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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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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11.22 23:01
최근연재일 :
2018.01.16 16:23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976
추천수 :
24
글자수 :
170,839

작성
17.12.1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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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길드 아스가르드 - 던전 네비가 되는 길 (3)

DUMMY

“오~? 이 꼬마가~? 눈빛 하나만큼은 마음에 드네 뭐! 잘 뽑았네 아저씨!”


카일과 레티가 돌아가고 모니카는 일화의 집에 남았다. 테라스에서 길드장이 될 리아나와 그 의자매 레이나를 마주해 앉은 모니카. 그리고 그 옆에 팔짱을 낀 일화가 서있었고 케이트만이 몸을 씻기 위해 자리를 비운 장소. 내일이면 길드장이 될 리아나는 으스대며 큰 소리를 쳤고 레이나는 고개를 저으며 모니카에게 사과를 건넨다.


“미, 미안해요 모니카. 우리 동생이 오늘 조금 기분이 좋아서 저래요~”


“음~ 좀 지나쳤으려나~? 미안해요 모니카 씨~ 근데 실력은 좀 돼요? 우리 이래뵈도 무지막지한 사람들이라서~”


레이나와 리아나를 모를 리 없는 모니카는 곧 고개를 숙였지만 일화가 대신하여 대답했다.


“너희보다 강하다. 볼크라면 모를까, 너희로는 둘 다 덤벼도 상대가 안될테지.’


덜컹!



리아나는 두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기상했다.


“이, 이 꼬마가?! 아저씨! 우리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데! 이참에 똑똑히 알게해줄게! 이봐 꼬마 아가씨! 시험이다! 길드장 몸소 실력을 봐줄테니까 각오 단단히 하라고!”


휙- 휘익-


리아나가 테라스를 훌쩍 넘어 안뜰로 내려가자 모니카 또한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러한 둘을 바라보며 레이나가 한숨을 내리쉬기를.


“후우...이 집에서 계단을 이용해줄 사람이 저랑 케이트밖에 없는 건가요?”


“...고치도록 하지.”


그저 테라스를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주범은 사과할 말 밖에 없었다.


“그런데...정말 닮았네요. 기억 속에서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에요 정말.’


“...시이나 말인가. 너 또한 그렇게 느꼈단 말인가···”


“아저씨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제가 어렸을 때 보던 언니 얼굴 그대로에요 정말.”


“내가 시이나를 만난 것은 그로부터 수 년 후다. 내가 아는 그녀의 얼굴은 더 성숙하고...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어맛~! 그런 말도 할 줄 아시네요~!”


채쟁-!! 쇄사삭!!

퍼벅! 챙-채앵!!

우와악-!? 뭐, 뭐야 이 여자!? 괴물이얏?!


레이나는 테라스의 아래쪽을 힐끗 내려다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일화의 말은 아주 맞는 말이었던 것. 힘과 기술, 그리고 속도, 전적인 면에서 자신의 의동생을 완전히 압도하는 모니카를 본 것이다.


“던 그라운드에 저런 분이 계실 줄은...세상은 참 넓네요. 분발해야겠어요.”


“그렇게 될 것이다. 하루 하루 고되게 단련할테니 말이다.”



“바로 내일부터 말이죠? 후우...그런데 아저씨. 이제 물어봐도 될까요? 마룡 소동 이후로 아저씨 되게 말붙이기 어려웠던거 알아요?”


“음. 미안하다. 무엇을 묻고 싶은가-”


“무슨 일이 있었어요? 갑자기 길드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도 있고, 왠지 모르게 목표가 생긴 느낌이라고 해야할까...그렇게 보이거든요 아저씨.”


“말 안했던가.”


“말은 커녕 아침 저녁으로 여기 앉아 던 그라운드 쪽만 계속 보고 있었잖아욧! 일부러 그러시는거죠?!’


열을 올리는 레이나에 비해 어두운 하늘 아래로 여전히 던 그라운드쪽을 주시하는 일화. 그리고 곧 그의 입이 열리더니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온다.


“시이나가 살아있다.”


쿵!


