의 컴퓨터에는 파일이 남아있을 테고.”

“그렇습니다.”

“아브로허 별장에서 모인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젠슨에게서 들었습니다.”

“그날, 그 시각에 조장들이 아브로허 별장에 모인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의심은 안 갔나? 거짓말인지 확인할 수도 없는 정보인데 말이야.”


제임스는 스스로 말문이 막혔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있었다면 분명 그들이 연락한 흔적을 발견했겠군. 그럼 자네는 젠슨이 누군가와 내통한다는 걸 알고 있었겠고. 그게 누구였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겠지?”


거짓을 말할 수는 없었다. 제임스는 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했다.


“바톨로뮤 조장입니다.”

“그럼 바톨로뮤와 젠슨이 주고받은 연락을 보여줄 수 있나?”


제임스의 입술이 다물어졌다. 어떻게든 뚫고 나가야 할 벽이 생긴 기분이었다.


“물론 그들은 연락을 주고받았죠. 다만 한 가지 죄송한 점은 젠슨의 디바이스를 분실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둘이 연락한 내역은 가지고 있습니다만.”


쇼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됐군. 다음 회의 때 가져오면 되겠어. 동지 여러분. 이번 일은 일단 여기서 잠깐 멈추고 다음에 천천히 얘길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어떻습니까?”


쇼커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 레드 카프 파는 제임스의 그 일이 적법하지 않았을 경우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동조자로 몰릴 수도 있었다. 친 골든 혼 파는 기껏 자기들 쪽으로 중립을 맞춰주고 있는 부회장을 말릴 이유가 없었다. 양측의 그런 사유가 모여 회의는 다음 의제로 넘어가게 되었다. 일곱 명의 유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공들여 시간을 들인 조정안에 양측 모두가 합의했다. 이미 박살 난 균형 앞에서 천칭의 한쪽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부회장인 쇼커의 중재가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다수의 전 레드 카프 조장들은 그것이 불공정하다고 여겼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단 한 명의 전 레드 카프 조장은 다른 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했다.


회의가 끝나고 나온 제임스는 곧장 주차장으로 돌아가 자신의 차에 탔다. 운전석에는 이미 시류가 앉아 있었다.


“어떠셨습니까?”


시류가 물었다.


“어땠을 것 같냐?”


시류는 고민하며 말을 골랐다. 그가 대답하기도 전, 제임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전히 똑같아.”


차창 너머로 쇼커가 차에 타는 것이 보였다. 제임스가 중얼거렸다.


“정말 여전히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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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후기 22.09.01 23 1 15쪽
129 에필로그 -2- (完) 22.09.01 20 1 16쪽
128 에필로그 -1- 22.08.31 22 1 13쪽
127 고독의 습격 -2- (完) 22.08.29 19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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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공연을 준비해라 -2- 22.08.12 2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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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침입자들의 문제 -3- (完) 22.05.17 24 2 11쪽
110 침입자들의 문제 -2- 22.05.11 19 2 13쪽
109 침입자들의 문제 -1- 22.05.10 20 2 13쪽
108 서로 알아가는 과정 -6- (完) 22.05.04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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