레이나는 그 한마디에 테이블을 때리며 기상했고 그러한 여자의 안색을 살핀 남자는 곧 여자의 얼굴이 경악과 기쁨으로 물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진짜인가요?!”


“마룡은 내게 이야기했다. 죽은 시이나가 남겨진 장소에 다시 돌아와 그 몸을 재구축하고, 그 심장에 자신의 것과 같은 마나의 응집체를···!”


“...아저씨는 그걸 왜 몰랐죠···?”


“...일리나를 찾기 위해 곧바로 지상을 달렸다. 다시 돌아올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짜악!


레이나의 손에 가득 담긴 것은 감정이었다. 온 힘을 다해 휘두른 것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서글프고 격한 마음을 가득 실은 그 손은 살갗이라도 찢어낼 것처럼 보였고 일화는 묵묵히 얻어맞은 자신의 뺨을 부여잡을 뿐이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자기 부인의 시신도 안챙겼어요···?! 언니가 살아있다 해도 두 번 다시 얼굴을 마주할 수도 없겠네요!!”


“...그렇겠지. 17년간 결국 일리나도 찾지 못했으니까. 모든게 내 책임이다.”


울컥!


기어이 남자는 여자의 눈에 다시 눈물을 짓게 만들었다. 그녀가 그토록 입에 담지 말라고 한 말을 남자가 다시 입에 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의 입이었으니까.


“그!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잖아요--!!”


“네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 그냥 언니가 불쌍해서...!!’


“...레이나. 일단 진정해라. 내가 잘못했으니 그만 울어라.”


자리를 박차고 방으로 도망가려던 레이나는 일화의 손길에 겨우 스스로의 눈물을 닦아보였다. 지난번 던전 입구에서야 그럴만 했다고 하지만 지금의 경우 말이 지나쳤던 것은 자신이었으며 방으로 들어가봐야 도망치는 꼴 밖에 아니었기 때문. 곧 레이나는 코를 훌쩍이며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아저씨...아저씨는 잘못 없어요. 제가 언니였더라도...아이를 찾아 나간 아저씨를 탓하진 못했을 거에요. 그러니까 자기 책임이라고...하지 말아주세요.”


“.........”


“언니가 살아있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자,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아저씨···”


“그렇게 하지.”


남자는 잘자라는 인사 대신 다시 ‘미안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려 했지만 곧 학습하고 말을 고친다. 그녀가 싫어하니, 사과 대신 감사의 의미를 담아내기로 한 것이다.


“고맙다, 레이나. 너와 만나 다행이다.”


그 인사를 들은 레이나는 묘하게 다급해진 걸음으로 들어가버렸고 테라스에 홀로 남은 일화는 잠시 달을 바라보다 늦게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우당탕!


“아, 아저씨이~~ 나 다쳤어~!”


레이나와 바톤을 터치하듯 테라스로 달려온 이는 바로 리아나. 그리고 따라온 모니카가 조심스레 그 뒤에 서보였다. 일화가 슬쩍 상처를 살피니 아주 가벼운 찰과상. 볼 것도 없이 모니카와의 결투 중 바닥을 구른 것이었다.


“치료약을 써라. 찰과상은 그 편이 더 효율이 좋다.”


“귀찮아서 그러지 아저씨! 그런데 언니한테 또 무슨 성희롱을 한거야?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서 도망가던데!”


“......성희롱은 한 적 없다.”


“아저씨한테 자각이 없는 거겠지- 아, 그리고 나 이겼다! 둘이서 덤벼도 못이기긴 무슨! 나 혼자서도 이겼는데!”


일화는 고개를 돌려 모니카를 응시하였다. 아무리 봐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그녀. 그에 비해 온 바닥을 구르고 다닌듯한 꼴은 리아나 쪽이었는데 이겼다는 말을 할 수가 있는걸까.

남자는 모니카에게 진실을 구하였고 곧 케이트와 비슷한 연령대로 추정되는 여인은 또 다시 종이와 펜을 꺼내들었다.


『이곳에서 지내게 해주는 대가로 패배를 시인했습니다.』


곧 일화는 리아나를 노려보았고 만행이 탄로난 붉은 머리의 미녀는 뒷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알겠다. 그래도 이겼다니 대단하군. 그 짧은 사이 상대의 약점을 아주 잘 간파한 것이니.”


“노, 놀리려거든 그냥 놀려!? 아야야...다시 씻고 약 발라야겠다···!”


리아나는 자연스레 그 자리에서 도망쳐 들어갔고 집주인인 일화는 그녀와 테이블에 마주앉으며 그녀에게 종이를 건네받았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있어서도 편한 것. 모니카의 소통 방식으로 대화를 하며 남는 시간에 저녁 하늘을 감상하려는 것이다.


『집이 없나.』


『없어요. 지금까지 던전에서 얻은 전리품을 환금한 돈으로 여관방을 잡았어요. 카일과 레티가 작은 방을 알아봐주었지만 생활이 안되더군요. 살림에 대한 솜씨가 제로에요.』


『편한게 지내라. 너와 같은 은발의 여자가 있을 것이다. 의자매인 리아나와 다르게 상냥하니 필요할 때 의지하면 편할 거다.』


『감사해요 일화님. 그리고 질문이 있어요.』


『내가 먼저 하지. 몇가지가 있다. 너는 어디서 왔지? 출신은 어디며 어디서 그런 검술을 배웠나.』


『던전에서 배웠어요. 카일과 레티도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사실이랍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출신이나 제 과거에 대해서는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저 조차 기억하지 못하니까요.』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글을 읽고 일화는 잠시 눈을 감았다. 종이를 앞에 두고 눈을 감아버리는 일화에게 다시 종이를 가져간 모니카는 두 번 연속으로 할 말을 전했고 그 사이 일화는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제 기억의 시작은 레티가 저를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이에요. 마룡의 던전 입구 광장. 그곳에서 던 그라운드 바깥으로 흐르는 물길이 있어요. 던전에서 멀지 않은 물가에 저는 앉아 있었고 카일과 레티가 저를 발견한 거에요.』


『마룡을 왜 죽이고 싶어하지.』


『모르겠어요. 그게 제 기억인지 조차 확실하지 않지만, 마룡이라는 이름을 카일의 입에서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격하게 반응했어요. 흐릿한 안개로 가려진 분노...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마룡에게 반응한 제 감정은 진짜였어요. 그게 아니라면 제가 단순한 괴짜겠지요. 지금도 그 마음은 같구요.』


『마지막 질문이다. ‘시이나’, ‘레이나’, ‘일리나’. 이 세 이름 중 낯익은 이름이 있나.』


남자는 하나의 가정을 하고 물었다. 외모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지만 혹 시이나가 기억을 잃은 모니카 본인이라는 가정을 하고 그녀와 가장 관련 깊은 이름을 세 개를 댄 것이다.

하지만 곧 모니카의 고개는 저어졌고 일화는 내심 크게 실망하였다.


‘끔찍히 아끼던 자신의 동생과 딸의 이름보다 마룡에 반응할 리 없지. 다른 사람이다.’


『이제 제가 물어도 될까요? 어째서 그토록 강한 힘을 가진 건가요?』


『20년 전 쯤. 나는 던전 깊은 곳에서 생존했다. 지금의 너나 디스토피아 8인이 감당도 하지 못하는 괴물들을 상대로 하루 하루 연명했다. 내 몸이 가진 특별한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이유였다. 그 힘에 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해주기 어렵다.』


“.........”


모니카는 드러낸 표정을 통해 감탄을 보였고 곧 자신이 생각하던 마지막 질문을 남자에게 보였다.


『저는 당신처럼 강해질 수 없는걸까요.』


특별한 힘이 있었기에 남자는 이토록 강해질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니 특별한 힘이 없는 자신은 안될 것이라 생각해버린 모니카.

하지만 남자는 모니카의 예상과 다른 대답을 적어주었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번엔 글이 아닌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아니다. 나와 같은 힘이 없기에 나와 같은 힘을 가질 수 없다는 가정은 틀렸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저수지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저수지. 그 차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


덜컥.


“내려와라. 몸을 씻기 전 한 번 더 봐줄 수 있다.”


남자가 제안하는 것이 수련을 위한 결투임을 깨달은 모니카는 지체 없이 테라스 밖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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